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병원 : 08
w. Shelter
다음 날.
찬열과 백현은 병원 인생 처음으로 지각이라는 오점을 남겨야만 했다.
"죽여버려."
"아, 진짜. 아!!"
- 때는 자정이 지난 새벽 1시, 즉흥적인 백현의 제안에 종인을 포함한 세 사람은 어제 늦은 저녁 예정대로 클럽에 가게 되었다. 오로지 처음, 서로의 눈치를 보며 머쓱하게 웃
다가도, 시간이 흐르자 음악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점점 광적으로 열광하던 그들은 오랜만에 뒤늦은 청춘을 즐겼다. 장기자랑 대회 준비는 저 멀리 북한강까지 물건너간듯 했
다.
"아.. 좀 신나네."
"어우, 조금이 아닌데."
"오늘만 눈치 보지 말고..?"
"그럼. 왕년을 떠올려라."
찬열은 한껏 취해 허우적 거렸고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고 혀를 차면서도 개구지게 웃으며 맛있는 과일주를 쉴새없이 들이켰다. 이미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셨기에 눈앞에 누가
있는지 확실히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손에는 캔을 들고 현란하게 스텝을 밟던 백현과 찬열이 중심 스테이지로 가 봉 잡고 춤을 출 기세였다. 하지만 조금은 제정신이였던
찬열이 그를 말리며 제어했고 백현은 아쉽다는듯이 장난스레 웃었다.
종인은 멀뚱히 앉아 박수만 치다가 백현의 주도하에 과일주 한모금을 마시곤 맛이 없다며 인상을 찡그리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술을 했다. 그가 종인의 등을 툭 치며 다음에
멀쩡한 상태로 축구 한 판 하자며 장난을 걸었고, 찬열도 그 사이에 끼어 종인의 팔짱을 잡으며 꼭 축구회에 들어오라고 강요했었다.
"운동 좋아할것 같은데! 잘 됐네!"
"다 잘해~ 다~ 우리 종인이는! 다 잘해~"
"같이 축구 해봤냐!~"
"아니! 안해봤지.. 근데! 다 잘하는것 같아 우리 종인이는~ 그렇지?"
백현은 종인을 옆에 앉혀두고 술에취한 내내 친형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우리 종인이' 를 연발했다.
'종인씨.' 또는 '종인후배.' 라고만 부르던 처음보는 백현의 취한 모습에 종인은 어리둥절해 그저 웃었고, 그들은 오랜만에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꽤 긴 시간동안 즐거운 일탈
을 가졌다.
마시고, 춤추고. 그 어느 누가 봐도 퇴근후 스트레스를 풀러 온 아저씨들같이 보였을 그들은 주변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재밌는 무도
회장에서 벗어나 헤어질 찰나였다. 백현이 어리광을 부리며 찬열의 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는데, 어쩔수 없던것이 백현이 음주를 한 탓에 차를 운전할수가 없었고, 그 곳에서
제일 가까운 장소에 자택이 있던게 찬열이었음이 두번째 이유였다. 어차피 같은 병동에서 근무하는 그들이였기에 찬열은 딱히 부담을 갖지는 않았다.
그렇게 둘은 찬열의 집에 가는 내내에도 길거리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나가는 길고양이가 그들을 보고 흠칫해 도망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고 찬열이 먼저 앞장서서 들어가자 은근히 좋은 향기가 퍼져나왔다. 백현은 만족스러운듯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찬열의 등을 퍽퍽 쳤다. 답지않게 집 좋다!
"야. 입고 잘 옷 없냐. 옷.."
"그냥 그러고 자.."
"매너 더럽게 없네! 입고 잘 바지라도 줘.."
"네가 알아서 찾아 입던가..."
찬열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지를 찾는 백현이였다. 찬열은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지 침대 위로 몸을 헤딩했고 정말 얼마지나지 않아 그대로 깊히 잠들어버렸다. 백현이 그런
찬열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두르고 있던 넥타이를 사정없이 집어 던진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바닥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세상모르게 깊게 잠에 빠졌다.
곤히 잠을 자는 그들의 머리 위로는 달이 지나 서서히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했고, 마침내 뜨거운 햇볕을 내리쬐주고 있었다.
꿀잠을 자던 백현이 꿈속에서 무언가 환영을 본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문득 잠에서 깨어 머리카락을 헤집고 자신만 알아들을 소리로 웅얼거렸다.
"아..속쓰려..."
그가 배를 부여잡고 목을 긁으며 눈을 떴다. 아직도 꿈속인지, 낯선 천장의 모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눈을 좌우로 굴리니 제 집에는 없는 처음 보는 가구들이 마구 줄지
어 서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회색빛 부드러운 마루가 제 등밑에 깔려있었고 동시에 방바닥을 슥 둘러보았는데 남성용 속옷으로 추정되는 천쪼가리들과 벨트들이 사정없이 굴러다니는게 보였다.
"...뭐지? 내꺼 속옷 아닌데..."
분명 사내의 속옷이 분명하다. 널려있는 옷들을 보자 무언가 음산한 기운을 느낀 백현이, 누운채로 고개만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하체를 바라보았다. 다행인지 뭔지 그는 멀쩡
히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제 자신은 여자들과 놀지 않고 정말 단순히 춤만 추다 온걸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렇다 할 사건은 없었을텐데.
아니, 그럼 저것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
"......"
그보다. 왜 내 옆에 박찬열같은 사람이 누워있는거지?
".........으아!!!!!!!!!!!!!!"
"......"
"박..박찬열!!!!!!!!!"
"..왜! 왜!!!!!!!!"
바닥에 정신없이 널려진 남의 속옷을 본 백현은, 그제서야 자신의 집이 아님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잡고는 명화 '절규'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백현을 따라 뜬금없이 일어난 찬열이 잠결에 훌렁 일어나 주변에 떨어져있는 리모콘을 들고 '누구야!! 누구!!' 하면서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는 바지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다 저 머저리를 보니 본인이 생각한 그런 음란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낸것 같진 않아 잠시 안심하다가, 이내 얼굴을 싸매며 우는 소리로 말
했다.
"....아...망했어..!!!"
"누구야!! 누가 우리집에!!"
".....야!!!! 이 멍청아!!!"
"어?!!"
"지금.. 지금 몇 시야...?"
"지금?!"
찬열이 리모콘을 흔들거리며 다리를 휘청이다, 왜 네가 여기 있어? 라고 물었다.
"네가 데리고 왔나보지!!!"
"......."
창가는 이미 햇살이 밝다 못해 뜨거웠다. 머리맡이 살짝 덥긴 했다만, 설마 벌써 일어날 시간일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무언가 소름돋는 기분에 찬열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흰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간은, 안타깝게도 오전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
"아, 변백현 진짜!!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신난다고 따라올땐 언제고. 나한테 화내지마 머리 아프니까.."
"내가 언제 신난다고 따라갔어 네가 나랑 종인씨를 억지로 끌고 간거지!"
"아우..머리야. 알았어! 이제 그만해! 그만.."
그 뒤로 급한대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출동하던 그들이였다. 가는 길 내내 그들은 말다툼을 멈추지 않았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몇 십통이 걸려와 있었다. 그들은
속이 무척이나 쓰렸지만, 조만간 마음이 더 쓰려올 기세였다.
"과장한테 뭐라고 해야되냐.."
"사직서 낼까.."
"멍청아.. 멍청아.."
백현은 오늘만큼 찬열이 자신에게 멍청이라고 하는걸 욕하며 말리지 않았다.
"나는 멍청이가 맞아.."
"......."
"내가 뭘 한다고 네놈 집에서 외박을..."
찬열이 백현을 위아래로 훑다가 이내 짜증이 난다는듯 미간을 부여잡으며 한탄을 내뱉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며 욕 아닌 욕을 내뱉었고 백현은 쓰린 속을 부여잡
으며 입을 손으로 막았다.
"올라오냐..?"
"내가 직접... 운전하는 차 아니면.. 욱.. 멀미를 좀.. 해서.."
"그러게..어제 곱게 퇴근했으면!"
"네가 그놈의 춤!! 춤!!! 춤으로!!! 매일 내 핸드폰 방전시키고 그러니까!!!!! 어!!?!"
"아. 음, 그건, 야. 음. 흠. 아, 머리야. 아!"
택시기사가 백미러로 그들을 흘겨보았다. 눈빛을 느낀 두 사람은 입모양으로 '너 진짜 나가서 보자' , '나야말로!' 등의 대화를 복화술로 해냈다.
그러다 찬열은, 문득 옆 자리가 살짝 허전함을 느꼈다.
"야 변백현."
"왜."
"근데 너네 후배말이야. 어디있냐?"
"어?"
"종인씨 어딨냐고. 설마 어제 혼자 떼어놓고 왔냐!? 전화해봐야 하는거 아니야?"
".....어? 그러게?"
어제.. 분명히 빠이빠이 하고 손인사 한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 백현이였다. 그래, 내가 내 발로 박찬열 집에 기어들어간건 사실이지만.. 그 뒤에 종인씨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
겠다.
백현은 급히 핸드폰을 들어 메세지톡에 들어갔다. 김간, 이간, 박간, 그리고 보기만 해도 골치 아픈 과장이 보낸 문자들이 초자연적인 숫자들로 떠있었다. 그런데 그중에는 종
인의 이름으로 온문자는 단 한통도 없었다. 백현이 그제서야 종인이 떠오르고 소록소록 걱정이 피어올라 전화를 걸었다.
"아씨. 안받아."
"뭐? 야, 종인씨도 지금 집에서 자고 있는거 아니야!?"
"그럴 사람은 아닌데.. 아이씨. 아! 아이씨!"
제 몸을 챙기지 못한건 백현 자신의 잘못이 분명했다. 그리고 후배인 종인을 챙기지 못한것 또한 백현의 잘못이였다. 어제 박찬열 집에 들어가서 종인씨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 사살을 했었어야 했는데!, 뒤늦게 탄성을 내질렀지만 이미 택시는 병원의 앞까지 와있는 상태였다.
"일단, 일단 내려. 너 박찬열 너 이따가. 이따가 봐!"
"누가 할소리! 종인씨나 찾아내 이 범죄자야!!"
"범죄자라니 야!!"
찬열이 백현에게 메롱- 하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폴짝폴짝 뛰어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청년!! 택시비요!"
"아. 예!"
택시비의 몫도 내 몫이 되버렸다. 박찬열 진짜 저걸.. 아오..!!!
-
백현이 눈치를 보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과장에게는 이미 전화로 한소리 들은 상태였기에 조금은 가뿐히 과장실에 들어갈수 있었다. 잔뜩 말을 듣고 나온 백현이 네모난 가
방을 두 손으로 들고 어깨를 구부리며 자신의 사무실로 총총총 걸어갔다. 일단 퇴직의 위기는 모면했다. 그가 조금 안정된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열어 제꼈다.
"선배님."
"아이고!! 깜짝이야!"
사무실 문 앞에 바로 서있던, 백현이 그토록 찾던 종인이였다. 종인은 여유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백현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그가 무척이나 놀람과 동시에 종인을 껴
안을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여유롭고 깔끔한 모습에 백현은 잠시 당황했다.
"...늦게 일어날줄 알았으면 제가 깨워드릴걸 그랬나봐요."
"머,먼저 왔어요? 언제..?"
"7시요."
"아..."
"......"
"연락좀 하지!! 그리고 내 전화는 왜 안받았어요!"
"아, 밧데리 충전 시키고 있었거든요."
"그래도..먼저 왔다고는 말해주지.."
백현은 후배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창피한듯 시선을 떨구며 '에이씨, 에이씨' 를 연발했다.
에, 선배님 머리에 까치집 졌대요. 종인이 웃었다.
"어제..찬열씨 집에서 잘 주무셨어요?"
"아. 어제.. 어...네.."
"풉.."
백현이 뒷목을 긁으며 억지 웃음을 짓자 종인이 따라 웃었다. 하지만, 뭐지? 들려오는 저 비웃음은..
"어제 바로 주무셨어요? 많이 피곤하셨죠."
"네.. 조금..뭐.."
"찬열씨랑 사이좋게 잤어요?"
"아!! 그 놈 얘기는 하지도 마요 진짜."
"왜요?"
"이제 걔랑 나는 원수야, 원수."
"어제 사이 좋아보이시던데요, 왜. 집에서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보면 몰라요! 늦었잖아.. 걔가 날 꼬셔서 데려간거야. 분명해."
"그래요? 그러셨대요?"
하지만 모든걸 다 알고 있는 종인이였다. 자꾸 입술 사이로 미소가 비집고 나오려는걸 참고 있는 종인을 백현이 보자 뭔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몸을 사려야했다.
"역시 박찬열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
"풉.."
"아니 아까부터 왜 웃어 이 사람이? 내가 늦은게 그렇게 즐겁나!"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그럼 저는요?"
"뭐요?"
"우리 종인이~ 는요?"
"..약 했어요? 왜그래?"
"저요. 약 안했어요. 선배님의 종인이인데... 풉."
그렇다. 종인은 백현을 놀릴 심산이였던 것이다. 백현이 눈을 크게 뜨며 '술은 한잔밖에 안마셨으면서 나보다 더 취했나. 뭐라는거야.' 하며 무시하고 그를 지나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종인의 목소리에 백현은 우두커니 자리에 설수밖에 없었다.
"우리 종인이~ 다음에 같이 축구 해에~"
"......."
"이러셨잖아요. 선배님이."
종인은 그 말만을 마치고 터지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백현을 위해 자리를 떠나주었다. 아, 그의 넥타이를 제대로 잘 메주는것을 잊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백현은, 주마등처럼 어제 일이 스쳐지나가면서 종인의 방금 그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그랬구나."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자 백현은 딱, 죽고싶은 심정이였다.
비슷한 시각,
점심시간을 간단히 토스트로 떼우던 루한은 병원 밖 벤치를 한바퀴 거닐었다. 한국의 날씨는 정말로 좋은것 같았다. 이맘때쯤이면 홍콩은 비가 많이 내릴 시기인데, 한국의 우
기는 이제 다 지나간듯 보였다. 이제 가을이라고 하던데.. 한국의 가을은 어떻게 아름답게 물들지도 궁금했다.
지내보니 정말로 좋은 곳인것 같았다. 한국말이 아직 서툰 부분이 있어서 한글로 된 어려운 의학용어는 조금씩 더 공부 해야 하지만 루한에게 그것들은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
였다. 병원에서 함께 마주치는 의료진들도 루한을 차별하거나 쉽사리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인 특유의 정(情)으로 더 다가와 루한을 감싸주었다.
아직 특이점이 있다면, 그는 머물곳을 아직 찾지 못해 병원에서 묵고 있었는데 이제 곧 외국인 신분증과 서류등을 준비해 루한은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집을 마련해 완벽히 이
사할 예정이였다. 대충 부동산에서는 두 군데 정도를 골라놓은 상태였고, 종대와 함께 가서 집을 볼 생각이였지만 은근히 둘의 개인업무가 공동 스케줄이 아니면 잘 맞지 않게
되자 루한은 혼자서 집을 보러 찾아다녀야 했다. 어느새 오늘이였다.
루한이 조금 식은 토스트를 입에 물고 뒷짐을 지었다. 그러다 목이 말랐는지 주머니에 움푹하게 들어있던 바나나우유를 꺼내 마셨다.
"....어?"
토스트의 고소한 향기가 전방으로 퍼진 탓인지, 어느새 루한의 옆에는 주인이 없어보이는 고양이 한마리가 와있었다. 루한이 빤히 고양이를 구경하다, 자신이 들고 있던 토스
트를 한 번 쳐다보았다. 혹시 배가 고픈걸까.
"이거 먹을래?"
루한이 바나나우유를 잠시 벤치위에 올려두었다. 고양이의 눈빛이 루한을 향하고 있자 루한은 그게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다 그는 아주 조심스레 벤치 위에 앉았다.
그러자 고양이가 루한의 옆으로 펄쩍 뛰어 올라와 함께 앉았다. 루한은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환하게 웃으며, 토스트의 조각을 떼어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잘먹네."
그리고 고양이가 바로 받아먹으며 루한의 손까지 핥았다. 조금 까칠한 고양이 혓바닥의 느낌에 루한이 조금 놀라 손을 떼었고, 고양이는 더 달라는듯 앞발을 들어올려 루한의
손목을 잡았다. 루한은 고양이에게 토스트를 계속해서 떼어 주었고, 어느새 한 입거리만 남아있는 정도가 되었다. 루한이 싱긋 웃고는 그것을 마저 고양이에게 주려 하자, 고
양이가 그것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벤치 밑으로 또 다시 폴짝 뛰어 내렸다.
"이거 줄...."
고양이는 원하는건 다 얻었다는듯이 뒤도 보지 않고 빠른 걸음걸이로 나무 사이로 들어가 모습을 숨겼다. 루한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멀어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은 한 조각의 토스트를 한 입에 넣었다.
그러다 그는 무슨 이유였는지 몰라도 갑자기 어제 만난 민석을 떠올렸다.
"고양이 눈매.."
루한은 어제 민석을 보내고 난 뒤를 생각했다. 무심코 도와준거지만, 집에는 잘 들어간걸까. 혹시나 그 정체 불명의 남자가 다시 한 번 그 남자에게 해코지는 하지 않았을까.
사실 간밤에도 여러번 뒤척이던 루한이였다.
아직까지 루한에게 맡겨진 환자는 없었다. 그리고 이 곳의 환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였다. 그래서 루한은, 비로소 의사
가 아닌 인간으로써의 기본적인 일상적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줄곧 민석의 생각은 한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그 남자 생각을 하느라 시간 날때마다 걱정을 하긴 했다.
하지만 떠들썩한 이야기는 딱히 없는걸 보니 루한은 제가 괜한 걱정을 한것같기도 했다. 앞으로 언제 또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안전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
어느새 들어가봐야 할 시간이 된 루한이 바나나 우유를 단숨에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오늘 조기퇴근을 한 뒤, 예정대로 집을 보러갈 생각이였다.
오후 6시.
종대에게 먼저 퇴근하겠다고 연락을 한 루한이 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택시를 잡아 미리 만나기로 한 중개사와 전화를 마친 뒤 그가 골라놓은 집 중 첫번째 집에서 만
나게 되었다.
조금 오랫동안 택시안에 머물던 루한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 아저씨께 인사하며 차에서 내렸고, 먼저 와있던 중개사가 에이포용지와 볼펜, 그리고 한 손에는 카메라와 지
도를 들고 집주위를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오셨습니까!"
"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친절한 남자의 말에 루한이 가볍게 웃었다.
"일단 루한씨가 봐두신 두 집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신겁니다. 한국에서 이만한 땅값으로 그런 집 찾기는 어렵거든요."
"좋은것 같았어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기도 하구요."
"보는 눈이 있으신것 같다니까."
그가 루한에게 길을 안내했고, 루한은 남자의 뒤를 따랐다.
루한이 고른 첫번째 집은 단독 연립이였는데, 새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값은 좀 나갔다. 하지만 구축 년도와 대비해서는 나름 싼 편이였고, 루한은 처음부터 이 곳
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든다는듯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 단독 연립의 모든 호실은 전부 26에서 29평. 남자 혼자 살기에는 너무도 넓은 집이지만,
루한은 집에 책장을 많이 둬야 했기 때문에 약간 부족한 평수를 조금 고민해보기로 했다.
"연립이지만 집이 무척이나 넓은 편이에요. 혼자 사시는거죠?"
"네."
"혼자 살기에 조금, 너무 큰 감도 있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 애인 생기고, 결혼해서 같이 살다 보면 아주 충분히. 좋은 신혼집이 될수도 있을겁니다."
"아..."
루한의 인생의 절반은 환자였기 때문에 결혼계획은 사실 생각도 못했다. 그나마 최근들어서 나름 생각한 타인이 민석이라는 남자랄까. 희미하게 웃는 루한을 본 중개사가 그
를 부엌으로 이끌며 소개를 계속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부엌도 넓은게 제법 루한의 마음에 쏙 들었다. 홍콩에서는 43평의 집에서 살던 그였지만, 그렇게까지 넓을 필요는 없고 넓이도 딱 좋고 전망도 괜찮은 곳
임이 틀림없었다. 루한이 무언가 생각한듯 중개사에게 말했다.
"일단, 두번째로 봐둔 집을 한 번만 더 보고 생각할게요. 여기는 지금만으로도 무척 마음에 들거든요."
"예. 그러세요. 더 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신설건물이라 제가 자세히 보지 않아도 흠이 없을거라 믿어요."
"그럼요. 그럼 지금 바로 제 차 타고 이동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할게요. 가까운 거리에 있나요?"
"10분이면 충분히 갑니다."
루한은 맘에드는 집을 뒤로 한채, 거실의 벽을 한 번 훑으며 그 곳을 나섰다. 그리고 문을 나서고서 집 안의 내부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깔끔하고, 아직 입주한 사람들도 많
지 않고. 병원과도 먼 거리가 아니여서 여러가지로 좋았다고 말이다.
남자의 차에 올라타 이동하는중, 마침 종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루한. 어때? 잘 하고 있어?
"엄청 맘에 들어. 일단 연립 먼저 봤는데, 꽤 괜찮은것 같아."
- 그럼 다행이고. 나 없이 어떻게 돌아다니나 걱정되서 전화해봤어.
"빨리도 전화한다."
- 에이, 섭섭해? 설마 삐진건 아니지?
"삐졌는데?"
- 루한.
"진짠데."
- 루한! 집들이할때 뭐 갖고 싶은데? 말만해. 냉장고, 티비, 컴퓨터. 이런건 빼고 들어줄수 있어.
"그 세개가 갖고 싶다면?"
- 아.. 오바야.
루한은 내심 즐거웠다. 종대가 장난으로 루한의 쓸쓸함을 달래주려 하자 루한도 똑같이 장난으로 되받아쳤다. 어느새 차는 루한의 두번째 집 앞으로 다다랐다. 루한은 종대에
게 조금 있다 전화하겠다며 통화를 끊었고, 가방을 챙기고 읏차- 하며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리자 마자 주택가가 펼쳐졌고, 밖에서 보기만 해도 넓었다. 첫번째 집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역시 전망도 좋았다.
"단독 연립, 단독 저택. 어느곳이 좀 더 루한씨는 맘에 드시는지 모르겠는데.. 아까 그 집보다 이곳이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아서 소음이 덜하다
는거에요. 보다시피 마당도 어느정도 있고 루한씨 집은 2층 집이여서 2층은 다용도 방으로 쓸 수 있구요."
"소음이 적다라.. 평수가 어떻게 된다고 했죠?"
"36평입니다. 1층, 2층 둘 다요."
"넓네요.."
"안에 들어가보시면, 미리 디자인이 되어있어서 도배에는 신경 안쓰셔도 될겁니다."
이쪽 주택가도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였다. 게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모던한 은색 빛깔로 꾸며진 집이 마치 카페같았다. 루한은 이런 분위기를 몹시 좋아했다. 하
얀 배경과 깔끔한 소품들이 이미 루한을 반기고 있었다. 집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같기도 했다.
"아주 깔끔하죠?"
"테마 호텔같네요. 어떻게 이렇게 되어있는거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디자인에 신경을 쓰다보니 처음부터 지어질때 안의 테마나 커버까지 다 디자인해서 만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이곳도,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
입니다. 40대 중반까지는 많이 찾는 곳이죠."
"아..."
"그런데 값이 조금 있다보니.."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하얀 대리석 계단이였다. 지금 당장 이사를 와도 손색없을듯한 모양의 내부에 루한은 슬슬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가보니 1층만치 넓은
것이, 이 곳에 책장을 놔두어도 손색 없겠다고 생각했다. 루한이 잠시 손가락을 입에 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둘 다 놓치기 싫으실겁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이 집을 추천드리고 싶은데. 루한씨랑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경이군요."
"아, 감사합니다."
"엄청 깨끗한 분위기가 나거든요."
중개사가 말을 마치고 다시 집안 구조와 장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루한은 주의깊게 들으며 못알아듣는 단어는 재차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루한이 고른 두 집의 방문이 끝나고, 주택에서 빠져나온 루한이 중개사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빠른 시간안에 연락 드릴게요."
"천천히 생각해보셔도 좋습니다. 우선 정해지면, 서류 포함해서 저희 부동산으로 와주시면 될 듯 합니다. 미리 톡으로 연락 주셔도 되구요."
"네."
"그럼,"
남자가 말을 마치고 인사했다. 루한이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서 중개사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2층집의 전망을 카메라에 살짝 담아보았다.
"좋네... 한국 건물은 다 좋다."
루한이 종대에게 사진을 찍어 메세지를 보내려 했다. 열심히 자판을 치고 있는데, 아직 이 주택가도 한 명도 입주하지 않았다고 하는 루한이 서있는 집의 옆 집에서 무언가 낑
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소리 나는 곳으로 살짝 뒷걸음질을 치고 그 곳을 고개만 빼어 바라보자, 어느 사람의 엉덩이가 보였다. 자세히 말하면.. 비교적
조금 작은 엉덩이였다.
"이건.. 왜.. 이렇게.. 무겁고 난리..야!"
언젠가 본 듯한 차였다.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모든 문을 전부 열어놓고서는 누군가가 안에서 무거운것들을 나르고 있는것 같았다. 새로 입주하는 사람인가? 여전히 엉덩이
는 쭉 빼고 있었다. 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잘못하다가는 낯선 사람임에 놀라서 짐을 놓치게되면 허리에 금이 갈수도 있다.
"아. 힘들다.."
가벼운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체구 작은 한 남자가 무거운것을 드디어 땅에 내려놓더니 허리에 손을 척, 하고 얹었다. 그리고 땀이 흐르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는듯 했다. 이내 바람막이를 벗자 매끈한 어깨가 보이는 검정 나시를 입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와 그닥 멀지않은 거리를 유지하던 루한은, 갑작스레 남자의 어깨가 드러나게 되자 고개를 휙 돌려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도 저 남자의 뒷모습이 왠지 익숙한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디서 많이 봤단 말이지.
계속해서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한은, 무언가 감을 잡았다는듯 주먹을 잠시 쥐고 '아.' 하고 작은 탄성을 뱉었다. 혹시나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을까 싶어 낮에 본 고양이
처럼 살며시 걸어 그에게 다가갔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아주 소리없는 걸음으로.
남자는 여전히 덥다며 손부채질을 하는 중이였다. 땀에 젖은 어깨가 살짝 번들거렸다.
다가갈수록 쫑알거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아주 선명했다.
"지금 해놔야 조금 더 수월하겠지?"
어제.. 나한테 안겼을때도 저런 목소리였지, 아마.
"이거는... 2층에 놔두고.. 이거는... 음. 아, 다시 넣어놔야겠다. 배치를 못하겠네."
아, 진짜로 어제 그 남자구나.
루한이 미미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의 바로 뒤에 섰다. 그리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주머니에 손을 빼지 않고 말했다.
"이사하시나봐요."
"......"
민석이 땀을 닦던 손을 멈추고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려 제 뒤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 원래 잘 놀라기도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예상 못한 사람을 이상한 시점에 만났기 때문이였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차분한 루한의 모습에 민석은 입을 급히 다물고 손가락을 들어올려 루한을 가르켰다.
"어, 어...?"
"나, 기억나요?"
"에..에!.."
"...김민석씨."
루한은 민석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곳에서 만날줄 몰랐던 민석은, 그리고 제 이름을 불러버리는 그 당당함에 당황하여 또다시 어버버거렸다. 와중에도 민석
은 자신을 타박했다. 맨날 만나기만하면 이렇게 말을 못하는것 같다니까!! 조금 늦었지만 그냥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자.
"아..안녕하세요...!"
하지만 정말 어색한 인사였다. 미간은 잔뜩 찡그리고 나 긴장하지 않았소, 하지만 긴장했소. 하는 듯의 말투로 인사를 하자 루한이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민석은 웃지
도 못하고 가만히 눈만 굴려 루한을 말똥말똥 쳐다볼 뿐이였다.
그걸 본 루한은 고양이가 눈을 굴린다, 라고 생각했다.
"자주 만나네요."
"네..좀...자주 만나는것 같.."
민석이 말을 하다가 코가 간지러웠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떨었다. 금방이라도 재채기가 나올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다..!
"하아아...."
"......"
"근데 여긴 왠일이세요?"
"집 보러 왔어요."
"아.. 집.. 엣취!!!!"
결국 시원하게 재채기를 해버렸다. 순발력을 발휘해 루한을 빗겨 나간상태에서 재채기를 한 민석이 머쓱하게 손을 들어올려 입술을 닦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바보처럼
헤- 하고 웃었다.
고양이가 웃네, 루한이 생각했다가 따라 웃었다.
"저기..여기서 말고, 잠깐 공원가서 좀 앉으실래요?"
민석이 서서 그러고만 있는게 민망했는지 루한에게 공원에 가자고 말했다. 사실 민석은 다리가 아팠다. 그렇다고 여기서 이렇게 만났는데 제 차에 태워 말을 할 수는 없는 상
황이였다. 그리고 루한은 그런 민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주택가에서 공원은 정말 최단시간이였다.
그리고 그 걷는 시간동안 루한과 민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루한은 먼저 그를 알아보고 인사했지만, 민석은 왜 자신을 어떻게 알아봤는지 영문을 모르는 일이였다. 아까까
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집을 보러 왔다더니 어느 곳 안에 숨어있었나보다.
마침내 공원이 보이고 작은 나무의자가 보이자 민석이 쪼르르 달려가 먼저 앉았다. 루한은 처음부터 민석이 힘들어서 앉고 싶어했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석을 향해 천
천히 걷던 루한이, 잠시 하늘을 보며 서있다가 민석이 그런 루한을 쳐다보며 눈치를 보고 자리를 살짝 비켜주었다. 루한은 그런 민석의 움직임을 보고 별 생각없이 살며시 옆
에 앉았다.
"저녁은 많이 춥죠."
"네. 춥네요."
민석이 챙겨온 바람막이를 입으며 마침내 관심있게 그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환영식에서,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내 이름은 고맙게도 기억하고 있는데.. 아, 이 남자 이름은
뭐였지.
"제 소개를 안했죠."
"네..?"
"루한입니다."
마치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듯 그새 제 이름을 말한 루한을 보던 민석이 멍해졌다. 그러다 앞머리를 긁적이며 다리를 교차시켰다. 발을 흔들거리며 두 손은 벤치를 잡고서
조금 긴장한듯 행동하자 루한이 고개를 돌려 민석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민석이 눈만 먼저 돌려 루한을 쳐다보다가, 저도 고개를 홱 돌려 루한의 눈을 마주했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루한의 첫마디였다.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
"저 사실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보셨죠? 어제 저 엄청 바보같았잖아요."
"네."
"......"
"바보같았어요. 오토바이 소리도 못 듣고."
"......"
민석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땅바닥을 쳐다보고 발로 모래를 툭툭 쳤다. 정말 바보같았나보다, 나..
"아, 저 궁금한게 있는데.."
"네."
"그때... 루한씨가 데려갔던 환자는 어떻게 됐어요?"
"아. 그 아이."
공항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이였다. 루한이 응급실에 데려간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늘 궁금했던 민석이였다. 물어본다는걸 다음에 깜빡하기 전에 다시
물어나 봐야지.
"부모님, 찾았어요. 그 일이 있고 다섯시간 뒤에 바로 연락 받았습니다. 아이는 부모님 만나서 퇴원조치 했다고까지 듣고, 그 뒤로는 특이 연락 없는 상황이에요."
"찾았어요? 완전 잘됐다..! 다행이다.. 저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요. 근데 잘 풀렸다니.. 다행이네..!"
"다행이에요."
"루한씨 덕분이네요.."
루한은 차분히 그때 상황을 민석에게 설명하며 특이점은 없었다 말했다. 민석은 그것 참 다행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런 분야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때 루한씨 같은 사람 만나게 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
"물론 자책도 했지만.."
"충분히 몫은 다 하셨습니다."
"아니에요.."
"......"
"그런데, 집 보러 오셨다고 하셨죠?"
"네."
"아..그럼 아직 병원에서 계시겠구나."
"네."
"그래서.. 집은 골랐어요?"
"......."
그 점은 루한도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다. 사실 두번째 집에 마음이 좀 더 기운 상태였는데, 어떻게 할까.
"저는.. 아까 그 집에. 살거에요."
"......"
"짐 내리고 있던곳. 그 앞."
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루한을 주시하고 말했다. 하지만 루한은 민석을 쳐다보지 않았다. 무언가 고심하고 있는 표정이였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
늘을 쳐다봤다. 밤이 어느새 깊어져 별이 떠있는데, 참 예쁘게도 수놓아진것 같았다.
"언제 입주하세요?"
"음, 저는 이번주 내로 이사하게 될것 같아요.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하려구요."
"그래요."
루한도 똑같이 하늘을 바라보고는 다리를 꼬아 올리며 무릎을 두 손으로 잡았다.
"혼자 사시나봐요."
"네. 여자친구도 없고,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것도 아니여서요."
"저도 혼자 살거에요."
"네?"
"민석씨처럼 혼자 산다구요."
"아.. 아~ 아....아!"
민석이 혀로 윗입술을 축였다. 그냥 내 말을 따라하는것 뿐인데, 왜 자꾸 이상한 말로 들리는걸까.
"친구분이랑, 같이 안사시나봐요."
"아.. 친구는 집이 있어요."
"벌써? 와, 미리 준비했나보다.."
"네. 그랬대요."
"음. 그럼 저.. 나중에 제가 집들이 할테니까, 한 번 놀러오실래요?"
"집들이...?"
"아. 그러니까, 집들이라는게.. 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게 되거나 하면 주변 지인들 초대해서 파티하는거에요! 축하한다는 뜻에서.그런걸 한국말로 집들이라고 해요."
"아... 집들이."
"루한씨는 한국말도 엄청 잘하는것 같아요. 짱!"
민석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루한의 눈앞에 휘휘 저었다. 루한이 싱긋 웃다가, 갑자기 민석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
"손이, 차요."
"아, 네. 네."
잡힌 손가락을 풀어주던 루한이 손을 거두어 민석의 옷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민석이 뭔가 애취급 받는것 같아 민망했는지 주머니 안에 들어간 손을 꾸욱 주먹쥐었다.
"어서 집에 들어가세요."
"......"
"그리고, 저도 혼자 살건데요."
"......"
결국 루한은 조금 더 고민하려다, 그저 고개를 내젓고는 민석에게 넌지시 말했다.
"나도 곧 집들이 하게 될거 같아요."
"네..?"
"저 혼자 살거니까요."
"......"
"민석씨네 집,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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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낫닝겐 / 너구리 / 핫바 / 치즈스틱 / 조무래기 / 노란색연필 / 변골반 / 모카 / 이든 / 낑깡 / 연 / 두부 / 텐더 / 초코푸딩 / 히융융 님♥
안녕하세요'0'*
어제 음주글 올린거 혹시 본분 계신가요? 신알신 하신 분들중 몇 분은 보셨을텐데... 어제 술먹고 갑자기 술먹은 징어썰이 떠올라서 글잡에 글 올렸다가 몇시간 자고 일어나서
쪽팔림에 바로 글 삭제했어요..
그와중에 암호닉은 다 쓰고 12병원 업뎃 예정이라고 사담이란 사담은 다 늘어놨더라구요...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상인 코스프레 하고 썼던데.. 혹시나 봤던 분들은 영영 잊어주세요...OTL
일단!!!!!!!! 우리 루민이들이 같은 동네 살게 된것에 만세!!!!!!!!!!!! 배틀호모 찬백에 만세!!!!!!!!!!!!!!!!!!!!!!!!!ㅋㅋㅋ
다들 그렇게 7ㅔ이가 되가는거야 행쇼
+) 독자님들의 댓글만으로도 힘이 나는데 긴 댓글까지 써주시면 나징 우럭우럭...
사랑해요..
+) 늦은 시간에 쓴거 아니랄까봐.. 오타 수정했습니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