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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바라보다

 

 

 

"오랜만이에요. 선배님."

  “아... 안녕.”

  “이거요. 선배님 꺼 맞죠?”

  내가 건넨 가디건을 받아들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마는 이 사람은 날 변하게 만든 그 사람입니다. 항상 즐겁게 웃고 떠드는 무리들의 변두리에서 혼자 조용히 있던 나를 변하게 만든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당당히 내 속마음을 꺼낼 그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기위해서 나는 3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내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 썼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였던 것 같습니다.

  3년 전과 지금은 참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누군가의 동기 혹은 후배였던 나는 어느새 누구가의 동기, 그리고 선배가 되었습니다. 존재감 없던 신입생은 이제 쾌활하고 인기 많은 졸업반 학생입니다. 조별과제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해 언제나 궂은일을 맡던 바보 같은 그 아이는 이제 리더십강한 조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랜만에 본 그의 신경 쓰지 않아 언제나 눈을 살짝 가리던 머리는 아주 단정해졌습니다. 하얗기만 하던 피부 또한 살짝 그을린 것 같습니다. 이처럼 많은 것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 앞에 선 순간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나는 또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3년전)

  “야. 마셔, 마셔!! 오늘 마시고 죽는 거야! 알아들어? 엉? 빼는 새끼들은 학교 다니는 4년 동안 지옥 같은 맛을 보게 될 거다!!”

  이미 잔뜩 취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복학생 선배는 입 안에 불순물들을 뱉어내며 시끄럽게 외쳐댑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꼴불견입니다. 동기들도 내 생각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억지로 웃으며 술잔을 기울인다는 겁니다. 오티라는 명목아래에 바닷가까지 와서 술만 퍼마시는 저 사람들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뭐야, 야 신입생! 넌 뭐야?"

  "네? 저, 전 차학연인데요...?"

  "누가 이름 물어봤어? 넌 뭔데 안마시냐? 선배가 우습지 어?!”

  “전...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무슨! 아...어, 어이고 그러고 보니 얼굴이 새빨갛다 너.  벌써 맛이 갔네. 야. 너 약은 있냐?”

  “네? 아, 네네.”

  “흠, 그래? 너 조심해라 야. 괜히 병원 실려 갈 일 만들어서 민폐 끼치지 말고.”

  갑자기 내 쪽으로 모이는 시선들에 목을 움츠리고 겨우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복학생은 내 얼굴을 힐끔 보더니 완전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되도 않는 걱정을 해줬습니다. 지금 내 얼굴은 보지 않아도 어떨지 뻔히 짐작 갑니다. 저 복학생보다도 훨씬 빨간 못난이 일겁니다. 물론 술을 마셔서 이런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나에게 몰리는 시선들 때문입니다. 정말 단지 그 이유 때문입니다. 모든 시선들이 다시 건배를 외치는 복학생에게 돌아갔을 때 나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못난이 신입생의 행동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후아, 좋다.”

  우리가 머물고 있던 펜션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해변을 바라보며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새벽공기가 숙소를 가득 채우던 알코올 냄새를 없애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새벽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몰려오는 잠기운에 무릎을 모으고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렇게 까무룩 잠이 들 무렵 어깨 위로 무언가 느껴졌습니다. 잠에 취해 고개만 옆으로 돌린 후 천천히 눈을 뜨자 얇은 기둥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그때 보기엔 정말 단언컨대, 기둥이었습니다.

  “여기, 기둥이 있었나... 아항, 여기 기대서자면 되겠다.”

  마침 푹 숙인 고개가 저려오던 터라 별 생각 없이 기둥에 눈을 감으며 머리를 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고 그렇게 잠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 찰나의 움직임에 다시 눈을 떠 기둥을 따라 위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

  기둥의 끝에서 나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둥의 끝에 누군가 올라가있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니깐 내 말의 뜻은, 그건 기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아니 그 사람은 나보다 한 학년 위의 선배였습니다. 정택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탓에 사람들의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였지만, 택운 선배의 얼굴은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절대 내가 눈 여겨봤다거나 관심이 있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흰 피부에 까만 머리, 빨갛고 섹시한, 아, 아니 그냥 빨간색의 입술로 간단하게 묘사할 수 있는 선배의 분위기가 색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선배는 나처럼, 아니 어쩌면 나보다도 더 말 수가 적었습니다. 누군가 질문을 해도 웬만한 것은 고개 짓으로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습니다. 나와는 다르게 섹시하게 생겼, 아, 아니 나와는 다르게 멋있게 생, 아 아니, 아니. 왜 자꾸 말이 헛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음, 그니까 나와는 다르게... 뭔가가 있겠거니 그냥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멍한 눈빛에 잔뜩 당황했는지 귀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내가 아무 말 없이 멍 때리면 가버리던데 이 선배는 왜 안가지, 생각할 때쯤 선배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손 좀...”

  가까이에선 처음으로 들어보는 선배의 미성은 왠지 모르게 섹시한, 아, 아니 그냥 몽롱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러나 곧 여태껏 나도 모르게 선배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내 망할 손을 바라보고 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깨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자 처음 보는 외투가 떨어져있었습니다. 무심결에 주워 올려 툭툭 털며 누구 거지,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선배가 이 추운 날 니트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퍼뜩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 아, 아니. 제가 왜 자꾸 헛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선배에게 나는 말없이 외투를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선배는 그것을 받아들어 도로 내 어깨위에 올려놓았습니다.

  “... 입 돌아가...”

  선배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미처 의미를 생각해보기도 전에 선배는 긴 다리로 휘적휘적 뒤돌아 사라졌습니다. 마치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심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할 만큼 객관적인 사실이었습니다. 정말입니다. 흠, 아무튼 나는 그날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선배의 외투를 덮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선배의 외투에서는 새벽 바다의 공기보다도 좋은 향기가 났습니다. 절대... 결단코... 변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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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귀엽다ㅎㅎㅎㅎㅎ말하는게 너무 귀여워! 빇독방에서 보고 왔어~ㅎㅎ신알신하고갈게(찡긋)
10년 전
나라세
으앙 고마워>//< 나라세나라세~(찡긋)
10년 전
독자2
내가 더 나라세!ㅎㅎㅎ
10년 전
독자3
우와 완전 재밌어요 ㅠㅠ 신알신 하고 가용!
10년 전
나라세
왕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10년 전
독자4
헐헐 재밌어요 기다릴게요!!!!!!!!!!
10년 전
나라세
감사합니다!!!!! 열심히할게요!!!!!!!!
10년 전
독자5
우왕!!제가좋아하는분위기에요!!다음편도보러갈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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