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선물해주신 w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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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 23 (BGM : 리쌍 - Run ) - 자리를 박차고 나간 명수는 후문 소각장으로 내려갔다. 좀 전 호원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가족을 잃는다는건 없다는 그 사실이 미치도록 슬픈겁니다. 하지만 애인을 잃는건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끔찍하고 또 끔찍하게도 슬픈거죠.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가족과 애인의 빈자리는. 괜히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시비걸지 마시죠.」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슬프다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래, 난 이성열 하나 지켜주지 못해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끔찍하게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어쩌라는건데? 미쳤다. 정말 미쳤다.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성열도 아니고, 슬픔 운운하며 잘난척해대는 호원도 아니고, 내가 미쳤다. 이성열을 잊지 못하고 유치하게 발버둥치는 김명수가 미친거다. 날이 어두워져 까맣기만 한 하늘을 노려보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성열, 이성열, 이성열! 여전히 네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불길 속에서 하얗게 웃던 네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아직 널 잊을 자신이 없어, 그래서 너무 아파. - 명수를 쫓아 내려온 호원은 멍하니 서있는 명수를 발견하고 그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뒷모습에서조차 괴로움이 느껴지는 명수의 힘겨운 모습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쉴틈없이 시비를 걸고 틱틱대는 명수였지만 그 마음 어딘가 아픔이 숨겨진듯한 느낌에 명수와는 꼭 단 둘이서 이야기해봐야할 것 같았다. 마침 그가 굳은 표정으로 나가길래 따라왔는데 막상 명수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필시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그리고 호원은 그 이유라는 것이 슬프고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를 향한 복수심에 불을 질러줄만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누구나 상처를 건드리면 괴로워하는법.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호원은 명수에게 말을 걸기가 사뭇 조심스러웠다. "왜 따라 온거지?" 명수의 뒤에 조용히 서서 그를 부를까 말까 망설이는 호원에게 뜻밖에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명수였다. 지금까지 그랬듯 퉁명스러운 투였지만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명수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거라 생각했던 호원이었다. 여기 온지 한나절도 채 되지 않았지만 명수에게는 이미 진절머리가 나있었고, 그래서 그를 설득하려면 좋은 말로는 안된다는, 강압적이고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한 명수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던 호원은 명수가 물어본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놀라운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형." 깜짝 놀란 명수가 뒤로 돌아 호원을 바라보았다. 사실상 나이로 따지면 명수가 세살 위 형인게 당연한 것이었지만 시종일관 정 떨어지는 태도를 고수하던 호원이 순순히 형이라고 불러줄거라 생각도 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형-이라는, 짧지만 큰 힘을 가진 단어에 흥미가 생긴 명수가 무슨 말을 하려나 호원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막상 운을 뗀 호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형이라는 단어에 조금 누그러졌던 명수의 표정이 뒤이은 호원의 말에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방금까지 아른거리던 성열의 얼굴이 더욱 집요하게 명수의 심장을 찔러댔다. 이런걸 묻는 이유는 도대체. "그런건 왜 묻지?" "......" "있어. 그런데 없지." 묵묵부답인 호원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하늘을 쳐다보던 명수가 자조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무슨..." "사랑하는 사람은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은 세상에 없지." 역시. 호원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명수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 하루 그의 말과 행동으로 보아, 그 아픈 기억이라는건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채 눈 앞에서 잃은 경험이겠지. 자신과 동우의 과거가 문득 떠올라 순간 그만할까하는 동정심이 들었다. 지금 하려는 말을 듣는다면 명수가 괴로워할게 뻔하다. 그러나 그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설득하는게 먼저라고 판단한 호원은 명수가 그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침착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명수가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게도 마음속으로 미리 사과했다. 죄송하지만요, 이제 정신을 좀 차릴때니까요, 김명수씨는. "그래서." "어?" "그 사람은 하늘에서 형이 이딴식으로 사는거 안답니까?" "...뭐?" 명수의 표정이 일순간 험악해졌다. 여기서 멈추면 안돼, 더 밀어붙여야한다. "형이 사랑하는 그 잘난 하늘위 사람은 형이 한심한 사랑에 미쳐서는 눈앞의 현실도 직시하지 못하고 이리 날뛰고 저리 날뛰는거 알고 있냐고요." "너...지금 뭐라고...!" "알면 참 좋아라 하겠습니다, 안 그래요? 역시 명수씨는 날 그리워하느라 제 할일도 모르고 방황하고있구나, 역시 너무 멋져- 라고 하기라도 바라는겁니까? 아니면 그렇게 넋놓고있으면 여인네인지 뭔지 모를 그 아름다우신 분이 형 눈앞에 나타나 엉덩이라도 흔들어준대요?" "니가 뭘안다고 지껄이는거야! 니가 뭔데 이성열을 그런 식으로...!" "아, 이성열. 이성열이랬나. 어이 거기 하늘에 이성열씨, 당신 애인 미쳐가는데 부활해서 키스나 해줘요, 정신차리게." 호원이 빈정거리다 못해 성열의 이름까지 거론하자 명수의 화가 결국 폭발했다. "씨발, 안 닥쳐? 니까짓게 함부로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야! 막 대할 이름이 아니라고!" "함부로 못할 귀한 분이신가보네요. 왜요, 밤에 허리라도 잘 돌린 모양입니다?" "씨발, 보자보자하니까 이게!" 군대에서 지내며 어쩔수없이 하게된 음담패설이 요긴하게 쓰였다. 하늘에서 보고있을 이성열씨, 누군진 모르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은 아니고요, 이 멍청한 놈 각성 좀 시킬게요. 아, 애인한테 멍청한 놈이라해서 또 화나셨을라나. 여튼 지금 그쪽 애인의 도움이 좀 필요해서 말입니다, 실례 좀 할께요. 호원의 비아냥거림은 효과만점이었다. 격분한 명수가 버럭 소리까지 지르며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흘 전까지만 해도 군인이었던 호원은 큰 어려움없이 분노가 가득 실린 명수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아내었다. 그래도 분노한 명수의 무지막지한 힘에 살짝 뒤로 밀린 몸에 미간을 찌푸린 호원은 아랑곳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힘은 나쁘지 않은데 말입니다. 편한 센터내에서 몇년을 호위호식하고 사신 분은 피튀기는 전쟁터에서 살다시피한 군인을 이기지 못합니다. 보시다시피요. 훈련 좀 하셔야 쓰겠네요" 명수가 당황하며 잡힌 주먹을 빼내려했지만 호원에게 꽉 잡혀있어 주먹은 빠지지 않았다. 화가 두배로 난 명수가 다른쪽 주먹을 날렸지만 그 또한 호원에게 꽉 잡히고 말았다. "이렇게 비리비리해서 누구 코에 갖다붙이게요. 아, 이성열씨?" 아아아악- 결국 명수가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아마 화가 머리끝도 모자라 우주끝까지 나있을거다. 이를 갈며 호원의 손을 뿌리친 명수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뭔데, 뭐냐고!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씨발! 뭘 원하냐고! 왜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 왜!!!" 분노하다못해 이제는 거의 울것같은 명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호원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방향을 잘못 잡았는지도- 아마 설득이 다행히 잘되더라도 이 일로 인해 명수와 다시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냐고요?" "...씨발, 씨발, 뭔데 진짜..." "형은 내가 왜 이러는 것 같은데요." 명수는 진심으로 괴로워보였다. 이 형, 화는 풀 수 있을까. 새삼스레 남자끼리는 술로 풀어야한다고 했던, 술을 입에 달고 살았던 군대 일년 선임 최일병이 생각났다. "형이 사랑하는 이성열씨, 고통스럽게 죽었겠죠. 뭣도 모르는 내가 이런 말하는거 아니꼽겠지만, 정부의 손이 닿은 이상 행복하게 죽진 않았을겁니다." "......" "근데 형은 아무것도 몰라요. 지금 밖에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이성열씨만큼, 혹은 그보다 고통스럽게요.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들 또한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일겁니다." "......" "마치 형에게 있어서 이성열씨의 존재처럼요." 명수의 눈동자가 순간 일렁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않고 호원이 재빨리 물었다.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지 않습니까?" 명수의 일렁이던 눈이 다시 원래의 차가운 눈으로 돌아왔다. "무슨 상관이야." 후- 호원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다른쪽으로 얘기를 해봐야하나. 그렇다면, "이성열씨를 죽인 정부에게 복수하고 싶진 않나요?" 명수의 눈동자가 아까보다 더 크게 일렁였다. 된건가...?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명수가 드디어 대답했다. "여기있는 사람 모두가 정부에 복수하고 싶을거다. 너도 그렇겠지." 두루뭉실한 답변에 당황한 호원을 바라보며 명수가 말을 이었다. "니 애인. 장동우 그 친구도 보아하니 일이 있었던 모양이더군. 아까 뭐랬더라, 가족을 잃었다고?" 명수는 아직 위에 남아있을 동우를 떠올렸다. 확실히 누구에게나 귀여움받을 착한 아이임은 분명했으나- 명수는 동우가 불을 다룬다는 사실을 마이너스요소로 적용시킨듯 했다. 이성열을 죽인 불. 명수는 불이 끔찍하게도 무섭고도 싫었다. 그리고, 이 짜증나게 당돌한 청년 이호원. 아까 그 음담패설섞인 거창한 비아냥거림을 떠올린 명수의 분노는 순식간에 복수심으로 전환되었다. 난 그런 말 못할것 같아? "가족이 살해당했다, 그래서 복수를 하겠다라..." 순간 명수의 입가가 비껴올라갔다. 그 차가운 냉소를 스치듯 본 호원이 불길함을 느끼고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지만 때는 늦었다. "하긴, 부모도 없는 더러운 소에족 새끼가 세상 무서운걸 어찌 알겠어." 명수의 입에서 나온 단어 하나하나가 호원의 가슴을 관통했다. 씨발, 뭐라고? 아까 자신에게 조롱을 당했던 명수의 기분이 이랬구나- 호원은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래, 자신은 욕먹어도 괜찮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욕먹는 순간 화는 물끓듯 끓어오른다. 아까 김명수도 이런 느낌이었겠지, 근데 내가 김명수 이 자식만큼 참을성있는게 아니라서 말이야. 핀트가 하나 나가버린 호원은 기어코 명수에게 주먹을 날리며 생각했다. 이 형과는 죽어서도 친해질 수 없을거야. - "사과해." 코피를 줄줄 흘리는 명수와 아직도 씩씩대는 호원이 들어오자 기겁을 한 동우가 구석진 곳으로 호원을 끌고와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는 대뜸 하는 소리다. "뭐?" "사과하라고. 니가 먼저 잘못한거야." "사과 안해! 아니 못해! 그 자식이 너보고...!" "나보고 뭐라했던간에 니가 먼저 명수형이 사랑하는 분 욕했잖아! 얼마나 큰 잘못인데!" "그건 그냥 그 형 정신 좀 차리게 하려고..." "의도가 뭐였던간에 형이 얼마나 상처받을지 생각해봤어?" 호원의 등짝이라도 후려칠 기세인 동우가 닦달을 해댔지만 여전히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호원은 고개를 저었다. "씨...이호원...너 빨리 사과해. 사람을 왜 때려!" "때리려고 때린게 아니고..." "시끄러! 사과 안하면...나 울꺼야!" "뭐라고?" 괴상한 협박까지 해대며 사과를 강요하는 동우의 말에 호원이 피식 웃자 나름 진지하던 동우가 발끈했다. "지금이 웃을 상황이야? 빨리 사과안하면 나 진짜 울거야! 너 미워할거라고!" "야, 왜 그래." 동우가 새초롬히 눈을 흘기며 진짜 울듯한 태도를 취하자 설렁설렁 대답하던 호원이 진짜로 당황했다. "이씨. 너 진짜 나빴어." "난..." "그래도 앞으로 우리를 도와줄 분들인데 그따구로 대하면 어떡해!" "미안, 미안. 근데 진짜 자존심 상하는걸 어떡해." "자존심 안 버리면 난 널 버릴꺼거든?" 결국 동우가 호원을 퍽 밀고는 잔뜩 삐진채로 걸어나갔다. "야, 야, 동우야!" 호원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망했다- 마냥 착하기만 했던 동우가 이럴줄은 예상을 못했다. 진짜 사과하기 싫은데... 자존심 세고 완강한 성격인 호원은 명수에게 사과하고 동우와 화해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길 마음을 쉽게 먹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데 어느새 다시 돌어온 동우가 호원의 팔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악! 아파!" "이 바보야! 안 따라와?" "아...어...아아! 야야 손부터 놔, 아아악!" 동우한테 꼬집힌 그대로 밖으로 끌려나가는 호원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얘는 비리비리한게 힘은 왜이렇게 센거야! - 동우가 호원을 끌고 온 곳은 코에다가 휴지를 박고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명수와 그런 명수의 등짝을 때리고 있는 성규 앞이었다. 하기 싫어- 입모양으로 속삭이는 호원을 노려보던 동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저기, 명수형, 진짜 미안해요." 명수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옆에 앉은 성규의 무릎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명수를 한번 더 때린 성규가 대신 대답했다. "괜찮아, 괜찮아. 야, 김명수, 너도 말 좀 해!" 여전히 명수는 말이 없었다. 물론 동우의 옆에 서있는 호원도 마찬가지. 이건 무슨 초등학생 싸움 화해시키는 학부모도 아니고. 꿋꿋이 엄한 곳만 쳐다보며 입도 열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결국 동우가 다시 그 괴상한 협박을 시작했다. "이호워어언- 나 진짜 울거야! 달래줘도 안 그칠거야!" "야야, 진짜 울거냐?" "그럼 가짜로 울게? 울라면 난 밤새도록 울 수도 있어!" 투닥거리는 호원과 동우를 보며 성규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동우의 협박 방식도 초딩같았다. 여기나 저기나 다 초딩이야- 결국 초딩들 중에서 가장 의젓한 초딩은 호원으로 판명이 났다. 울먹이기까지 하는 동우를 보고 어쩔 수 없이 명수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형, 미..안해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떨떠름한 한 마디만을 남기고 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호원을 보고 동우가 혀를 쯧쯧 찼다. 그리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성규가 명수의 등짝을 한번 더 내리쳤다. "안 따라가봐?" 명수가 뭐라뭐라 툴툴대더니 결국 호원을 따라나갔다. 만난지 반나절만에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화해해서 다행이라며 성규를 보고 동우가 해맑게 웃었다. 성규도 예쁜 웃음에 저절로 따라 웃게 되었고 말이다. "웃는거 진짜 이쁘네, 그런 소리 많이 들었지?" "헤헤-" 처음 만났을때 웃는게 예쁘다고 해준 호원이 떠올랐다. 알고보면 착하고 좋은 앤데 여기 와서 자꾸 난리란 말이야. 앞으로 함께할, 성규를 비롯한 센터 사람들에게 나름의 큰 호감을 품고 있는 동우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었다. 자신과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에 많이, 진짜 많이 생겼다. 비록 이제부터 다치고 죽을지도 모르는 진짜 전쟁이 시작되지만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동우였다. - M센터의 구조를 모르는 호원은 막상 밖으로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그냥 서있었다. 어설픈 사과에 자존심 상하기도 했고 명수 앞에서 동우에게 잔소리 들은게 쑥스럽기도 했는데 그 감정을 가라앉힐만한 곳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와." 어느새 뒤따라 나온 명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앞서가는 명수의 발소리가 센터 복도를 또각또각 울렸다. 호원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깨끗한 구두를 신은 명수의 발이 눈에 띄었다. 호원은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빨 방법을 찾지 못해 대충 닦아만 놓은 얼룩진 군화. 다시한번 이질감이 물밀듯 일었다. 바깥을 경험한적 없는 이 사람들이, 조준과 저격 자세로만 어설프게 훈련된 총질을 하는 이 사람들이, 과연 전쟁을 함께 해줄 수 있을까. 명수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여긴 왜-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호원에 명수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람들이 잘 안 오거든." 궁색한 변명같은 말투였지만 확실히 화장실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외진 곳에 있었다. 시간이 늦어 연구원들이 나오지 않은 까닭도 있었지만 원래 왕래가 드문 곳인듯 했다. 화장실 내부는 널찍하고 깔끔했다. 또 다른 이질감. 전쟁터엔 제대로 된 화장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바깥에서는 위생적인 장소를 찾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명수가 하얀 타일이 깔린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어색한 분위기에 호원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엔 항상 갖고 다니는 담배와 라이터가 들어있었다. "담배 피워요?" 묵묵히 돌아가는 환풍기를 한번 바라본 호원이 한 개피 꺼내들자 명수가 벌레보듯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선 그런거 금지야.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바깥엔 이것보다 더럽고 징그러운 것들이 득시글거립니다. 익숙해지세요." 설교하는듯한 명수의 말을 자르며 호원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묘한 향기를 내며 피어오르는 연기가 코 끝에 맵싸하게 퍼져왔다. 한동안 말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서있던 둘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명수였다. "할 얘기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할 말은 없습니다, 이제."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호원에 또 다시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또다시 그 침묵을 깬 것도 역시 명수였다. "...미안하다." "...에?" "넌 사과했잖냐. 나도 해야지." 호원이 놀라서 명수를 쳐다보자 명수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처음 너희를 봤을때부터 의심되거나 딱히 밉지는 않았어. 그냥 낯선 이들에 대한 경계심이었겠지." "......" "니 말을 듣고 보니 소에족에 대해 가졌던 악감정도 별거 아니더라. 그래, 우리가 싸워야할건 정부지, 우리 서로가 아니야." 느릿느릿한 명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호원이 기분좋은 미소를 띄웠다. "뭐...그렇다고 너네가 그닥 좋은건 아니야... 난 협조 안해줄거니까 아, 알아서들 해..." 답지 않게 더듬거리며 괜히 세면대에 때가 끼었다며 만지작대는 명수가 처음으로 친한 형처럼 보였다. 씨익 웃은 호원이 명수에게 다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형, 가만있어봐요." 가까이 다가온 호원에게서 끼치는 바깥 냄새에 명수가 흠칫했다. 이 놈이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나 명수의 걱정과는 달리 호원이 한 행동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명수의 흰 가운 소매에 비벼끄고는 옆에 있던 휴지통에 꽁초를 버렸던 것 뿐이었다. "야, 야!" "아, 이제야 좀 볼만하네.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거든요, 앞으로 겪을 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깨끗한 가운." 뽀얗던 가운 소매에 생긴 까만 담뱃자국에 명수도 결국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유유히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호원의 뒷모습이 처음으로 친한 동생처럼 보였다. - 방으로 돌아온 명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건 호원의 팔에 매달려 무슨 얘기 했느냐며 잘 됐냐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동우였다. 누가 연인 아니랄까봐 다정스럽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현과 성규는... "엄마 어디있어?" 옆에 딱 붙어서 비비대는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던 호원이 명수의 물음에 작은 방을 턱끝으로 가리켰다. "남우현도 거기 있나?" "아마도요. 손님 오셨던데요." 손님? M센터에 손님이? 평소에도 거의 외부인의 출입이 없던 M센터가 오늘 하루는 무지하게 북적여댄다고 생각한 명수가 작은 방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명수지?" 성규가 밝은 목소리로 명수를 반겼다. 작은 방에 있는 조그만 탁자에는 우현과 성규, 그리고 낯선 중년 남자 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쪽은 제 연구원 김명수에요. 마찬가지로 우리 동료구요." 성규가 잘 해결된거 맞냐는 눈빛을 보냈다. 대강 고개를 주억거린 명수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단정하고 핏이 잘 떨어지는 맞춤 정장 차림에 선량하게 생긴 인상이었다. "그 쪽은...?"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유한일이라고 합니다." 「안녕. 역 안은 따뜻하네. 목도리 하고있으니까 덥다. 너도 겨울내내 춥지는 않았겠다, 그치?」 명수가 흡 숨을 들이쉬었다. 유한...뭐라고? 박사, 나의 아버지. 그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서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유한수? 박사...? "뭐...뭐라고 하셨죠?" "전 유한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정부를 무너뜨릴 당신들의 동료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명수가 남자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유한수. 박사는 이제 없다. 그는 유한수가 아닌 유한일이었다. 성규의 슬픈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M센터까지 찾아오신거죠?" 동료라는 말에 누그러졌긴 했지만 여전히 날카롭기 그지없는 명수의 눈빛에 한일이 머쓱하게 웃었다. "전 성종군의 비공식 비서입니다." "예?" "정확히 말하자면 후견인이랄까요." 성종의 이름, 그리고 비서, 후견인. 3연타로 공격받은 명수가 멍한 표정을 짓자 한일이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 아들과 아내가 한달 전 정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 일을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성종군이 얼마 전 절 비밀리에 찾아왔습니다." "성종꼬마가요?" 역시 걘 똑똑하다느니 선견지명이라도 있는거라느니 중얼거리며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하던가요?" "반란을 일으킬거라더군요." 우현이 더욱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을 왜 찾아간겁니까?" 방정을 떨던 우현의 눈빛이 일순간 진지하게 변했다. 성종의 비서라면 정부와 연관될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지금 한일의 말투로 보아 분명 반란을 도와준다는 이야기일터. 물론 성종이 일을 그르게 만들 위인은 아니었으나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 우현과 명수의 심상치 않은 시선을 받은 한일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그 사람좋은 미소를 지은채로 부드럽게 말했다. "성종군의 비서라고 소개한 제 실수군요. 전 정부와 전혀 연관된 사람이 아닙니다. 성종군의 진짜 비서는 따로 있지요. 전 그냥 반란에 있어서 성종군을, 아니 여러분을 뒷받침해줄 사람입니다." "무슨 수로 우릴 도와준다는거죠?" "이런 말 제 입으로 하기 쑥스럽지만, 전 꽤 큰 부자입니다. 무기 사업으로 떼돈을 벌었죠. 그러나 전 품질 좋은 무기들을 정부에게만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소에족과 민간인에게도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죠. 정부의 원한을 산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 "자금 문제는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무기도 지원해 드릴거고요." 성규와 우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러나 명수는 아직 한일을 제대로 믿지 못했다. "그건 알겠는데요, 우릴 도와주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아무리 천재라지만 어린애일 뿐인 이성종의 이야기, 고작 그것 때문에?" "글쎄요...성종군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낱낱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게 있어 목숨과도 같은 일입니다. 제 아내와 아들이 목숨같은 존재였던 만큼요. 말하자면 복수인거겠죠." "......" "전 싸움도 잘하는 편이 아니고, 몸도 강하지 못합니다. 겁도 많고요. 이런 제가 복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을 지원하는 것 뿐이겠죠. 부디, 정부를 무너뜨려 주십시오." 방 안에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정부의 손에 잃었고, 모두가 정부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한일의 의도를 모르는 사람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 6월 1일, 이튿날 아침은 날씨가 좋았다. 여전히 더웠지만 유난히 청명한 날이었다. 바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다른 연구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히 성규의 방으로 향하는 호원과 동우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드디어 무언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성규의 방 앞에 도착해 노크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벌컥 열린 문 뒤에는 살짝 들뜬 듯한 성규가 서있었다. "어서와. 잠은 잘 잤어?" "이렇게 깨끗하고 푹신한 곳에서 자본 게 몇년만인지 모르겠어요." 우현과 명수의 숙소 바닥에 이불만 달랑 깔고 잔 잠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편했다며 동우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젯밤엔 악몽도 꾸지 않고 푹 잤다고 조잘거리는 동우를 비롯한 나머지를 미리 펴놓은 테이블에 둘러앉히며 성규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제 시작해야돼." 유했던 방 안의 분위기에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다. 뭐, 올해안에 다 끝내려면 말이야- 하고 덧붙인 성규가 입술을 깨물었다. 옆에 앉아있던 우현이 애꿎은 입술은 왜 괴롭히냐며 성규를 달랬다. 아직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하고 앉아있던 명수는 침묵을 지켰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듯 했다. "음...그런데 뭐부터 해야되는건지 잘 모르겠다." 성규의 말에 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반란이라는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작게 중얼거린 우현이 서랍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오며 말했다. "일단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해." 텅 빈 백지가 공허했다. 펜 뚜껑을 연 우현이 호원과 동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은 뭐 생각해둔거 있을거 아냐." "이번 해 안에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미리 생각해놨던듯 호원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듣고 있던 명수가 참견했다. "그럼 항복 받은 후엔 어떻게 할건데?" "글쎄요. 우리가 정치가도 아니고. 어떻게 되든 지금보단 낫겠죠."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종이 위에 펜을 갖다댔다가 멈칫했다. 뭐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명수에게 종이와 펜을 넘긴 우현이 뒷목을 쓸어내렸다. "글씨는 니가 써." 가볍게 혀를 찬 명수가 펜을 받아들고 글씨를 써내려갔다. '2199년 안에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다' 또박또박한 글씨를 가만히 바라보던 우현이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조건은?" "조건?" "뭐,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에 꼭 지켜져야할 거. 그런거 말이야." "민간인들의 사상을 최소로 줄여야해요." 이번엔 동우가 대답했다. 명수가 그 밑에다가 '민간인 사상 줄이기' 라고 쓰며 충고했다. "어차피 반란도 전쟁의 일부잖아. 다치고 죽는건 불가피하겠지만, 최소로 줄여봐야지." "생각해본 계획 같은건 있어?" "......" 우현의 질문에 이번엔 호원과 동우 둘 다 고개를 내저었다. 반란을 어디서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건?" "인력. 사람을 모아야해요. 반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충직한 사람들을. 그 사람들 훈련도 시켜야하고요." 무기와 자금은 지원해준다던 어젯밤 한일의 말을 곱씹으며 명수가 받아적었다. '가장 필요한건 인력, 그리고 훈련' "그리고 본거지가 필요하겠지." 우현이 말을 이었다. "본거지라니, M센터로는 안되는거에요?" 내심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동우가 질문했다. 깨끗하고 편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명수가 말을 받아쳤다. "알다시피 M센터는 정부의 손아귀에 있거든. 감시가 너무 심해. 크기도 작고." "그럼 어디로 가야해요?" 잠깐 고민하던 명수가 대답했다. "KIST." "키스트...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M센터로 이전하기 전에 M연구를 진행했던 곳이기도 하고, 한때 대한민국 과학의 총 집결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좋은 곳이었지." 그리고 아픈 기억이 있기도 하고. 명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을 들은건 성규밖에 없는 듯 했다. "내가 아는 장소는 거기밖에 없어. 꽤나 넓기도 하고, 이미 과학산업을 국립과학연구소와 M센터, 정부 청사의 개인 연구실로 분산해버린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기도 해." "그리고...정부의 관심을 끌만한 장소지." 얌전히 앉아있던 성규가 덧붙였다. "관심이요?" "그래, 우리를 키스트에서 M센터로 몰아낸게 바로 정부니까 말이야. M센터를 버리고 그곳으로 돌아가면 자기들도 뭔가 느끼는게 있겠지." "관심 끄는 것까진 좋은데...만약 그걸 구실로 우리를 공격하면 어쩌죠? 아무 준비도 안됐는데요." 호원의 걱정에 성규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을거야. 아무래도 소에족과의 전쟁에 몰입해있는만큼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쏟을 시간이나 자금이 얼마 없을거거든. 아마 어떻게 하는지 그저 지켜보기만 하겠지." 'KIST로' 라고 끄적이던 명수를 보던 우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정리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건 인력, 그리고 그 인력들을 훈련시키는 것, 그리고 본거지야. 사람들을 훈련시키는건 본거지, 즉 KIST에서만 가능하지.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해야하는건, KIST로 옮기기.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오기." "그 전에 M센터 연구원들도 설득시켜야지." 성규가 명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시선을 애써 피한 명수가 'M센터 연구원들 설득' 이라고 종이에 덧붙였다. 그리고 우현이 다시 말을 받았다. "그건 걱정마. 소장 형이랑 연구원들은 내가 설득해볼게." "...할 수 있겠어요?"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호원에게 우현이 툴툴거렸다. "할 수 있거든? 너보단 잘할거다, 아마." "뭐라고요?" 또 싸움이 날듯한 분위기에 동우가 급히 얘기를 꺼냈다. "사람 모아오는건 말이에요, 무작정 나가서 보이는 사람 붙잡고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소에족들은 어떨까요?" "소에족? 소에족도 전쟁에 힘을 쏟아붓고 있잖아. 무슨 수로?" "전쟁에 참여한건 젊은 남자들 뿐이에요. 비교적 어린 소년소녀들과 부녀자들, 그리고 노인들은 남아있지요. 제가 알기로는..." "알기로는?" "전쟁이 터진 첫 해에, 그러니까 제가 혼자가 되기 전에요..." 목소리 톤이 갑자기 우울해진 동우의 옆에 앉아있던 호원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손을 감싸오는 온기에 다시 힘을 얻은 동우가 말을 이어갔다. "여자와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이 어디론가 대피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몇백명 정도요." "몇백명?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 "경상도 쪽에 있던 마을 세개 정도가 연합했다고...했었던 것 같아요. 그 때 긴급 회의에 나갔던 아빠가 돌아오면서...경상도 마을 세개가 모여서 대피했다고...우리 경기도쪽은 왜 어서 대책을 세우지 않냐고...화를 내셨었어요. 경상도 소에족들이 대피한 곳이...제 기억으로는, 창원 근방이랬던 것 같아요." 어렵게 기억을 떠올려가던 동우의 말에 우현이 결론을 지었다. "그럼 내일 당장 창원으로 출발해. 그 소에족들이 거기 있는지 옮겼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가서 사람이나 좀 모아와. 그 동안 우리는 연구원들을 설득하고 KIST로 옮겨갈게." "창원으로요?" "교통편은...M센터 소유 차 하나를 몰래 타고 가. 센터 차니까 정부군에게 저격당하거나 하진 않을거야." "갈 때가 문제가 아니고, 돌아올땐 어쩌구요. 몇백명의 소에족을 이끌고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가다가 떼죽음 당할 일 있습니까?" 그건 생각을 못했네- 우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을때 성규가 작은 방에 들어가더니 명함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한일씨의 명함이야. 성종이의 곁에 있는 사람이고, 돈도 많은 사람이니까 뭔가 해결책을 주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작은 방에서 무선 전화기를 들고 나왔다. "어? 전화기 있었어? 몰랐는데." "어차피 아는 번호가 없어서 전화도 못해." 우현의 어리둥절한 말에 성규가 웃으며 대답했다. 명함에 새겨진 한일의 전화번호 열한자리를 천천히 누르자 신호음이 얼마간 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유한일입니다." 명수가 스피커폰을 켰고, 우현이 말했다. "저...아저씨! 저희 좀 도와주실래요?"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우현을 옆으로 밀쳐내며 명수가 도청 안되는거 확실하냐고 질문했다. "도청은 절대 안되니까 안심하세요. 뭐가 필요하신데요?" "몇백명의 소에족이 창원에서 서울로 이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할 법도 했건만 언제나 침착한 한일이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큰 문제네요. 언제 이동하는데요?" 명수가 호원에게 눈짓했다. "6월 2일에 출발하니까, 돌아오는건 6월 3일입니다." "내일 출발해서 6월 3일요? 알겠습니다, 40인용 버스 열대 정도면 충분하겠죠?" "네, 그럴거에요." "내일 아침 6시까지 M센터 앞으로 보내놓겠습니다. 정부의 의심은 사지 않도록 처리할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저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정부군에게 걸리지 않을 수 있나요?" "그것도 걱정마세요. 잘 해결해드릴테니까." "아니, 무슨 수로..." "무조건 저만 믿으세요. 이쪽엔 성종군도 있지 않습니까." "확실...한거죠?" "괜히 불안해하면서 덜덜 떨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살 뿐입니다. 당당하게 행동하십시오. 절대 위험하지 않게 해드릴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일과의 전화가 끊어졌다. 확실한 방법을 듣지 못해 불안하기는 했으나 덜덜 떨면 의심을 산다는 한일의 말이 틀린게 아니었기에 동우와 호원은 의심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아직 그 천재 꼬마라는 성종도 보지 못했을뿐더러 한일과 직접 대면하지도 못한 둘이었지만 어쩐지 믿어야할 것만 같았다. 전화기를 갖다 놓고온 명수가 그동안 받아쓴 목록들을 쭉 읽어내렸다. "2199년 안에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다. 민간인 사상 줄이기. 가장 필요한건 인력, 그리고 훈련. M센터 연구원들 설득. KIST로 가는 동안 창원에서 소에족들을 모아온다." 음, 좋아 좋아-하고 고개를 신나게 끄덕여대는 우현을 스쳐가듯 응시하며 명수가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장관은 내가 죽인다." "...에?" "박사와 이성열을 죽이고 M센터 총장 자리를 꿰어찬 최진. 그 새끼가 지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되어있어. 장관은 6월 5일에 M센터로 온다. 연구원들과 M들을 데리고 KIST로 가기 전에 장관을 죽이게 해줘." 성규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명수를 쳐다보았다. 이성열과 박사를 죽인 최진. 그 기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성규는 명수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흠...그러던가요." 불안한 기운이 도는 분위기를 깨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호원을 모두가 놀라 쳐다보았다. 이성열, 이라고 했었지. 그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새끼쯤이야. 호원이 다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명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의 아픈 과거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동우도 동의했다. "알았어요. 명수형 일이잖아요." 결국 성규와 우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 명수가 마지막으로 추가된 '장관 죽이기' 항목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이를 악물었다. - 다음날, 6월 2일. 약속대로 M센터 앞엔 대형 버스 열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이 무리가 정말 정부의 의심을 사지 않고, 전쟁터에서 공격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위험 지역은 피해간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하지 못한 동우와 호원이 긴장되는 얼굴로 제일 첫 버스에 올랐다. "잘 갔다와. 조심하고." "그 쪽도 잘 해결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내민 우현의 손을 잡고 악수하는 호원의 뒤에 숨은 동우도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6월 6일까지 KIST로. 늦으면 안돼요!" 버스의 문이 닫혔다. 창문에 매달려 손을 흔드는 동우가 멀어지고, 그 뒤를 따르는 아홉대의 버스도 시동을 걸고 차례차례 출발했다. 긴 기차마냥 줄지어 가는 버스들이 까만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지켜보던 성규와 우현, 명수도 센터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불은 붙여졌다. 이제 시작이다. 드디어, 불타오를 시간이 왔다. |
스압주의...또 최장편 갱신이요ㅋ
킁킁...봉봉이가 24는 다썼는데 25를 못썻어요...망햇긔...텀 길어져도 이해해주세요ㅠ
이제 시작이에욬ㅋㅋㅋㅋㅋㅋ드디어!!!!
맨날 시작이라는거 같지만 진정한 시작임 이제...ㅋㅋㅋㅋㅋㅋㅋㅋ
천월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살지요...병찐이라서 그럼 |
커플링 논란 쩌네염ㅇㅇ성종이 첫 등장 20편이나 되서 해서 불쌍해요...안그런가요...ㅋ엘성이라도 만들어줘야 속죄할 수 있음... 그리고 엘성이라 해봤자 별거 음슴ㅋㅋㅋㅋㅋ엘성러분들껜 죄송하지만...여전히 수열이 좀 돋는 비중을 차지할듯ㅋ회상쩔게해요 이번편처럼... 스아실 저도 격한 야동ㄹ러라 호쫑 잘 못 봐요 많은 숼러분들처럼ㅋㅋㅋㅋ그대들 심정 십분 이해하니까 진정하고 전쟁이나 감상합세다 전쟁ㅇ이야! 겁쟁이야! - 요즘 담편 독촉도 좀 쩌는듯ㅋㅋㅋㅋ봉천이를 제외한 글잡 여신분들은 귀차니즘따위 없으셔서 자주자주 올리시는듯해요 근데 저희는(특히 천월이) 중딩 어린아이(?)인데다가 귀차니즘이 돋돋해서리..ㅋㅋㅋ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한편의 길이를 봐요! 30KB에 육박함!!! 쓰는데 일주일 동안을 잠못자고 고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리 쥐어뜯고 엄마한테 맞고(ㅋ) 무튼 고초가 많다는걸 이해해주세용! 마감에 임박한 만화가 심정..ㅋㅋㅋㅋ지금 25편 세문장써놓고 이런 소리하면 얻어맞을듯ㅋㅋㅋㅋㅋㅋ - 말투가 버릇이 없었나요?;; 차도녀에 친절한 봉봉이와는 달리 천월이는 병찐인데다가 직설적임ㅋㅋㅋㅋ죄송합니닿ㅠㅠ 뭔ㄱ ㅏ알려드리자면! 메시아 계획 쭈욱~ 짜놨는데 한편한편 내용이 다들 복잡하고 세밀해요ㅠㅠ묘사해야할것도 많고...(그만큼 전쟁 스케일이 쩐다는 점) 결론은 늦어도 봐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독자분들 영원히 사랑함♥ |
(+)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질문ㄱㄱ!
뜬금없는건데 비루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메시아의 자랑거리 딱 하나 |
글잡 열린 첫날 연재 시작ㅋㅋㅋㅋㅋ근데 아직 23인게 함정! 쓰면서 연재해서 그론가봐요... 어쨋든 글잡과 운명을 같이 한게 자랑....아...아....그냥 안자랑 할게요ㅠㅠㅠ 아...아니면 길이??? 지금 거의 400KB 가까이 됏긔...완결나면 한 700~800... 그...그냥 이것도 안자랑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