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반복재생 전체글ll조회 821l 1

[비투비/육성재] 꽃샘추위 | 인스티즈




이 계절의 햇살은 완연한 봄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아직 공기는 겨울의 강추위처럼 차다. 




그날은 무척이나 춥던 날이었다. 활시위에서 튕겨져 나온 활이 곧게 나아가 그대로 과녁의 정중앙에 박힌다. 성재의 활이었다. 그가 자주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자 풍기는 은은한 봄 내음이 황홀했다. 고급 비단으로 제작된 옷은 새삼 그와 나의 신분 차이를 깨닫게 한다. 성재은 궐내 고위 관리의 외동아들이었으며 나는 일개 시종에 불과했으니. 내가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그는 다른 활을 활시위에 끼워 맞췄다. 추위에 귀가 빨개졌지만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활시위를 팽팽히 당긴 성재가 다시 한 번 수준급의 양궁 실력을 보였다. 성재가 기뻐하자 덩달아 나도 입꼬리에 미소가 얹혔다. 그가 양궁 연습을 할 때면 저만치 뒤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성재는 몰라도 마냥 괜찮았다. 아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혼자하는 사랑이라지만 마음속 텅 빈 허전함을 감추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허전함 안에 괜찮음을 꼭꼭 눌러 담는 일이었다.




성재가 내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심지어 눈까지 내렸다. 이른 아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마당을 쓸고 있던 중 때마침 잠에서 깬 성재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성재는 눈이 내리는 걸 참 좋아했구나. 양궁에 열중한 와중에도 눈이 내리면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였으니 말이다. 예상대로 그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번졌다. 나도 그를 따라 몰래 웃었다. 눈 내린 마당에서 긴 다리로 뛰어다닐 때 진짜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게 아무래도 콩깍지가 단단히 씐 듯했다. 눈 밭을 마구 뛰놀던 성재는 발을 헛디뎠는지 엉덩방아를 찧었다.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가니 그의 팔꿈치 살이 까져 붉게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내 앞에서 이런 꼴을 보인 게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새하얀 눈 위에 눈에 띄는 성재의 붉은 핏자국이 어렸다. 급하게 들고 온 천으로 그의 상처 부위를 조심스레 감쌌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의 털 끝 하나 닿지 않았지만 온몸이 근질거렸다. 가까이 붙어 있으니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성재의 향취가 생생히 전해졌다. 푸르고 달콤한 향. 그에게선 꽃향기가 났다. 상처를 지혈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재는 내게 말을 붙였다.

" 네 이름은 무엇이냐. "

이름. 내게 이름이라는 것이 있었나. 천한 자에게는 사람의 신분도 주어지지 않는 곳이 이곳인데 이름이라니 가당치도 않는 말이었다. 

" 저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지요. "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곧 훔치고 싶을 만큼이나 붉은 그의 입술에서 낯선 이름이 튀어나왔다.

" 설(雪), 너는 눈만큼이나 햐얗구나. "

설, 그가 지어준 나의 이름이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느낀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짜릿함과 그 이상의 설렘 그리고 푸르고 달콤한 꽃향기였다.




성재의 유연한 활 솜씨는 비단 나뿐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궐내 고위급 관리는 물론 왕까지로 그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소문도 돌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인 것일까 며칠 지나지 않아 성재에게 근위대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무에는 능했지만 문에는 영 재주가 없던 그였기에 성재의 부친은 고민 없이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한 연유 때문에 성재는 뜻하지 않게 집을 떠나게 됐고 우리는 뜻하지 않게 이별을 맞았다. 그가 떠난 지 이제 고작 1년이다. 봄이 오기 전 유난히 추운 오늘, 문득 1년 전 밤이 생각난다.




성재가 집을 떠나기 전날, 그는 나를 마당으로 불렀다. 모두가 잠든 늦는 밤이었다.

" 오늘 달이 참 밝구나. "

그의 말마따나 꽉 찬 보름달이 창창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서서 나란히 달빛을 받았다. 곧 봄이 오려는 듯 추위와 함께 달달한 꽃향기가 느껴졌다.

" 설아. 네 이름이 왜 설인줄 아느냐 "

그를 올려다보며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젓자 성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눈이기 때문이다. "

나는 아직도 그 밤을 잊지 못한다. 숨을 한번 들이키면 화한 달빛과 성재의 꽃향이 몸 안 깊숙이 침투해 정신이 아찔할 만큼 달콤했던 밤이었다.




꽃샘추위이다. 겨울도 봄도 아닌 제5의 계절, 이 계절의 햇살은 완연한 봄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아직 공기는 겨울의 강추위처럼 차다. 꽃이 꽃잎을 틔우기 위해 맹렬한 추위를 견뎌야 하듯 우리도 행복한 결말을 맺기 위해서는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만나지 못하지만 재회할 날을 소망하며. 바람은 끊이지 않으니까 언젠가 그에게 닿을 희미한 봄바람에 내 마음을 담는다. 추위를 견디고 나면, 희미한 봄바람이 선명해지면, 그 바람 속 답장의 의미로 그의 향이 어려있겠지. 
















반복재생

" 오늘 달이 참 밝구나 " = 너설의 이름이 설이인 이유 =좋아한다

인 거 아시나요?? 사실 성재는 설이를 처음 봤을 때 첫눈에 반했다는..헿ㅎ//

아 그리고 제가 학생인지라 개학하면 글 쓸 시간이 없어져서 글을 전처럼 자주 올리지는 못할 거 같아요

어쩌면 7월 때까지는 못 올 수도 있고...ㅠㅠㅠ아 울고 싶다...

오늘따라 사담이 좀 길었네요. 지금까지 노잼인데도 읽어주신 독자님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저는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사극이라는 소재 던져준 설이1아 정말 고마워!! 그리고 소재 제공해준 다른 설들도 고맙고 시간 날 때 틈틈이 써서 올리도록 노력할게! 이 글을 읽을 지는 모르지만.. )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아 헐; 나 !!설이1이닷
와 ...진짜 금손설이구나!!!!! 진짜 잘써ㅠㅠ
완전좋아ㅠㅠ 어뜩해ㅠㅠㅠㅠㅠ
미치겠어ㅠㅠ

8년 전
반복재생
아ㅠㅠㅠㅠ좋은 소재로 이상한 글 싸질러서 걱정했는데 좋아해줘서 고마워.. 소재 재공 거듭 말하지만 정말 고마워♥
8년 전
독자2
내가 더 고맙지ㅠㅠㅠ 이런 좋은 글 써줬는데ㅠ
염치불구 더 써달라!!

8년 전
독자3
학생인데 너무너무 글 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금손 ㅠㅠ같은 학생인데 전 똥손 헤헤헤헿 너무 잘 보고 가요~
8년 전
반복재생
금손이라니..(감동)ㅠㅠ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가셨다니 뿌듯하네요ㅎㅎ
8년 전
비회원117.144
작가님 글은 항상 참 반갑게 느껴져요
봄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잘 어울리는 글이네요ㅎㅎ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8년 전
반복재생
비회원 독자님도 반가워요:) 독자님 댓글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댓글 감사해요♡ㅎ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339 예하 02.24 00:59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21: 비플러스 다이어리 쿵짝 리턴즈 91 텔레투비 02.23 01:49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229 예하 02.22 02:01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517 솦이 02.21 05:02
비투비 [비투비/서은광] 비의 기억15 반복재생 02.19 22:07
비투비 [비투비빙의글]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20: 쇼핑철벽98 텔레투비 02.19 02:54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2016년 첫 눈 오는 날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0210 응가야 02.19 02:52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430 솦이 02.17 03:23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139 예하 02.16 03:27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9: 발렌타인데이98 텔레투비 02.16 02:30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338 솦이 02.15 16:02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나, 그리고 우리 0232 솦이 02.14 10:4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이상세계下12 반복재생 02.13 21:3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126 솦이 02.13 07:02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이상세계上14 반복재생 02.12 20:4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정일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0028 솦이 02.12 02:5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님과 함께 0114 남진 02.11 17:17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님과 함께 pro4 남진 02.11 15:19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043 예하 02.11 01:12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8: 익숙함에 속아 식설을 잊지말자111 텔레투비 02.10 17:3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바다갔설 (1234567) 719 솦이 02.10 04:38
비투비 [비투비/육성재] 로맨스파파14 예하 02.06 23:48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7: 기승전 설이100 텔레투비 02.05 00:14
비투비 [비투비/정일훈] 바다갔설 (1234567) 622 솦이 02.04 17:21
비투비 [비투비/이창섭] 봄이 오는 시간8 반복재생 02.04 02:05
비투비 [비투비] 너 설이 비투비 홍일점인 썰 16: 언제나 화목한 비투비 광고촬영현장103 텔레투비 02.02 16:18
비투비 [비투비/신동근] 바다갔설 (1234567) 529 솦이 02.02 12:35
전체 인기글 l 안내
4/29 22:00 ~ 4/29 22:0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