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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백] 섬망과 선망 1 | 인스티즈


섬망과 선망

W. 독사



신입생 환영회가 있던 밤이었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 얼굴이 속수무책으로 벌개지던 밤. 훗훗한 술집 구석에서는 혀꼬인 말들이 술잔마다 떠오르고 있었다. 몇 차례 빠른 게임이 술상을 휩쓸고 지나갔다. 어제 자른 머리부터, 지금 앉아 있는 자리까지 어색해서 숨이 막혔다. 잔뜩 활기가 도는 질문들은 다행히 신입생들 곁 언저리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들뜬 화제도 나에게 오면 차게 식어버렸다. 선배라는 이유로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앉아 있는 게 겸연쩍었다. 맨들맨들한 소주잔을 잡았다 놓았다만 일곱 번을 했을 게다. 무슨 벌칙이라도 걸렸는지 옆 테이블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여자애들의 고음이 불판 위에서 날뛰고 있었다. 그 무리에서 슥, 노란 머리통이 하나 솟아올랐다.

 

신입생 남자애였다. 키가 컸다. 손도 컸다. 염색은 한지 얼마 안됬는지, 뿌리까지 노란 머리였다. 고깃집 조명 때문인지 얼굴도 목도 손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목울대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초록색 병목을 단단히 쥐고, 금세 깨끗하게 한 병이 비워졌다. 남자애들이 낮게 킬킬댔다. 나는 멍청이 같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신입생 남자애가 고개를 돌렸다. 입술이 술에 젖어 있었다. 나는 더 멍청이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 애는 소매로 입을 닦았다.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눈길을 옮겼다. 불판 너머로 이글거리는 숯불 때문에 눈앞이 아찔했다.

 

 

그 애 이름은 김종인이었다. 이름을 알게 된 건 석 달이 지나서였다. 학과 남자애들이 다 눈독을 들였던 박보영 닮은 신입생 여자애가 김종인과 CC가 되었다고 했다. 아 그 붉고 노란... 나는 여자애보다 김종인 얼굴이 더 또렷이 기억났다.

 

 

오 월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인문계 건물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많이 낡아 있었다. 나는 덜걱거리는 창문 옆에 서 있었다. 사실 신입생 환영회 이후로 김종인을 생각한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냥 그 붉고 노랗던 색이 강렬했을 뿐이었다. 나는 제대 후 맞는 첫 학기라 설렜고, 김종인은 김종인대로 신입생이라 설렜을 것이다. 세 시 반. 수업이 끝난 신입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복도를 메웠다. 동기들의 카톡이 쏟아지고 있었다. 내용은 요약해서 나 늦어. 그리고 나는 복도 한가운데서 김종인이랑 처음 말을 섞었다.  

 

 

저기 죄송한데 선배. 지금 몇 시에요?  

 

어 지금? 세 시 삼십 분요.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를 하고 가는 김종인의 정수리가 거뭇했다. 노란 물이 많이 빠진 머리는 부슬부슬해 보이는 밀색이었다.  

세 시 반은 신입생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김종인이 그날 시간을 물어본 이유를 난 꽤 오랫동안 몰랐다.

 

 

여름이 되고 날이 더워졌다. 나는 학교 앞 라멘집에서 신입생들 점심값을 계산해주었다. 문을 열자 에어컨 바람이 걷히고 텁텁한 대기에 숨이 막혔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보도블록이 온통 흰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쉬를 이천 개씩 터트리는 것 같은 날씨였다. 라멘집 문을 열고 나온 김종인이 옆에 섰다. 피부가 의외로 하얬다. 햇빛 속에서여서 그런가. 나는 눈을 찡그리고 김종인을 올라다보았다. 김종인이 말했다. 선배 피부 엄청 하얘요. 나는 처음에 내 생각을 읽은 줄 알았다. 김종인은 계속 우물우물 말을 이어갔다. 햇빛을 잘라놓은 것 같아요.

 

지랄.. 이라고 생각했다.

 

김종인은 술을 마시겠냐고 물었다. 저녁 약속이 없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인이, 내가 본 웃음 중에서 가장 환한 웃음을 지었다. 노란물이 다 빠진 머리는 연한 갈색으로 새로 염색을 했는지 얼룩덜룩했다. 나는 후배한테도 존댓말을 쓰는 선배였다.

 

 

날이 너무 더웠다. 포장마차에는 딱 테이블이 네 개 있었는데, 우리와 서로 치근덕거리기 바쁜 남녀 커플이 하나 있었다. 나는 신입생 두서넛을 더 기다렸고, 삼십 분이 지나서야 김종인이랑 나랑만 마시는 자리인 걸 깨달았다. 김종인은 앉자마자 내 잔을 채웠다. 나는 옆구리가 곧 터질 것 같은 순대를 줏어 먹었다. 자작하면 재수없다고 툭 말을 던졌는데도, 김종인은 웃으며 두 잔 연속으로 술을 따라 마셨다. 초록색 소주병을 보자 신입생 환영회 생각이 났다. 김종인은 술을 잘 마셨다.

 

나는 장난으로 그때처럼 병 하나를 원샷해달라고 했다.

 

그게 좋아요? 김종인이 물었다. 좋고 말고가 있나. 나는 속으로 생각만 했다. 그게 좋다면 할게요. 김종인은 답변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래 그게 좋아요. 나는 얼간이처럼 대답했다. 김종인이 또 웃었다. 웃음이 헤펐다.

 

 

김종인은 그때처럼 부지런히 술을 마셨고 또 입술이 젖었다. 나는 눈물샘이 젖을 때까지 웃었다. 아마 술에 취해서 였을 거다. 김종인은 키도 컸고, 손도 컸다. 그래서 김종인이 내 쪽으로 몸을 구부릴 때마다 백열 전구 불빛이 가려져, 눈 앞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탔다. 김종인이 이마를 쓸어서 땀을 닦아줬다. 술기운 때문에 눈앞이 아른거렸다. 대화 주제는 마구 바뀌었다. 내가 김종인 여자친구 얘기를 꺼내자 김종인은 울 듯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김종인은 초여름에 헤어졌다고 했다. 나는 팔락거리며 넘어간 날짜들을 헤아렸다. 잊었어요? 내가 물었다. 기억한 적도 없어요. 김종인이 대답했다. 왜요? 몰라요. 우리 대화는 뚝 끊겨서 차게 식어갔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날은 처음이었다. 머리 끝까지 취했다. 지구가 팽팽 돌고 있었다. 나도 지구를 따라 어쩔 수 없이 같은 속도로 휙휙, 이 우주를 돌고 있었다. 밤하늘은 우주인데, 왜 그렇게 아득한 느낌이 안들까? 날숨이 뜨거웠다. 김종인은 큰 손으로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김종인이랑 걷는 길은 조용했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 김종인은 근처 친구 집에서 잔다며 나를 끌었다. 김종인은 핸드폰도 들여다보지 않고, 착실하게 나를 끌고 걸었다. 나는 계속 웃었다. 까닭없이 기분이 좋았다. 선배. 김종인이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세상이 너무 더웠다. 이렇게 과열되다가 언젠가 폭발해버리진 않을까. 나는 울컥 무섬증이 일었다. 선배. 변백현. 김종인이 중얼거렸다. 날 미워하면 안돼요.

 

 

나는 응? 하고 되물었지만 뒷 얘기는 듣지 않았다. 나는 대문을 잡고 있었고, 김종인은 나를 잡고 있었다. 세상이 너무 더웠다. 막 피기 전 꽃봉오리 속이 이렇게 이글이글 끓을까. 김종인은 울고 있었다. 실연일까. 청춘이네. 김종인은 뭐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절절하게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나보다 키도 크고 손도 큰 김종인을 안고 투덕투덕 뒷목을 두드려 주었다. 김종인은 애처럼 엉엉 울었다. 울다가 소매로 눈이랑 코를 문지르며 물러났다. 김종인은 소매로 모든 걸 다 닦았다. 더럽게

 

 

택시.. 택시 꼭 타고 가야해요. 나는 김종인의 손을 잡고 느리게 말했다. 김종인은 그제야 웃었다. 내가 잘할 거에요. 김종인은 뭔가에 다짐하듯이 꾹꾹 힘주어 눌러 말했다. 그리고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곤 뒤를 돌아 언덕을 내려갔다.

 

 

좋아해야하니까요!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뒤에 대고 김종인이 소리쳤다. 응응. 나는 울다 웃으며 내려가는 김종인을 한참 보다가 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더웠다. 너무 더웠다. 김종인 젖은 입술이 내 볼에 처음 닿은 날이었다.

 

그리고 이건 김종인, 너와 헤어진 뒤 너를 기억하기 위해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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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사에요 반가워요 사실 너무 많이 몰라서 올리는 지금도 불안해요.


2. 제목 뜻은 delirium과 羨望


3. 캠퍼스물! 수위는 모르겠어요. 나중에 내가 외로워지면 올라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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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연재물인가요? ㅠㅠㅠ신알신하고갑니다
10년 전
독자2
신알신해요! 분위기 진짜 좋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다 존댓말 하는게 씹덕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3
금손ㅜㅜㅜ짱짱
10년 전
독자4
우와 신알신이요! 둘다 존댓말이라니ㅠㅠㅠ 진짜좋아요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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