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디서 본 적 없으세요?”
“네?”
아, 나도 모르게 시대를 지난 작업 멘트를 날려버렸다.
내 말에 토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려 애쓴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문을 연다
“그을쎄요...없는 것 같은데?헤헤”
“아....미안해요 쓸데없는 거..물어봐서”
“괜찮아요!더 물어보실 거 없으세요?”
“아..저기..”
끊겨버린 내 말을 기다리는 듯 큰 눈을 꿈벅꿈벅거리는 귀여운 토끼.
다시 또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보내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워
할 수 없이 이 순진한 토끼에게 사기를 쳐야겠다. 꼭,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
이해해주겠지?
“아...!”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신거에요?!”
“아...허리가...”
“많이 아프세요?!어떡해...허리는 남자의 생명인데..!”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면서 내 허리를 만져보는 토끼
토끼가 나를 만지면서 오는 간질간질한 느낌이 좋다
이리저리 나를 살펴보는 토끼때문에 요상시리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병원가야되는거에요..?”
“아, 그 정도는 아니고..파스나 한 장 붙여주세요”
“진짜 파스면 되는거죠오..저 돈이 없어서, 나중에 또 막 그러시면 안되요..아시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다보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을까.
결국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끄덕해주고는 파스를 찾기위해 토끼를 데리고 연습실로 들어갔다.
“아, 여기있다.”
붙여달라는 의미로 파스를 토끼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파스를 조심스레 받아들며 멀뚱멀뚱하게 나를 쳐다만 보고있는 토끼
“붙여..줘야되요?”
“제 손이 안닿으니까..아, 부담스러우시면 안해줘도 되요.”
토끼의 손에서 파스를 빼앗아들려 하자 파스를 꼭 쥐고서는 놓지않는다.
다시 한 번 힘을 주자 맥아리없이 빼앗겨버리는 토끼.
“파스도 못 붙여주신다면...진료비주셔야 될 것 같은데?”
“네에?”
장난스레 말하자 안 그래도 커진 눈이 더욱 더 커지며 파스를 빼앗아든다.
그리고는 울먹거리는 내 뱉는 말이,
“치사하게!!다른 요구 안한다매요!!나빴어!!!한입으로 두말하고!!힝..”
“아, 장난인데...”
“네?”
상황이 진정되고 나자 쪽팔림이 몰려오는지 토끼의 얼굴이 머리색만큼이나 빨갛게 물든다
홍당무같다, 정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토끼에게는 그게 비웃음으로 보였는지
빨개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ㅇ..웃지말아여!!사람이 살다보면 말이에여!응?가끔씩 착각도 하구!!그런거죠!!”
“누가 뭐래요?푸흡...”
“에!!진짜, 웃지말라니까여!!”
내가 한참 웃는 도중에 미간을 찌푸리고서는 내 손에 있는 파스를 빼앗아들더니
내게 붙여주려는지 파스에 붙어있는 종이를 뗀다.
“웃통까요!”
“에?”
“ㅃ..빨리요!!내가 왠만해서는여!남의 몸 잘 안보려구 그러는데..!”
“왜 안보려고 하는데요?크흡..”
“비밀이거든여?”
나를 살짝 노려보며 내 옷을 잡고서는 훌렁 올려버리는 토끼
그런데 어째 빨개질대로 빨개진 얼굴이 더 빨개진 것 같다.
남자 맨 몸 처음보는 것도 아니고..
“ㅇ..어디다가 붙여요?”
“좀 오른쪽 옆구리쪽에..”
“여..여기요?”
“아니, 조금 더 옆으로”
“여기요?”
“아, 네”
파스 특유의 시원한 느낌이 내 아무렇지도 않은 오른쪽 옆구리에 전해져오고.
더더욱 빨개진 토끼의 얼굴을 마주보고있으려니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혹시 뜨거울까 싶어 토끼의 볼에 살짝 손을 올려보니, 따끈따끈한 온도가 좋다.
차가운 손이 볼에 닿자 잠깐 움찔하는 토끼. 하지만 이내 차가운 느낌이 좋은지
떼려는 시도도 안하고 가만히 나만 바라보고 있다.
계속되던 침묵 속에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겠지 싶어 먼저 말문을 텄다.
“이름, 뭐에요?”
“형태요, 김형태. 형은 이름이 뭐에여?”
“에? 내가 왜 형이에요!”
“나이 많아보이니깐여”
“...”
“삐졌어여?”
“아니거든요”
“에잉, 혀어엉~삐지지마라영”
자기가 얼마나 귀여운지도 모르고, 더 애교를 부려대니..
이성을 잃지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진짜, 이 토끼는 사람 속을 왜 이렇게 뒤집어놓는거야 대체..!
“형, 이제 볼..괜찮은데”
“아, 그래?”
그러고보니 내 손도 어느새 따듯해져있다.
김형태의 체온..기분좋구나, 체온을 나눈다는 거.
“형! 나 이만 가볼게여”
“어...잘 가..”
주섬주섬 자기 짐을 챙기고서는 일어서는 김형태
나에게 손 인사를 해주고서는 천천히 연습실을 나간다.
...왠지 공허한 느낌에 멍하니 김형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 열리는 문.
“형! 또 놀러와도 되죠?”
그리고, 예쁜 김형태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