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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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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박경 껌딱지 어디갔어.


유권은 경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이내 다시 돌렸다.

자긴 안 놀아주면서 지호만 챙긴다고 삐질 게 뻔해.


종례 직후부터 우지호는 보이지 않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간 거지. 

설마.




유권은 5층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가방끈을 붙잡고 계단을 한달음에 올랐다.

숨이 조금씩 차올랐지만 헝클어진 검은 머리 아래 눈꼬리는 반달모양이 되어 웃고 있었다.




5층 복도 구석의 미술실.

혹시라도 들킬까봐 머리를 잔뜩 숙인채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지호. 역시 여기 있었구나.




유권의 말대로 미술실은 외지기는 했지만 저녁 노을을 보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좁은 미술실 안 가득 황금빛 석양이 넘실댔다.

먼지 쓴 바닥마저도 금모래마냥 반짝였다.




그리고 한 가운데에 놓인 이젤.

제 몸 만한 캔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다.

연갈색 머리와 흰 피부는 노을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연필 끝을 문 입술은 유난히 붉었다.




'썰면 세 접시는 나오겠네.'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다 금새 잡생각을 하고 마는 유권이었다.


지호는 미동없이 앉아있다가 팔을 들어 한참동안 캔버스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캔버스 위를 톡톡 치기도 하고, 

다시 뚫어져라 보고있기도 하고, 

연필을 깨물기도 하고..




유권은 그런 지호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도 못 떼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한 소년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뿐인데,

지호를 비롯한 모든 주변 사물이 하나가 되어 그 자체로 작품인 것 같았다.



아름답다, 

유권은 무심코 이 단어를 떠올리고는 흠칫 놀랐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표준 남고생인 내가, 마찬가지인 사내애를 보고, 아름답다고? 

유권은 스스로에 대한 당황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동안 지호는 앞치마를 벗고 있었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 듯 했다. 

유권은 화들짝 놀라 창턱에서 손을 뗐다.



급하게 먼저 뛰어내려가면, 보고 있었다는 것도 모를거야. 

유권은 최대한 조용히 계단을 향해 걸었다.

-





다시 봐도 키는 크다.

비리비리해가지고는.



든든한 덩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균형잡힌 몸매에 턱선하며 목선하며, 

적당히 남자답고 적당히 섬세하게 생겼다.

양아치 자식. 일본에서 온 지도 한 달 다 되가면서. 

다시 염색하던가 하지.




속으로 꿍얼대면서 한 손으로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으로는 노래를 골랐다.

그러면서도 연신 눈은 앞서가는 지호의 뒤통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간신히 안 들켰다 싶었는데 운도 나쁘게 집 가는 방향이 같은 모양이었다.

설마 버스까지 같이 타진 않겠지.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지호와 유권은 멀뚱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도 없었다.


'아.. 진짜 엄청 어색하네.'



유권은 트랙리스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곡의 제목을 읽어내렸다.




순간 흰 손가락이 유권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유권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저기.. 무슨 노래 들어?"






물론 정류장에 앉아있는 건 둘 밖에 없지만,

지호가 말을 걸리라고는 한 순간도 생각해 본 적 없기에, 유권은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나한테 지금 말 건건가? 

근데 방금 뭐라고 한거지?

아씨, 당황하면 모양 빠지는데. 






유권의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것도 모른 채 지호는 유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유권은 뭐라도 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한 쪽 이어폰을 뺌과 동시에 나온 말은 유권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폭풍과는 한참 동떨어져있었다.






"뭐?"




이렇게도 침착하게 대답할 수 있다니.

게다가 시크하기까지.

잘했어 김유권. 장하다.

유권은 마음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지호는 유권의 대답을 오해한 듯 했다.

순식간에 흰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지면서, 

귀끝부터 빨개지기 시작했다.




"아..미안.."





망했다.

내가 생각했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난..그냥.. 무슨 노래 듣는지 궁금해서.."




주먹을 꼭 쥐고 고개를 숙인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였다.




유권은 지호가 울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지만 그 와중에도 비에 젖은 강아지같은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내 무표정이었다는 걸 문득 깨달은 유권은 속으로 자책했다.



"아.. 미안. 근데 정말 뭐라고 했는지 못 들어서 그랬던건데."




샐쭉 웃으며 말하는 유권의 얼굴을 보고는 지호도 한결 표정이 풀렸다.


잠깐만. 지금이 기회인건가?

나 드디어, 저 까칠쟁이 우지호랑 친해지는 거야?


유권은 머뭇거리다 들고 있던 이어폰을 내밀었다.






"들어볼래?"






오늘따라 유독 버스가 늦게 온다.

배차간격이 이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노래 한 곡이 다 끝날때까지는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유권은 생각했다.




지호는 이어폰을 건네받고서는 잠깐동안 눈을 또륵또륵 굴리다가 이내 결심한 듯 귀에 꽂았다.




유권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였다.

유권은 버스가 오는지 보는 체하며 지호의 반응을 살폈다. 




별로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우려와는 달리, 지호는 점차 얼굴 표정이 편해지더니 나중에는 눈까지 감고서 들었다.




마지막 음절이 흘러나올 때 까지도 버스는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호는 꽂을 때 그랬듯이 조심스레 이어폰을 뺐다.




"어때? 별로야?"





지레 걱정한 유권이 묻자, 지호는 고개를 흔들더니 유권을 마주보았다.



"완전 최고야-"





그리고는 그 날카로운 눈꼬리를 둥글게 내리며 빙긋이 웃어보였다.

그 웃음을 마주한 유권은 아주 차가운 음료수를 들이킬 때처럼, 청량하면서도 머리가 찌르르 아파왔다.





"그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너가 별로 안 좋아할까봐 완전 걱정했다야. 크크"





애써 장난스레 말을 던지고 마음을 추스리면서도 지호가 아직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애매하게 이어폰을 든 손이 떨리기라도 할까봐 유권은 무릎위에 손을 얹어 놓았다.



"노래 너무 좋았어."
".."




유권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라도 열면 말실수만 할 것 같았다.




"저기.. 저번 일은 미안해. 그리고 그동안.. 무시했던 것도."




뜻밖의 사과에 이어폰을 감아 말던 유권의 손가락이 움찔했다.




"내가 그 동안 너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근데- 이제 알 것 같아. 들어보니까."


하며 자신의 귀를 톡톡 두드리는 지호였다.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면서 유권은 애써 웃었다.


괜찮아. 무슨 오해였더라도. 




그리고 잠깐의 정적.

궁금할 땐 그리도 오지 않던 버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차했다.





"나 이거 타야겠다. 잘가 지호야.



유권은 급하게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지호는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어. 안녕."




조금은 아쉽네, 
아니지, 신경 안쓰기로 했으면서.



유권은 눈인사를 하고서는 버스에 올라탔다.




"잘가 권아!"




문이 닫히기 전 지호가 소리쳤다.



저 자식, 내 이름을 알고 있었네.

언제부터 알고 있었대.




유권은 잠시동안 생각을 하다가 쿡쿡 웃기 시작했다.



아, 진짜 귀여워. 너무 귀여워.

신경을 안쓸래야 안 쓸수가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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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0ㅠ 권이도 지호도 넘 귀여워서 귀염사하겠다요ㅠ0ㅠ 얼른 더 친해져! 친해져!
7년 전
카모
과연 언제쯤 이 겸둥이들이 친해질까요ㅠㅠㅠㅠ 담편을 기대해주세욧!❤️
7년 전
독자2
아 김유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죠가 용기내서 말걸었는데 그렇게 대답하면 어떡햌ㅋㅋㅋㅋㅋㅋ
7년 전
카모
어휴 진짜 절레절레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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