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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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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은이름도홍윤해 전체글ll조회 2268l 5



'스승님께서 또 박수를 부른게 아니겠느냐!'

'제정신인걸까? 감히 성균관에..'


어두운밤, 도포로 얼굴을 꽁꽁 감춘 박수가 거의 끌려가다시피 두 남자에게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벌써 네번째,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추려 밤에 외간인을 끌여들이려해도 이미 소문은 퍼질대로 퍼져 몰래 구경을 하는 유생들이 생겼다.


'조용히좀해라, 들키겠다!'

지수도 문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놓고 도포 사이로 보이는 빨간 박수의 옷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때 바람이 확 하고 불더니 몰래 염탐을 하던 유생들의 방문이 탁 닫혀버렸다.

지수는 황급히 다시 문을 열었고 자신의 문앞에 토옥 떨어지는 도포에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로 사라지는것은 더욱 빨리 걸음을 재촉하는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시다, 박수를 들이는것도 불결한데 감히 무당이라니!'

승철이 책을 덮으며 소리를쳤다.

'대체 여기서 유생들이 뭘 배우겠느냐.'


'뭐 어때, 재밌잖아.'

학문에 통 관심이 없는 지수는 큭큭 웃으며 나체로 남자위에 올라타있는 여인의 그림을 넘겼다.

'엄청난 미인일것같다, 옆모습을 언뜻 보았는데 오똑한 콧날에 반짝거리는눈.. 벗겨보면 살결도 보드라울것 같단 말이지.'


'네 아랫도리는 멀쩡한것이냐? 하도 만지작거려서 닳고 닳은게 아니더냐?'

승철이 쯔쯔 혀를찼다.


'네 아랫도리도 멀쩡하냐? 쓸일이 없어서 삭아 떨어진것은 아니냐?'





'지수, 그 무당얼굴을 한번 보려고 하는데 어떠냐, 흥미가 생기느냐?'

그날밤 지수의 벗들은 갓을 고쳐쓰며 지수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됐다, 오늘밤은 내 춘향이랑 보내리다.'

지수는 손에 들고있던 춘향뎐을 흔들어보이며 귀찮다는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성균관안에서 여인을 보는게 흔한일을 아닌것인데 후회하지 말거라.'


문이 닫히고 지수는 춘향뎐을 휙 집어던지고 씨익 웃었다.

'먼저 찾는이가 임자지.'



지수는 발걸음 소리가 나지않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다


'우왁!'


자신의 어깨를 잡아오는 누군가의 손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홍지수.'

승철과 원우였다.


'아니 너희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거냐?'

지수가 민망한듯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잠깐... 승철이 너... 결국 너도 그 무당에게 흥미가 생긴거냐?'


'..원우에게 끌려나온것이다.'

'벗을 팔아먹네.'


말이 다른 원우와 승철에 지수는 푸하하 하고 웃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럴게 아니라 빨리 무당을 찾아야 우리가 밤을 보내던 술을 마시던 할게 아니냐!'


'너는 무당이랑 그러고 싶으냐? 겁도 나지 않는것이냐?'

승철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고상한척을 해보였다.


'그럼 넌 빠져라. 가자 원우.'


지수가 단호하게 승철의 말을 끊어먹자 원우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지수를 따라나섰다.

승철은 입을 다물고 지수를 따를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빙글빙글 돌자 어딘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고개를 들라하지 않더냐.'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무당주제에 말이 많구나.'


'저긴가보다!'

지수가 쌩 달려나가자 승철과 원우도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지수와 별로 친하지 않은 유생 세명과 얼굴을 부채로 최대한 가리고있는 무당이 서있었다.


'장군님께서 너희를 크게 벌할것이야.'

'미래에 나라에 힘을 쓸 우리가 보이지도 않는 장군따위에게 벌벌 떨줄 아느냐?'


유생들이 큭큭 웃자 무당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매서운 무당답지 않게 당황한듯 주춤거렸다.

지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돌팔이네-.



'너는 벌써부터 나와 하룻밤 지낼생각을 하고있구나.'

갑자기 무당은 주춤하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앙칼진 눈빛을하곤 왼쪽에 서있는 민규를 가리켰다.


그 말에 지수와 원우는 괜히 뜨끔하며 코를 긁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네가 나를 범하는 날이 네 사랑스런 누이가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날이다.'



'무당은 말을 역시 험하게 한다는게 사실이구나.'

승철이 안경을 치켜올리고 더 자세히 보려는듯 눈을 찌푸렸다.


'말을 그냥 험하게 하는게 아닌거같은데,'

원우가 승철을 툭 치며 민규를 가리켰다.


민규는 사색이 되어 무당을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왜, 네 누이의 생사조차도 모르고 있었던것이냐?'

무당의 비웃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아니면, 아직 네 벗들에게 너의 가문이 몰락했던적이 있었던걸 말하지 않은게냐?'


'너...!'


'나는 너의 누이의 생사를 결정지을수 있을만큼 네가 두려워해야할 존재다.

보잘것도 없는 인간이지만 너에게 한가지 희망을 주마, 너의 누이는 아직 어려 그곳에서 자질구레한 일만 도맡아 하고있다.'


민규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민규의 벗들은 당황스러운 그의 행동에 어찌할줄 몰라하며 무당과 민규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네가 나의 순결을 빼앗는 순간, 사창가에서 네 동생도 같은시간에 너만큼 마음이 더러운 자에게 순결을 빼앗길것이다.'



그말을 마치자 마자 민규가 무당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덩달아 놀란 지수가 뛰쳐나갔고 원우와 승철도 허겁지겁 민규의 팔을 붙들었다.


'진정해라!'

'놓거라!'


무당은 처음봤던 모습처럼 당황하고 두려운 눈빛으로 뺨을 부여잡고 민규를 올려다보았다.


'너희들은 민규를 데리고 가거라, 어서!'

지수가 옆에 멀뚱멀뚱 쳐다보고있는 유생들에게 소리쳤고 그 둘은 승철과 원우를 도와 민규를 끌고갔다.



지수는 쓰러져있는 무당에게 다가갔고 무당은 부채를 확 펼쳐 얼굴을 가렸다.


'이미 다 보았다.'


무당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무안한듯 부채를 접었다.

멀리서 봤던 얼굴보다 더 아름다웠다.

무서웠던듯 눈에 살짝 맺힌 눈물도 달빛에 미춰지니 반짝반짝 큰눈을 더욱 예쁘게 만들었다.



'괜찮은것이냐.'

지수가 미모를 감상하다 고개를 휘휘 젓고 침착하게 물었다.


'..예.'


지수는 손을 내밀었고 무당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지수는 그모습에 피식 웃었다.


'여인의 몸으로 사내의 몸을 거리낌없이 만지는구나.'

'사내입니다.'


익숙한듯 침착하게 말을하는 무당, 아니 박수에 지수가 할말을 잃은듯 가만히 서있었다.

그사이 지수의 손은 허전해졌다.


'이름이 무엇이냐.'

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


'알려드릴 연유가 없습니다.'


'나는 홍 지수다.'

지수가 달려가 박수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정한, 윤 정한 이옵니다.'


다시 지수의 손이 허전해졌다.





'윤정한.... 윤 정한이라... 이름 자체가 천한집것은 아닌데..'


그 사건이 있고난뒤 사흘째 그 누구도 정한과 마주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더 꽁꽁 숨어버린게 분명했다.


지수는 그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아 정신이 나가버릴것만 같았다.

원래 말이없는 원우조차 정신좀 차리라며 욕을했을 지경이니 말을 다한것이었다.


'모르겠다, 돌아다니다보면 찾겠지.'



결국 사흘째 되는날 밤 지수는 혼자 빠져나와 성균관안을 해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몇번을 돌아다녔는지 다리가 저릿저릿했다.


'하.. 진짜 숨을곳이 많다해도 사람이 사라지지는 않을터... 어디있는건지..'

지수는 갓을 고쳐쓰고 그 아름다운 얼굴 한번만 더 보자는 생각으로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방마다 불이 다 꺼지자 지수는 그제서야 참 오래 걸었구나 실감을 했다.

지수는 한바퀴만 더 돌고오자 라는 생각했고 그때 유일하게 불켜진 방이 수상쩍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윤아, 읏, 윤아..'

'서방님... 하... 앗..!'


분명히 스승님의 목소리와 어디서 들어본 낯이익은 목소리였다.

정한, 정한의 목소리였다.



'소녀... 하... 서방님이 그리워....'

'윤아.. 윤아...!'




지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문을 조심스레 열었고 제일먼저 보이는것은 빨간 한복을 다 벗겨졌다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만 걸치고

긴 머리를 내리고 누군가의 위에서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는 정한의 등이었다.



한참을 더 교성을 지르던 둘은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고 정한은 잠시 숨을 고르는듯 해보이다 선비의 쪽으로 픽 쓰러졌다.

지수의 스승은 정한을 한복으로 대충 감싸고 자신의 옆에 눕히고선 바로 양초의 붙은 불을 끄고 같이 누웠다.




지수는 그뒤로 다시 사흘정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자신을 한때 엄격하게 다스렸던 스승님이 남자와, 그것도 박수와! 혼인을하여 합방을 하는것도 아닌 성행위를 하다니!


더욱 이해할수 어려웠던것은 자신에게 장난을치던 민규에게는 혼쭐을 내주던 정한이 스승의앞에선 정말 여인처럼 애원을 하며 흔들리는...

지수는 더 이상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왜? 자신도 몰랐다.



지수는 그뒤로 이틀 더 나가지 않더니 왠지모르게 정한의 어여쁜 눈동자가 보고싶어 누워있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그 장면을 목격하지 않을까 조심하며 걷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여 나무뒤로 숨었다.


지나갔나 확인하려 지수가 목을 뺐을땐 하얀 속저고리와 속바지를 입고 자신의 방 앞 연못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정한임을 알수있었다.

정한은 잠이 오질 않는듯 연못앞에 쪼그려앉아 금붕어를 보다 하늘의 별을 보다를 반복했다.



'저..'


'언제까지 그럴거니.'


지수가 정한을 부르려다 갑자기 정한이 먼저 말을 내뱉자 깜짝놀라 다시 나무뒤로 숨었다.


'복수는 도와주지 않아.'


다행이도 정한은 지수가 아닌 다른이와 얘기하고있었다.

지수가 의문점이 생겨 다시 고개를 내놓았을때 역시나 정한의곁엔 아무도 없었다.


'나리도 저상태로는 정기가 다 빨려 돌아가실지도 몰라, 그럼 너는 이승을 평생 떠돌며 환생조차 하지못할거야,'

정한은 연못에 손가락을 담그고 휘휘 저었다.

'윤아.'


낯익은 이름에 지수가 입을 살짝 벌렸다.


'복수해봤자 너에게 좋을점은 하나 없어.'

정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이야, 그 다음엔 이승에서 사라져.'


어기적거리며 방안으로 걸어가는 정한을 지수는 결국 잡지 못했다.

어두운 방안에서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것도 같았다.




'아.. 아흣... 서방님..'

'윤... 윤아...'


두번째 사정을 하고나서야 정한은 윤의 영혼은 몸밖으로 내보내고 선비를 저지시켰다.

접신과 관계로인해 몸이 견딜수가 없었다.


'한번만 더 하자꾸나.'

선비가 정한의 목에 고개를 파묻자 정한이 살짝 밀어냈다.


'저... 정한이옵니다.'


정한의 말에 선비는 고개를 들었다.

'왜 멋대로..'


'죄송합니다, 소인, 몸이 빙의를 견디지 못하였습니다.'


선비는 속옷은 걸치고 머리를 손으로 받치고 누우며 정한을 응시했다.

시선이 달갑지 않은 정한은 자신도 옷을 추스르는척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정한아 이상하지?'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잘..'

'너만보면 욕구가 주체가 안되는구나.'


정한은 살짝 떨리는손으로 옷고름을 메었다.


'그리고 요즘 몸이 너무 피곤해.'

'저도 그러하옵니다, 윤이도 나리도 오랜만에 정인을 만나 많이 기쁘신듯 하옵니다.'

'그렇겠지?'

'예, 나리.'

'가보거라.'


정한은 다리사이로 흐르는 액체를 신경쓸 틈도없이 땅에 끌리는 도포를 팔에 앉고 방을 나섰다.



뒤늦게야 허리가 아파오고 걷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힘들면 성불시키지 그러느냐.'


그때 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정한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힘들면 잡귀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말고 네 편한대로 하란말이다.'

'따라오지 마십시오.'

'박수주제에 고상한척은 다 하는구나.'

'따라오지 마십.. 아..'


정한이 큰소리를 내며 몸을 확 돌려을때 몰려오는 통증에 허리를 잡고 잠시 비틀거렸다.

지수는 정한의 허리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걸리적거리는 도포를 빼앗아 들었다.


'뭐하시는..'

'씻자.'

'예?'

'가자.'


지수는 막무가내로 정한을 끌고가 탕안에 따듯한 물을 가득 채웠다.


'벗고 들어가거라, 보지 않을터이니.'


쭈뼛거리는 정한에게서 등을돌리며 지수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뒤로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번 찰방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주위가 잠잠해졌다.


'힘들어보이더구나, 박수라는거.'

'제가 어찌할수있는것이 아닙니다.'


다시한번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푸하- 하고 숨을 내뱉는소리가 들려왔다.


'꼭 너를 망쳐가며 해야하는 연유가 있는것이냐?'


'어머니가 아프십니다.'

의외로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한이었다.

'거부하던 신내림도 어머니때문에 받은것이지요.'


지수는 답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할때 다시 정한이 입을 열었다.


'잘되었지요. 신내림을 거부할수록 힘든건 저였으니까요.

그때는 몸만 아팠지, 지금은 몸도 정신도, 두배로 아픈느낌이라 사실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너무나도 억울하게 죽은자가 많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정한이 탕 안으로 더욱 깊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어머니는 첩이셨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못하는 홍길동같은 존재였지요.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할때쯤 저에게 신병이 함께 찾아왔지요. 아버지는 이를 기회삼아 저희 모자를 쫓아내었습니다.

살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제가 먼저 죽어버리면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까요.'


이말을 마지막으로 정한은 완전히 탕 안으로 몸을 담구고 지수가 하는 위로의 말같은건 듣지도 않겠다는듯 한참동안 물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요즘 밤마다 어딜가시나, 홍선비?'

승철이 돌돌 말은 서책으로 지수의 어깨를 스승님이 하시던것처럼 톡톡 치며 비꼬았다.


'왜그러시나, 다들 기생방 한번 안가본 사내들처럼?'

지수가 능글맞게 받아쳤다.


'자네가? 자네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거라, 어디 유년시절 벗에게 말도안되는 거짓을 고한단 말인가?'

승철이 서책으로 지수의 배를 꾹꾹 찌르며 말했다.


'자세는 말투도 행동도 다 고상한척 해서 슬슬 질리는것이다, 이 말이지.'

'뭐, 뭐?'


지수가 놀리자 승철이 당황해했고 옆에서 원우는 피식 웃으며 읽고있던 서책을 한장 넘겼다.

'자네들 그리 싸울시간 있는가, 스승님께서 새로운 박수를 들이신단 소문이 도는데 이번에는 확인 안할터인가?'


'그게 무슨말이냐?'

'말그대로다, 스승님께서 박수를 여러번 바꾸신것은 이미 다 알고있는 사실일터, 왜이리 놀라시나?'

'그렇긴 하다만...'


'근데 자네들 그건 안궁금한가? 지금까지 들어오는 박수만 있었지 나가는 박수를 본자가 없지 않느냐?'



승철의 지적에 원우와 지수가 같이 자리에서 얼었다.


'확인하지 않으려했는데, 새로운 박수도 맞이할겸 오늘밤도 바쁘겠구나.'




'윤아, 벌은 네가 주는것이 아니라 장군님이 주시는것이다.

나리가 너를 버리고 도망간것이 비참하고 부끄러웠겠지, 산적들에게 농락당한것이 수치스러웠겠지.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든 공포를 느끼는것이 정상이다.

너를 팔아버린것이 아니다, 나리도 많이 힘들어 하셨을것이다.

그러니 저승으로 가거라, 동전은 내 너에게 줄터이니 뱃삯은 걱정하지 말거라.

망각의 강을 들이키면 너의 괴로움이 싹 씻겨나갈것이다.'


정한은 그시각 다시 연못에 앉아 나리의 정인이었던 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한의 눈에 보이는 윤이 점점 투명해지자 정한이 한숨을 내뱉었다.


'짐을 하나 덜면 꼭 다른짐이 날 덮치는구나.'


정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수건이 정한의 코와 입을 막아왔다.




'자넨 대체 왜 따라 온것이냐.'

승철이 기분이 나쁜듯 민규를 쳐다보았다.


'알면서 물어보는게 불쾌하구나.'

민규가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없는놈.'

원우가 승철의 뒷통수를 때렸다.


승철은 정말 모르겠다는듯 원우에게 억울하단 표정을 해보였다.


'쉿.'

원우는 다시 과격하게 승철의 입을 막았고 원우에게서 빠져나오려는 승철을 제외한 셋은 원우의 시선을 따라갔다.


하얀 이불에 싸여 어느 사내의 어깨에 걸쳐져있는 사람은


'저자가 신고있는 신, 그 무당의 신이 아니더냐?'


정한이었다.


'박수다.'

그떄 지수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뭐?'

'무당이 아니라 박수다. 어서 가자.'





정한이 눈을 떴을때는 말로만 들었던 고문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 정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군님, 오랫동안 모셔왔습니다, 오랫동안 억울한자들을 도왔습니다.

이번에는 소인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생겼습니다. 장군님과 떨어지지 않게 도움을 주실거라 믿습니다.'


'무당, 말이 많구나.'

'박수입니다.'


철썩-


정한의 얼굴이 돌아가며 엄청난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네놈은 이곳에 들어온순간 목숨을 내놓은것이나 다름없다.

성균관 제일의 스승님이시다, 네놈이 입을 한번 잘못 놀리면 성균관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것이니 너를'


'죽여야겠지요.'


'잘 아는구나.'

남자가 낄낄 웃었다.


'나리께 전하시죠, 처음부터 후회할일을 하시지 말았어ㅇ..'

다시한번 정한의 고개가 돌아갔고 정한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었다.

'하찮은 종놈 주제에 나리께서 받아주니 뭐라도 된줄 아는구나.'


'뭐, 뭣이라?'

남자가 당황한듯 주먹을 쥐었다.


'태생이 천한것이라 학문이 뛰어난 이들만 있는 이곳에서도 너의 더러운 냄새가 아직까지 퍼지는구나.'

정한이 앙칼지게 말하였다.

'너의 태생이 부끄러워 네 어미를 폭력으로 벙어리로 만들고 성욕을 풀려 누이를 범하고 이젠 죄없는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구나!'


'네.. 네이놈..! 그 입을 다신 못놀리게 혀를 잘라주겠다!'


남자는 정한의 턱을 붙잡고 강제로 입을 벌려 그 안으로 칼을 쑤셔넣었다.

빨간 피가 정한의 턱을 타고 사정없이 뚝뚝 흘러내렸지만 정한의 입꼬리는 오히려 점점 올라갔다.

그리고 정한은 칼을 물었다.


남자는 당황한듯 칼을 빼내려 했지만 인간의 힘이 아닌듯한 정한의 다물어진 턱에 칼을 놓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귀신의 짓인지 정한의 오른손을 의자에 묶고있던 밧줄이 스르륵 풀리고 정한은 태연하게 그손으로 반대쪽 밧줄도 풀었다.


'작두를 탄다는게 괜히 나온 말인줄 알았느냐? 나는 시킨다면 칼날도 씹어먹을수 있다.'

정한이 입을 벌리고 칼날을 손으로 쥐었다.

'나는 잡귀를 섬기는 흔한 박수가 아닌 장군님을 섬기는 선택받은 박수다.

네놈은 나를 건드린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것이야.'


정한은 칼을 비명을 지르는 남자쪽으로 내던졌고 남자는 벌벌떨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한은 접신을 마치고 힘이 든지 비틀비틀 계단을 힘겹게 올랐다.

이제서야 찢긴 입속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접신을... 해주려면 조금.. 일찍 해주시지... 밥심으로 이짓 하는건데.. 한동안 밥도 못먹고.. 접신도 못하겠네...'


정한은 숨을 몰아쉬며 아직도 턱을 타고 떨어지는 핏방울을 소매로 닦아내었다.


'정한아..!'


정한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누군가 정한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세게 껴안았다.

정한이 놀라 남자를 밀쳐내고 얼굴을 확인했을때 비로소 온몸에 들어갔던 힘을 뺄수 있었다.


'이게 무슨.. 괜찮은것이냐!'

지수가 정한의 뺨을 조심스레 감싸며 피투성이인 정한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 예, 살아는 있습니다.'


'걱정하였다.'


지수의 한마디에 정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홉살, 밤늦게 집에 들어왔을때 들었던 엄마의 걱정스런 말을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것은 처음이었다.

정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야야..'

소름돋을정도로 아픈 고통에 다시 입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


'저기, 그럴상황이 아닌거같은데.'

항상 침착한 원우가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놈이다! 잡아!'

휏불과 검을 들고 쫓아오는 무리였다.


'어떻게 해야할까.'

원우가 나른하게 물었다.


'검을 꺼내야하지 않겠소, 낭자.'

'누구보고 낭자라는것이오.'


승철의 말에 원우는 승철의 뒷통수를 다시 한번 때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일단 우리 둘이 막을터이니 지수와 민규는 저 박수를 무사히 탈출시키거라.'

'부탁한다, 원우야.'


지수와 민규는 동시에 검을 뽑아들었고 지수는 정한의 손목을 잡고 힘껏 내달렸다.



'하아... 하아...'

얼마 달리지 않아 이미 힘이 많이 빠진 정한의 속도가 느려졌다.

간간히 아려오는 통증을 참고 피를 뱉어내기도 하였다.


'조금만 참거라, 지금이 아니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민규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내 누이가 어디있는지도 알아야한다.'



'저기다!'


역시 두명으로는 무리였는지 승철과 원우를 벌써 따돌린 무리가 저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가거라, 이래뵈도 검술은 성균과 제일이다.'

민규가 씨익 웃으며 지수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박수, 살아남아, 꼭 누이를 찾아주거라.'


정한이 대답할새도 없이 지수는 다시 정한을 끌어당겨 달리기 시작했고 뒤에서는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하... 더이상... 더이상은 무리입니다...'

정한이 아득해지는 눈앞에 지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문은...'

지수가 멀리서 보이는 대문을 안타깝게 쳐다보다 정한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담을 넘어 아까 도망온쪽으로 달리거라. 나는 대문으로 가 저들을 따돌릴테니.


'선비님...'


'나중에는, 그런 힘든일 말고, 민규의 누이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승철의 고상한척은 언제쯤 끝나는지, 그런것 말이다.

나에게 미래에 아이가 몇명이 생길지, 아내는 얼마나 예쁜지, 그런것만 알려주렴. 평범하게, 평범한것들을하며 만나자꾸나.'


지수는 정한을 번쩍 안아들어 담 벽돌에 정한이 손을 걸치게 하였다.

지수는 자신의 어꺠를 밟으라 시켰고 정한은 이를 악 물고 담을 올라탔다.


'선비님..'


'나중에 다시 만나 네가 얼마나 용한지 내 한번 알고싶구나.'

지수가 밑에서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안하다.'


머뭇거리는 정한을 지수는 확 밀어버렸다.

정한은 뒤로 고꾸라졌고 지수는 대문을 향해 달렸다.







'전원우 선비, 천운이구먼.'

승철이 툴툴거렸다.

'민규의 누이가 그렇게 미인인걸 알았으면 그놈에게 조금 더 잘해줄걸 그랬네.'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성균관을 졸업했을때 민규는 누이를 찾았고 원우는 그녀를 사모하게 되었다.

민규의 누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둘은 빠르게 연인사이가 되었다.


운이 좋았던건지 정한의 부탁으로 신이 지켜준건지 누이는 열여섯살이 될때까지 기생집을 찾은 남자들에게 머리를 올린적이 없었다고 했다.


'밤마다 꿈을 꿨어, 오라버니. 되게 무서운데 인자하게 생긴 장군님이 나와서 자기를 모시는 아이가 기특해 나를 지켜주는거라고.'



'언제쯤 다시 만날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되는데 말이다.'

누이를 찾고 성격이 많이 활발해진 민규가 지수와 장터를 걸어가며 담소를 나누었다.


'때가되면 만나지 않을까, 그 아이라면 우리가 어디에있든 홍길동처럼 동에번쩍 서에번쩍 할수있는 아이다.'

지수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연분홍 비단이 참 예쁘구나, 자네는 먼저 가있거라, 나는 민하가 생각나서 이런건 그냥 지나칠수가 없더구나.'


민규가 웃으며 얘기하자 지수도 피식 웃으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 꽃잎이 떨어지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기분이 좋은 날씨였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보니 지수는 정한이 생각났다.

항상 별이 뜬 밤에만 마주쳤는데 이런날에 한번 같이 걷는다면 어떨까.



'민규선비님의 누이는 소인의 도움없이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수깄고 승철선비님의 고상한척은 아마 환갑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을듯 싶습니다.'



노랫소리같은 고운 목소리에 지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선비님 아내의 얼굴도, 아이들의 얼굴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여인과 혼인을 하지 않을듯싶습니다.'



'그동안 머리가 더 많이 길었구나.'

'그동안 키가 더 많이 크셨습니다.'



새빨간 천이 아닌 봄날 꽃과같은 노란 비단옷을 입고 부채로 눈만 보여주고있는 사내가 지수의 눈앞에 서있었다.


'이미 다 보았다.'


부채가 서서히 내려갔다.


'이름이 무엇이냐.'

지수가 뒷짐을 지며 웃어보였다.

'나는 홍 지수다.'


'정한, 윤 정한 이옵니다.'




사람이 북적이는 장터에 지수와 정한의 시간은 멈춘듯 서로를 한참 바라보았다.










댓글 사룽해요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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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헙...(입틀막)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댓글고마워서입틀막)
8년 전
독자2
너무좋다!!!!!!!!!헤드뱅잉을하자!!!!!!!!!!!와라라아앙!!!!!!!!!!!!!!!!!!!!!!!!!!!!!!!!!!!!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겁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라아아아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4
연재해주라.....길게길게.....막 속편냐ㅐ줘 제발...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생각해볼게 이것도 너무 길어쒀 ㅁ7ㅁ8 ㅋ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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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어차피 댓글 안쓰는 사람들도 있고 (ㄸㄹㄹ) 포인트내고 읽으면 포인트 아까우니까 걍 무료로해썽 (눈물을훔치며) ㅋㅋㅋㅋ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구랭 고마워...//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홍윤은이름도홍윤해
미, 미안하다.... 이것도 너무 길어써 ㅠㅠ 쓰게된다면 꼭 답글줄게!
8년 전
독자7
세상에 쓴아 너나랑사귀지않을래??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후속후속ㅠㅠㅠㅜㅠㅠㅜㅜ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와 진짜... 대박이네요... 대박이다... 취저탕탕이요, 와... 이거 왜 지금 읽었지 진짜...
8년 전
독자9
보면서 감탄했어요ㅠㅠㅠㅠㅠ홍윤이라뇨ㅠㅠㅠㅠㅠ홍!!!!윤!!!!사극물 정말 오예...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헐 쓴니ㅣㅁ... 홍윤을 겁나 사랑하는 나독자 눈뒤집고 엎어질일.. 꿈에나올것같아요 전개가 판타스틱한것..! 윤정한 새초롬해!!!!! 원우랑 민규여동생얘기도 보고싶당
8년 전
비회원217.89
ㅋㅋㅋ
8년 전
독자11
아니 왜이렇게 좋은거죠???신알신을 급하게 하고갑니다
8년 전
비회원35.95
끄으.,... 비회원인대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홍윤은 사랑입니다... 정한이가 박수인거 너무 잘 어울리네요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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