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반복재생 전체글ll조회 746l 2

[비투비/서은광] 비의 기억 | 인스티즈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다신 없을 끔찍함인 동시에 다신 없을 처절함이다.





하늘은 먹구름과 재 가루로 회색빛을 띄었다.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비를 곧이곧대로 맞으며 산속을 달렸다. 질퍽한 진흙이 사정없이 튀겼다. 나뭇가지에 긁혀 팔뚝에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런 자잘한 고통 따위는 생각하기에 너무 사소한 것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귀가 먹먹해져 사방에서 들리던 총소리가 멎었다. 꽤 멀리 온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뛰었다. 옥죄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딱히 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죽음이란 어렸던 내게 두려운 존재였다. 전쟁이 난 지는 8개월, 적군이 우리 지역에 침범한 지는 이제 겨우 이틀이었다. 유례없는 대전(大戰)이었다.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이틀 만에 몰살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누가 쫓아오나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누군가 함정용으로 파놓은 깊은 구덩이로 추락했다.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운 눈꺼풀을 반쯤 들어 올렸다. 내가 기절했었나.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미친 듯이 달린 탓일까 온몸에 찌릿함이 관통했다. 기분 나쁜 감각에 몸을 움찔하자 뒤에서 낯선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 깼네. "

화들짝 놀라 재빨리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흙벽에 기대 누워있었다. 남자는 소매 부분이 찢긴 너덜너덜한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군복을 보니 다시금 소름이 끼쳤다. 왜 날 죽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는지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힘들 텐데 좀 누워있지. "

그리고 그의 자신의 왼 다리를 가리키며 한 마디 덧붙였다.

" 총은 잃어버린지 오래고 보다시피 내가 너를 해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

남자가 가리킨 왼쪽 다리는 피로 붉게 염색된 붕대가 둘둘 감싸져 있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어 몸을 움직이자 상처가 났던 오른쪽 팔뚝이 저렸다. 내려다보니 팔뚝에는 남자가 입고 있는 옷과 같은 재질로 보이는 천이 서툴게 묶여있었다. 서로 통성명을 했다. 남자의 이름은 서은광이고 동료가 실수로 쏜 탄에 맞아 구르다 이곳에 빠졌다고 전했다. 구덩이 안 좁고 폐쇄된 공간,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냉혹한 전쟁에서 우리는 적으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믿게 되었다. 이토록 어지러운 세상 속 믿을만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천운이었다. 그래, 내가 그를 만난 건 천운이었다.




그는 자신의 품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비상식량으로 제공하는 비스킷이었다. 우리는 그 비스킷을 반쪽씩 나눠먹었다. 습기에 눅눅해졌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위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나갈 수 없었다. 이 구덩이 안에서 우리는 얼어 죽든 굶어죽든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마지막 연이었다. 끝이 정해진 만남이었다. 그가 허리춤에 찬 무전기에서 잡음이 들리다 곧 신호가 잡히는 듯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전 대원에게 알린다. 5시간 전, 산으로 도망친 여자를 보는 즉시 총살시킬 것. 그 후 우리는 다음 적진으로 향한다. "

마른하늘은 아니었지만 날벼락이었다. 나는 살기 위해서 도망쳐야 했다. 내가 그랬듯 이 함정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다시 그를 볼 수 없게 된다. 허공 속에서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주친 두 눈동자가 두려움에 요동치고 있었다. 순간의 정적 이후 은광은 내게 말했다.

" 나를 밟고 여길 빠져나가. 동쪽에서부터 수색해올 거야. 무조건 서쪽으로 도망쳐. "
" 그래도.. "

머뭇거리자 은광은 단호하게 타일렀다. 

" 우리는 나중에 다시 만나자.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 전쟁이 끝나면. 그때 다시 만나자. "

아득한 그날 비의 기억,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그의 얼굴이 멀어진다. 깊이 팬 땅에 의해 더 이상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달렸다. 살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를 위해 꼭 살고 싶었다.  




전시관은 내부는 고요하다 못해 정적이다. 종전 기념 전시관이었다. 전시된 사진에 기억 속 모습처럼 웃고 있는 그를 응시한다. 밖에 내리는 비에 의해 관내가 습했다. 실내 공기에서 그날 은광과 나눠먹었던 비스킷 맛이 난다. 달콤하면서도 눅눅한 맛. 그때 이후 3년이 지나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우리는 뭐가 그리도 애틋했는지. 결국 다시 만난 해피엔딩인데 나는 왜 이렇게 서러운 건지.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때 왜 나를 도와줬는지 꼭 묻고 싶다.

" 저기요. "

소리가 정적을 가르고 파동을 일며 전시관 안을 가득 울린다. 나를 부르는 소린가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본 그곳에는 먼 곳에 있는 줄만 알았던 그가 있었다. 은광은 휠체어에 앉아 그때 그날처럼 내게 해사한 미소를 보인다. 우리 사이 거리는 고작 한 걸음 정도에 불과했다. 진짜 해피엔딩이다. 암울했던 내 청춘에 새어들어온 한 줄기의 빛. 빛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내 처절함.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다신 없을 끔찍함인 동시에 다신 없을 처절함이다.



*
총탄을 맞은 왼쪽 다리에 찢겨 나가는 고통이 나를 잠식했다. 다리부터 온몸으로 올라오는 저릿함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천천히 고통을 음미하며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던 중 구덩이 안으로 어린 소녀가 떨어졌다. 아마 도망치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그 소녀는 떨어짐과 동시에 정신을 잃고 비에 젖어 축축한 흙바닥에 그대로 뒹굴었다. 당연하게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지만 나는 차마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 총을 다시 내 품 속에 단단히 쑤셔 넣었다. 그리고선 소매 부분을 북 찢어 상처가 난 팔뚝에 조심스레 묶어 주었다. 내가 이대로 죽어도 너만은 꼭 살길. 내 전부를 다해서 그 작은 숨을 지켜주리라.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다짐했었다.




누군가 내게 그때 왜 그녀를 죽이지 않았냐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 앞에서 잠이 든 그 아이가 너무나 예뻤다고.













 
반복재생

아아.. 높은 퀄리티의 글은 어디로 공중분해 된 거죠..
팬미팅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에 글이 잘 써지지 않았어요(는 핑계예요)
은광이는 글에서나 현실에서나 다정하네요!!헿 여튼 
이런 글을 5포인트나 지불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ㅠㅠ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반복재생
소중한 댓글 감사해요!!♥
8년 전
독자2
소재가 엄청 신선하네요... 이런 전쟁소재는 진짜 사랑ㅇ입니다ㅠㅠ취향저격탕탕... 사랑해요ㅠㅠㅠ♡♡
8년 전
반복재생
저도 독자님 사랑해요ㅠㅠㅠ♡♡ 글 읽어주시고 댓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3
워..브금도 그렇고 글 분위기도 그렇고 그냥 전체적으로 아련아련한게 취저.. 단편이라 뒷부분을 더이상 보지못한다는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아련한게 또 좋고...횡설수섩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결론은 진짜 좋다구여bbbㄹㅇ 금손작가님 제 사랑받으세여ㅠㅠㅠㅠㅠㅠ싸라해여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반복재생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으아 저 독자님한테 감동 받았어요..ㅠ댓글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8년 전
비회원221.207
여태껏 하나하나 보면서도 댓글을 못달았었는데 부끄럽지만 늦게나마 댓글 남겨요. 작가님 글들 다 너무 좋아요ㅠㅠㅠ분위기도 너무 좋고 다 읽으면 아련먹먹해지고 여운이 남는게..ㅠㅠ짧은글로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만드세여ㅠㅠㅠ흑흑 항상 잘보고있어요 자까님 응원해용!
8년 전
반복재생
진짜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감사해요ㅠㅠ재미있게 읽으신 거 같아 더 글쓸 맛이 나네요! 독자님 응원 받아서 더 열심히 글쓸게요!!사랑해요♥♥
8년 전
독자4
우와..엄청 신선하고 좋아요!! 매번 신선하고 여운이 남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반복재생
낯선 소재라 올릴때도 살짝 걱정스러웠는데 많은 독자님들이 신선하다고 해줘서 한시름 놓이네요!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5
와 진짜 너무 감동적이야ㅠㅠ 너무 재밌어요 진짜 글 잘쓰시는거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8년 전
반복재생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빈말이라도 감사드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8년 전
독자6
으어 너무 아련아련하고 또 글이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게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거의 2주 전에 올라온 글이라 되게 뒷북 치는 거 같아서 죄송스럽지만ㅠㅠㅠㅠ심심해서 뭐 읽을까 보다가 봤는데 너무 좋아요ㅠㅠㅠ
8년 전
반복재생
2주전 글 임에도 댓글 감사해요!!♥ 예전 글에 댓글이 달리면 정말 재미있었다는 표시 같아서 기분 좋아요ㅎㅎ
8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 아련아련 브금도 넘나 잘 어울려요 ㅠㅠㅠ 잘보곡갑니다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339 예하 02.24 00:59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21: 비플러스 다이어리 쿵짝 리턴즈 91 텔레투비 02.23 01:49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229 예하 02.22 02:01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517 솦이 02.21 05:02
비투비 [비투비/서은광] 비의 기억15 반복재생 02.19 22:07
비투비 [비투비빙의글]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20: 쇼핑철벽98 텔레투비 02.19 02:54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2016년 첫 눈 오는 날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0210 응가야 02.19 02:52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430 솦이 02.17 03:23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139 예하 02.16 03:27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9: 발렌타인데이98 텔레투비 02.16 02:30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338 솦이 02.15 16:02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나, 그리고 우리 0232 솦이 02.14 10:4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이상세계下12 반복재생 02.13 21:3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126 솦이 02.13 07:02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이상세계上14 반복재생 02.12 20:4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028 솦이 02.12 02:5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님과 함께 0114 남진 02.11 17:1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님과 함께 pro4 남진 02.11 15:19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043 예하 02.11 01:12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8: 익숙함에 속아 식설을 잊지말자111 텔레투비 02.10 17:3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바다갔설 (1234567) 719 솦이 02.10 04:3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로맨스파파14 예하 02.06 23:48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7: 기승전 설이100 텔레투비 02.05 00:14
비투비 [비투비/정일훈] 바다갔설 (1234567) 622 솦이 02.04 17:21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봄이 오는 시간8 반복재생 02.04 02:05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6: 언제나 화목한 비투비 광고촬영현장103 텔레투비 02.02 16:18
비투비 [비투비/신동근] 바다갔설 (1234567) 529 솦이 02.02 12:35
전체 인기글 l 안내
4/29 21:18 ~ 4/29 21:2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