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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즘 지났을까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당연히 준면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준면은 꽤 위트있었다. 톡만으로도 저를 웃음짓게 만들어주었다. "근무중에 핸드폰은 삼가해 주시죠 ㅇㅇ씨." 그녀가 속한 팀의 팀장인 민석이었다. 민석은 말이없고 카리스마있는 성격이었다. 몇마디 하지 않아도 금방 팀원들을 제압했다. 요즘 그녀는 민석에게 찍혔다. 일을 잘 하고 있다가도 핸드폰을 보며 키득대는게 그 이유였다. 공과사의 구별을 잘 하는 그녀인데도 왠지 준면과 계속 연락하고 싶었다. 유하게 바뀌긴 했지만 그녀의 유학 생활과는 전혀 다른 회사 내의 조직생활이 저도모르게 압박이 되었었다. 그걸 탈피하게 해주는 건 준면과의 톡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호출당했다. 똑똑 그녀가 팀장실 문을 두어번 두드린 후 문을 열었다. 무표정의 민석이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를 쳐다보았다. "팀장님 부르셨어요,..?" 그녀는 잔뜩 긴장했다. 평소에 저가 어땠는지 제일 잘 알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민석은 그녀를 계속 쳐다보다가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여기 앉으세요." 민석의 목소리는 분명 높은 편인데도 뿜어나오는 카리스마에 중저음의 목소리보다 더 중압감을 주었다. 민석은 녹차를 그녀에게 내주었다. "ㅇㅇㅇ씨." "네.팀장님." "요즘 연애합니까?" "..네? 아니요.." 민석이 다리를 한번 꼬고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를 쳐다보는데, 그녀는 마치 대역죄인인양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등학생처럼 핸드폰을 뺏어야 겠어요? 신입인데 그렇게 집중을 안해서야." "죄송합니다. 다신 핸드폰 안할게요." "오늘 특별히 야근입니다. 할 일이 많을 거에요. 나가 봐요." 그녀는 답답한 팀장실을 나와 한숨을 돌렸다. 얼마나 긴장했던지 식은땀이 흘렀다. 화장실에 들어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ㅇㅇ씨.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었어요? "아니 그게아니라.. 계속 톡한다고 팀장님께 혼났어요..." -정말요? 미안해요. 팀장한테 찍힌거에요? "그렇죠 뭐...아, 그리고 오늘 야근도 있어서요... 죄송해요." -오늘 만난다고 기대 많이했는데... "미안해요. 다음에 봐요." -아니 내가 더 미안해요. "그럼 저 일하러 가볼게요. 준면씨도 스케쥴 잘하세요."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핸드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럼 수고해요 ㅇㅇ씨." "네. 먼저 들어가세요." 몇몇 사원들이 하나 둘씩 퇴근하더니 바로 옆자리였던 입사 동기 백현까지 퇴근을 했다. 넓은 사무실이 텅 비었다. 워커홀릭인 민석과 그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민석은 팀장실에서 파일 몇십개를 가져와 그녀의 책상에 턱 올려놓았다. "이거 정리 다하면 퇴근하는겁니다. 다하면 불러요." "네 팀장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척 했지만 민석이 팀장실로 들어가는 걸 보자마자 그녀는 파일을 신경질 적으로 폈다. "인간적으로 이걸 어떻게 다 해. 김민석팀장 진짜!" 그녀는 화나지만 꾹 참고 어서 집에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파일을 정리했다. 그렇게 두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 파일 정리를 마친 후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드디어 다했다. 아 피곤해." 그녀는 팀장실 문을 두어번 두드리고 들어갔다. "팀장님 다 했습니다." "다했어요? 5분만 기다려요 이것만 하면 되니까. 늦었는데 데려다 줄게요." "네..?아니..저.." 그녀는 당황하고 부담스러워 이리저리 말을 헤메다가 민석과 눈이 마주쳤다. 무언의 눈빛에 그녀는 그냥 민석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짐을 챙긴 뒤 민석을 기다렸다. 5분이 지났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한 10분 쯤 지나자 그가 나왔다. "좀 길어졌죠? 미안해요. 갑시다." 지극히 단답형의 말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 민석을 따라가니 고급스러운 세단 한대가 있었다. 민석이 리모컨을 누르니 그 세단의 문이 열렸다. 그녀가 조수석에 타고 차가 출발했다. "어디에 사세요?" "00동이요." "제 집이랑 완전 반대방향이네요." "죄송해요.. 그럼 저기 역 앞에 세워주셔도 되요." "그냥해본 말입니다. 오늘은 제가 데려다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 뒤로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석은 예민한 성격이라 운전 할 때에는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깔끔한 걸 좋아해서 차 안에는 방향제 하나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마치 새 차 같았다. "아, 여기 오피스텔이에요. 감사합니다. 이제 일 열심히 할게요." "그럼 들어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녀는 민석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심신이 피곤한 느낌이었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핸드폰을 켜보니 준면에게서 톡이 와있었다. 일 마쳤어요? 그녀는 준면에게 답장을 했다. 지금 집에 들어왔어요. 되게 피곤하네요. 준면의 답장을 기다린다고 핸드폰을 옆에 놔두고 곧 잠에 빠졌다. 잠시 후 준면에게서 톡이 왔다. 피곤했어요? 얼른 씻고 자세요. ㅇㅇ씨? 설마 벌써 자는거에요? 정말 자요? 그럼 잘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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