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철칙
민윤기가 보스인 것을 숨길 것.
07.
"야, 물 좀."
"여기."
- 거래할 방은 307호고...
"이거 말고."
"그것 뿐이에요. 그냥 그거 드세요."
- 5장... 저기요, 듣고 계세요? 307호 방구조가 꽤 복잡..."
"아 사와 그럼."
"아 진짜."
- 나 안 해.
모두 자러 간 듯 조용한 로비, 이어폰 사이로 김태형의 삐친 듯한 음성이 들려온다. 나는 물병을 꽉 쥔 채로 민윤기를 째렸고, 민윤기는 나 따윈 신경쓰지도 않은 채 이어폰에 대고 짜증을 부렸다.
"아 뭐래, 빨리 얘기해 다 듣고 있어. C, 읊어 봐."
"...?"
"뭐해, 아까 우리 들은 거 읊으라니까."
이런 뻔뻔한 인간을 봤나.
"아니 듣고 계셨다면서요."
"네 기억력 테스트하는 거잖아."
"... 307호, 큰 거 다섯 장. 307호 방 구조 꽤 복잡해서 이어폰에 집중하고."
"그렇지. 들었지, V? 우린 다 들으면서 얘기한다."
- 어련하시겠어요.
결국 내가 마시려고 꿍쳐놓은 물을 꺼내 민윤기에게 건네며 3층으로 향하는데, 이어폰 속으로 까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필시 김태형이 CCTV 보면서 과자를 먹고 있는 중일 것이다. 과자 좀 그만 먹을 수 없어요? 까득까득 진짜 거슬리네. 그러자 조금 까득이는 소리가 줄어든다. 조용해진 이어폰에 만족하고 민윤기의 옆에 서 있는데, 내게 호신용이라며 총을 건넨 민윤기가 이어폰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인다.
"병신.
- 아니거든요."
"너 C가 먹지 말라고 해서 안 먹는 거잖아."
- 아니에요, 과자가 너무 눅눅해서 그래요!
"까득, 까득 소리 잘 나더만. 왜, 너 기절시킨 여자애라서 무섭냐?"
보스의 말에 다시 조용해진 이어폰. 속으로 참, 이 사람도 힘들게 산다 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3층입니다, 라고 하는 순간 갑자기 보스, 나가시는 순간 세 시 방향으로 남자 둘.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민윤기는 급하게 나를 잡아 이끌어 엘리베이터 옆 코너에 몸을 숨긴다. 남자 둘이라는 건 알겠는데 세 시 방향은 뭐야... 방향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손가락으로 세 시를 가늠해보는 수밖에 없다. 몸을 숨기려 벽에 붙어 있는데, 김태형이 말한 남자 둘이 속삭이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민윤기가 이어폰으로 속삭인다.
"그 놈은."
- 지금 자기 경호원이랑 얘기 중이에요. 뭐 들리는 거 없어요?
"존나 잘 속삭이네, 하나도 안 들려."
"306호가 그 여자 방이라는데요?"
"... 너 뭐냐."
- ... 그냥 보스 귀가 안 좋은 거 아닐까요... 하긴 애를 키우고 그러다 보면...
민윤기는 억지로 웃으며 넌 들어가서 보자, 이 새끼야. 를 중얼거리곤 나를 다시 잡아 발소리가 나지 않게끔 조심 조심 엘리베이터 옆 화장실로 향한다. 아니, 근데 왜 하필 남자 화장실이람. 아무도 없기에 망정이지. 민윤기는 내 생각을 읽은 듯 총에 소음 제거기를 장착하며 좋아? 남자 화장실 처음일 거 아냐. 하는 미친 소리를 한다. 조용히 씹자 나를 한 번 째리더니 이어폰에 대고 말한다.
"일단 RM, 그 여자 어디 있어."
- RM입니다. 지하 3 층 카지노, 경호원 둘과 함께 있습니다.
"경호원 죽이지 말고 같이 잡아놔."
- 네.
- V입니다, 상대놈들 둘이 거래 장소로 이동합니다. 아니 그나마 밀매가 제일 쉬웠는데 이것도 이렇게 스펙타클해지면, 씨.
"네? 저요?"
- ... 아니 너 말고 아 씨 할 때 씨...
"욕하지 마세요, 헷갈려요."
- 알겠어...
심플하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줄이야. 코드 네임 바꿔달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총을 장전한 민윤기가 나가자. 하고 화장실 문을 연다. 밖에 나가도 되나 싶었지만 아까 김태형이 상대놈들이 거래 장소로 들어갔다고 했으니 없겠구나 싶어 마음 놓고 발소리를 냈다. 그 때, 다시 이어폰 속에서 김남준이 상황 보고를 한다. 근데 못 들어본 째지는 여자 소리도 들린다. 민윤기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여자 목소리 뭐야 씨발. 한다.
- RM입니다. 여자는 지시하신 대로 잡아뒀고, 경호원들에게서 무전기 빼앗아놨습니다. 305호입니다.
- 뭔 소리인가 했더니 기집애가 내는 소리였구만. 알았다. 여자 입에 테이프 좀 감아놔, 시끄러워 죽겠네. 무전기 확인 잘하고.
- 보스, V입니다. 여덟 시예요. 이제 슬슬 들어가셔야 할 것 같아요.
"어, CCTV 잘 보고 있고, C."
"네?"
"너는 나랑 같이 들어간다."
- 보스, C는 서포트예요.
"지금 백 퍼센트 배신 때리려는 모양인데 애 밖에 놔뒀다가 시체 볼 일 있냐. 닥치고 JK, 서폿해."
- 아 씨.
전정국의 짧은 욕이 들려온다. 난 또 내 코드 네임과 헷갈렸다. 안 되겠다 바꿔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민윤기가 옆에서 안 돼. 한다. 괜히 찔려 뭐가요? 하니 너 코드 네임 바꿀 생각 중이잖아. 그거 안 된다고. 한다. 뭐야, 진짜 귀신도 아니고... 민윤기 옆에서는 욕 안 해야겠다를 다짐하고 있는데 민윤기가 김태형을 부른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김태형.
- 야, V.
"..."
-야, V!
"아, 죄송합니다."
- 정신 빼놓냐?
"아닙니다."
- 정신 차려, 미친 새끼야.
김태형이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나와 민윤기는 룸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누가 봐도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우리 둘을 반긴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이 쪽은 못 보던 사람인데. 하고 위 아래로 훑는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당연히 모르시겠지, 네가 BTS 직원 현황을 어떻게 알아.
"..."
"알면 이상한 거지."
민윤기가 누가 봐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상대편 보스에게 툭 쏘아붙이곤 방 안에 마련된 비즈니스 테이블에 앉는다. 그러더니 내게 손을 뻗는다. 가방을 요구하는 듯 해 가방을 넘겨주니 와, 꽤 무겁네. 어떻게 들고 있었어? 한다. 무시하세요? 하고 물으니 푸핫, 웃으며 아니. 하고는 가방을 연다. 그리고는 그 놈들 쪽으로 가방을 돌려주며 얼굴엔 비웃음을 띄운다.
"너희가 원한 물건."
"..."
"왜, 마음에 안 들어?"
"에이, 설마."
"표정이 말해주고 있잖아, 저 무슨 일 꾸미고 있어요-"
그 순간 들려오는 총소리. 민윤기는 문을 힐끔 쳐다보더니 빡친 듯 그럼 저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고 묻는다. 상대편 보스가 나를 턱으로 가리키며 문이랑 가까우니까 저 여자에게 보고 오라고 그래. 한다. ㅆ1발...? 그 때 이어폰에서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민윤기도 들은 듯 눈썹을 움직인다.
- 방금 어떤 놈이 복도 3번 째 화면에 엿 날리고 총 쐈어요. 덕분에 화면 하나가 깨져서 안 보여요. 명백한 도발입니다.
"... 밖에 보고 올까요."
"머리통 없는 채로 시집 갈래?"
- 보스 무슨 여자애한테...
"어차피 못생긴 얼굴."
"? 야!"
민윤기의 외침을 들으며 무작정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예상과 다르게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하지만 명백하게 보이는 총자국과 부숴진 CCTV. 이어폰에서는 김태형의 지랄 소리가 들려왔고, 간간히 협박을 하는 듯 민윤기의 차분한 음성도 들려왔다. 김태형은 포기했는지 현장 설명을 해주며 나를 이리 저리로 이끌었고, 나는 김태형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김태형은 갑자기 이어폰으로 민윤기에게 말하는 듯,
- 저 새끼 움직임이 그냥 대놓고 C를 노리는데요?
- ...
- 보스, 근데 저 새끼 왜 저렇게 당당하죠? 우리 조직원이든 어느 조직원이든 저렇게 쫓아가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텐데.
- ...
- BTS 모두가 총을 수준급으로 다룬다고 소문난 이 바닥에서 저렇게 행동한다는 건 탄소가 아직 총을 못 다루는 신입이라는 걸 안다는 소리인데, 저 새끼 뭘까요?
- ...
밀매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 덕에 상대편은 우리가 이어폰으로 상황 전달을 받는 걸 모르니 민윤기는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고, 김태형은 대답을 바란 게 아니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럴 듯 하다. 나도 같이 저 새끼 뭐지. 하고 생각을 하며 한 걸음 내딛으려는 찰나, 김태형이 다급하게 나를 막는다.
- C, 일단 가지 마. 너 지금 선 곳에서 7 시 방향, 그 새끼 있어.
"..."
가까이에 그 놈이 들을 수 있으니 일단 입을 다물었다. 김태형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까 호신용으로 쓰라고 준 마취총을 손에 쥐고 가만히 있는데, 김태형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씨발, 김탄소 2시 방향! 뛰어!
"아, 미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김태형은 잡히면 안 돼, 어? 무조건 뛰어! 그 새끼 너 거기 있는 거 알고 있던 놈이야. 화장실에 숨지 마, 무조건 CCTV 있는 곳으로만 다녀! 하며 계속해서 나를 봐주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복도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상구, 비상구가 보인다. 하지만 비상구 안도 CCTV가 없는데. 잠깐 고민하는 찰나에,
"아악!"
잡혔다. 결국 잡히고 말았다. 비상구 문을 등진 채 놈은 나를 깔고 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있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숨구멍만 열어놓은 채로.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고통스러움이었다. 3층 전체를 빌린 터라 아무도 없을텐데. 제발 메이드라도 오길 바라며 손에 땀이 흥건한 채로 눈을 감는데, 놈이 내 귀에 걸린 이어폰을 뺀다. 그리고는 자기 귀에 꽂으며,
"내 엿은 잘 드셨나 모르겠네."
- ...
"어쩌자고 저 비실한 마약 밀매상에게 여자를 붙여."
- ...
"우리가 바라는 건 하난데, BTS 보스랑 이야기하는 거."
- ...
"V, 지금 날 도발해봤자 좋을 거 없다는 거 잘 알잖아."
- ...
"신입인 아이에게 서포트를 시켜서 쓰나."
남자는 김태형과 대화하는 듯 한 손으로는 내 목을 조르고, 나머지 손으로는 이어폰을 제 귀에 고정시킨다. 방금까지 뛰었던 터라 숨이 많이 부족한데, 살 만큼의 숨구멍만 열어놓으니 숨이 모자란 것은 당연했다. 점점 숨을 내쉬고 들이 마시는 횟수가 잦아지고 힘겨워졌다. 여기서 죽는 건가 공포심이 들어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비상구 문이 열리더니 세 남자가 들어온다. 그 중 하나는 눈에 익다. 남자는 대화하는 데 정신이 팔린 놈의 뒤통수를 발로 가격하고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갑자기 트인 숨구멍에 힘겹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자 응,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 하며 나를 달래주는 전정국이 있었다. 어느새 뺏긴 이어폰은 다시 내 귀에 걸려 있었고, 놈은 BTS라고 적힌 명찰을 한 두 명의 남자들에게 잡혀 있었다.
"뭐야!"
"이래서 신생은 안 돼. 하긴 6개월만에 배신 때리려는 그 패기를 가지는 것도 신생이 아니면 못하지."
- JK, 너 왜 이제 와 이 새끼야.
"죄송해요, 지금 차 존나 막혀요."
- 집에 갈 때 힘들겠구만.
민윤기의 짜증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민윤기는 어떻게 왔는지 내 옆에 서서 나를 훑더니 상태 괜찮네. 하며 놈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고, 이내 죽음이 다가오자 놈의 안색은 파래졌다.
"이제야 좀 상황 파악이 돼?"
"..."
"신입인, 것도 너희가 느끼기에 매우 비실한 마약상과 함께 온 여자 조직원 하나가 너희에겐 엄청난 미끼였겠지. 그 여자를 인질로 잡고 보스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면 이 바닥에선 엄청난 뉴스가 될 거고, 그러면 너희에겐 거래가 상상하지도 못 할 만큼 들어올 테니까."
"..."
"그러게 왜 서로 좋은 거래에 배신을 때려."
민윤기는 전정국을 보며 나를 향해 턱짓했고,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제 품에 안았다. 뭐하세요...! 존나 나댄다 내 심장. 영문을 몰라 버둥거리고 있는데, 전정국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어허. 하며 자신의 양 손으로 내 귀를 막아준다. 그리고 들려오는 총 소리. 아, 죽이는 모습 보여주지 않으려고 배려해준 거구나. 난 또...
(아쉽)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며 전정국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이번엔 민윤기다. 내 눈을 가리려 하다 아, 이래도 밑에 보일 것 같은데. 하며 아예 나를 품에 안는다. 이 사람들이 정말...!
바람직해. 향수 냄새 좋다.
그렇게 민윤기에게 토스되어 안겨서 한 걸음 내딛으려는데, 이어폰 속에서 들려오는 귀 찢어지는 수정 언니 목소리. 비명에 가까운 발악이었다. 쩔쩔매는 김태형 목소리도 들린다.
- 탄소 다쳤어!!??!? 총소리 뭐야!!!!
- 아, 네 뭐 조금... 근데 상황 종ㄹ,
- 탄소 데려와 민윤기 미친 새끼야!!!!!
"씨발 깜짝이야."
- 그러게 내가 애 안 된다고 했지!!!!!!!
- 형아아...
설상가상으론 한 쪽에서 잠에서 깬 쿠키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 어어, 쿠키 깼어?
"정수정 넌 내 손에 죽는다. 왜 쿠키 깨워."
- 마망 다쳐써...?
- 아, 아니야 안 다쳤어. 마망 안 다쳤대.
- 미친 새끼야, 집에 안전하게 있는 쿠키 생각 말고 탄소부터 챙겨!
언니가 보지는 못하지만 나 괜찮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걸음 내딛는데,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덕분에 피 웅덩이를 보게 되었다. 아악! 하며 눈을 가리자, 가지가지 해라. 하는 민윤기의 한숨 섞인 음성이 내 머리 위로 흩어졌고, 민윤기는 내 옆에 등을 보이며 쭈그려 앉았다.
"... 뭐하세요."
"업히라고."
"..."
- 빨리 데려오라고 우리 탄소!!!!!!
"씨발 이미 다리에 힘이 풀리셔서 친히 업어가고 있거든? JK, 차 문 열어."
- 아, 넌 진짜 오면 뒈졌다. 민윤기 이 씨발.
- 마망 마니 다쳐써...?
- 으응, 아니야 안 다쳤어 마망 걸어서 들어올 거야 쿠키야. 안 졸려?
- 마망 보고 시퍼어...
싸우는 수정 언니와 민윤기, 우는 쿠키와 달래는 김태형. 이 상황에서 임무가 처리 돼? 존나 대단하다...
08.
차에 타서 하얗게 불태운 아까의 장면들을 회상하고 있는데, 정호석이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이야, 크게 한 건 했더라. 하고 생글거렸고 나 뭐 했는데...? 하는 듯한 눈빛을 처리반을 부르던 전정국에게 보내자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자 민윤기가 꽉 조인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며
"앞뒤 안 가리고 신나게 문을 박차고 나가셨지. 밖에 상대편 놈이 대놓고 지 노리고 있는데도."
"..."
"에이. 잘 하려고 그런 거잖아요, 탄소는."
"두 번 잘 했다가는 아주 조직을 폭발시키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정호석이 웃으며 핸들을 돌려 부드럽게 호텔을 빠져나갔다.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두 번 다시는 개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계약 조건에 추가해야했고, 민윤기는 그런 나를 보며 이걸 확, 진짜. 하다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를 받자마자 쩔쩔매며 달래기 바빴다. 전화를 건 상대가 우는 쿠키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울어대는지 민윤기와 내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다 들릴 정도였다.
- 파파, 마망은? 끕...
"네 마망 안전하다고 아까 태태 형아가 그랬잖아. 왜 울어."
- 마망, 끕... 수정 누나가... 으끅...
"안 아프다니까, 마망 바꿔줘?"
- 우응... 나중에 얼굴 보꺼야, 히끅. 마망 잘 데려 와... 응?
"알았어, 안 잘 거야? 너 내일 눈 퉁퉁 붓는다."
- 마망, 오면... 마망... 파파 나중에 바... 히끅.
"알았어, 아빠가 붕어빵 사갈게."
- 우웅... 파파 사라해...
- 그래 마망 안 아프다고 했잖아. 이제 아빠 운전에 집중하시게 전화 끊자, 쿠키야?
- 우응...
뚝,
전화가 끊겼다. 전화할 때도 울음을 참아내고 있었으니 전화를 끊자마자 그 똘망똘망한 눈을 붉히며 굵은 눈물줄기를 뽑아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보나마나 김태형이 옆에서 쿠키를 달래고 있을 것이었다. 상상만 해도 귀여워지는데 민윤기는 그래도 애아빠라고 이마에 손을 올린 채 인상을 찌푸리고 수정 언니에게 온갖 저주를 내뿜고 있었다.
"하, 시발."
"쿠키예요?"
"정수정 내가 오늘 죽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정 누나 대박이었지."
"탄소 데려와 민윤기 이 미친 새끼야!!!!!!!"
"어쭈, 은근슬쩍 내 욕에 내 이름까지."
"에이."
집에 가면 쿠키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정신줄을 놓은 모습을 보여주면 애가 더 놀랄 것 같아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뺨도 쳐보고 허벅지도 꼬집는데 어느새 쿠키와 약속한 붕어빵을 사온 민윤기가 어 씨 추워. 하고는 몸을 부르르 떤다. 아직 셔츠에 피가 안 말랐나 보다, 하고 중얼거린 정호석이 아 맞다, 보스 셔츠 갈아입으셔야죠. 정국아, 내 가방 뒤져봐. 하고 말한다. 하지만 정호석이 말한 가방은 내 옆에 있었고, 나는 가방 여기 있어요! 하며 가방을 뒤적거려 셔츠를 찾아냈다. 더해서 다른 노란 서류도. 셔츠를 꺼내주며 이건 거래처 서류인가 봐요. 하고 물으니 전정국이 확 굳어진 얼굴로,
"보지 마."
"네?"
"보지 말라고."
"... 아 네."
근데 그 서류에 왜 내 코드 네임이 적혀있는 거죠? 하고 물어보려다 참았다. 그때 민윤기가 읊은 내 정보 적혀있는 서류겠지 뭐. 하고는 조용히 서류를 다시 넣어두었다. 차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저택 앞에 도착했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문을 열어 한 발자국을 들이밀었는데, 조그만, 멀리서 봐도 쿠키인 아기가 토도도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마망!
"우리 쿠키, 울었다며. 얼굴 보자. 어휴 눈이 빨개졌잖아. 내일 눈 퉁퉁 붓겠네, 진짜."
"마망... 갠차나?"
"응, 마망 괜찮아. 우리 쿠키 많이 놀랬어?"
"우응... 수정 누나가아..."
"야, 민쿠키 너 이리 안 와!?"
"시더!"
수정 언니가 쿠키를 잡으러 달려온다. 쿠키는 내 품에 더 안기며 마망 도망가! 하고 소리쳤고, 민윤기는 그 자리에서 굳어 너 아빤 안 보이냐. 하고 중얼거렸다. 쿠키는 파파 붕어빵! 하며 민윤기의 손에 달린 봉지를 가리켰고, 민윤기는 삐친 얼굴로 넌 먹지 마 임마. 한다. 진짜 유치하다. 민윤기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탁자에 앉아 다들 붕어빵을 하나씩 집어갈 때 제일 먼저 쿠키를 챙겼고, 현장을 뛴 전정국과 민윤기, 그리고 나는 조용히 쿠키가 먹는 걸 볼 뿐이었다. 더불어 거의 현장에 있던 김태형은 뻗었다. 하지만 곧 민윤기의 명령에 다시 일어나야 했다.
"아까 우리랑 거래한 조직, 신상 털어와 봐."
"전에 보여드렸잖아요."
"오늘 일 겪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다 구라잖아 그거."
"... 아흐아."
"분명 뒷배가 있어. 김탄소가 신입인 거 알았다고. 보안이 철저했는데."
"..."
"그건 맞네요, 알겠습니다. 뒷배 위주로 알아볼게요."
"아, 맞다 보스 그 여자 잡아오지 않으셨어요?"
"... 아 맞아. 같이 죽이려 했는데 갑자기 탄소가 잡히는 바람에. 어쩌실 거예요?"
"아까 보스가 남준이 형한테 무전 치던데. 다른 거 시켰나봐요."
- RM입니다, 보스... 그...
"뭐?"
그때 민윤기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방에 들어간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제일 가까이에 있던 정호석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이에요?"
"여자가 죽었거나, 도망쳤거나. 둘 중 하나."
"... 죽어요?"
"우리가 죽이진 않고, 지들이 혀 깨물고 죽을 때 있어."
"그럼 저 사람은 죽은 거예요...?"
"아직 확실한 건 모르지. 도망을 쳤으면 김남준이 찾아낼 거고, 죽었으면 뭐..."
"근데 어차피 그 남자놈 죽여서 여자도 죽여야 하잖아요."
"남자 죽었어?"
"아까 보스가 죽인 것 같던데요?"
"... 어, 아까 보스가 호텔방에서 죽이고 나왔어."
아까 민윤기에게 임무를 받고 다시 바닥에 누워 자는 듯 보이던 김태형이 일어나 붕어빵을 하나 입에 물며 대답했다. 그럼 아까 나한테 온 것도 그 남자를 죽이고 온 거였구나. 새삼 이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게 매우 쉬운 일인 것처럼 보여 소름이 돋았다. 정호석은 별로 중요한 일 아니라는 듯 붕어빵을 다시 한 입 베어 물다 오, 쿠키야 이거 반죽 잘 됐나봐, 맛있다. 먹어 봐. 하며 이미 양손 가득 붕어빵을 쥔 쿠키의 입에 붕어빵을 조금 떼어 넣어주었다. 쿠키는 받아먹고 냠냠거리며 어! 지짜 마시써! 하고 소리질렀고, 자리에 없는 민윤기와 김남준을 빼고 다 웃기 바빴다.
"김남준 복귀."
"뭐래요? 죽었대요?"
"아니, 도망."
"...? 큰일 아니에요?"
"아냐, 기절했을 때 다리에 위치 추적 칩 넣어놨대."
"오, 아팠겠다."
"소독 잘 해줬다니까 김태형 씨 걱정하지 마시고."
"안 궁금했는데, 알려주시니 감사하네요."
"죽는다."
민윤기는 갑자기 생각난 듯 아 맞아, 너 아까 이 씨발. 뭐? 애를 키우면 귀가 안 좋아져? 하며 김태형을 잡아 넘어뜨렸고, 김태형은 아! 보스! 하며 헤드락을 받아냈다. 쿠키는 익숙한 장면인 듯 으, 시러. 하며 내 품에 안겨 붕어빵을 먹기 바빴다. 그때 정호석이 내 옆에 슥 오며
"내일부턴 훈련 받기 시작할 거야."
"훈련이요?"
"총, 칼 뭐 그런 거. 서포트 하려면 운동은 기본이고 무기도 잘 다뤄야 해."
"아..."
"괜찮아, 손에 금방 익을 거야."
"..."
"좋아하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어."
민윤기는 덧붙여 네 쌤들. 하며 조직원들을 가리켰다. 김태형이 저는 내일 하루종일 뒷배 밝혀내야 해요~ 하며 살짝 빠져나갔고, 수정 언니는 쿠키! 이리 와! 자야 돼. 하며 잘 먹고 있는 쿠키를 데려갔다. 하지만 붕어빵 다 먹고 잘 거라며 결국 쿠키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다시 탁자에 돌아왔다. 쿠키를 다시 울렸단 이유로 수정 언니는 총을 담당하게 되었고, 박지민은 칼이면 자기라고 무조건 자기만 따라오라며 열정 가득한 소리를 해댔다.
*
오 망했당. 정말 노잼! 조직은 역시 무리였나요... 그래도 힘 닿는데까진 쓰겠슴미다. 애초부터 나 혼자 다 해먹을 거라고 시작한 글이기 때문에...! 그리고 암호닉 신청이랑 글에 댓글 진짜 너무 감동받았어요 막 쪽지가 오는데 와 여러분 사랑해요! 알러뷰! 사랑한다!
+ 아 그리고 암호닉 없으신 분들은 글에 쓰신 분들일 거예요! 아니면 비회원 분들이시거나! 제가 분명 4~6편에서 암호닉 글에 신청 해달라고 말씀 드렸어요! 암호닉 글에 썼는데도 없으시면 바로 댓글에 말씀해주세요~ 언제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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