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다. 방 안을 가득 메우는 눅눅함에 잠을 깨었다. 낮인 것을 제게 숨기기라도 하는 듯 어두운 방에, 밤새 뒤척였는지 뻐근한 고갤 두어 번 돌리고서 커튼을 열었다. ... 아, 비가 오는구나. 천천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꼭 그것만큼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넘쳐 마음이 아리곤 한다. 비가 온다. 밖에 비가 내린다. 자꾸 널 데려온다. 혹시 말이다, 혹시. 너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아직도, 내가 미울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너를 꿈꾸는 나는, 아직도 자라질 못하고 있다. 그 시간 속에 살길 자처해 너와 손을 잡는다. 세상을 씻기기라도 하는 듯이, 비를 닮은 소년. 창에 기대 빗소리를 가만히 듣던 너. 곱게 다물려 호선을 그리는 입술의 선, 가지런히 내려앉은 속눈썹. 잔잔히 홍조를 띄는 뺨. 우산을 들고 있노라면, 신이 나 찰박이며 웅덩이 위를 지나던 너. 비를 밝히는 햇살처럼 반짝이던 눈망울, 조용한 울림을 내던 걸음. 온기를 담은 목소리. 그리워 어쩔 줄 몰라 무너지는 가슴은 개의치도 않은 채로, 네가 생생하다. 지나치게 생생하다. 그립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나는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뉘인다. 비 내리는 꿈을 헤매인다. 널 데리고 올 날, 흐린 안개를 애써 걷어낸다. 숨도 못 쉴 만큼 건조한 마음 가득 눈물 차오르게 하는 너에게 잠긴다. 승관아, 나는 자꾸만 너에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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