너와 나 사이, 3초 가까워지고, 가을의 우리를 떠올렸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그 소리를 즐기는 너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네가 한 걸음씩 내딛고, 내가 그 뒤를 한 걸음씩 따라가면
그 순간은 이 세상에 너와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내가 뒤에서 너를 안아주기라도 하면
너는 마지못해 안기는 척 내게 몸을 기댔고
우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걷다 안기다를 반복했다.
너 없는 지금은 낙엽을 아무리 밟아대도 무의미하고
다른 사람을 안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를 안으러 가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너와 나의 거리가 없어지는 마지막 순간. 겨울의 우리를 떠올렸다.
첫눈이 내릴 때 네가 먼저 나를 불렀고,
너의 부름에 나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너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너는 눈을 맞으며 나에게 말했다.
"순영아, 항상 내 곁에 있어줘. 눈이 내릴 때도 눈이 그칠 때도, 이 눈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더울 때에도."
나는 너의 손을 꼭 붙잡고 대답했다. 그럼 내가 네 곁에 있지 어디에 있겠냐고.
우리 이대로만 있자고, 난 더 바라지 않는다고.
그리고 다시 봄이 돌아왔을 때 너는 나와 함께 꽃을 보러 가지 못했고.
모래밭 위를 걸으며 별을 바라보지 노을을 바라보지 못했고,
낙엽을 밟을 수 없었고, 첫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너의 곁에 다다랐다.
이 순간이 지나면 네가 내 앞에 나타나겠지.
내 손을 잡아주겠지.
굳게 믿으며 나는 네가 있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네가 있는 그곳.
너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너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춥다. 어둡다.
네 모습이 보일까 눈을 감아보고, 더 힘껏 네 옆으로 다가간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보고 싶다.
.. 꽃향기
'권순영!'
'.....'
'보고 싶었어.'
꽃향기가 난다. 네가 보인다.
웃으면서 나를 반기는 너의 모습에 어둠도, 차가움도 잊히고
꽃내음만이 우리를 감싼다.
드디어 왔구나. 내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