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참 반가워.
오래 기다렸지.
펜을 들어 한 자 한 자, 막힘없이 쓰려고 노력했는데.
자꾸만 멈칫하는 게, 이유가 뭘까 한참 고민했다.
요새 읽던 책을 펴 너랑 꼭 어울리는 구절을 선물하고 싶었어.
한 줄 한 줄 읽는데, 그런데 말야.
도대체가 너랑 안 닮은 구절이 없다.
자꾸만 눈앞에서 맴이 돌아 귓가에서 울려, 너랑 안 닮은 구절이 없어.
벚꽃 핀 오전 그 아랠 걷는 것만큼이나 예쁜 구절 범벅이라
그냥 책을 덮어버렸다.
네가 자꾸만 아른거려서 눈을 감았는데, 그런데.
그래, 내가 졌다.
눈 감았는데 너 더 선명해지면 내가 뭐 어떻게 해.
그냥 어루만지고. 보듬어 생각하는 수밖에 더 있나.
그래서 나 그냥 내 감정을 담았다.
오래 기다렸으니까, 수도 없이 지우개로 지웠다 쓴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맞아, 이거 사랑 편지야.
널 향한 감정이 가득 묻은 사랑 편지야.
세상천지 수많은 것 중에 우리만 담긴 편지야.
이거, 네가 받을 사랑 편지야.
소년, 전원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