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거칠게 열어젖힌 문이 벽에 부딫치며 소음을 만들어 난다. 거칠게 문을 연만큼 성큼성큼, 아저씨가 나에게로 걸어온다. 흥분한 듯 얼굴이 붉다. 화가 났다는 걸 보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다.
어느새 내 바로 앞까지 걸어온 아저씨가, 내 짐이 든 캐리어를 뺏어든다.
"뭐하는 짓이야."
나를 내려다보는 아저씨의 눈이 매섭다. 화가 난 것을 여실히 보여주듯.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 나도 화가 난다.
"몰라서 물어요?"
"내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진짜 가기라도 할 작정이었어?"
네, 단호하게 떨어진 내 대답에 아저씨가 더 매섭게 나를 내려다본다.
"누구 맘대로 가."
누구 맘대로 날 떠나, 거칠게 내 팔목을 잡고 끌어당긴 아저씨의 손에 잡힌 손목이 아프다.
아저씨의 모습이 내 코 끝에 닿아있다. 아저씨의 숨결이 느껴진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내뱉어지는 숨이 뜨겁다.
아저씨의 뜨거운 숨이 나를 삼킨다.
부딫친 입술이 여느때보다도 뜨겁다.
"못 가. 넌 나 못 떠나."
아저씨가 내 뒷머리를 감싸 끌어안는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안긴다.
결국 나는 오늘도, 아저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