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새로 고침 :)
눈이다. 이제 떠나야만 하는데 자꾸만 눈이 온다.
더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의 당신과 흘러내리는 눈물을 모조리 끌어안고서 나는 말한다.
우리 조금만 더 같이 있자. 눈이 오고 있으니까 이렇게 잠시만 더 함께 있자.
서두르려 해도 길이 막힐 테고, 바퀴가 빠질 테고, 도로가 미끄러울 테고, 거센 눈발에 갈피 잡지 못한 배는 표류 할 테고, 또 비행장 활주로마저 꽁꽁 얼어버릴 테니까.
혼자서 그 먼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깜깜하니까 우리 동이 틀 때까지만 여기에 있자.
조금만.
조금만 더.
― “사랑해.”
……
― “내일 또 만나.”
‘사랑해.’
……
‘내일 또 만나.’
정한의 특별한 굿바이를 닮은 그날의 인사.
오랜 이별을 직감한 당신이 내게 줄 수 있었던 마지막 사랑의 인사였음을 이제야 깨닫는 바보 같은 나.
― “사랑해.”
……
― “……내일 또 만나.”
우린 커튼을 칠 거야. 한 침대에서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연약한 입술에 입을 맞출 거야.
네가 내 뺨을 만지면 난 네 목을 감쌀게. 간지러운 눈썹과 작은 콧볼에도 사랑을 줄게.
소행성의 어릿한 별이 네 눈에서 흐를 때면 겨울 햇볕에 말린 프리지아로 그 눈물을 닦아 줄게. 아파서 멈추지 않거든 젖은 머리카락이 마를 때까지 널 안아 줄게.
그렇게 깊은 밤이 지나고 찬란한 새벽이 찾아오고 또다시 눈부신 아침이 오면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질 거야.
닮은 눈을 보고, 닮은 미소를 짓고, 닮은 사랑을 하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할 거야.
울지 않고, 아프지 않고.
우린 늘 그런 사랑을 할 거야.
또 만나, 우리.
Epilogue.
― 여주 잘 갔어.
― 어, 고맙다.
― 일 많이 바쁘냐?
― 그렇지 뭐.
비행장 철조망 밖으로 세워진 차 한 대. 지훈은 그곳에서 전화를 끊었다. 차게 식어버린 엔진과 보닛에 덮인 눈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일 공항 같이 못 가서 미안해.
거짓말.
거짓말이다.
자신을 두고 떠나는 뒷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지훈은 붙잡을 것만 같은 자신의 미련조차도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거라고, 오늘이 끝은 아닐 거라고 되뇌이는 지훈이 입술이 조금씩 떨려온다. 세브란스 병원 로고가 그려진 메모지를 꽉 움켜쥐면서.
♥︎지훈 ♥︎이랑 유럽 여행 가기 -여주-
🧡시아주버님 🧡도 같이 -정한-
.
.
.
+ 내가 널 많이 사랑해
비행운이 가로지른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누군가의 흔적을 말없이 좇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바쁘게 흘러갈 지훈의 하루에 딱 하나가 없다.
― 훈, 오늘 뭐해?
―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 주말에 데이트하자. 나 진짜 가고 싶은 데 있단 말이야.
― 당연하지. 우리 귀여운 남친이랑 가야 내 기분이 방울방울 하거든.
― 사랑한다는 뜻이야.
고개를 숙인 그가 하염없이 운다.
경적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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