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무너져내려 옷깃을 부여잡고 아이처럼 엉엉 우노라면, 너는 그랬다. 너는 제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쳤다. 심연의 바다. 네게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말이라, 나는 그 넘실대는 바다를 구경하기에 정신이 팔려 울음을 삼키고는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또 보았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온전히 서로만을 사랑할 줄 알았다. 처음 느낀 사랑의 상대가 너였으며, 나는 네게 첫사랑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처음이었다. 어디서든, 저질러서는 안 되었던 미성년자의 어린 그 밤 마저도. 교복 소매의 단추를 뜯어내 네 빈 자리에 올려놓았다. 삼삼오오 모여 저들끼리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히 메운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무늬만 자유를 택하고서는, 무엇 하나 나서지 못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울 줄 알았던 그런 아이였다. 어린 소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꽃다발, 흰 꽃 가득한 네 책상 위에 빨간 꽃을 올려두었다. 석민아, 이석민. 여기에서는 네 향기가 난다. 꼭 교실마다 차갑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데, 여기에는 네가 있나보다. 네 향기가 난다. 지금, 네가 나랑 같이 있는 걸까. 제 키의 일곱 배가 넘는 하늘로 걸음을 한 네 눈에는 무엇이 비쳤을까. 나는 때로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네 마지막에는 내가 있었을까. 너는 비로소, 낙서로 새까맣던 세상에 네 색을 채웠을까. 한 바퀴 둘러본 교실, 네가 담긴 공책을 가방 안으로 쑤셔 넣었다. 안녕, 이제 안녕. 여전한 고등학생일 널 두고, 나는 졸업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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