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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내 사랑, 경순씨 01 | 인스티즈

 

 

 

 

 

[EXO/카디] 내 사랑, 경순씨 01

Written by. 세스콤

 

 

 

 

 

부제: 오늘도 어김없이 날 훔쳐보는 너

 

 

 

 

힐끗힐끗 선생님이 항상 하셨던 말. 눈 굴러가는 소리를 학창시절 땐 믿지 못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믿기로 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거든, 뒤에서 날 빤히 한번 더 강요하자면 아주 뚫어져라 날 훔쳐보는 시선에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샤프를 쥐었다 놨다 오두방정을 떨고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조금은 수그러진듯한 시선에 한숨을 돌렸다. 그래 이때야, 샤프를 쥐고 문제를 풀려 했다. 하지만 집중력은 바닥과 맞닿아있었다. 독서실을 옮겨야 하는 건가…. 문득 든 생각에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여긴데, 완벽히 무기력해졌다. 오늘 영어는 포기해야겠네. 자세를 돌려 가방에서 수학문제집을 꺼내들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풋풋하고 동그란 얼굴의 소유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목 인사를 하고 얼마나 오래 보았는지 너덜너덜한 문제집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나저나 여기 고등학생도 받았던가?

 

5시 20분, 조금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마지막 문제까지 풀어 나가고 있었다. 잠깐, 이거 이렇게 푸는 거였나? 왠지 오늘따라 막힘없이 풀린다 했어. 머릴 헝클어뜨리고 공식을 알아내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여러 숫자를 대입해봐도 틀린 답만 문제의 백지 공간을 난무했다. 침착해 김종인. 속으로 자신에게 위안될 말들을 궁시렁거렸다. 그럼 뭐해, 모르겠는걸. 문제로 어지럽혀진 머리를 식힐 겸 의자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배고픈 참에 뭐라도 먹고 오자는 심산이였다. 매점은 맛없으니까 독서실 모퉁이 끝 김밥 지옥에서 간단하게 떡볶이라도 먹어야겠다. 그렇게 먹을 생각에 들떠서인지 문제집을 덮고 나오는 것도 깜빡하고 무작정 독서실 문밖으로 나와버렸다.

 

 

 

 

 

내 사랑, 경순씨 01

 

 

 

 

"바보…. 이걸 틀려?"

 

 

한 손에 비타500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종인의 자리로 걸어갔다. 조금은 떨어진 자리에서 몸을 빼 종인이 머릴 싸매가며 풀었던 문제를 보았다. 바보, 문제위에 답을 써놓고 헤매고 있다니. 내 생각보다 둔한 사람인가, 여태껏 답들이 왜 틀렸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풀이에서 오류가 났는데 답이 확실할 리가 없지! 끙끙거리며 의자를 비켜 지나 아까완 달리 성큼성큼 자신감이 찬 발걸음으로 자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주머니에 있던 분홍색 포스트잇은 한 장 떼어냈다. 답을 써줘야 하나…. 종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그런 고민을 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종인이 썼던 샤프를 손에 쥐고 쓰려는 찰나 가슴에서 두근두근 친하지 않은 어색한 느낌이 몰려왔다. 이렇게 쓸데없이 작은 것에도 설레하다니.

 

답은 이미 나왔잖아, 생김새와 달리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네. 머릿속엔 종인의 얼굴을 띄어놓고 같은 말만 중얼중얼 거렸다. 그리고 글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신경 쓴다고 쓰긴 했는데 글씨가 영 마음에 안 든다. 여자아이처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쓸 순 없었지만 반듯하게 나마 쓸 수 있었다. 고심 끝에 적어내린 글을 한번 보고 빙글빙글 미소를 지었다. 손에 들고 있던 주황색 병뚜껑의 비타500 앞면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아차! 깜빡할뻔했네…, 문제의 답과 전화번호 그리고 그 옆에 앙증맞은 하트까지 왠지 모를 뿌듯함에 휩싸여 실없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아, 배부르다."

 

 

 

배를 가볍게 통통 쳤다. 문제들로 얽혀져 복잡해진 머리가 먹는 동안 모두 다 풀려있었다. 매끄럽게 독서실 문을 열고 최대한 작은 발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혹여 의자 끄는 소리에 시선이 집중되지 않았을까 하고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눈을 한번 감았다 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거야. 놀지도 못하고, 이렇게 한참을 투덜거리곤 아까와 같이 샤프를 도로 손에 쥐었다. 밀려오는 식곤증에 눈을 돌렸을 때 문제집 위엔 작은 병의 비타500이 자릴 잡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비타500을 둘러보았다. 분홍색 포스트잇에 저절로 눈이 갔다. 정갈하게 적혀있는 11자리의 숫자를 다시 한번 더 읽었다. 온통 숫자뿐이었지만 글자엔 한없이 깊은 의미가 담긴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나를 좋아한다거나 짝사랑한다거나…. 한눈에 보이는 귀여운 하트에 알 수 있었다. 괜스레 부끄러워져 필통에 있던 빨간색 볼펜을 꺼내들어 하트를 채워나갔다.

 

한참 후, 시계 초침이 8시가 되었을 때 창밖은 이미 어두컴컴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 개운하게 기지개를 펴고 나서 조금씩 느긋하게 짐을 쌌다. 마지막 필통까지 가방 안에 완벽히 다 넣었을 때 비로소 비타500에서 떼어낸 포스트잇은 발견했다. 번호를 저장해야 하나…. 사실 아까부터 문제 대신 손에 들린 포스트잇은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공부를 핑계로 꺼두었던 휴대폰을 켜보았다. 온통 까맣던 휴대폰에서 빛이 들어왔다. 로딩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 주소록을 들어갔다. 010…. 한자 한자 번호를 써내려갈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예쁜가? 여느 남자와 다름없이 외모부터 생각하는 모습에 자신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던 마음이 깡그리 구겨졌다. 생각을 하는 사이 단숨에 번호를 찍고 망설임 없이 다음 단계를 눌렀다.

 

 

 

"뭐라고 저장해야 되지…."

 

 

 

갈피를 못잡은 내 엄지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독서실이라고 저장할까 하다 너무 딱딱한 것 같아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지워버렸다. 비타500. 뒤에 붙이려던 하트가 낯간지러워 손발이 오그라드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장을 하고 나서 주소록을 한번 확인했다. 한 명이 더 추가된 것을 보자 어두운 밤하늘마저 밝아 보였다.

 

 

 

 

 

 

 

 

 

 

 

저번에 임시저장 누르려고 했는데 손이 삐끗한 바람에 확인을 눌러버려서

의도치 않게 올렸던 글이였죠... 보신 분들은 어쩔 수 없네요 흐우ㅠ루유ㅠ

프롤이니까 짧아도 (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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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대박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헣대박
10년 전
독자2
맞아요 저도 비회원일때 봤었죠ㅋㅋㅋ 재밌어요!!
10년 전
독자3
카디는 사랑입니다
10년 전
독자4
져타아...어서 다음 편을 가져다쥿데여류ㅠㅠ
10년 전
독자5
저번에ㅠㅠㅠㅠ아뫃닉신청했었는데!ㅅㅓㄱ봄으로! 이거너무좋아요ㅠㅠ카디행쇼평생행쇼ㅠㅠ어서제가ㅠㅠㅠ돈을모아ㅠㅠㅠ네덜란드로ㅠㅠㅠ
10년 전
독자6
믿고봄니다
10년 전
독자7
추천을 깜박했군요 ,,추천 투척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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