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김팀장 18
"...종대야-"
"..."
"종대야...."
"...으응, 왜?"
"나 물 좀..."
"잠시만."
내 말에 침대에서 뒤척이던 김종대가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피곤함에 인상을 쓰며 살짝 눈을 떴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일어났네?"
김종대는 컵을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나를 껴안아 일으켜 앉혀주었다. 내가 물을 마시는 내내 옆에 앉아 다정하게 나를 바라보던 김종대는, 내가 컵을 내려놓자마자 머리를 쓰다듬더니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여주야."
"응?"
"아픈데는 없어?"
"어..., 허리 조금 아픈데..."
내 말에 김종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한 손을 내 허리에 가져다 댔다.
"...마사지 해줄까."
"됐거든, 그 핑계로 수작걸려는거 다 알아."
"알면 한번만 봐주지."
내 귀에 대고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김종대를 무시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나 잘거야."
"자? 어떻게 잘건데?"
"아씨, 이 변태야!"
티셔츠 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김종대의 손을 짝 때렸다.
"...우리 집은 언제 가?"
"천천히 가자, 나중에 늦게, 응?"
"...알겠어."
김종대가 입을 내 목에 묻고는 칭얼대며 말했다. 남들이 보면 맨날 내가 김종대를 이기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알고보면 항상 김종대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데...
"여주야, 오빠한테 뽀뽀나 한 번 해봐."
"무슨 오빠는 오빠야."
"너 밤에 계속 오빠라고 했잖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김종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저 얘기를 왜 해... 부끄러움이 밀려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 그러자 김종대는 내 허리를 뒤에서 감싸안더니 자신의 품 안에 나를 쏙 넣었다.
"여주야."
"...응?"
"너 정말 예뻤어."
"..."
"물론 평소에도 예쁘지만, 더 예뻤어."
"...부끄러워."
"왜 부끄러워."
김종대는 나를 돌려 눕히더니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내 입가에서 느껴지는 김종대의 숨결에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이제 완전히 내 여자라는 거잖아."
김종대는 나를 보고 눈이 휘어져라 웃었다.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여주야, 그런데 있잖아."
"응."
"너 남자들 로망이 뭔 줄 알아?"
"...?"
뜬끔없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김종대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고는 큽, 하고 웃으며 귀여워-하고 말하던 김종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남자들은 있잖아, 여자들이 자기 옷 입으면 좋아해."
"...그래서?"
"여자친구가 자기 옷 입고 옷 헐렁거리는거 보면, 막 사랑스럽고 그렇다?"
"..."
"근데 지금 너 내 옷 입고 있네?"
그에 내 상체를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별로 기억이 온전하지 않은데, 김종대가 자기 반팔티를 입혀주고 잤나보다.
"그래서, 막 사랑스럽고 그래?"
"사랑스러운건 당연한거고."
"..."
"섹시한데."
김종대와 입술이 맞물렸다. 김종대의 뜨거운 혀가 내 입술을 가르고 들어왔다. 한참 그와 농도짙은 키스를 나누고서야 우리는 떨어졌다.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여주야."
"..."
"미치겠다, 진짜."
그는 나를 껴안고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팔뚝을 톡톡 치며 왜 그래? 하고 묻자 김종대가 내 위로 올라왔다.
"안되겠다."
"ㅇ,응?"
"한 번만 더 하자."
야! 김종대! 하는 나의 부름은 김종대의 입술에 가볍게 먹혀들어갔다. 김종대의 어깨를 밀어내던 나의 손은 김종대의 악력에 저항할 틈도 없이 잡혀들어갔다. 결국 그냥 포기하고는 눈을 감았다. 애초에 나는 김종대를 이길 수가 없었다.
***
"진짜 김종대, 미워 죽겠어, 진짜!!!"
"미안해, 진짜 미안해, 응?"
"내일 회사도 가는데, 이 멍청아!!!!"
"아, 아파 여주야, ㅇ,아니! 더 때려!! 내가 나쁜놈이지!! 더 때려도 돼!!"
김종대의 부축을 받아 조수석에 탔다. 김종대는 집으로 가는 내내 나에게 쳐맞았고 말이다.
지금 시간은 밤 아홉시, 결국 호텔에서 김종대랑 저녁이 다 돼서야 나왔고, 당장 내일 출근도 해야되는데, 정말 미워 죽겠다.
"...씨이, 김종대 진짜 미워..."
"나 미워하지마, 응?"
김종대는 내 눈치를 보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를 흘겨보다 그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내일 회사 쉴래?"
"...넌 그게 그렇게 쉽냐?"
"...히잉..."
"히잉은 뭐가 또 히잉이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일 피곤해서 회사에서는 또 어떻게 일해... 걱정이 태산이었다.
"여주야, 걱정마. 나 팀장이야."
"..."
"내가 내일 눈치봐가면서 일 조금 줄게, 응?"
"됐네요."
이 와중에도 그의 애교 섞인 말투에 화가 풀리는 나는 호구다. 내 말투에서 화가 누그러진 것을 느꼈는지 김종대의 목소리가 약간 업된것이 느껴졌다.
"여주야, 내일 아침에도 데리러 올게."
"응."
"따뜻한 물로 씻고, 잠도 푹 자고."
"응."
"내 꿈 꿔~"
어느새 도착한 집에 조수석 문을 열고 내릴 때였다. 김종대가 내 손을 다급하게 잡았다.
"뽀뽀는 한 번 해주고 가야지."
김종대에게 쪽, 한번 입을 맞추고는 떨어졌다. 왜 인지 김종대는 멍한 표정이다.
"갈게."
"..."
"잘가, 종대야."
차에서 내려 대문을 막 열고 집에 들어설 때였다. 운전석에서 급하게 내린 김종대가 나한테 뛰어와서는 나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ㅇ,왜이래?"
"여주야. 내가 진짜로 생각 많이 해봤는데 있잖아."
"응."
"이런 말, 이제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김종대가 뜸을 들였다. 그 와중에도 긴장되는지 나와 맞잡은 손을 가만두질 못했다. 그런 그의 손을 괜찮다며 몇 번 토닥거려주자 그가 숨을 가다듬었다.
"같이 살자."
"..."
"그냥, 오늘 더 확실히 느꼈어."
"..."
"잠을 잘 때도 너가 내 옆에 있고, 눈을 떠도 내 옆에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도 알았고."
"..."
"일어나자마자 너랑 같이 밥 먹는 것도 좋아."
"..."
"맨날 회사에서 만나는데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
"내가 어떻게 참아."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를 떼어내고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종대야."
"...응?"
"알겠어."
"...어?"
"같이 살자."
"ㅈ,진짜로?"
김종대의 표정이 벙 쪘다.
"나도 그냥, 너랑 같이 있으면서 느꼈어."
"..."
"너라면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김종대가 나를 급하게 끌어안았다.
"고마워, 고마워 진짜."
"뭐를..."
"그냥, 다."
"..."
"어제 내 프로포즈 받아준것도 고맙고, 같이 살자는 말 받아준 것도 고마워."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한테 부담 안 줘."
"..."
"결혼식은 늦게 해도, 신혼같이 살자."
"..."
"내가 집안일도 많이 할거고, 너 아프다면 내가 죽도 끓여줄거고,"
"풉, 응."
"아침마다 내가 웃으면서 깨워줄게. 너 아침마다 괜히 다 밥 해준다고 번거로울 테니까 아침은 그냥 빵 먹자."
"뭐래, 안 그래도 돼."
"설거지도 내가 할거고, 빨래도 내가 할게."
"너 그 말 지켜라?"
"너 앞에 두고 괜히 티비같은데에 관심 뺏기지도 않을게."
"그건 또 뭐야."
"항상 널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거야."
"..."
"여주야."
"응."
"다시 한 번 말할게."
"..."
"사랑해."
"..."
"진심으로, 내 모든걸 다해서."
김종대가 내게 미소지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찬란한 너의 웃음.
"멀리 돌아온 만큼, 그만큼 행복하자, 우리."
내게 사랑이란 감정을 알려준건 너였고,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상대는 오롯이 너다.
***
"...종대야, 나 긴장돼."
"왜 긴장하고 그래."
김종대의 손을 꽉 잡았다.
지금이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금 김종대와 함께 김종대의 본가 앞에 와있다. 왜? 당연히 동거 허락을 위해서.
"우리 엄마 아빠 다 너 좋아하셔."
"...그래도, 다른 것도 아니고..."
"여주야, 누가보면 너가 남잔줄 알겠다."
김종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고개를 갸웃 했다.
"어차피 원래 아는 사이잖아."
"..."
"그냥 평소대로 하면 돼. 가자."
***
"그래, 종대는 잘 해주고?"
"네! 당연하죠!"
생각했던대로 분위기는 꽤나 좋았다. 김종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웃으며 맞아주었고 화목한 분위기에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김종대는 나를 보며 거봐, 하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래서, 종대랑 같이 살겠다고?"
"...네."
"뭘 긴장하고 그러니."
김종대가 내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런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종대 너는 양심도 없니?"
"아, 엄마아!!"
오히려 종대를 꾸짖는 어머니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여주야, 너희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어?"
"네."
아버님의 말씀에 대답했다. 아버님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너희가 좋다는데, 우리가 어떡하겠니."
"..."
"너희 원하는 대로 해."
오히려 신이난건 김종대였다. 김종대는 내 손을 잡고는 벌떡 일어나서는 고마워요, 엄마 아빠! 하고 싱글벙글이었다.
그리고 김종대의 집을 나서던 길, 어머님은 내게 귓속말을 하셨다.
"종대가 은근히 어린 구석이 있어."
"..."
"우리 여주라면 다 받아줄 것 같기는 하지만,"
"..."
"솔직히 걱정되네, 여주 힘들진 않을까."
"괜찮아요!"
"종대가 속 썩이면 말해, 바로 혼낼테니까, 알겠지?"
"네!"
어머님께 밝게 웃어보였다. 어머니는 나와 김종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주 오고."
"엄마, 갈게."
"안녕히 계세요!"
나름 긴장은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차에 타자마자 온 몸에 힘이 쭈욱 풀렸다.
"뭐야, 긴장했어?"
"너도 알면서..."
김종대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봐봐, 우리 부모님 너 좋아하신다니까."
"..."
"으아-, 너 빨리 우리 집 들어왔음 좋겠다아-"
"며칠 밖에 안 남았잖아."
"그걸 어떻게 기다려."
김종대는 인상을 썼다.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이거 일년은 가려나-"
"평생을 가지."
"뭐래애-"
장난스레 말꼬리를 늘렸다. 그런 나를 보며 김종대는 피식 웃었다.
"여주야."
"응?"
"내가 가끔 변한것 같으면, 너가 꽉 잡아줘."
"..."
"결국 나의 끝은 항상 너니까."
"..."
"알겠지? 저번에도 말했잖아. 힘들면 나를 더 잡고 놓지 말라고."
"...알겠어."
김종대는 웃으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김종대가 나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핸들을 돌렸을 때였다.
"종대야."
"응?"
"거기로 안 가도 돼."
"너 집 가려면 여기로 가야되잖아."
"말고."
"어?"
"나 너희 집 갈래."
"...응?"
"나 오늘 너희 집에서 잘래."
김종대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나를 보던 김종대는 작게 웃었다.
"내가 이래서 너를 좋아한다니까."
"왜?"
"수줍은 척 하면서, 적극적이기도 하고."
"뭐야, 그게."
"너한테 두가지 매력이 다 있다는 거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내일 회사가니까..."
"그래서, 거부하는거야?"
"아니, 그럴리가."
김종대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조금은, 자제하겠다는거지."
어느덧 도착한 김종대의 집에 김종대는 얼른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김종대는 급한지 얼른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종대야, 왜 이렇게 다급해?"
"너가 먼저 이렇게 들이대니까, 내가 좀 애가 타네."
엘레베이터에 타자 마자 입을 맞추려는 김종대를 밀어냈다. 왜? 하고 인상을 쓰는 김종대에게 웃어보였다.
"위에 카메라 있잖아."
"그딴게 무슨 상관이야."
"나는 상관 있거든요?"
김종대는 마음에 안 드는듯 짜증을 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마자 김종대는 내 손목을 잡고 도어락을 급하게 풀었다.
급하게 넥타이를 푸른 김종대가 내게 진득하게 입을 맞춰왔다. 나를 안아올린 김종대가 침실을 향했다.
"너가 계속 이러니까, 그 며칠을 못 기다리겠잖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미치겠다, 진짜."
김종대와 입술을 맞댄 상태로 큭큭대며 웃었다.
"여주야."
"응."
"나 이젠 너한테 매일매일 말해줄거야."
"뭘?"
"사랑해."
"..."
"사랑한다! 김여주!"
"조용히해! 옆집 다 들려!"
"상관 없거든? 어차피 조금 이따가도 소리 다-악!"
"너 계속 그런 말 하면 나 간다."
"아, 미안해애-"
나를 눕히고는 계속해서 입술에 잔키스를 남기던 김종대가 뚝, 멈췄다. 그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그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결론은, 사랑한다고."
으응, 내가 더 종대야. 내 대답에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며 입을 맞췄다. 김종대하고 같이 사는것도 뭐, 나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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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한...(눈물)
제가 시간이 없어서...텍파가 늦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 용서해주십서...
그나저나 유치한 김팀장 거의 2주 되지 않았나요...? 저를 매우 치세요....타 싸에서는 1일1글인 분들이 많던데... 저에게는 무리 입니다...;ㅅ;
그리고 완결은 조금 더 이따가 일것 같아요!
둘이 동거 얘기 좀 나오고, 사내연애 애피소드도 조금 다루고, 그냥 본 편에 권태기까지 집어넣어서 권태기 후 결혼식까지 그냥 넣으려구요 ㅋㅋㅋ
이러면 한 5~7편정도는 완결이 늦어지지 않을까요...?
좋은건가? 좋다고 하기에는 그만큼 번외가 준 것과 같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기존 암호닉 분들은 암호닉 달고 댓글 달아주세요!
다시 한번 늦어서 죄송합니다아아아 ㅠㅠㅠㅠㅠ
그리고 사실 요즘 블로그를 하나 팔까 고민중인것...
사실은 이미 하나 팠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