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 UP
W.파괴본능
태주가 여주랑 단둘이 출장을 잡은건 다른 의도가 있었다. 여주는 그것을 알고있었고 한번쯤은 그의 장단에 놀아나줄 수 있었다.
"김...여주?"
낯선 곳에서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소리에 근원지로 눈을 돌리자 어떤 여자가 있었다. 모르는 여자. 아니, 아는 여자일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자인것은 분명하다. 여주는 모르는척 하기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여자가 다가와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너, 김여주 맞지?"
여자의 팔을 타고 시선을 내리자 손등에 있는 커다란 화상자국. 아, 여자를 기억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아는 여자다. 모르는척 해야한다.
"여주씨, 아는 분이세요?"
씨발. 여주가 여자를 모르는척 하기전 태주가 먼저 여주를 불렀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빨리 가요."
여주가 태주의 팔을 잡고 이끌려고했으나 여자는 잡은 여주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많이 변했다?"
"..."
"잘...사나 보네?"
여주를 위 아래로 훑어 보는 여자는 흡사 벌레를 보는것과 같았다. 그 눈빛에 정말로 벌레가 된듯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여자의 손을 뿌리치고 태주의 팔을 잡았다.
"빨리, 빨리가요."
태주의 발길을 재촉해 걸어가는 여주를 향해
"미친년"
여자가 하는 말은 여주의 귀에만 내려 꽂혔다. 태주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을 보내기에 태주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벌레 한마리가 있었다. 여주는 태주의 눈을 빤히 보다 이내 실소를 밷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태주는 알 길이 없었다.
여주는 일박이일이였던 출장을 몸이 안 좋다며 취소했다. 태주는 괜찮냐며 여주를 걱정하며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집에 도착하자 제 침대에 누워있는 승철이 보였다. 여주는 그모습을 빤히 보았다. 승철을 보자 더욱 그 여자가 떠올랐다.
"뭐해."
정신적으로 피곤함이 몰려와 벽에 기대있던 여주가 승철을 보자 다리에 힘이풀리는것 같았다. 여주가 안겨오는걸 거부하자, 팔목을 잡는 승철. 그 여자와 겹쳐 보인다. 그에 여주가 눈을 감자 들려오는 목소리.
"누나는 너무 많이 변했어요."
아, 이 아이는 무엇을 안다고 지껄이는 걸까. 여주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
"..."
" 모든게 기억 났을때 나를 떠나도 좋아."
이 말은 여주가 승철을 버리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는 승철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이상 여주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눈을 맞춘 승철의 눈동자속 또한 벌레가 서있었다.
*
"씨발년아"
미치광이 남자가 자고있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자고 있던 아이는 갑작스런 고통에 악! 하는 소리가 입밖으로 터져 나왔다. 남자는 그것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아이의 머리채를 높게 들어 눈을 맞췄다.
"너, 방금 소리냈냐?"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눈물을 참느라 터질듯이 붉은 눈망울로 고개를 세게 저었다. 그러나 벌써 남자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잡은 머리채를 놓치지 않게 한번더 힘을 준 뒤 그대로 지하실로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아무 소리도 내선 안된다. 그냥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어야 할뿐.
"술, 술가져와. 술 내놓으라고."
남자가 어느날 부터 술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구타가 없던것은 아니지만 술만 마시면 더해지는 남자의 폭력을 아이는 감당 할 수 없었다. 아이에게 남자의 폭력을 피할수있는 유일한 피난처는 학교였다.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남자를 피할수있는, 방공호였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셨지, 아이는 그 방공호 조차 편한곳이 되지는 못 했다.
"미친년, 더러워."
참을 수 있다.
"야, 너 니 아빠랑 빠구리 한다며?"
참을 수 있었다. 그냥 언어적인 폭력 따윈 아무것도 아니였다. 여기 있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욕을 한다거나 책을 숨긴다거나 낙서가 전부였다. 아이에게 그런것은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했다. 이런 자신을 조롱하는 말을 듣는다고 해도 아이의 숨통은 트였다.
어느날이였다. 학교를 마치고 아이가 미치광이가 있는 암흑 같은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려 신발코을 땅에 툭툭 치며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나, 뭐해?"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네살? 다섯살? 남짓해 보이는 꼬마 아이였다.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보는게 아이는 사뭇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과는 다르게 깨끗하고 순수한 그모습이 너무 이뻤다.
"너, 이쁘다."
"이쁜게 아니라, 멋진거에요."
그날이 꼬마와의 첫 만남이였다.
"야, 걸레야."
아이를 부르는 소리. 아이는 그 누구에게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누가 자기를 부르든 대답 해주지 않았다. 아이를 부른 남자애가 오기가 생겼는지 아이의 교복치마를 들췄다. 눈에 들어오는 아이의 흰 허벅지의 남자애가 침을 한번 크게 삼켰다.
"너, 니 아빠랑도 잤다며. 나랑도 하자."
아이가 남자애를 보다 눈을 돌렸다.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을 읽어낸 남자애가 눈을 부라리며 아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무섭지 않다. 머리가 뽑힐것 같은 고통도 아니였다. 이 남자애는 아이를 처음 건드는 것이였다. 반 아이들이 왜 아이에게 손을 못대는지 이유를 몰랐기에 가능한 것이였다. 머리를 잡힌 아이가 필통에서 컴퍼스 하나를 꺼내 그대로 자신의 머리채를 잡은 남자애의 손등을 찍었다. 옆반아이가 와서 아이의 머리채를 잡자 조마조마하게 보던 반아이들은 눈을 감았다. 그럴줄알았다는 눈빛이였다. 이것이 이유였다. 반아이들이 아이에게 온갖 괴롭힘을 주어도 손은 대지 못한 이유. 남자애의 손등에서 피가 흘러 바닥을 젹셨다. 아이는 고함 소리를 들으며 책상위에 엎어져 잠을 청했다.
"안녕 꼬마."
"누나!"
꼬마가 아이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며 아이에게 다가왔다. 꼬마는 아이가 학교를 마친 후 골목길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면 볼 수 있었다. 아이는 매일 꼬마를 기다렸다. 그럼 꼬마는 한결같이 이쁜 미소로 아이를 맞아주었다. 아이는 꼬마에게 항상 이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말을 들을때마다 꼬마는 볼을 부풀리며 뾰루퉁한 표정을 만들었다. 진짜 기분이 나쁜것은 아닌것 같았다.
"누나, 전 이쁜거 말고 멋진게 좋아요."
"그래도 넌 이쁜걸."
"이쁜건 누나가 해요, 누나가 더 이뻐요."
"나? 내가 이쁘다고?"
"네, 누나는 이뻐요."
그날따라 남자의 손이 더 거셌고 거칠었다. 바닥에 술병이 널부러져 있는것을 보아 남자가 모두 마신게 분명했다. 비가 거세게 왔고 그때문인지 남자의 술병이 더욱 빠르게 비워졌다. 몇 병을 마셨는지 셀 수 없었다. 그 많은 병들이 다 비워지자 마자 남자는 아이를 찾았다.
아이야, 어딨니. 꼭꼭 숨어야해, 머리카락이 보이면 너를 죽일거야.
아이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벌벌 떨었다.
쾅쾅쾅. 문을 두들기는 소리와함께 아이의 심장이 한번 쾅 하고 크게 뛰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발이 닳아지도록 빌었다. 죄송해요, 잘못했요. 아이는 잘못한게 없는데 말이다.
파직- 손잡이가 부서진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숨이 멎었고 눈에서 뜨듯한것이흘러 아이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눈을 깜박일 시간도 주지 않고 남자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았다.
"이년이, 뒤져야 정신 차리지?"
남자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의 눈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휘어잡은채로 집밖으로 끌고 나왔다. 거센비가 바닥에 고여 발목까지 튀어올랐다. 비가 세차게 아이의 몸을 아프게 때렸다. 옷이 젖어 아이의 몸에 쩍 달라 붙어 아이의 움직임을 막았다. 끌려가는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아이를 쳐다봐주지 않았다. 우산을 굳게 쥐고 땅에 떨어지는 빗물을 보며 아이의 시선을 피했다. 중간 중간 아이의 뺨을 내려치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나왔다. 퉁퉁 부은 얼굴로 빗물과 눈물이 가득 섞여 침을 흘리는 아이의 모습은 처참했다. 남자의 걸음이 멈췄다. 한없이 끌려다니던 아이가 걸음을 멈춘 남자에 어디인지 학인하려 했으나 부은 눈과 거센비가 아이의 시야를 가렸다. 남자의 손이 아이의 머리채에서 벗어났다. 아이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때 몸이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허공에 몸이 뜨는 느낌이 들어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손을뻗었으나 잡히는것 또한 허공이였다.
풍덩, 물에 빠지는 느낌과 허우적 거리는 자신의 행동에서야 아이는 남자가 멈춘곳이 집근처 강변이라는것을 깨달았다. 누가 그랬던가, 죽을때 자신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주르륵 스쳐간다고. 아이의 일생은 남자의 손아귀에서 남자의 발길질과 손질을 받은 기억밖에 없던가. 아, 꼬마야. 안녕? 너도있었구나. 안지 얼마 안된 꼬마가 아이의 기억에 있었다. 꼬마의 기억은 차가운 강물속에서 따뜻했고, 어두운 강물속에서 밝았다. 죽기 직전까지 꼬마는 아이를 보며 웃고있었다. 참, 이쁘구나
아이가 눈을 떴을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건 하얀 천장이였다. 자신이 잠들고 잠이 깨는곳은 하얀 천장이 아니다. 아이가 주위를 들러보았다.
"드디어 일어났구나."
왠 중년의 남자였다. 뿐만 아니라 젊은 남자도 있었다.
"최형사, 의사좀 불러와."
그의 말에 젊은 남자가 병실을 나갔다. 둘만 남겨진 공간에서 정적이 둘을 감쌌다.
"궁금한 사람이 있니?"
정적을깬 그의 말을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입을 열었다.
"너희 아버지."
아, 아이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었어."
이어지는 그의 말에 아이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는 아이의 모습에 입을 한번 다물더니 한마디를 더 이었다.
"수감 되셨다."
아이는 가만히 그를 보다 팔에 꽂힌 주사 바늘을 뽑았다. 한번에 뜯어서인지 아이의 팔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의 행동을 지켜볼뿐 아이를 말리지 않았다.
"어디 가니?"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아이가 침대에서 내려가자 때마침 의사가 들어왔고 아이는 의사를 지나쳤다. 의사가 당황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아이의 어깨를 잡았고 아이는 의사의 손을 쳐냈다.
"건들지마."
뒤에서 허허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보내주세요."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아이의 귀에서 멀어졌다.
병원을 나온 아이는 뛰었다. 복원복을 입고 미친듯이 뛰는 아이를 이상하게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으나 아이는 그런 시선 따윈 전혀 개의치않았다. 신발을 신지 않아 발바닥에 돌맹이가 박혔으나 아이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의 기억 마지막에 있던 꼬마, 그 꼬마를 만나고싶었다.
"누나...?"
아이가 숨을 고르며 골목길로 들어서자 놀란 눈을 한 꼬마가 있었다.
"어디 아파요?"
아이의 병원복을 보며 꼬마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왜 여기있었어?"
"누나가, 매일 있었는데 이제 안보여서, 누나가 걱정돼서."
자신을 손을 꼼지락 거리며 말을 이어가는 꼬마는 여전히 작았다. 꼬마는 아이의 기억 마지막의 모습에서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걱정...?"
"응, 걱정. 우리엄마가 이런 느낌은 걱정이라는거랬어요."
걱정이란 그단어 하나에 아이는 깡깡 하고 깡통이 구르는듯 덜그럭 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금세 가슴은 달아올랐고 뜨거워졌다. 처음 듣는 말이였다. 아이의 눈이 뜨거워져 눈을 벅벅 문질렀다. 그러자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울음. 아이는 우는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우는지 모른채 우는 아이의 목에서 목내벽을 긁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울때 어떤 소리를 내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였다. 꼬마가 우는 아이에 걱정스레 물었다.
"누나, 많이 아파요?"
꼬마는 아직 아이가 우는 이유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꼬마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이가 아파 보였다. 어른들이 지신이 울면 해주듯이 꼬마는 아이의 등을 톡톡 다독여주었다.
아이는 처음 위로를 받았다.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어린 꼬마아이에게.
꼬마야, 누나 안 괜찮아.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
그 말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가려졌다.
파괴본능 |
많이 늦었죠...그 이유는 제가 쓰차를 거하게 먹었기 때문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어요ㅜㅜㅜ오랜만이라고 저 잊은거 아니죠? 이번편은 과거 회상이에요 이제 여주과거고 좀 나중에 승철이 과거도 있답니다. 아직 풀어야 할것이 넘나 많이 남았네요ㅠㅠㅠㅠㅠ 아!!그리고 저 독방에서 제글 추천봤어요ㅠㅠㅠㅠㅠㅠ너무 감동받아서 그거 사진도 찍었어요..(부끄부끄) 더욱 재밌는 글로 보답할께요!!사랑해요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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