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 날씨 한번 더럽게 좋네. 비가 주룩주룩 오고 마음은 우중충하고. 슬프다 참. 거기도 비오니? 오늘 얘기 쓰고싶은데 순서대로 써야하니까 빨리빨리 앞에 얘기 써야겠다. 그 인터뷰 후로 화보나 CF나 이런거 많이 찍었어. 돈도 많이 벌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쓰긴 부담스러워서 현찰로 조금만 받고 나머지는 다 기부했어.
그리고 처음에 이성종이 집 잘못 찾아왔댔잖아. 얼마전에 뜬금없이 생각나서 물어봤지. 우리 집은 303동 1701호거든? 근데 원래 가려던 집이 313동 701호 라는거야. 누구네 집인지 알아? 성열이네 집이야. 미안해지더라. 좀 꿍꿍한 기분으로 밖에 나갔지. 꿍꿍한 기분이 뭐냐고? 대충 이해해 그냥. 옥상에서 변신을 하고 날아서 시내 한복판에 내려갔지. 저번엔 남우현이더만 이번엔 김명수가 잡혀있더라? 왜 내 주변엔 나댐이들밖에 없는걸까. 김명수가 날 보더니 반갑게 소리를 질렀어.
"헐? 줄리아누나!"
내가 왜 누나냐고? 인터뷰때 20살이라고 했었거든. 우리 누나가 20살이라. 학생이라고 하면 또 어쩌구저쩌구 할거같아서. 김명수가 지랄을 떨면서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또 신나게 찍어대더라. 난 내 할 일 했지.
"불어라 바람의 소용돌이!"
요술봉에서 바람이 나와서 김명수를 높이 들어올렸어. 그리고 또 뭐였지? 타올라라 지옥의 불꽃! 이래서 그거를 태워버리고 떨어지는 김명수를 받았어. 얘는 더 무겁더라. 계속 찰칵찰칵 거리는 김명수를 뒤로하고 하늘로 슝 올라갔어. 쟤는 따라올 거 같아서 빨리빨리 갔지.
그 다음날에 예능 하나 끝내고 집에 가고 있었어. 가다가 아무도 없는거 같아서 변신을 풀려고 하는데 요술봉이 없는거야! 그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그래서 허둥대면서 다시 되돌아가면서 막 주머니도 더듬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골목길에서 누가 훅 튀어나오면서 '이거 찾아요?' 이러는거야. 목소리가 딱 김명수였지. 봤더니 머리는 왁스를 얼마나 발랐는지 위로 빳빳하게 서있고 옷은 누구옷을 빌려왔는지 정장을 쫙 빼입고 손엔 내 요술봉이랑 꽃다발 들고 서있더라.
"저기, 누나."
"응?"
"누나 좋아해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손을 쑥 내미는데 너무 병신같은거 있지? 얘가 과연 내가 나인걸 알면 어떻게 할까 궁금해지더라고. 좀 생각하다가 내 요술봉만 뽑았지.
"미안해."
애가 말없이 고개숙이고 있는걸 보니까 진짜 미안해졌어. 돌아서지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김명수가 고개를 들었어.
"왜요? 내가 왜 싫어요?"
"아니 싫다는게 아니라."
"괜찮아요. 더 비참하게 만들지 마요. 나도 미안해요. 늦었는데 빨리 들어가요. 누가 잡아갈라."
갑자기 지혼자 초스피드로 말하더니 뒤로 확 돌아서 가더라. 뭐 저런게 다있나 싶으면서 미안했던 마음이 싹 가셨어. 가다가 아무도 없는거 확인하고 변신 풀고 집에 갔어. 다음날 학교 갔더니 내가 일찍 간다고 했었지? 나보다 일찍 왔었나봐. 교문에서 못봐서 지각할까봐 걱정했더니 교실에 엎드려 있더라고. 내가 툭 쳤지.
"오늘 왜 일찍왔냐?"
"그냥."
"왜 이렇게 아련해?"
괜히 한번 더 치고 내 자리 가서 앉았어. 애가 슥 일어나면서 뒤를 도는데 겁나 아련아련한 표정으로 보는거야.
"야, 나 차였다."
"차여? 누구한테."
마침 이성열이 들어오면서 물어봤어. 어제 무슨 짓을 한 건지 얼굴이 퉁퉁 부은채로.
"줄리아."
"결국 만났구만?"
자리에 앉는 이성열을 아련하게 보던 김명수가 왜이렇게 얼굴이 빵빵해졌냐고 잡아늘이면서 비웃고 이성열은 또 뭐라뭐라 받아치면서 혼자 설레하고. 둘이 투닥거리는거 보고있자니 뭐라고 해야하지? 어쨌든 기분이 매우 아련했어.
아 오늘 왜이렇게 아련하지, 브금때문인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 하지만 난 후천적 안구건조증때문에 눈물이 안나와. 아 눈시려. 이거 안겪어본 사람들은 모른다. 눈알이 뽑힐 것 같아. 진짜 짜증나 죽겠네. 난 렌즈한번 안껴본 눈인데 왜 지혼자 건조하고 난리임. 각막도 깎여있다더라. 인공눈물이 필요해. 처음엔 다래끼 나는건줄 알고 2년동안 엉뚱한 약 쓰고있었다고. 뭐였더라? 염증약? 주황색 뚜껑. 의사가 돌팔인가, 다시는 거기 안간다. 2년동안 병원다닌 난 뭐가 됨?
아 맞다 너네들 인공눈물 큰거 쓰지 마. 항생제 많이 들었대. 싼것도 쓰지 말고. 눈이 얼마나 중요한데. 약국에서 일회용 사서 쓰는게 좋을거야. 항생제가 덜들었다고 했었나? 안들었다고 했었나? 특히 문구점 비슷한데서 사 쓰는 애들 있던데 별로 좋아보이진 않아. 왜 갑자기 얘기가 이렇게 된거지? 아무튼 김명수 나 따라다니면서 사진찍는건 그만두지 않더라. 그게 오늘 얘기의 결론이었어.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