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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O/세준] Gangster Boy 3화 | 인스티즈

 

  BGM. 웨일 - 그대라서

 

 

 

 Gangster Boy

     w. 이상

 

 

 


   “팀장님, 커피 타 올까요?”
   “김준면씨.”
   “예?”

 집에 안 갑니까? 엄마한테 쫓겨났어요? 김 팀장의 말 한 마디에 사무실 곳곳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흡, 엄마래.’ 그저 타이핑 치던 소리만 들리던 사무실 안이 꽤나 소란 스럽다. 준면이 책상 아래에 힘 없이 떨어져 있는 손을 꽉 쥐었다. 이런 식으로 놀림감이 되는 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유일한 배출구는 김 팀장이 작성한 기획안을 몰래 구기는 일 뿐 이었다. 
 세훈 때문에 삼일 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민석은 그런 준면을 보며 어깨를 두드려주긴 커녕 병신, 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많은 인파들 사이 속으로 파고 들어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너 알아서 처리 해. 민석의 행동엔 여러 의미가 포함 돼 있었다. 저 자신도 그깟 18살 고등학생 이랑 마주칠까봐 겁나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게 한심해 죽겠는데 다른 사람 눈엔 오죽할까 싶었다.
 호텔, 은 고사하고 허름한 여관 하나 잡지 못했다. 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었다. 세훈과 싸운 그 날, 갑갑한 마음에 회사로 바로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카드와 두둑한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모두 신발장 현관에 놓고 와 버린 것이다. 준면에게 있는 것이라곤 차 키와 팀원들의 커피값이 돼 줄 거슬리는 동전 몇 개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야근한단 핑계로 따뜻한 바람 한 점 없는 사무실의 딱딱한 등받이 의자에서 잠을 설친 지 삼일이었다. 이미 굳어버린 어깨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수시로 삐그덕 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원 따위도 가지 못했다. 그 놈의 돈이 뭐라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준면을 흘끗 보곤 웃으며 저들끼리 속삭였다. 김준면씨 팬더 다 됐네. 작은 가십거리에 하하 호호 주책맞게 떠들며 소근 대는 여사원들의 입을 다 틀어막고 싶단 충동도 꽤나 느꼈다. 여자란 동물이, 특성 상 원래 남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라며, 가슴 속에 인내심을 백 번, 천 번 넘게 새겼다. 민석이 아침 마다 가져다 주는 속옷과 정장이 그나마 밥 줄은 안 끊긴게 한거라며 준면은 간간히 고마움의 표시로 자판기에서 제일 비싼 밀크커피를, 거금을 들여 민석에게 바쳤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한계였다. 돈도 고작 1000원도 남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등학생이 무서워 고생을 하는 것도 억울했다. 아마, 세훈은, 자신의 생각은 눈꼽 만큼도 안한 채 쌈박질이나 하고 앉아 있거나 편하게 두 다리 뻗고 잠이나 잘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때면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에 준면은 아무도 없이 텅 빈 사무실 안에서 콧물을 훌쩍 대며 머리를 마구 헝끄러 뜨렸다. 정말 한계였다.
 이제 프로젝트도 끝났다. 회사 설립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상품 기획안도 모두 마무리 했다. 3일 동안 끼니도 안 챙기고 일을 했으니 마감시간 보다 이르게 임무를 마치는 것은 당연했다. 오늘은 기필코 집에 가리. 세훈을 보면 또 다시 가슴이 뛸 지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미 감정 억누르는 일은 한 달 동안 하면서 도가 텄으니 버틸 만 할 것 같다. 세훈의 눈만 슬쩍 피하면, 그만이다.
 김 준면 씨. 김 준면씨? 와이셔츠 소매에 스치는 손 길에 준면이 몸을 흠짓 떨었다. 푸흡. 사무실 안에 다시 한번 웃음소리가 맴돈다. 세훈이 나타난 후 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준면이 고개를 푹 숙인다.

   “여자친구랑 싸워서 심란한 마음에 회사에 죽치고 있든,”
    
 차라리 여자친구면 이러진 않죠. 준면이 목 끝 까지 찬 말을 차마 뱉지 못한 채 꿀꺽 삼켰다.

   “카드 잘못 긁어서 어머니께 혼났든”
   “…”
   “오늘은 집에 들어가세요. 상사로서 명령입니다.”
   “…알겠습니다.”
   “아, 저는 블랙커피요.”

 준면씨, 난 밀크커피.
 전 뭔지 알죠? 부탁해요 준면씨.

 팀원들이 동시에 준면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준면이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홍보부 휴게실과 홍보부의 거리는 준면의 보폭으로 약 3분 거리였다. 그리고 그 중간엔 마케팅 부가 있었다. 커피를 뽑으러 지나갈때면 백현은 투명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마케팅 부를 힐끗 바라보았다. ‘팀장 김민석.’ 갈색의 빛나는 명패가 놓여진 꽤나 넓은 책상 측에 민석이 앉아 있었다. 민석은 항상 웃고 있었다. 민석 주위엔 항상 두 세명의 사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결제 서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결제 서류는 민석의 책상 앞에 올라간 적이 없다. 적어도, 준면이 몇 년을 관찰하기에.
 그에 반해 준면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었다. 다양한 종이컵이 놓여진, 약간은 촌스러운 꽃 무늬의 접시를 들고 있는 자신과 멋있는 명패가 놓여진 책상에 앉아있는 민석은 비참하게도 대조적이었다. 준면과 민석이 회사 로비 사이를 가로 질러 가며 장난을 칠 때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준면을 향해 있었다. 다 하나 같이 똑같은 표정이었다. 동기 주제에 쪽팔리지도 않나.
 불과 며칠 전 일을 떠올리며 준면은 손에 쥔 접시를 바라보았다. 욕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마음 속으로 미친듯이 욕을 퍼부어 대도 갑갑해지는 건 준면, 저 속이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바빴다. 준면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 앞에서 준면은 투명인간 일 뿐이었다. 항상 이렇게 견뎌왔다, 준면은. 언젠가는 벗어 날 수 있겠지. 쟤네도 내 밑에서 빌빌 길면서 입 밖으로 소리를 꺼내지도 못하고 씹어대는 날이 오겠지. 예정이 없는 미래를 떠올리며 그저 피식 웃었다. 쾅. 홍보부 문을 닫자 매서운 바람이 준면의 살갖을 스쳐 지나갔다.
 지잉. 지잉. 굳게 닫힌 문 틈 밖으로 인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귀에 흡수 되었다. 바쁘게 전화를 받는 사람, 기획안을 마무리 하기 위해 혈안이 돼서 타이핑을 치는 사람, 동료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
 그 사이에서 준면은 어딘가 동 떨어진 기분을 맛 보았다.

 


 준면의 얼굴은 이미 푸석해 져 있었다. 어렸을 땐 꽤나 아기 피부라며 꼬집힘도 당해보고 부러움 섞인 말투도 많이 듣곤 했었는데. 이미 삼십 줄에 다가가는 사람에겐 다 부질 없는 짓이지. 준면이 삐이- 하며 끓는 주전자 포트를 급하게 집어 들었다. 하필 밀크커피와 블랙 커피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는 기계고장, 이란 글씨와 함께 조용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집에 가야겠다. 주머니에 담겨있는 다섯 개의 백원 동전을 어루만지던 준면이 접시를 한 쪽 손에 든 채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바람은 여전히 갈 곳 없이 방황하며 매섭게 휘몰아 치고 있었다.

-

 

 


 세훈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훈과 싸운지 채 3일이 채 지나지 않은 그 날, 준면은 집으로 가는 데에 성공했다. 차 마저 휘발유라 부족해 자꾸만 느려지려 하는 것을 겨우 끌고 집까지 당도했다. 다행히 세훈 첫 만남 처럼 집 앞에 있지 않았다. 빌라로 들어가기 전, 무심코 올려다 본 8층 오른 쪽 끝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준면은 왠지 모를 서운함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반갑게 인사를 건내는 경비 아저씨의 말에도 대답치 않았다. 이젠 지친다며, 애 처럼 굴지 말라고, 차갑게 종인을 내친건 준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 새끼 하나 없는 빌라 복도는 너무나 쓸쓸해 보이기 마련이었다.
 세훈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준면 또한 잠을 이루지 않았다. 새벽 늦은 시각이라도 옆 집에 잠금 키를 푸는 소리가 들으면 현관 문을 벌컥 열고 나갈 예정이었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참이었다. 흉터가 있다면 치료를 해주려 했다. 반응이 없어도 그 것만으로도 됐다며, 평소처럼 합리화 라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준면은 끝내 현관문 근처엔 얼씬 조차 하지 못했다.
 나이가 삼십 줄에 차니까 귀가 먹었나. 정장 차림 그대로 나가 두드린 세훈의 현관문은 미동 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나 잠을 자는 바람에 듣지 못한 것이 아닌가, 아침 8시까지 기다렸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 날, 준면은 회사에 지각했다. 하필 회장이 설립 50주년을 맞아 회사 대기업 간부들과 함께 컷팅 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준면은 새벽 3시까지 시말서를 쓴 뒤에야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준면의 시선은 항상 801호를 향해 있었다. 이런 병신과 머저리가 세상에 또 없다며, 준면은 자신을 향해 끌끌 혀를 찼다. 손에는 체온에 장시간 닿아 뜨거워진 핸드폰이 쥐어 있었다.
 김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는 땡땡이를 치고 말았다. 어차피 이 정신상태 라면 옥상에서 뛰어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저지른 충동적인 짓이었다. 핸드폰은 부엌에 놔 둔채 멍하니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익숙한 형체였다. 학교 이름이 하늘이라, 푸른 색이냐며 한참 민석과 비웃던 그 교복 와이셔츠였다. 익숙한 두 형체가 정답게 욕 짓거리를 내 뱉으며 벤치에 걸터 앉아 있었다. 세훈이었다. 옆에는 준면이 세훈의 담임 선생님을 보러 갔을 때 살짝 마주친 종인인 듯 했다. 준면은 세훈에 대해 한 달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준면의 손이 약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눈에서 이미 작은 물방울들이 톡톡. 난간에 닿아 어지럽게 바스라지고 있었다. 세훈이 꽤나 망설이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쥔 손을 폈다 오무렸다를 반복했다. “너도 보고 싶잖아. 핑계 대서 불러.” 세훈이 주위를 둘러보며 종인의 입을 세게 막았다. 종인의 표정은 장난감을 손에 얻은 아이 마냥 개구져 보였다. 이내, 세훈이 뭔 가를 결심한 듯 전화기를 귓 가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때, 준면은 식탁에서 울리는 핸드폰에 뒤를 돌아봤다.

 보고 싶다던 사람이 설마 나 일까. 준면은 평소보다 작은 보폭으로 발코니에서 벗어났다. 핸드폰은 얼른 전화를 받지 않는 준면에 성화를 내듯 시끄럽게 울려댔다. 여전히 준면의 걸음은 매우 느렸다. 발신자는 ‘오세훈’ 이었다. 좀 더 친근하게 저장해 보라는 준면의 요구에도 세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저장했던, 그 이름 이었다. 오세훈. 준면의 손의 떨림이 점차 심해졌다.
 후우- 후우. 준면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마치, 처음으로 말을 배운 아기 마냥 어버버 댔다. 덜덜 떨리는 손을 억지로 멈춘 채 홀드 키를 푸른 준면이, 귀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주위 소리에 눈을 감았다.

     “여보세요.”
     “…”
 
 준면이 감은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여보세요.”
     “…”
     “…세훈아, 할 말 없음 아저씨 전화 끊……”
     “준면아.”

 응, 세훈아.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세훈아, 나.

     “나랑 데이트 한 번만 해줄래.”

 너 많이 좋아하나봐.

  

 


 

 오늘은 좀 짧네요 ㅠ.ㅠ.ㅠ 죄송합니다 뒷부분을 수정 못했을 뿐더러 공모전 출품 준비 때문에 ㅠㅠ 무튼 2화에서 신알신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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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계속 집에 안갔군요...ㅠ
대박 마지막 말이 두근 거려요ㅜㅠ

10년 전
독자2
호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대박ㅠㅠㅠㅠㅠㅠ 마지막말 설레뮤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아 나 진짜 둘다 왜이리 머저리같이ㅜㅜㅜㅜ아무것도못하고?!!!있는데!!!!왜 좋다고 말을 못해!!!!!ㅜㅜㅜ그래도 우리.패기돋는 오센이 드디어 용기를 냈구나ㅜㅜㅜㅜ
10년 전
독자5
아 ㅠㅠ 준면이 너무 안쓰러워요 ㅠㅠ
둘이 빨리 행쇼해라 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6
신알신해요 세준ㅜㅜㅠㅠㅜ행쇼^ㅠ^ 기다릴께요 짱!
10년 전
독자7
제발 다음펴뉴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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