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One Direction - Nobody Compares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어제 내가 보자고한 경기, 볼거야?"
"핸드볼 딱히 관심 없는데."
"한번만 딱 보라니까, 거기 한국인도 있다니까?"
"어쩌라고."
"너가 한국인 궁금하다며."
"어차피 같은 한국인인데, 언젠가는 보겠지."
계속해서 깔짝대며 핸드볼을 같이 보자는 친구의 말에 인상을 썼다. 이 문제로 거의 10분을 언쟁하고 있는데, 왠일인지 친구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제는 핸드볼 부에 있는 한국인까지 들먹이며 나를 끌어들이려 한다.
확실히 한국인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이 학교에서 한국인이라면 나와 내 남동생이 다였으니까 말이다.
3년 전, 언젠가는 나와 동생을 꼭 유학보내겠다며 다짐하던 엄마는 선포했다. 우리 가족 전부가 미국으로 이사를 하겠노라, 하고 말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중학생이었고, 유학을 가기에는 이미 늦은시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친구들과의 이별이 더 두려웠지만 말이다.
지인들의 반대 또한 엄청났다. 가족이 다 가면 어쩌려고 그래, 직장은, 애들만 보내서 홈스테이 시키는게 나아. 하지만 우리 엄마가 누구인가. 그간 내가 알아온 엄마는 고집불통에, 엄청난 무대뽀였다. 주변 사람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우리 가족은 이렇게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한국인이 하나도 없는 동네에 말이다. 엄마가 어딘가에서 주어들은 유학에 대한 조언 때문이었다. 꽤나 순조로웠다. 나와 동생은 빠른 속도로 적응해나갔고,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국에 와서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방과후 활동을 들겠다. 나야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한국에서 배우던 첼로를 관현악단에서 연주한다. 대신 경기 관람은 자주 한다. 내가 주로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와 야구였다. 가끔 열리는 타 고등학교와의 경기 관전은 당연지사고, 가끔 몰래 숨어들어 연습 장면을 지켜보기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정말 스포츠 광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하여튼 나의 주 (관람) 종목은 축구와 야구였고, 핸드볼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왜 인지 내 친구는 유독 핸드볼을 좋아했고, 지금 내 옆 자리에 앉아 나에게 경기를 같이 보자며 졸라대고있다. 친구의 찡찡거림은 1교시였던 물리, 2교시였던 수학, 3교시였던 프랑스어를 넘어 점심시간인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그냥 혼자 가서 보면 안돼?"
"야, 그냥 같이 좀 보자, 응? 너 운동도 좋아하잖아."
"내가 좋아하는건 축구, 야구로 딱 한정이거든요."
"핸드볼도 재밌거든? 야. 내 말 좀 들어봐. 핸드볼이 얼마나 멋있는 스포츠인데."
"그래, 어디 한번 말해보든가."
친구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에 친구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가며 핸드볼의 매력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결국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 갈게."
"진짜?"
"응, 진짜."
예스!!를 외치며 펄쩍 뛰는 친구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튕기지 말고 바로 오케이 할걸 그랬나.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나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
"야, 역시 이 맛에 운동 본다."
"그치? 재밌지?"
팀이 이길 때마다 터지는 환성, 그대로 전해오는 관객들의 흥분, 응원의 열기로 가득찬 경기장. 물론 그냥 운동 경기도 재밌지만, 이렇게 학교에서 열리는 경기를 나는 유독 좋아했다. 젊음의 열기가 느껴진달까.
"한국인은 봤어?"
"응, 저 사람 아니야?"
손을 쭉 뻗어 가리켰다. 그 끝에는,
검정 색과 붉은 색이 섞인, 팀의 져지를 입고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가 있었다. 그는 만연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관중석을 향해 서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를 가리키던 나의 손 끝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그는 내게 웃어보였다.
"...어."
사람이, 첫눈에 반하면 이런 기분일까. 지금까지 친구에게 핸드볼은 관심이 없느니, 하며 거부하던것이 무색하리만큼 강한 감정의 동요였다.
"너 왜 그래?"
옆에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마구 흔들어대는 친구는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그의 미소는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
"야, 너 핸드볼 별로라며."
"갑자기 좋아졌어."
"그건 무슨 심경의 변화야?"
갑자기 모든 핸드볼 경기란 경기는 다 보러다니고, 응원 슬로건까지 받아대고, 심지어는 연습하는 모습까지 몰래 구경을 가는 나는 친구의 눈에 이상하게 비치는 것이 당연했다.
"거봐, 내가 재밌다고 했지?"
"그래, 재밌더라."
"근데 솔직히 말해봐."
"뭘?"
"너 핸드볼 좋아하는거야, 아니면 그 한국 애 좋아하는거야?"
"..."
"걔 좋아해서 그런거지?"
"...뭐래, 몰라."
"맞네, 맞아."
친구는 한참을 웃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친구는 내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는 나를 더 비웃었지만 말이다.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여주야, 우리 집도 홈스테이 받기로 했어."
"아, 그ㄹ-뭐?"
"홈스테이 받기로 했다고."
"왜? 나는 싫어!"
"여주야, 우리야 가족들이 다 이사를 와서 살기 편하겠지만 아닌 애들도 많아."
미국으로 가족이 이사를 온지도 어연 3년이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 가족은 미국에 꽤 적응을 잘 한 편이었다. 그건 아마도 옆에 항상 든든한 가족이 있어서가 아닐까. 사실, 만일 가족 없이 나와 동생이 홀로 타국으로 떠나 남의 집에 얹혀사는 홈스테이 신세였다면, 미국에 이렇게까지 잘 적응 했을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다. 나눔의 미덕이라고, 우리 집도 홈스테이를 받는게 당연히 좋은 일 이기는 하지만.
"집에 낯선 사람 있는거 싫단 말이야."
"한국 애야."
"...어?"
한국 애라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우리 동네에 한국인이란 우리 가족 뿐이다. 아니다. 딱 한명이 더 있는데.
"너랑 같은 학년이라는데."
"..."
"아 맞다, 무슨 선수라고 하던데, 뭐였지?"
설마.
"...핸드볼?"
"어, 맞아! 여주 너도 아는 애니?"
"잘 아는건 아니고..."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맙소사, 이게 꿈이야 생시야.
"여주야, 홈스테이 괜찮-"
"괜찮아! 완전 괜찮아!"
"...?"
"나 홈스테이 완전 좋아졌어! 대박!"
밥을 먹던 숟가락도 내려놓고 그대로 방으로 뛰어갔다. 곧장 내 방의 침대로 뛰어들어 몸부림을 쳤다. 이건, 정말...
운명인가? 피실피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엄마아!!! 언제부터야?"
"다음 주 부터."
"알겠어!"
물론 이제부터는 집에 있을 때도 누워서 티비를 보면서 배를 긁는다든지, 눈꼽이 가득 낀 채로 얼굴이 팅팅 부어 식탁 앞에 앉는다든지, 그런 일은 못하겠지만,
"미친, 대-박."
그런것은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
"안녕."
"...안녕."
평소 집에서는 절대로 입지 않을 원피스를 입고는 수줍게 그 앞에 섰다. 온 몸이 베베 꼬이는 기분이다. 이 날 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는 존재조차 모를 나였지만, 학교에서 그를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흘러나오는 웃음에 친구들에게 자제하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는 나를 보며 내가 참 좋아하는, 나를 첫눈에 반하게끔 만든 그 미소를 지었다.
"...누나, 뭐야?"
한살 어린 내 동생 김종인은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누나가 왜 집에서 이런 옷을 입고 있어, 평소에는 츄리닝입고 머리도 안감-악!"
동생아, 너는 참 눈치가 없구나.
동생의 발을 사뿐히 즈려밟았다. 영문도 모르게 내게 발을 밟힌 동생은 다시 한번 누나, 왜-하며 미간에 잔뜩 인상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종인아."
"...누나 방금 나한테 종인아라고 한거야?"
"누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김종인의 손목을 잡고 그가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향했다. 그는 우리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야, 너 좀 짜져있어."
"뭐?"
"좀 닥치고 있으라고."
"...누나 이중인격이야?"
시발, 이게 진짜 눈치는 밥 말아 먹었나. 그래도 김종인에게 나 쟤 좋아해! 하고 이렇게 말하기에는 쪽팔림이 앞섰다.
"종인아, 제발 좀. 부탁이야."
"뭐가?"
"조용히 하고 방에 들어가줘."
"..."
"...내일 강아지 산책 내가 시킬게."
"그 말 지켜라."
내 말 한마디에 김종인은 바로 쏙 방으로 들어갔다. 진짜 나쁜 놈, 생각해보면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김종인 저 새끼가 키우자고 한거다. 그래놓고서 저렇게 나한테 떠넘기고-
"강아지도 키워?"
"악! 깜짝아!"
"미안, 놀랐어?"
언제부터였는지, 내 등 뒤로 다가온 그가 빙긋이 웃었다.
"ㄷ,다 들었어?"
"아니, 강아지 산책시켜준다는 말만 들었는데?"
"아...그래?"
"그 앞에 말은 비밀이야?"
"...응."
"뭐야, 우리 이제 가족인데 비밀같은거 있어서 되겠어?"
그는 짐짓 삐진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표정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말이다.
"강아지 산책 나갈때, 심심하면 나 데리고 가."
"응?"
"혼자 가면 심심할거 아니야."
"그래도, 너 핸드볼 연습 때문에 바쁜데-"
"그정도 시간은 있어."
"..."
"싫어?"
그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아니, 좋지! 완전 좋지!"
"...응?"
"완전 좋아!"
"...푸흡."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며 대답하는 내가 웃겼는지,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는 웃었다.
"어휴, 그렇-게 좋아?"
"응, 좋은데?"
실실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다가오는 손에 움찔, 하고 몸을 떨었더니 뭐야, 나 너 때리는거 아니야.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다.
"귀여워서."
"아..."
내 머리에 얹힌 그의 손이 나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원래, 남자들은 이렇게 귀엽다는 말을 쉽게 하나. 아니면 그의 성격이 원체 이렇게 직설적이고 다정한걸까.
"여주야."
"응."
"잘부탁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내미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내 손을 감싸왔다.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여주야, 종대야. 내려와서 밥 먹어!"
아랫층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서둘러 옷을 입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잔뜩 눈꼽이 낀 채로 내려가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밥을 먹던 나였지만, 오늘은 조금,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달랐다.
"아주머니, 잠시만요!"
바로 옆 방에서 들려오는 그의 살가운 목소리에, 나는 방 안에서 씩 미소를 지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나를 붙잡은건 김종인이었다. 김종인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누나, 내가 생각을 해봤어."
"뭘?"
"어제 누나가 나한테 그런 이유."
"...?"
"정말로 내가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
"하나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
김종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누나, 종대형 좋아하지?"
"..."
"맞지."
"...맞으면 어쩔건데."
내 말에 김종인은 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쟤는 왜 저런 표정을 짓는데?
"근데 이게 왜 너한테 심각할 일이야?"
"그야 당연히."
김종인이, 보기와 다르게 누나 바본가, 막, 내가 다른 남자한테 간다니까 불안하고 걱정돼서-
"종대형이 아까우니까 그렇지."
"..."
"종대형, 진짜 멋있는 형인데..."
"됐어, 꺼져 새끼야."
"종대형이 누나 실체를 알아야되는데..."
김종인을 확 밀치고는 1층을 향했다. 내가 쟤한테 뭘 바라냐.
***
종대가 우리 집에 산지도 어느덧 2주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 생활에 있어서의 변화라면,
"여주야, 가자."
많았다. 아주 많았다.
우선, 아침부터 나의 일과를 쭉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아침에 종대보다 일찍 일어나 씻고 나오기. 그리고 종대와 같이 학교가기. 학교에서 수업듣다 중간 중간 종대랑 만나서 수다떨기. (물론 종대는 항상 다정하게 웃으며 내 말에 대답해주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말이다.) 방과후에는 핸드볼 부 연습 몰래 훔쳐보기. 그러다 종대 연습 끝나면 같이 집에 가기. 집에 가서는 종대랑 같이 강아지 산책 시키기...이렇게 보니까 내 하루 일과는 종일 종대인것 같지만.
사실인걸 어떡해. 좋은 감정을 어떻게 숨기나. 나쁜 감정도 아닌데 말이다.
그가 나의 바로 옆 방이라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둘 방에는 두 방이 이어지는 테라스가 있거든.
똑똑.
누군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종대가 웃으며 유리창 밖에 서있었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 문을 열자 종대가 장난스럽게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흔들어보였다.
"아이스크림은 언제 사왔어?"
"방금. 공부하다가 답답해서 잠깐 나갔다 왔어."
"녹겠다."
금방이라도 녹을 듯 한 아이스크림을 얼른 받아들어 한 입 삼켰다. 입 안에 가득 퍼지는 달달함에 그를 보고 웃었다. 그도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고는 나를 보며 웃었다.
"맛있어?"
"응."
"앞으로도 많이 사와야겠네."
그가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그의 버릇 중 하나인 듯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나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장면을 보면 나는 어린애처럼 울어버릴 수도.
"종대야, 요즘 훈련은 어때?"
"요즘? 그럭저럭."
"너 어제 보니까 잘 하더라."
"뭐야아-, 봤어? 부끄럽게."
"잘하더만 뭘."
"다음 주에 나 경기 또 있는거 알지?"
"어디랑?"
"옆 주에 고등학교랑."
"아, 정말?"
"꼭 보러 와."
당연하지, 그를 보며 대답했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해는 진 시점이었다. 여광과 낮은 가로등 불빛만이 우리를 비추었다. 그와 나의 얼굴이, 우리 마을의 풍경이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나의 마음도 물들었다.
***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찾다가 실패...이걸로 켜주세요)
BGM. Taylor Swift - You Belong With Me
"야."
"뭐."
"너 요즘 걔랑 만나다는 말 있더라?"
"누구?"
"걔, 한국인 핸드볼."
"이름 종대야."
"어쨌든."
"...아니거든."
"너 걔 좋아하잖아."
"그래도 사귀는건 아니야."
"그럼 뭔데?"
"...그냥 걔가 우리 집에서 홈스테이 하니까, 그냥..."
"너희 둘이 키스하는거 봤다는 애도 있는데?"
"...에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 아니야? 그럼 말고."
친구를 한대 때릴 뻔했다. 친구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다시 시선을 돌려 교과서에 집중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나랑 종대랑 키스했다고?"
"아,아니 그냥 소문이 그렇다는거지! 니네가 당사자인데 니네가 아니라면 아닌거고!"
내 친구의 멱살을 잡다시피했다. 물론 남자인 내 친구의 멱살을 잡기에는 내게 조금 버겁기도 했지만 말이다. 친구는 당황해서는 목소리를 높히며 말했다. 주위에서 다른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쪽팔리니까 이것 좀 놓지."
"아니, 빨리 말 해보라고."
"나도 아는게 없다니까!"
"빨리 아는대로 말하라고!"
"야, 그렇게 치면 너랑 나랑도 옛날에 만난다는 말 있었어, 소문이 얼마나 근거없는건데-"
"여주야."
뜬끔없이 종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교실에 그가 있을 리가 없는데...
고개를 돌리자 그가 책상 앞에 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웬 쇼핑백을 든 채 말이다.
"손은 좀 놓고."
여전히 친구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종대가 부드럽게 웃으며 하나하나 떼어주었다. 친구는 종대가 등장한 시점부터 입을 헤- 벌리고는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종대야, 무슨 일-"
"너 오늘 관현악부 연습 있다고 아침도 안 먹고 갔잖아."
"아..."
"먹을 것 좀 사왔어."
"종대야아-"
"수업 잘 듣고, 오늘도 끝나고 같이 갈거지?"
"당연하지!"
종대는 웃으며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교실을 나섰다. 얼른 포장지를 벗겨 샌드위치를 한 입 물었다. 여전히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친구는 넙죽 손을 내밀었다.
"야, 나도 한입 줘."
"꺼지세요."
내 말에 친구는 팔을 괴며 아리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야."
"응."
"너 쟤 좋아한다고 했지."
"몇 번을 말해."
"그런데 안 사귄다고?"
"어."
"곧 사귈 것 같은데?"
"뭐래."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친구는 아직도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
"여주야, 미안. 씻고 나오느라 늦었어."
종대는 젖은 수건으로 머리를 탁탁 털며 샤워실에서 나왔다. 할 일 없이 선수들의 홈베이스 앞 벤치에 앉아 발장난을 치다 벌떡 일어났다.
"냄새날까봐. 빨리 씻는다고 씻었는데 기다리게 했네."
"괜찮아."
그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우리는 집까지 걸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한참 기분 좋은 침묵이 흘렀다. 정말 친하면 침묵마저 편하다 했던가, 어느덧 그와 나의 사이가 그랬다. 문득 한달여 전이 생각났다. 종대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날 저녁, 아니, 1분 전까지도 나는 그와 어떻게하면 친해질까를 궁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다정다감함에 나의 이런 고민은 기우였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여주야."
"응?"
"너랑 친한 그 친구 있잖아."
"아, 걔? 왜?"
"...걔랑 많이 친해?"
"응! 3년 전에 미국 왔을 때부터 나 챙겨주던 애야!"
"다른 애들이랑은 안 친해? 뭐, 여자애들이나..."
"친하기야 친한데 걔가 제일 잘 맞고, 시간표도 비슷해서."
"그래?"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런데 왜-하고 혀 끝까지 튀어나온 질문을 다시 삼켰다. 아까 친구가 뭐라 했던가, 이제 너희 곧 사귈것 같은데-
나조차 믿기 힘들정도로 갑자기 빠르게 뛰는 심장에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종대가 내게 던진 질문, 내가 조금 착각을 해도 되는걸까.
"종대야."
"응?"
"그런데 그건 왜?"
"어?"
"그건 왜 물어봐?"
혹시, 질투하고 그런건 아니지? 마음속으로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그렇다고 해줘!를 외쳤다.
"아니, 그냥. 너랑 친하니까 나도 친해지고 싶어서."
"...아, 그래?"
순식간에 찬물을 퍼부은 듯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나 혼자 착각한 거일 수도 있지만...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 물론 나 혼자만의 감정이겠지만, 아까 전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었다. 그와의 분위기가 숨이 막히도록 어색했다. 그에게 다시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나만 또 상처받을것이 명백함에도 말이다.
"종대야."
"...응."
"있잖아, 내가 아까 들었는데."
"응."
"요즘 우리 둘이 사귄다고 소문이 돈대."
"...뭐?"
"막, 우리 키스한것도 봤다고..."
"..."
"너는, 어때?"
어떠냐는 질문 조차 이상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의 끝을 숨기느라 애썼다.
애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이 무엇이길래 나는 이런 질문을 했을까. 그런 소문 돌아서 좋네, 뭐 이런거? 이런 대답을 할 리가 만무했다.내 자신의 미련스러움에 머리를 한대 치고 싶을 정도였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차라리 물어보지나 말걸...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한참을 무표정이던 그는 피식 웃었다.
"그런 소문, 조금 지나면 다 없어져."
"..."
"말도 안되잖아, 그치."
"..."
"혹시 그 소문 때문에 기분 나쁜건 아니지?"
"..."
"근거도 없는 소리니까 금방 없어질거야."
내가 어떻게 기분이 나쁘겠어, 너를 좋아하는데.
억지로 말을 밀어넣었다. 무너지는 마음을 애써 다잡았다. 무려 5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모든 행동이 사랑스러웠는데, 이제는 원망스러워졌다. 이럴거면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준거고, 이럴거면 왜 나한테 그렇게 다정했던건데...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꽉 물었다.
"종대야."
"응?"
"나 잠깐만 학교에 놓고온거 있어서 다시 갔다올게."
급하게 뛰었다. 뒤에서 같이 가! 하고 외치는 그의 소리를 못 들은척 계속 뛰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뛰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겐 얼마나 추하게 보일까. 그에게 외면받은 나는, 그 누구보다 추하고 비참했다.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그에 대한 마음을 접기란 참 힘들었다. 초반에도 언급하듯 그로 인해 나의 일상생활이 완전히 뒤틀려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로 인해 나는 나의 생활패턴을 다시 한번 바꿔야 했다.
아예 그가 자고 있을 시간에 일찍 일어나 아침도 안 먹고 학교가기, 그가 말을 걸려 할 때마다 온갖 핑계를 대며 피하기, 집에 먼저 가기, 학교가 끝나고도 숙제 따위의 핑계를 대며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기.
핸드볼은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그건 아마도 모든 운동 경기를 볼 때마다 그가 생각나서겠지.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갔지만 이로 인해 나는 확실히 깨달은게 하나 있었다.
나는 그를 생각보다 꽤 많이 좋아했다. 정말, 생각보다... 단순한 풋사랑이라고 여길 정도가 아니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울다 잠드는 날이 태반이었다. 미련하기 짝이 없었다.
그 날도 아침에 혹시나 마주칠 그를 피하기 위해 한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당연히 평소에 그랬듯 그는 여전히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학교갈 준비를 말끔히 마친 상태로 내 방 문 앞에 서있었다.
"...여주야."
"..."
"여주야."
"...왜."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어?"
조심스럽게 묻는 그의 말투에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 있냐고? 그래, 있다. 그 원인이 너고, 너의 행동에 나 혼자 착각하고 바보짓을 했다.
"없어."
그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던 나를 그가 다시 한번 붙잡았다. 그의 말투는 화를 참는 듯 낮게 가라앉았다.
"너 나한테 화난거 있잖아."
"..."
"뭔지 말을 해줘야 내가 알거 아니야, 빨리 말해."
"없어, 그런거."
"김여주!"
그가 언성을 높혔다. 그의 높은 언성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나의 눈물에 당황한 듯 내 속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처음부터 종대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종대의 다정함에 내가 혼자 착각해서 바보 짓을 했던거고, 나는 영문도 모르는 종대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며 종대가 나를 가지고 놀았네, 그런 식의 말을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사람은 항상 사랑에 관해서는 한없이 유치해지고 미련해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 갈게."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떨치고는 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을 떼자마자, 그가 나를 다시 한번 붙잡았다.
"나 내일 경기있어."
"..."
"너 내 경기 매번 봤잖아."
"..."
"...이번에도, 볼꺼지?"
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시선을 피했다.
"나 내일 바빠."
내 말에 내 팔목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이 맥없이 떨어졌다. 그런 그를 외면하고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분명 상처받았을 텐데... 좋아하는 사람을 등을 지고 먼저 걸음을 떼는 일은 정말 아픈 일이었다.
***
그 날은 하루종일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친구들은 내 내려온 다크서클을 보며 처음에는 놀리다, 가라앉은 기분을 눈치채고는 달래주느라 안절부절을 못했다.
"걔가 다 너 가지고 장난친거라니까?"
"..."
"이 와중에도 막, 우리 종대 욕하지 마! 이러는거 아냐?"
"...이제 안 그러거든."
"하여튼, 걔가 완전 나쁜 놈이라니까? 너가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
내 편을 들어주는 친구들의 말에도 하나도 힘이 나지 않았다. ...시발, 이게 다 김종대 때문이야. 생각해보면 나를 먼저 착각하게 만든건 김종대였다. 우리 집에 오자마자 다정하게 웃으며 강아지를 같이 산책시키자 하질 않나, 머리를 쓰다듬어주지를 않나, 귀엽다고 하지를 않나, 몰래 불러내 아이스크림을 사주질 않나.
어쩌면 나는 정말로 김종대에게 놀아난 것일지도 모른다.
***
집에 돌아와서는 내 침대 위에 걸려있는 김종대의 팀의 슬로건을 한참 노려보았다. 그러다 그 슬로건을 거칠게 뜯어냈다.
"김종대 진짜 나쁜새끼!"
그 슬로건을 대충 구겨 쿵쾅거리며 방을 나가 쓰레기통에 쳐넣었다. 시발, 이렇게 해서라도 화가 풀린다면-
화가 풀리긴 무슨. 화가 더 났다. 이제는 한심한 내 자신에게 말이다. 생각해보면 김종대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나 혼자...
다시금 우울한 기분에 빠졌다. 뭘 해도 되는 일이 없다.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다음날, 경기 당일이었다. 김종대는 당연히 경기 준비 때문에 나보다 훨씬 일찍 학교로 갔을테고, 나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개운하게 기지개를 피고 방을 나설 때였다. 발에 채이는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복도에서 미끄러 넘어질뻔 했다.
"아씨, 이게 뭐-...."
발 밑에는, 내가 어제 거실 쓰레기통에 구겨 버렸던 김종대 팀의 슬로건이, 차곡차곡 예쁘게 개어진 채로 놓여있었다.
***
"너 안 본다며."
"...오늘까지만 보려고."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거듭한다고 말이다. 애초에 김종대의 경기를 본 것 자체가 내 인생-인생이라 하기에는 조금 거창할 지 모르지만-에서 큰 오류였는데, 결국 오늘 김종대의 경기를 또 보러 오고 말았다.
혹시나 김종대가 나를 볼새라 오늘은 평소에 항상 앉던 앞자리가 아닌,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앉았다. 이 와중에도 눈으로 김종대를 쫓는 나는 정말 병신이다.
김종대는 항상 경기를 시작할 때면 활짝 웃으며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참 좋아했는데, 아니, 지금도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김종대는 굳은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운동화의 끈을 다시 한번 단단히 매고 있을 뿐이었다.
어김없이 경기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김종대는 오늘 영,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야, 니가 좋아하는 애다."
"..."
"ㅇ,아니 좋아했던 애! 실수야!"
친구는 당황해하며 말을 돌렸다. 김종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지 인상을 쓰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김종대의 저런 표정은 나도 처음보는데.
"쟤 오늘 왜 저래?"
계속해서 위태위태했다. 다른 선수들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기를 몇 번, 돌아온 기회를 놓치기를 몇 번. 이제는 관중석에서 간간히 야유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도 참 중증인 것은, 그 와중에도 김종대가 관중의 야유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귀를 막아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종대야!"
그리고 결국, 그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다른 선수의 태클에 걸린 모양이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서는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진행요원들이 그를 들것에 싣는것이 보였다.
"종대야..."
눈물이 나왔다. 너 때문에 우는게 몇 번인지. 내 눈물에 더 당황한건 친구들이었다.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다. 눈물의 사유는 오롯이 그를 향한 걱정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를 정말 많이 좋아하나보다.
***
"다친건 난데, 왜 너가 울고 그래."
"..."
"너 우니까 속상해, 그만 울어."
종대와 나는 마치 예전 사이 그대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한참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나를 당황스러워하며 지켜보던 친구들은, 결국 나를 선수 대기실로 억지로 밀어보냈다.
종대는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나는 그런 종대를 보며 더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많이 다친거 아니야."
"..."
"금방 낫는대."
"..."
"그런데 좋다, 너가 나 이렇게 걱정해서 울어주기까지 하니까."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느낌이 얼마나 그리웠는데-
"여주야. 그만 울어."
"..."
"나는 너가 나 보러 와줘서 정말 좋아."
그래, 그가 좋다면 좋은거지. 이제 나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원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핸드볼 선수 김종대 上
w.실음과김선배
경기장의 문을 슬쩍 열고는 들어왔다. 그가 발목 부상을 입은 이후, 그는 매일 다른 선수들이 단체 연습을 끝내고 집에 가고 나서까지 남아 개인 연습을 하고는 했다. 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부담이 되는것이 틀림 없었다.
그가 벽을 향해 공을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뒤로 가서는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어, 왔어?"
"응. 연습 언제까지 할거야?"
"이제 가야지, 너도 왔는데."
"나는 더 기다릴 수 있어."
"됐어, 뭘."
한 발짝 움직이려는 그를 제지시키고는 얼른 그의 져지와 물과 수건을 가져왔다. 그에게 져지를 내밀자 그가 팔을 꾀어 입고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종대야, 물 마셔."
"고마워."
물을 마신 그가 한 손에 물병을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 지금 땀 냄새 날텐데..."
"아니야, 하나도 안 나."
수건을 들어올려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꼼꼼히 닦아주었다. 나의 얼굴을 향한 그의 곧은 시선이 느껴져 흠칫 몸을 떨었다. 내가 계속해서 그의 땀을 닦아주고 있을 때였다. 그가 내 손목을 잡고는 천천히 내 팔을 내렸다.
"..."
"여주야."
"응?"
"너가 저번에 얘기했던 소문 있잖아."
"..."
"너랑, 나랑 키스했다는거."
"...응."
"그 소문, 진짜면 어떨 것 같아."
"어?"
"진짜면, 어떨 것 같냐고."
그의 양 손이 내 볼을 감쌌다.
점점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감을 듯한 그의 눈에 나도 눈을 감았다. 잠시후, 그와 입술이 맞물렸다.
처음 나누는 키스 치고는 꽤나 진한 키스였다. 나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그의 혀가 계속해서 내 입 안을 자극했고, 경기장은 끈적이는 민망한 소리로 가득찼다. 그와 나의 입술이 진득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의 입술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나도 그와 같은 꼴일게 분명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여주야."
그가 여전히 내 양 볼을 감싼 채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입김이 내 입술을 간지럽혔다. 그것이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어 나는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 봐."
그가 천천히 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리, 만나보자."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은, 나의 모든 사고회로를 멈추게 만들었다.
"너랑 나랑 만난다는 그 소문, 진짜로 만들자고."
"..."
"나랑 사귀자, 여주야."
+++
안녕하세오...
글을 또 망친 실음과김선배입니다...
흡흡 요즘 글이 왜 이렇게 안 써지나 모르겠어요...다시 봐도 한숨만 나올 뿐...
그나저나 테일러스위프트 노래 사클에서 찾아가 빡쳐서 죽을뻔...테일러스위프트가 부른건 없고 다 본인들이 커버한것밖에;;;;어휴
결국 유튜브로 대체 했어요....ㅋㅋ
+++
조금 수정했어요...! 훨씬 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