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미성에 폭풍 가창력이지만, 매번 형들에게 밀려서 파트는 별로 없고
프로필에는 175로 나와있지만 사실 실제 키는 16X에
여장 한번 시켜보고 싶을 정도로 남자치고는 선이 곱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너징은
사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SM의 신인 보이 그룹 엑소의 13번째 멤버이자 막내가 되었지.
물론 너징이 여자라는 사실은 SM의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너징의 담당 코디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엑소 멤버들도.
이런 너징의 썰을 풀어볼게.
너징은 지금 문 앞에서 심호흡 중이야.
또 사장실 앞이냐고? 아니야. 너징 옆에 너징만큼 커다란 캐리어가 두개나 있는 걸 보면 알겠지만, 너징은 엑소의 숙소 앞에 있었어.
어제 저녁부터 열심히 싼 짐들을 낑낑거리며 여기까지 어떻게 잘 끌고 왔는데, 막상 들어가려니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
너징은 초인종을 누를까, 하면서 손을 뻗었다가 아니야. 하면서 다시 손을 내렸어. 또 문을 두드릴까, 하다가도 역시 이것도 아니었는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려.
그렇게 문 앞에서 별 짓을 다하고 있던 너징은, 갑자기 문이 확 열리는 바람에 문에 이마를 찧어버리고 말아.
" 앜!!!!!!!!!! "
" 헐, 오징어, 괜찮아? "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박찬열과 도경수였어.
찬열의 손에 초록색 지폐가 쥐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숙소에서 간식 사오기 같은 걸로 내기 해서 걸린 모양이야.
아무튼 너징은 문 앞에 가까이 있어서 이마를 진짜 세게 찧어버리는 바람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문 앞에 쭈그려 앉았어.
문을 연 장본인인 찬열이 당황해서 너징 앞에 같이 앉은 다음에 손으로 너징의 이마를 문질러줬어.
너징은 막 괜찮다고 폭풍으로 고개 끄덕끄덕 하는데, 그래도 눈물이 맺힌 게 보였는지 아예 자기 품에 안다시피 해서 너징의 이마를 문질러주는 찬열이야.
한편, 대뷔반임에도 너무 배고파서 매니저 몰래 분식 사오기로 하고 나간 녀석들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오니까 궁금해진 멤버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왔어.
그런데 현관 앞에 커다란 캐리어가 두개가 놓여져 있고, 너징 안아서 이마 문질러주고 있는 찬열이 보이니까, 귀찮아서 안 나왔던 멤버들도 " 어, 징어야!! "하는 다른 멤버들 목소리에 눈이 동그래져서 현관으로 나왔어.
" 징어 울어?! "
" 아, 아니요! 안 울어요! "
너징과 번호 교환까지 한 변백현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너징 옆으로 와서 묻자, 너징은 이번에도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니라고 대답했어.
그리곤 아직까지 너징의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찬열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말했어. " 정말 괜찮아요.. "라고.
너징의 말에 안심하던 찬열이, 너징을 안고 있던 다른 손을 풀면서 일으켜줬어.
옆에서 서 있던 경수가 너징의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면서 붉어진 이마를 보곤 인상을 찌푸렸어.
덕분에 괜히 찔끔하며 경수의 눈치를 보는 너징이야.
" 이마 빨개졌네. 진짜 괜찮지? "
" 네. 진짜 괜찮아요. "
너징이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지만, 잘 펴지지 않는 경수의 미간이야.
너징은 곧 데뷔할 아이돌이 조심성 없게 얼굴이나 다쳤다고 혼날 것 같은 느낌에 괜히 고개를 숙였어.
그러다가 갑자기 이마에 닿는 손길에 놀란 너징이 고개를 들면, 아까까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경수가 조금 풀어진 표정을 하곤 너징의 이마를 살살 쓰다듬는 것이 보여.
" 곱상한 얼굴을 해놓고 다치면 어떡해. 앞으론 조심해. 알았지? "
말을 마친 경수가 가볍게 너징의 머리 위에 손을 툭, 얹었다가 떼어냈어.
방금 경수에게 조금 설렜던 너징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
그 모습이 웃겼는지, 귀여웠는지 지켜보던 멤버들이 웃었어.
멤버들이 왜 웃는지도 모르는 너징이지만, 일단 다들 웃으니 따라서 어설프게 웃는 너징이야.
*
" 징어는 세훈이, 종인이, 타오랑 방 같이 쓰면 돼. "
너징이 낑낑거리면서 너징 몸집만한 캐리어를 들고 들어오려고 하니까, 지켜보고 있던 백현이랑 찬열이 대신 캐리어를 들어서 어느 방 안으로 가져다 놓았어.
어제 저녁에 매니저에게서 너징이 숙소 생활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은 멤버들이, 너징의 방을 미리 정해놓은 모양이야.
너징이 막내이다 보니까, 비슷한 막내라인끼리 같이 생활하라고 막내들끼리 사용하던 방에 같이 넣어진 너징에게 짐 정리도 하고, 방도 구경하라면서 문을 닫고 나가는 멤버들 덕분에 너징은 마음 편히 짐을 정리할 수 있었어.
딱 남자애들이 사용하는 방이라는게 티가 날 정도로 너징이 예상했던 만큼 어지럽혀진 방에서 너징은 눈을 몇 번 굴리며 방을 둘러보았어.
이층 침대가 2개가 양 벽에 붙어 있었는데,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이층 침대 중에서 1층이 아무도 쓰지 않은 티가 날 정도로 깨끗하고 물건도 올려져 있지 않아서 너징은 직감으로 거기가 너징의 침대라는 걸 알아챘어.
일단 너징의 침대는 알아냈는데, 너징의 서랍이 뭔지 모르겠는거야. 하나하나 열어볼 수도 없어서, 캐리어의 손잡이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너징은 갑자기 벌컥 열리는 방문에 소리도 못 지르고 깜짝 놀라서 문 쪽을 쳐다봤어.
" 아, 미안. 놀랐어? "
" 아... "
" 나 충전기 좀 가져가려고. "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온 사람은 김종인이였어.
조용히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던 검은색 충전기를 가지고 나가려던 종인이,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너징을 쓱 쳐다봐.
눈이 마주치자, 너징은 괜히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하려고 했어.
" 아직 짐 정리 안 했어? "
" 네. 음.. 제 서랍이 뭔지 잘 몰라서... "
너징이 작게 말끝을 흐리며 대답하자, 종인이 고개를 휙 돌리더니 충전기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서 어느 곳을 가리켰어.
종인이 가리킨 곳은 너징의 침대와 같은 쪽 벽에 붙어있는 서랍장 두개 중에 무늬도 없이 하얗기만 한 서랍장이였어.
저게 니 서랍장이야., 라고 짧게 말한 종인은 너징이 알려줘서 고맙다고 대답하려 하기도 전에, 들어왔을 때와 같이 성큼성큼 방 안을 나섰어.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고.
종인이 나가고 닫힌 문을 3초 정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너징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두개의 캐리어를 서랍장 가까이로 가져가고는 짐 정리를 시작했어.
절대 들켜서는 안 될 여자 속옷이랑 생리대, 그리고 압박 붕대를 가장 안 쪽에 밀어넣고, 그 앞에 옷들을 하나씩 넣어서 정리했어.
그리곤 맨 위에 칸에는 눈속임을 위해 사 둔 남자 속옷을 가지런히 개어서 넣어 놓았지. 물론 아직 정리 안 한 옷과 함께.
하나씩 짐을 다 정리한 너징은 텅 비어버린 캐리어를 한 쪽 구석에 세워두곤, 너징의 침대에 슬쩍 앉았어.
그리곤 고개를 들어서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지. 처음 들어왔을 때도 둘러봤었지만, 침대에 앉아서 둘러보니까 뭔가 느낌이 색다른 너징이야.
그렇게 방 안을 둘러보던 너징은, 정리도 끝났는데 그만 나가봐야 되지 않을까, 란 생각에 다시 몸이 뻣뻣해졌어.
거실에 나가서 뭘 할 건지, 어떻게 저들 사이에 끼어야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야.
너징이 너징의 저주받은 사교성과 소심함을 속으로 열심히 까고 있는 사이에, 방문이 열렸어.
아까와는 다르게 별로 놀라지 않은 너징이 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백현이 웃으며 서 있었어.
그나마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말을 섞었던 백현이기에, 너징은 몸에서 긴장을 조금 풀고는 침대에서 일어났어.
너징이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 나와, 치킨이랑 피자 시켰어. "라고 말한 후에 나가는 백현이야.
너징은 모든 멤버가 숙소 생활을 하게 되어서 축하 파티라도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문 밖으로 막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펑-! 퍼벙- 펑!!!!!!!!!!!!!
" 으얽?!?!! "
" 오징어, 숙소 합류 축하한다!!!!!! "
" 이로써 엑소 13명이 모두 숙소에서 생활하게 되었닭!!!! "
" 이게 뭐....?! "
갑작스러운 폭죽 소리에 놀란 너징이 이상한 비명을 지른 것도 잠시, 너징의 비명소리보다 더 큰 멤버들의 목소리에 너징의 비명이 묻혔어.
너징이 이 상황을 이해하려 눈을 굴리려다가, 갑자기 너징의 얼굴로 진격해오는 생크림 케이크에 너징은 굴리려던 눈을 크게 뜨고는 고스란히 그 생크림 케이크를 얼굴로 받아냈지.
생크림 케이크를 들고 너징의 얼굴로 팔을 뻗은 사람은 다름아닌 변ㅋ백ㅋ현이었어.
너징의 얼굴이 생크림 범벅이 된 것을 보며 가장 크게 웃은 사람도 변백현이였고. 물론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크게 웃기는 했지만.
" ㅋㅋㅋㅋㅋㅋ징어얔ㅋㅋㅋㅋ미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너징은 눈을 감고 천천히 짜증과 화를 가라앉히며 인내했어.
한참 동안 ' ㅋ '이 남발하던 넓은 거실은 점차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빵 터진 김종대를 시작으로 다시금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어.
이쯤에서는 너징도 같이 웃어버렸지.
이렇게 해서, 너징은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었어.
무려, 사람이랑 친해질 때 일주일은 기본으로 걸리던 너징이 하루만에 12명과 친해지게 된 거야.
홀로 95년생인 너징은 다른 멤버들에게, 비록 여자로 살아와서 아직은 어색하지만 나름 열심히 형이라고 불렀고, 멤버들도 너징을 꽤 귀여워하는 눈치야.
특히 지금까지 숙소 내에서 막내라고 온갖 잡 심부름을 했던 세훈은 입 꼬리가 귀에까지 걸쳐졌지.
순하고 착해보이면서 막 시켜도 될 것 같은 애가 자기보다 밑으로 들어왔으니, 이젠 막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그럴 거야.
물론 딱 막내라고 생각하게 되는 너징의 비주얼도 멤버들이 너징을 귀여워하게 된 것에 한 몫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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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나 뒤에 돌아왔습니다ㅠㅠ.. 댓글 써주신 여섯 분 정말 감사드려요ㅠ♥ㅠ
참, 여기에서 엑소의 숙소 방 배정은 순수 제 임의로 정했습니다!
그냥 나이 순으로 방을 나눴으니까, 이해하시기 편할 거예요.
1. 김민석, 루한, 크리스
2. 김준면, 레이, 변백현
3. 김종대, 박찬열, 도경수
4. 타오, 김종인, 오세훈, 오징어
징어가 막내들 방에 들어가게 된 또 다른 이유(이자 진실된 이유)는
형님들이 좁게 살 수 없으니, 막내들이 좁게 살아라.
였습니다. 껄껄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