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나 신인 아이돌은 대게 주목을 끌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에스를 데뷔와 동시에 고백한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는 것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에스란 support의 약자로 후원자의 개념이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새롭게 인용되는 제도였다. 여배우들은 더 이상 자신의 에스를 숨기지 않았고, 또 그것이 마치 자신의 무기 인양 자랑하기 급급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리시브라 칭하였다. 리시브들은 쇼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에스에게 아양을 떨기도 했으며, 그들과의 잠자리나 사적인 생활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들은 더욱 값어치가 큰 에스를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에스의 개념은 어느새 동성 간의 관계에도 깊숙이 퍼져 있었고, 연예계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범죄도, 논란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다 그렇다고 하여 전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 두명에게는 말이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시우민씨에게 질문 넘어갑니다." 불현듯 불린 이름에 민석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끌벅적하던 스튜디오 또한 진행자가 내뱉은 이름 석자에 한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곧이어 다시 민석의 이름이 패널들 사이를 소란스레 오갔다. "엑소야말로 화려한 스펙의 주인공들이 대거 모인 그룹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백현군의 기자회견으로 떠들썩 했던 것이 또 기억이 나는데요. 그 열기가 식기 전에 다시끔 시우민씨의 에스가 누구인지 세기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스튜디오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백현의 스캔들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현의 에스 스캔들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백현의 에스는 바로 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의 외아들 엔씨소프트 김태형 이사로 백현의 의붓형이었다. 백현이 김택진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란 사실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에스가 그의 의붓형이란 것이었다. 에스란 말 그대로 스폰서, 성 상납을 조건으로 후원을 받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인데 혈연관계로 엮인 에스는 이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비밀스러운 것을 원하는 법이다. 백현이 활동하는 내내 에스를 밝히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연예계 대표 트러블메이커인 디스패치가 또 한 건을 한 것이다. 한때 김태형이사 소유의 오피스텔에서 새벽 네시 경에 초췌한 몰골로 주차장으로 빠져나오는 백현의 사진이 인터넷에 도배 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식은 잠시 동안 폭락했고 청렴한 김태형 이사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는 사건이었다. 백현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에스, 김태형 이사와의 관계를 모조리 실토했고, 한동안 이슈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오늘날, 다시끔 논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은 같은 그룹 멤버 시우민이었다. "사실 에스와의 사생활을 먼저 물어보는 것은 실례인 것을 알지만, 그간 시우민씨는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드는가 하며, 입술이 터진 체 방송에 나온 적도 있었죠. 그것이 에스와의 거래 조건인지, 아니면 단순히 시우민씨의 부주의 때문인지는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민석은 부정할 수 없었다. 제 주인은 절대 온화한 성품의 사내가 아니었고, 방송을 나가야 하는 민석의 생활 따위는 안 중에도 없었다. 민석은 독 안에 든 쥐처럼 고개를 푹 숙인 체 입술만 파르르 떨뿐,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고작 다였다. 대체 무슨 이유로 제게 집중이 쏠리게 된 건지 그것이 걱정이었다. 민석은 곧 터질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진행자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저희 방송국에 의문의 인물에게서 엊그제 한편의 동영상이 도착했었습니다. 동영상을 확인 한 결과, 저희는 영상속의 주인공이 시우민씨 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민석이라 칭하며 자신의 에스를 향해 온갖 아양을 부리고 있었죠. 그간 방송을 통해 보이던 시우민씨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저는 귀엽기까지 하더군요." 민석은 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저에게 이런 악감정을 품는 건지 궁금했다. 자신이 에스를 숨긴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숨기라 하였기 때문에 악착같이 숨겼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애완동물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생각지 않았기에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동안 그를 거쳐갔던 아이들이 어찌 되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그들처럼 버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민석은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저 이 상황들이 너무나 무섭고, 곧이어 닥칠 사태가 너무도 무서웠다. "영상에서 시우민씨는 양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영상이 어두운 관계로 자세히 나와있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굉장히 무겁다 생각했습니다. 시우민씨의 뒷모습이 굉장히 선정적이더군요. 언제의 영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당시 시우 민씨의 등은 엉망이었죠. 무엇으로 얻어맞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군데군데 피가 묻어 나오기도 했어요. 사실 에스와의 관계에서 폭력이나 유혈사태 정도는 요즘은 그리 이슈거리가 아니죠. 하지만 아주 묘한 느낌이었죠.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 영상의 주인공은 두 명이었단 겁니다. 당연히 시우민씨가 그 중 한 명이었고요." 진행자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패널들이 굉장히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여러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고 갔고, 그중 진짜 민석의 에스의 이름도 몇 번 오르내렸다. " 몇 분은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우민씨의 에스는 정말 어마어마한 분이셨는데요. 그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김의성의 외아들, 모두가 아시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배우 김우빈 씨였습니다." 민석은 앞으로 있을 일에 숨이 헉하고 막혔다. 계약서조차 없는 민석은 무슨 짓을 당한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민석의 에스는 배경으로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이지, 죄의식과는 거리가 먼 성격의 소유자였고, 그간 그의 화려한 경력들이 민석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의 리시브들은 민석을 포함하여 총 세명이었지만, 다른 두 명의 행적을 아는 민석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그가 리시브를 밝히는 이례 따윈 없었기에 이 상황이 더욱 두려운 민석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동영상을 찍어 보낸 것인지 민석은 당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민석의 에스는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