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제가 사모했습니다.
춘 삼월 봄바람에 흩날리던 아씨의 머리칼을,
휘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에 선 아씨의 웃음을,
늦은 밤 방에서 새어 나오던 아씨의 목소리를,
눈 내리는 아침 춥지 않냐며 내어주던 아씨의 손을,
사모했습니다,
감히 제가.
얄궂은 운명일세
사랑이 무엇이길래
원수도 못 보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눈이 멀었다고 사랑조차 멀던가
눈이 멀었다고 사랑조차 멀던가
춘삼월 봄 바람에
백화가 피고 꽃송이마다
벌나비 찾아들고
얼기설기 맺으리라
감히 제가
아씨를 연모합니다.
제가 감히
아씨를 연모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