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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中

w. 굥기


















1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中 | 인스티즈




"딸, 자?"



나긋나긋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비틀거렸다. 이미 눈을 꼭 감아버린 탄소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탄소는 그 상태로 입을 살짝 벌렸다. 감기 기운에 살짝 막혀있던 코가 답답했다. 우리 딸, 자네. 엄마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엄마, 엄마. 어디가. 가지마. 목 끝까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었다. 이상한 꿈을 꿨다. 이상했다, 느낌이 쌔했다. 방문 바로 옆에서 자고 있을 엄마를 찾았다. 미닫이문을 살짝 열자 소곤소곤 자고 있던 정국이가 보였다. 정국의 옆자리는 누군가 누워있던 흔적만 보였다. 엄마가 없었다.



"엄마. 엄마 어딨어."



급하게 방에서 나왔다. 대충 바닥에 굴러다니던 슬리퍼를 신었다. 텅 빈 식당 안에 엄마의 흔적 초자 보이지 않았다. 방금 꿨던 꿈이 생생했다. 엄마가 사라졌다. 멀어져가던 엄마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탄소를 양쪽 귀를 붙잡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질 않아, 엄마가. 엄마가 없어졌어. 탄소는 흐느껴 울었다. 우리 엄마 찾아주세요, 우리 착한 엄마 찾아주세요.


누군가 식당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탄소를 껴안았다. 엄마라고 하기엔 느낌과, 풍기는 향기가 달랐다. 탄소보다 조금 더 큰 체구가 탄소를 품에 안았다. 탄소는 조금씩 울음을 멈추며 품에 안겼다.



"울지마, 괜찮아. 엄마 여깄어."



탄소의 등을 토닥이던 사람, 탄소는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 안겨 그렇게 울었다. 점점 색색거리는 소리가 멎어들고 탄소는 잠에 들었다.


태형은 맨발이었다. 바닥에 태형의 발자국이 찍혔다. 빨갛게 스며든 바닥은 언제 사라질지 몰랐다. 다음 날 아침, 밤새 꿈을 꿨던 것인지 멀쩡하게 탄소를 깨우는 엄마와 마주했다. 탄소는 그저 멍하게 엄마를 바라봤다. 딸, 밥 먹어야지. 엄마는 탄소의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이더니 그대로 방 안을 나갔다. 정국이씻는 물소리가 들렸다. 꿈이었구나, 탄소는 안심했다.


식당 밖에는 여전히 태형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2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中 | 인스티즈





"정국아, 누나 어디 갔어?"


"누나?, 몰라."


"하나밖에 없는 누나한테 관심 좀 가져."


"뭐래."



형 간다. 벌써 가? 누나 찾으러 가야지. 걔 찾아서 뭐하게. 쪼끄만 게 말은, 간다. 요즘 애들은 쑥쑥 큰다. 열다섯 밖에 되지 않은 정국이가 눈높이를 마주하고 있는 걸 보면. 고작 네 살 차이라지만 그래도... 우유 많이 마셔야겠다.


펄럭이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식당에서 나왔다. 오늘은 손님이 없다며 홀랑 문을 닫고 놀러 간 엄마와 아줌마는 보이지 않았다. 얘도 따라간 건가, 대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탄소를 찾다가 무심결에 해안가를 봤다. 어, 아깐 분명 없었는데. 보란 듯이 정 가운데에 앉아있는 탄소의 뒤통수에 태형이 헛웃음을 지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아깐 분명 없었는데.


도로 하나를 끼고 모래사장이 있었다. 가까워도 너무 가까운 해안가는 태형의 횟집 이름과 참 잘 어울렸다. 옆집의 식당 이름도 '해안가' 였지만 원조는 횟집이지, 암, 태형은 생각했다. 태형이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껑충 뛰어 도로를 건넜다. 어차피 차도 잘 다니지 않아 위험할 것도 없었다. 태형은 벌써부터 푹푹 빠지는 발에 슬리퍼를 들어 던졌다. 바다가 잡아먹은 슬리퍼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태형은 신경 쓰지 않았다. 휘휘, 휘파람을 불며 순식간에 탄소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왜 왔어, 나 바빠."


"또 책 읽어? 재미없어."


"난 재밌어."



두 다리를 쭉 펴고 책에 코를 박을 기세로 빠져있는 탄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선선한 바람, 머리칼이 흔들렸다. 탄소는 책을 참 좋아했다. 어렸을 적부터 끼고 살았다며 언젠가 함께 도서관에 가자며 태형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었다. 도서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되게 재밌어, 책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가득 차있어. 우리 집도 그런데. 정말? 나 놀러 가면 안 돼? 그러던가. 그게 벌써 구 년이 흘렀다.


태형은 무릎을 모아 끌어안았다. 거세게 흔들리던 파도가 끝자락에서 결국 무너졌다. 순식간에 파도를 잡아먹어 젖어버린 고운 모래가 햇빛에 반짝하고 빛난다. 빛이 났다, 탄소를 바라보는 태형의 눈에서.



"야, 뭐하는 거야."


"좀 눕자, 나 피곤해."


"뭘 했다고 피곤해."



태형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그녀의 다리를 덮었다. 벌러덩 누워버린 태형은 탄소의 딱딱한 정강이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말랐냐, 뼈밖에 없어. 내가? 어딜 봐서, 나 놀리냐? 진짠데. 태형은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바다처럼 푸른 하늘이었다. 하늘과 바다의 차이는 뭘까. 곧게 뻗어있는 지평선을 기점으로 하늘과 바다로 갈렸다. 둘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하늘은 밤이 되면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거기다 바다와 다르게 반짝거리는 점들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태형은 생각했다. 별이 보고 싶다고, 예쁜 별이. 태형은 몸을 틀어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못생겼다."


"진짜?"


"거짓말이지."



별아, 아래서 봐도 예쁜 별아, 태형은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놀랐다. 뭐가 예뻐, 하나도 안 예뻐. 혼자 중얼거리는 태형을 보고 탄소는 오늘따라 태형이 이상하다 생각했다. 쟤가 정말 왜 저래, 탄소는 신경 쓰지 않으려 다시 눈을 검은 글씨로 옮겼다.


책의 한 구절이 읽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태형은 탄소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어린왕자, 순수한 아이가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태형이 탄소의 책을 뺏어 들었다.



"나도 어린왕자 읽고 싶어."


"......"


"네가 맨날 읽고 있으니까 괜히 나도 궁금하잖아. 얼마나 재밌길래 맨날 들여다보고 있는지."


"......"


"나 이거 빌려줘, 오늘 안에 다 읽을게."



알겠지? 태형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정신을 차린 탄소가 소리치자 태형이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뛰어갔다. 내일 봐! 탄소가 허탈함에 한숨을 내쉰다. 태형은 눈 깜짝할 새에 벌써 횟집 안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워낙 장난기가 많은 아이라 매일이 장난이었지만, 왜 읽던 책을 훔쳐가. 진짜 이상한 애야.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탄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동으로 무릎을 덮고 있던 태형의 체크 셔츠가 떨어졌다. 에잇, 버리고 갈까. 태형이 매일 입던 가장 아끼는 셔츠였다. 몇 년을 입어 이미 헤져 곧 버려야 했지만 태형은 쇼핑이 귀찮다며 허구한 날 같은 옷만 입곤 했었다. 탄소의 눈썹이 움찔했다.



"엄마! 아직 안 왔어?"



식당으로 돌아온 탄소의 손에는 태형의 체크무늬 셔츠와 모래로 뒤덮힌 슬리퍼가 들려있었다.







2







"엄마 어디가?"


"옆집, 탄소네 엄마랑 시내 가려고."


"또? 요즘엔 매일 놀러 나가는 거 같아, 우리 장사 안 해?"


"장사가 중요하니, 엄만 친구랑 이렇게 붙어서 사니까 참 좋다. 오늘도 늦을 거야."



태형은 못마땅한 듯 목에 스카프를 두르는 엄마를 빤히 바라봤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짝다리를 짚으며 주머니에 꽂은 두 손은 옵션이었다.



"엄마!"


"아이, 깜짝아. 왜!"


"스카프가 삐뚤어졌잖아!"



이리 와봐! 태형은 여전히 찌푸린 인상으로 엄마에게 다가갔다. 투덜거리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스카프 색은 왜 이렇게 칙칙해. 나간 김에 예쁜 걸로 좀 새로 사. 알았지?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 엄마를 마중하려 횟집 밖으로 나가니, 이미 횟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트럭 한 대가 보였다. 트럭 안에는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배를 운영하시는 박 씨 아저씨께서 손을 흔들고 계셨다.



"태형아, 어머님 안전하게 모실게."



따가운 햇빛에 인상을 더욱 찡그리며 고개만 꾸벅 숙였다. 곧이어 식당에서 나오는 탄소네 어머니를 보고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탄소의 표정이 말해줬다. 이 더운 날씨에 어딜 그렇게 놀러 간다고.



"좀 일찍일찍 다녀, 엄마가 아직도 청춘이야? 나보다 더해."


"너도 이팔청춘은 지났어!"


"엄마!"


"태형이 나와 있었네? 우리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탄소와 태형의 배웅을 받고 떠나가는 트럭이 내뿜는 매연들이 해안가를 뒤덮었다. 탄소의 콜록 이는 소리가 들리고 태형이 다시 횟집으로 몸을 틀었다.



"김, 콜록. 태형."



어? 태형이 몸을 틀어 탄소를 바라보자 탄소는 그제야 기침을 조금씩 멈춘다. 탄소는 팔을 휘저었다. 들어와, 전정국 개학했어.



"니네 집 드럽게 오랜만이다, 정국이 그 새끼는 내가 무슨 침입자인 줄 알아. 그렇게 죽어도 안 들여보내 줘, 어렸을 때는 맨날 왔었던 것도 모르고."


"사춘기잖아, 이해해."



탄소는 장롱을 열고 얇은 이불을 찾았다. 왜? 추워? 아니, 그냥 바닥 딱딱할까 봐. 괜찮아. 태형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배를 보이며 눕자 탄소가 더럽다는 듯이 눈을 가렸다.



"왕 자도 없는 게."


"야, 잘 봐봐. 있어."



태형이 옷을 훌러덩 까고 다가가자 탄소는 태형을 밀쳐낸다. 더러워! 심술궂은 미소를 짓던 태형이 다시 바닥에 엎드리고 기지개를 핀다. 쭈욱, 팔다리가 마비되도록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온몸에 힘이 풀리고 노곤해졌다. 태형은 탄소의 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어디 휴가라도 온 것처럼 둥둥 뜨는 기분, 시원한 방바닥이 태형의 따뜻한 배를 식혔다.



"너 방은, 내 고향 같아."


"뭔소리야."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그냥 좋다. 마음이 편해져."



탄소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놨다. 태형의 아래쪽에 앉아있던 탄소가 다리를 쭉 펴자 태형의 발끝과 닿는다. 태형이 수영을 하는 시늉을 하자 태형의 다리가 거침없이 탄소를 때렸다. 야! 태형이 또다시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쟤는 웃질 말아야 해, 자꾸만 웃어서 사람 마음 다 흔들어. 탄소가 생각했다.



"나 어린왕자 다 읽었어."



태형은 몸을 돌려 단숨에 책장 앞으로 굴러갔다. 상체를 일으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건드린다. 손가락으로 하나 씩,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피노키오, 그리고 백설공주. 탄소가 이미 어릴 적 다 읽었던 명작동화 세트였다. 태형은 백설공주를 집어 들었다.



"동화들은 왜 하나같이 다 해피엔딩일까?"


"아이들이 보는 거니까, 행복한 모습들을 보여줘야지."


"어린 왕자는 죽었는데."


"......"


"꼭 행복해야만 해피엔딩일까?"


"......"



태형이 들고 있던 책의 맨 마지막 장을 펼쳤다. 백설공주와 왕자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상해."


"......"


"오늘따라 느낌이 안 좋아."


"태형아."


"이상하다고."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탄소가 태형에게 최대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형아, 정말 괜찮아. 태형은 들고 있던 동화책을 내려놨다. 자세를 바꿔 다시 대자로 누웠다. 눈 부시는 형광등을 직접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태형의 눈이 시려 왔다. 태형은 빛을 피하지 않았다.



"나 눈 아파."


"눈을 감아."


"감겨줘."



태형이 탄소가 있는 방향으로 손을 쭉 뻗었다. 탄소는 물끄러미 태형의 손끝을 바라봤다. 태형의 손은 남자 치고도 굉장히 큰 편이었다. 길쭉하게 뻗은 손가락이 자신을 가리키자, 졌다는 듯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태형의 손을 잡고 태형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태형이 고개를 돌려 탄소를 바라봤다. 괜찮아, 다 괜찮아.


탄소가 태형의 눈을 가렸다. 더 이상 빛이 태형을 괴롭히지 않았다. 탄소는 기도했다. 아무 일도 없기를, 태형이 영원히 행복할 수 있기를. 그들은 빌고 또 빌었다.






3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中 | 인스티즈




태형이 처음 눈을 뜨고 우렁찬 울음을 내뱉었을 때, 분만실을 가득 채운 울음소리가 태형을 탄생시킨 장본인을 깨웠다. 태형의 친모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태형을 얼싸안고 있었다. 태형의 친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그윽하게 들어차 있다.


태형의 친부는 어부였다. 태형의 친모가 횟집 안에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면 저벅거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와 호탕한 웃음을 날리곤 했었다. 그런 아비 밑에서 자란 태형은 물을 좋아했다. 하루의 절반을 모래사장에서 보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바다에 나가기 일쑤였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가 바닷물 위에서 뒹굴 거리는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틀어막았다. 제 아비를 쏙 빼닮았네. 태형의 친모는 우리 태형이가 아빠를 많이 닮긴 했어요, 라며 맞장구를 치곤했다.


친부는 태형처럼 처음부터 물과 가깝지는 않았다. 어릴 적 가난에 못 이겨 지금 살고 있는 섬으로 내려오게 된 태형의 친부는 이제 막 초등 교육을 마친 어린아이였다. 친부는 평생을 물가에서 살았고, 인생을 바쳤다. 채 육십 년도 살지 못한 삶의 가운데에서, 친부는 외쳤다. 살아도 바다에서 살고, 죽어도 바다에서 죽는다. 그의 좌우명은 곧이곧대로 이루어졌다.


모두들 제 아비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면 물을 멀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형은 달랐다. 친모가 태형을 찾을 때면 언제나 가게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걱정스러운 눈빛은 일수였다. 언제나처럼 모래사장을 뒹굴 거리며 글씨도 써보고, 돌멩이를 모아 탑을 쌓기도 하며 그것들을 한순간에 부숴버리는 장난을 치는 태형을 안쓰럽게 보는 눈빛들은 금방 사라졌다. 그만큼 의연했다. 아비의 죽음은 태형에게 너무나 어릴 적 일인지라, 태형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빠 보고 싶어."


"...어?"


"우리 아빠, 보고 싶다고."



그런 태형에게 확연히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아빠 얼굴이 점점 기억나지 않아, 태형아,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태형은 눈물을 토해내는 탄소를 보고 웃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입꼬리를 내리지도 못했다. 아무런 위로도 되어주지 못하고 멍하니 탄소를 바라봤다. 태형은 아빠의 부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 적도 없으며, 그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탄소가 아빠의 얼굴이 점점 잊혀져간다 말할 때, 태형의 머릿속엔 아빠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



"아빠라는 거 말이야."


"......"


"그거 슬픈 거야?"



태형은 몰랐다. 그의 마음속에 작게 피어오른 새싹이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조금의 호기심이 싹텄다. 그것이 자라고 자라 결국 태형을 괴롭히는 정신병으로 키워버렸다. 언젠가 엄마도 떠나겠지, 우리 엄마도 사라지고 말 거야. 내가 모르는 그 순간에 남모르게, 모든 게 사라지겠지, 내가 뛰놀던 바다도, 들판도, 흙탕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사라져도 난 모를 거야, 난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촌놈이니까.


태형은 친부가 죽었던 십육 년 전의 여름에 머무르고 있었다. 제 어미도 올려다볼 정도로 자란 키와 다부진 골격이 태형이 자신을 '자랐다' 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태형은 자라지 못했다. 아직 그때 그 시절, 머무르다 못해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태형의 마음속 새싹은 어느새 줄기를 키워 꽃봉오리가 피어오르기 직전이었는데 말이다.






4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中 | 인스티즈






태형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안이었지만 눈을 끔벅였다. 무언가 보이기라도 하는 듯 자꾸만 뒤척이며 탄소의 신경을 건드렸다. 간신히 잠이 들 뻔한 탄소가 결국 입을 벌렸다.



"안 자?"


"잠이 안 오네."


"네가 자꾸 꼼지락거리니까 나도 잠 다 깼잖아."


"정국이 왜 안 와?"


"걔 오늘 친구 집에서 잔대. 밖에 비와. 엄마들도 그래서 못 왔잖아."


"아 맞다, 그래도 오늘은 정국이랑 같이 자고 싶었는데."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했다고. 탄소가 몸을 틀자 같이 덮고 있던 이불이 끌어올려 진다.



"야, 나 이불 없잖아."


"덮지 마."



태형이 이불을 끌어당겨도 꼼짝없는 탄소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태형이 이를 갈더니 이불을 당기다가 곧장 탄소의 등으로 붙어버린다. 그러고는 곧장 탄소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아버렸다. 얇은 티셔츠 위로 느껴지는 태형의 손길에 탄소가 깜짝 놀라 배에 힘을 주고는,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나 추워, 그러게 같이 덥자 그랬잖아."


"붙지 마!"



탄소가 허리 위에 올라가있던 태형의 손을 떼놓자 태형이 탄소의 손을 꼭 잡았다. 태형의 크고 남자다운 손과 다르게 작고 여린 손은 태형의 한 손에 쏙하고 들어왔다.



"그만 자자."


"야."


"코오, 자자."


"나 불편하다고."


"자꾸 그러면 또 너 들쳐 업고 나가서 바다에 빠트려 버린다."


"......"



나 한다면 하는 남자야. 태형의 말에 꼼짝없이 입을 다문 탄소였다. 코코 낸내 하자 우리 탄소.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섭섭하긴, 예전의 내가 아니야. 태형이 노곤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린다. 탄소의 손을 반죽 주무르듯 만지작거리던 손짓도 점차 느려져 온다. 곧이어 태형의 눈이 완전히 감기고, 태형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곧장 탄소의 귓가에 흘러들어 간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태형의 손, 그리고 허리춤에 살짝 걸친 태형의 팔뚝을 치우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탄소는 아직 감지 못한 두 눈을 깜빡이며 한껏 숨을 참는다. 잠 못 이룰 밤이었다.



5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흘러들어오는 향긋한 냄새들과 노란 불빛에 정국이 눈을 떴다. 아직 자고 있는 친구가 보이고 눈을 부비적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정국아 일찍 일어났네? 아줌마가 맛있는 김치찌개 끓였어.
얼른 아침 먹고 지민이랑 손 붙잡고 학교 가자."


"감사합니다. 아줌마."


"지민이도 좀 깨워줄래?"


"네."



화장실로 들어가 고양이 세수만 몇 번 하고 나와 굳게 닫힌 문을 열었다. 이불이 저만치 떨어져 있고, 배를 다 들어내고 자고 있는 지민에게 다가갔다. 찰싹, 안 일어나네. 또 찰싹.



"아..."


"빨리 일어나. 아침부터 뱃살이나 자랑하고 있고."


"아프자낭..."



지민이 꼼지락 거리더니 다시 이불을 끌어올린다. 이놈의 자식이, 빨리 형님 말 안 들어? 지민이 결국 상체를 일으키자 정국이 꿇고 있던 무릎을 피고 일어난다. 언넝 씻고 나와. 아침 먹자. 정국이 씨익 웃어 보이고 문을 닫았다.



"어머, 세상에. 저런 일도 다 있네."


"왜 그러세요?"


"저거 봐, 세상 무서워서 살겠어?"


"......"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따라 정국이 시선을 옮겼다. 작은 티브이 화면 속에는 카메라의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지고 있었다. 정국이 화면을 응시했다. 뉴스에서는 앵커가 땀을 흘리며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저기, 저 선착장 정국이 너희 집 가는 거기 아니니?"



숟가락을 들고 있던 정국이 다시 시선을 옮겼다. 정국은 밥을 크게 한 숟갈 떠 입속으로 넣었다. 자잘한 멸치들이 섞여 정국의 입 속에 퍼진다.






'오늘 아침, 선착장에서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상태로 보아 어젯밤 중 일어난 참변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 구의 시신 중 두 명은 중년 여성의 시신으로 심한 외상의 흔적은 없어 보이나...'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中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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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림]이에요. 아, 태형이가 예감이 안좋다고했을 때 설마 진짜 설마 어머니가 돌아가시겠어 아니겠지 했는데 맞네요. 태형이는 아직 자라지 않았다고 해서 그런 태형이 옆에는 더더욱 엄마가 필요할 것 같았고. 맨 처음 여주가 엄마가 없어지는 꿈을 꾸고 태형이에게 안겨 진정되는 모습을 보고 여주도 엄마가 아직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너무 갑작스럽고 슬퍼요. 아직 한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긴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건지... 정국이도 걱정이 많이되고. 진짜 너무 암담해요. 미래가 없는 것 처럼. 글을 읽는 저도 그런데 여주랑 정국이랑 태형이는 오죽할까요.
8년 전
독자2
헐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어머니들이 다 돌아가신 건가요...ㅠㅜㅜㅜ 어떡하죠 벌써부터 정국이랑 태형이랑 여주가 얼마나 슬퍼할지 상상이 가요..
8년 전
독자3
..설마했어요
비가와서 부모님들이 안온다고 연락을 받은 거 같아서 그래서 아무일도 없겠거니했는데.. 이런게 어딨어요..태형이랑 정국이랑 여주는 어떻게 살아가요..아직 엄마가 많이 필요한 아이들인데..(오열) 중편이라는 게 더 슬퍼요.. 한 편에서 오늘보다 더 가슴아픈 얘기를 애들의 슬픈 감정을 다 보게될거라는게ㅜㅠㅠㅠ(엉엉)..

8년 전
독자4
설마 했는데ㅠㅠㅠㅠㅠ 태형이랑 정국이랑 여주 어떡하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이 궁금해지네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태태예요!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안좋은 예감이 이거일줄은 진짜 아..진짜 어떡하죠 아 아 너무 불안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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