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 로즈
팀장님의 커피 주문에 지민이 회사 앞 카페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두 잔, 카페라떼 두 잔, 카라멜 마끼야또 한 잔. 지민은 커피를 먹지 못해 초코라떼를 선택했다.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선 채로 메뉴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보다, 갓 나온 프라푸치노를 받아들고 휘핑에 입을 묻는 태형을 발견했다.
카페를 벗어나는 그를 쳐다보다 지민의 주문 차례가 왔다. 주문을 하고 문 쪽을 다시 바라보았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커피를 한 손으로 받아 들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다시 한 번 6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김태형 이었다. 왜 자꾸 마주치는 거지.
용기를 낸 지민이 태형에게 말을 걸었다.
“저..”
“…?”
둘만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말 소리가 들리자 태형이 뒤로 돌아보았다. 왜 불렀냐는 표정으로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 기억 안나..?”
“너가 누군데요?”
“박…지민.”
“박지민?”
얼굴을 유심하게 살펴보는 듯 하더니 태형의 얼굴에 실소가 드리워졌다. 태형이 비어있는 왼쪽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들어올렸다.
“뭐야, 너였어?”
“…”
“오랜만이다, 진짜.”
“…그러게”
“그 때 내 생일 이후로 몇 년만이지? 7년만인가. 많이 변했네.”
엘리베이터가 8층에 섰다. 하지만 태형이 잡은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대로 문이 닫히고, 태형이 가장 높은 층을 눌렀다.
“근데.”
“..어.”
“너 아직도 게이야?”
“…”
“아직 더럽게 노네.”
“..어….”
“내가 내 눈에 띄지 말랬잖아. 기억 안 나?”
“…”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씨발. 꺼져.”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들어간 사무실에선 직원들이 모두 놀라 지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 없이 사 온 커피를 직원들 자리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지민도 제 자리에 앉아 흐르는 눈물도 닦지 않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이 지민의 맞은편에 앉은 동기 소정에게 데리고 나가서 달래고 오라는 눈치를 주자 소정이 지민에게 조심스레 메신저를 넣었다.
‘지민씨’
‘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저랑 잠깐 나가요.’
‘근무시간인데..’
‘괜찮으니까 나가요.’
소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의 손목을 끌고 나갔다. 지민을 끌고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로 향했다. 지민은 힘 없이 끌려올 뿐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카페는 한적했다. 조금 골목 깊숙히에 있는 카페였다. 소정이 지민의 손목을 확인했다. 파란색과 남색의 중간 색이였다. 지금 많이 슬프구나.
소정이 지민의 손을 마주잡고 말을 시작했다.
“다 말해봐요. 들어줄게요.”
“진짜 아무 일도 없는데…”
“거짓말 치지 마요. 이렇게 몸이 말하는데.”
“….”
“비밀은 지켜줄게요. 말 해봐요.”
편안하게 지민의 말을 받아주는 탓에 지민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까 전 있었던 일까지 소정에게 대충 설명했다. 소정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민을 보았다.
“그래서, 그 김태형이라는 사람이 우리 회사 디자인 부 라는거죠?”
“..네.”
“그 사람이 호모포비아 라는거고.”
“그런 것 같아요.”
“어쩌겠어요.. 그냥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으면 안돼요? 그렇게 못해줬는데…”
“…그러게요.”
“내가 쓸데 없는 말을 했네. 잘 됐으면 좋겠는데 머리가 아프네요. 어떡하면 좋아..”
“….괜찮아요. 익숙했었어요, 전엔.”
“에이, 그래도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소리를 듣고 살아요.”
소정이 지민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민의 고개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소정에게 말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지민이 소정과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직원들이 어떻게 되었냐는 시선으로 소정을 바라보자 소정이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만들었다.
지민이 자리에 앉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며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것 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인 듯 했다.
하지만 그의 손목은 여전히 푸른 색 이였다.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출근을 하기 전까진 혼자 있는 지민은 무척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로저 마저 어두운 보라색 빛 이였다
지민이 그 손목을 발견하고 밤 늦게 응급 로저 센터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손목을 살펴보던 의사가 너무 심각한 상태라 약을 잘 챙겨먹고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응급실에서 링겔을 맞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위를 둘러보던 지민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주위는 다 그대론데 난 왜 이럴까? 왜 내가 저런 애를 좋아하게 된 걸까. 박지민 멍청이. 더럽다잖아. 더럽다잖아!
앞에 굴러다니던 캔을 뻥 차고 바닥에 주저앉은 지민이 서럽게 엉엉 울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까만 밤, 그는 계속해서 울었다.
그 이후로 태형과 마주치는 수는 무척 잦았다. 거의 하루에 한번 꼴은 만나는 듯 했다. 태형의 얼굴을 볼 때마다 다시 심장이 뛰었지만, 그의 폭언에 다시 우울해졌다.
“왜 넌 날 볼 때마다 손목이 붉어?"
"..."
"더럽다 진짜."
급격하게 움직이는 감정선에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약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 모습을 항상 지켜보던 소정이 지민이 안정 할 수 있게 등을 토닥여주었다.
무척 괴로워하는 지민의 모습이였지만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하는 일 처리에 상사들이 지민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다음날도, 다 다음날도 여전했다. 지민을 보면 폭언을 일삼지 않았다. 엄청난 수치와 화남을 주는 태형의 말이었지만 지민은 버텼다.
예전에 태형을 좋아하던 마음을 가지고 꾹 참았다.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태형의 얼굴을 보면 심장이 뛰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어, 더러운 아침.”
“…”
“오늘 아침부터 뭐, 또 좋아죽겠어?”
“…”
“아니야?”
“…”
“더러운 게이새끼가, 내 눈에 띄는게 싫다잖아.”
“…”
“회사 좀 제발 그만둬라. 제발.”
태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민에게 말을 거친 말들을 내뱉었다.
태형은 항상 이런 식이였다. 내 로저가 붉어진 걸 확인하고, 성적인 수치를 줬으며 회사를 그만두라는 강요를 잊지 않았다.
항상 그런 말에 지민은 또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약을 입에 털어 넣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생각이 드는 태형의 폭언에 얼굴이 화끈해진 지민이 옥상으로 향했다. 달달한 우유를 자판기에서 뽑아내었다.
옥상에서 보는 도시의 풍경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자 시원한 공기가 속으로 들어왔다.
우유를 한 모금 들이키고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가 천국인건가. 내려다보이는 아래를 보며 안 좋은 생각도 잠시,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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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태형아 미안해.. 지민아 미안해.............. (우럭)
한참을 미안해야 할 것 같네요....흐엉...........
이 똥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ㅠㅠ 독자님들 짱이에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