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치명적인 민윤기와 기묘한 동거일기.txt 03
(부제 : 남자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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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형아!'
'왜 꼬맹아.'
'맨날 나보고 꼬맹이래! 나 꼬맹이 아닌데.'
'쪼끄만게 꼬맹이지 그럼 뭐야, 난쟁이냐?'
'칫, 형아도 파워레인저보단 키 작아!'
'걔넨 또 누군데? 파워레인저? 이름 하고는.'
'형아 파워레인저도 몰라? 바보다 바보. 내 친구 동생도 알아!'
'어쭈, 이 꼬맹이가!'
'형아는 나 절대 못잡을걸!'
과거 저멀리 잊혀진 기억은 해변가에서 달콤한 잠을 잔 후에 두 눈 가득 들어오는 햇살마냥 뜨겁고 눈부셨다.
보고싶다, 꼬맹아.
01-1
"시발, 지금이 몇시냐 주인아."
공허한 거실엔 시끄러운 시곗바늘 소리만이 울렸고 어느 새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내 생각은 안하지 주인.
두 달전, 3월 입학식을 시작으로 주인의 귀가 시간이 점점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오늘, 이젠 자정이 다 된 시간임에도 들어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들어갔으니까 친구들도 사귀고 모임이다 뭐다 백번 이해한다 치자, 그게 일주일이 넘어가고 벌써 한 달이 넘어 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화 안 나겠는가.
그래 시발, 내가 주인 남자친구 나부랭이 그딴 게 아닌 걸 알지만 요즘 주인을 보면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든단 말이다.
일주일 전, 요 며칠 늦게 들어오는 게 주인이 지 딴에는 좀 마음에 걸렸는지 웬일로 오랜만에 요리를 한다고 설치더니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손을 베여버렸다.
왠만큼 아파선 아프다고 티도 안내는 사람인데. 한껏 인상을 찌푸린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꽤 깊이 베인건지 아무리 휴지를 감싸고 감싸봐도 주인의 하얀 손에선 자꾸만 피가 세어나왔다.
괜찮다는 주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직접 내 손으로 힘겹게 지혈을 한 후 밴드를 붙여주고 나서야 덜덜 떨리던 손이 겨우 진정되었다.
윤기야, 고마워. 내가 너무 놀라 정신이 나간걸까, 걱정이란 걱정은 다 시켜놓고 고맙다며 베시시 웃는데 그 모습이 예뻐보였다.
그 때 알았다. 며칠동안 싱숭생숭 했던 마음이 원인이 뭔지, 대체 내가 왜 주인만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긴장하고 덜덜 떠는지.
욕심이 생긴거다. 막말로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들어온 이 집에서 김탄소 곁에 영원히 묶여 살 수 밖에 없단 걸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근데 주인, 그게 존나 어이없게도 기분은 좋더라.
"안되겠다."
그래 11시 30분까지도 안 오면 나가자. 하지만 맘 먹은 것과는 다르게 난 벌써부터 현관문 앞을 서성거렸다. 고쳤다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손톱을 입에 물고 있었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여자친구의 귀가가 늦어진 남자가 불안에 떨며 현관문 앞을 서성이는 꼴.
그 때 난 별 생각 없이 보았었지만 내 옆에 앉은 주인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었다. 나도 저런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인, 미안해. 남자친구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내가 널 기다려서.
그래도 나 꽤 쓸만한데. 오늘은 특별히 빨래도 해놨다 주인. 근데 왜 안오냐.
시간은 자꾸 흐르고 결국 주인은 오지 않았다. 정신차려보니 어느 새 내 오른손 손톱은 울퉁불퉁하게 닳아있었고 결국 난 현관문을 열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인이 나가자 조를 때 한번은 나가볼걸. 역시 주인이 없는 세상은 꽤 낯설었다. 익숙한 줄 알았다. 혼자인 것에. 집고양이 다 됐네 민윤기.
꺾어 신은 운동화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걸 고쳐 신을 시간도 아끼고 싶었다. 고양이로 변해서 달려가면 훨 빠를텐데.
하지만 그럼 주인을 내가 데려올 수 없으니까. 내 어깨를 내어줄 수 없으니까. 주인아 나 너 없으면 잠 못자는 거 알면서 이러냐. 오늘은 들어오면 제대로 혼내줘야지.
그저 내 머릿속엔 내가 주인을 데리러 나갈 수 있다는 묘한 설렘에 가득 차있던 건지도 모른다. 주인이 안오는데 그럼 내가 나가야지 안 그래?
01-2
"내가 너 좋아하는 것도."
"....어?"
"다 안다며. 그럼 알았겠네."
"....."
"혹시 몰랐다면 이제라도 알아둬."
"...지민아."
"가자. 탄소야 시간이 늦었네."
순식간에 들이닥친 지민의 단호한 고백에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한번도 지민이와 그런 사이가 될꺼라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나인데.
그렇게 외로워 할 땐 내가 남자같다며 날 좋아하는 애들따윈 없었는데. 왜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온걸까.
예고없이 닥쳐온 단과대 인기남의 고백에 난 다른 여학생들처럼 기분이 좋다거나 행복하다거나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다. 누군가 날 좋아한다는데, 그것도 착하고 잘생긴 사람이.
하지만 왜 일까, 자꾸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네. 걔는 사람도 동물도 아니니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세어나왔다. 그래서 귀여워 윤기는.
무거운 마음으로 술집 밖을 나가니 따사로운 봄기운은 어디로 사라진건지 찬 바람과 커플들만이 거리에 가득했다. 묘한 조합이네, 찬바람과 커플.
술은 깬지 오래였고 자꾸만 집에 혼자 남겨진 윤기의 얼굴만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녔다.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갈껄. 깊은 한숨과 함께 운동화에 걸린 돌을 툭 찼다.
개또라이랑 과제 토론 할 때를 빼곤 민윤기 잔소리가 그리워지긴 참 오랜만이네.
계산을 마치고 뒤늦게 나온 지민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게 춥지 않냐며 물었지만 난 그저 괜찮다며 고개만 좌우로 열심히 저었다.
에이, 이렇게 추운데? 지민은 그런 날 내려다보며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어깰 감싸주었다. 살짝 움찔한 내 모습에 지민은 아무 말 없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탄소야."
"응?"
"많이 놀랐지?"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데려다주고 싶은 맘은 굴뚝같은데 그럼 니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고마워, 지민아."
"대신 오늘 일에 대한 대답은 나중에 들어도 되지?"
"..응."
"택시 잡아줄테니까 먼저 들어가."
"..응, 고마워."
어색한 정적이 우리 둘 사이를 맴돌았고 내 어깰 감싼 지민이의 손이 차가워질 즈음 택시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지민의 손이 떨어지자마자 난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택시를 탔고 그래도 지민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다시 한 번 해야할 것 같아 창문을 열려는 순간
택시 옆에 서 있던 지민이 앞좌석의 창문을 똑똑 두드렸고 이내 기사님이 문을 열었다.
"기사님, 이 친구 잘 좀 데려다 주세요. 내일 발표가 있는 친구라 얼른 들어가 쉬어야 하거든요."
"허허, 그래? 청년이 아가씨를 참 아끼나보네. 알겠네, 내가 책임지고 잘 모셔다 드릴게."
"감사합니다. 기사님."
특유의 기분 좋은 웃음으로 무장한 지민이 넉살좋게 기사님에게 부탁을 드리자 기사님도 그런 지민이 귀여운지 소탈한 웃음을 지으셨다.
지민은 웃고계신 기사님께 짧은 목례 후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색하게나마 나도 손을 두어번 흔들어주었고 곧 택시가 출발했다.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휴대폰 시계를 확인해보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어떡하지, 민윤기 12시 전엔 재워줘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앉아있는데 기사님이 내게 말을 걸어오셨다.
"아가씨는 좋겠어."
"네?"
"아니, 보아하니 아가씨 남자친구 같은데 애가 참 좋네."
"아, 저.. 그게 아니.."
"저런 남자 놓치면 안돼.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총각이야."
"....."
"방금도 아가씨는 못봤겠지만 보니까 택시 출발하고도 계속 손 흔들더라."
"....."
"저런 총각이 좋아하는 걸 보니 아가씨도 좋은 사람인 것 같네. 둘이 잘해봐요."
기사님의 말씀에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미소만 지어버렸다.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에 아니라고 말하려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기사님은 그 후로도 간간히 내게 지민이의 칭찬을 하며 여러 말씀으로 밤 늦은 손님의 퇴근길을 잔잔히 채워주셨다.
하지만 머릿속엔 오로지 지민이의 고백과 민윤기의 목소리만이 윙윙 거리며 멤돌았다. 다음 날 지민이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에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후 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고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땐 11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기사님의 도착했다는 말씀과 함께 얼른 택시에서 내리려는 순간, 결국 난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가씨 도착했어."
"아, 네. 감사합니다."
"잘가요."
"..저, 기사님."
"응?"
"방금 그 친구.. 제 애인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아..."
"그리고 집에 절 기다리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굴 이성적으로 막 좋아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
"그럼 조심히 가세요."
지민이에겐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었다. 내가 민윤기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지민이랑 난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
기사님께 꾸벅 목례를 하곤 서둘러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를 향해 달려가는데 술의 기운이 남아 힘이 풀린 다리는 좀처럼 달리질 못하였다. 빨리 가야하는데.
힘겹게 발걸음을 재촉하여 달려간 곳엔 익숙한 형체가 서있었다. 처음 만났던 그 날 처럼. 시간도 늦었고 날씨도 쌀쌀한데 옷은 왜 저렇게 얇아, 민윤기.
금방이라도 내게 다가와 주인이라고 불러줄 것 같은 민윤기의 모습에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 두 눈을 꾹 누르곤
민윤기를 향해 걸어가자 그제야 윤기는 차가운 표정을 풀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윤기야."
"힘들다."
"...."
"주인 기다리는 거."
01-3
"바보야."
"...."
"왜 기다렸어."
"내 맘이지."
"....."
"그리고 누가 누구보고 바보래."
"..날씨도 추운데.. 미안해."
"알면 됐네요."
가로등 밑에 서있던 민윤기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디 며칠 못 본것 마냥 반가운 목소리, 보고싶던 모습에 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였다.
맨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하고 싶은데 이 놈의 자존심은 방정이다. 이럴 때만 불쑥 튀어나와서 날 힘들게 하는 걸 보면.
하지만 윤기는 그런 내 모습이 무색할만큼 덤덤해보였다. 내 앞에 선 민윤기에겐 나와 같은 익숙한 냄새가 났다. 익숙해진다는 게 참 무서운 것 같애 윤기야.
"주인."
"응.."
"술 마셨지?"
부정할 수 없는 질문에 난 그저 고개를 떨어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게, 나 술 마시는 거 우리 민윤기 엄청 싫어하는데.
일분일초가 십년처럼 느껴지고 그 와중에도 난 혹여나 윤기가 감기가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분명히 화낼 거야 민윤기. 그래, 윤기야 차라리 화를 내.
미안함에 난 두 눈을 꼭 감고 윤기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난 고양이 슈가에 대해, 남자 민윤기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게 분명했다.
"다음부턴 남자랑 술 마시지마."
"..윤기야."
"주인."
"응.."
"나도 남자고 수컷인데."
"....."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남자새끼랑 술 마시면"
"...."
"나도 그 땐 더 이상 안 참아."
+++
안녕하세요! 어제 올린 공지는 다들 잘 읽으셨나요? 혹시 안 읽으셨다면 잊지말고 꼬옥 읽어주세요! 이벤트,텍파 관련글이니까요!
암튼 오늘도 늦은 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 댓글 읽는 재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저를 구제해주셔서 참 행복합니다♥♥
매일매일 행복한 하루를 보내세요 독자님들~ 참고로 맨 앞부분은 짧은 회상인데 윤기 회상입니다! 아마 과거겠지요? 허헛!!
(근데 이번글 정말 맘에 안드네요.. 전개가 이런 식으로 가야하는 건 맞는데 글이 이상해ㅠㅠ)
암호닉 신청이 생각보다 많네요ㅠㅠ 기쁩니다! 아직까진 받겠습니다! 혹시 신청을 그만 받겠다고 할 때는 미리 공지를 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그리고 비회원독자님들의 댓글이 늦게 뜨는 바람에 제가 놓칠 수도 있어요ㅠㅠ
그럴 땐 저에게 욕을 먼저 퍼부으시고 암호닉 신청을 다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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