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의 내숭을 모른다.[02]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흰 타올 천장에 어딘가 싶어 눈을 껌벅였다.
"일어났어?."
소년이다. 일어나자 보는 인물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 눈만 껌뻑이니 예의 그 상냥한 얼굴이 걱정과 미안함으로 일그러진다. 무의식적으로 찍고 싶어 손을 가만둘수 없어 깍지를 꼈다. 노골적으로 소년을 훑어보았다. 나와 비슷할 정도의 키, 마른체구, 선량한 얼굴, 아스라질듯 가련한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만 집합해 있다. 사람모델을 쓸 때 내 취향은 거의 아련함, 가련함, 선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완벽히 내 이상향이었다.
"저기..."
들리는 목소리마저 나긋하고 부드럽기 굳이 없어 점점 갈증이 났다. 훑어보던 시선을 멈춰 소년과 눈을 맞췄다. 둔한건지 착한건지 그정도로 노골적이게 훑어봤으면 불쾌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없이 아직까지도 날 걱정하고 있다. 나는 내 얼굴을 이용해 살짝 웃어보였다. 내 얼굴은 내 성격에 안 맞게 굉장히 순하다 못해 순진하게 생겼다. 게다가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 항상 웃는 것처럼 보여 날 모르는 사람들은 대게 날 쉽게 보았다. 그런 얼굴을 이용해 웃었는데도 소년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굳어졌달까.
"미안해.. 내가 거기 있는 바람에..."
눈썹을 추욱 늘어뜨리고 시무룩하게 말하든 말든 나는 소년의 양심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냐, 괜찮아. 요 며칠 무리해서 그런것 뿐이거든."
"아아. 맞아맞아. 나도 봤어. 너 엄청 열심히 돌아다니더라. 반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말 걸지를 못하겠더라."
"...어?."
나는 소년의 말에서 기시감을 발견했다. 반에서도라니...설마..
"음,왜?."
"..같은 반이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년의 표정이 울상 지어진다.
"1학년이 끝나가는데... 너무해.."
"미안."
나는 다급하게 사과했다. 사진의 모델 제의를 하기도 전에 비호감부터 쌓일 수없었다. 소년은 생긋 웃었다.
"아냐. 지금이라도 친해지면 되지. 내 이름은 윤정한이야."
윤정한.. 나는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이름이었다.
"잘부탁해, 이름아."
"아...."
나는 결국 얼굴을 가려버렸다.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주는 소년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깨끗하고 선한 얼굴이 고운 선을 그리고 높은 가을 하늘과 햇살이 그의 위에서 부서져 내릴 때 나는 내가 여지껏 겪었던 황홀함 보다 더한 환희를 느꼈다. 나는 소년에게 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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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기
[유다안]/[돌하르방]/[로운]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