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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권X우지호] 내 달팽이관에는 해파리가 산다 번외 3(부제: 우지호의 이야기 3) | 인스티즈

그 날 밤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자가 왔던 날이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물이라도 마시려고 나왔다.






"..-쩌니..."


어머니 방에서 울음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문 앞에 다가가 섰다.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쩌니.... 지호야..."


 

어머니께서는 침대에 엎드려 울고 계셨다.


머리가 지끈지끈 어지러웠다.

나는 그대로 도망치듯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거짓말처럼 잠이 쏟아졌다.










-





"경아.."


"..야! 우지호! 너 빨리도 연락한다!"


"나 내일 아침 비행기로 떠나..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수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박경이 조용할 때도 다있네.







"나보단 권이한테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응?"


"권이 밥도 잘 안먹어.

내가 전화할때마다 받자마자 너냐고 물어보고.

애 상태 안 좋다. 내가 챙기기에도 좀 벅차."






경아, 넌 몰라.

지금 내가 얼마나 권이에게 연락하고 싶은지.

그 나긋한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은지-

밤마다 남겨진 음성 메세지를 들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참는지.

넌 몰라.










"..알겠어. 그래도 너가 대신 전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이 자식들은 왜 지들 사랑의 아픔에 나를 꼭 끼워넣어요.

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모르겠는데, 

뭐 너도 생각이 있겠지. 알았어, 전해줄게.

그나마 나한테 연락해주는 것도 감사해야되나?"






이 능글맞은 목소리도 자주 들을 수 없겠지.

박경, 너 덕분에 모든게 시작됐어.

한국에서의 삶도, 추억도, 김유권도.







"뭐래.. 이제 연락 못한다. 일본가서 할게.

잘 지내고, 권이도 좀 부탁한다."




꿍얼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날,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도 해냈다.

유권이에게 이별을 통보해버렸다.

김유권, 나도 몰랐는데 나 배짱있는 사람이었나봐.

이렇게 야멸차게 널 밀어내는 내 모습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항을 느지막히 나서는 내 모습이 같은 사람이라니.

믿겨져?






그런데 우린 정말 너무 불쌍하다.

마지막까지 한 번을 안 마주치네.

나를 빨리 잊어버려.

그래야 내가 연락할 수 있을테니까.







-







비행기에 오른 순간부터 속이 메슥거리더니 이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모든 것을 게워냈다.


옆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다리를 비켜주다 내 초췌한 낯빛에 흠칫 놀란듯 했다.







"저어기... 어디 아프세요?"



생긴대로 소년같은 미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귀에 다소곳이 내려앉는 민들레 홀씨같은 목소리.




"네.. 그냥 속이 좀.."

"멀미 하세요? 큰일인데.."





그 사람은 한참을 그 동그란 눈으로 살펴보다가 지나가던 스튜어디스를 붙잡고는 뭐라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지나친 친절은 조금 꺼려지는데.






"약이랑 따뜻한 물 부탁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자상하셔라.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내 몸 가누기가 벅차 고개만 끄덕였다.





그 때 멀리에서 훤칠한 키의 수트를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객실 사무장 표지훈입니다. 

건강이 안 좋은 승객 분이 있다고 하던데요."



"여기여기, 이 사람이에요."





옆 사람과는 대조되는 초저음의 목소리.

이런게 동굴 목소리구나.








"소화제 두 알입니다.

따뜻한 물과 함께 드시고 한 시간 뒤에 상태가 괜찮아지셨는지 꼭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





절제된 제스쳐와 매너있는 말투가 눈에 띄었다.

외모도 수려하니 뭇 여자들 울리고 다녔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가 홀린 것은.. 비단 여자들 뿐이 아닌가 보다.








"어머~ 너무 친절하시다.

제가 옆자리니까, 이웃사촌으로써 잘 케어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특유의 통통 튀는 말투와 능청스러운 표정.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표지훈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성큼성큼 통로를 걸어갔다.

옆사람은 그의 뒷모습을 한참 쫓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요즘 보기드문 참한 청년이다, 그쵸?"

"아..하하.."

"약 먹었어요? 괜찮아졌어요?"

"아니 방금 막 먹었는데.."

"내 이름은 태일이에요. 이태일."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손이 들어왔다.

나는 버벅거리다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





"우지호..라고 합니다."


-








"어쩐지- 딱 느낌이 오더라니까.

내가 아무한테나 말거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근데 막 입이 근질근질하더라구요.

내가 막, 동종업계 레이더 같은게 있나봐."





태일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내가 미술을 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누군가를 기쁘게 할 줄이야.









"그럼 일본엔 미술하러 가는 거에요?"

"아뇨, 그런건.. 아니지만 다시 시작해 보려구요."

"흐응, 그렇구나."







태일은 탐색하듯 지호의 얼굴을 살피더니 큰 맘 먹었다는 듯이 표정을 굳혔다.







"지호씨,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일본가면 같이 작업해봐요.

이래봬도 번듯한 작업실도 있고, 꽤 알아준다니까요.

나, 신인 치고는 수입도 짭짤해요.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지호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제안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랑.. 작업을요?"

"네! 작업."

"제 그림.. 아직 못 보셨잖아요."





태일은 손사래를 치며 눈을 찡긋했다.





"에이, 이렇게 진중한 말투로 미술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면 믿을만하겠죠.

작업물이야 차차 보여주시고.

파트너가 얼마전에 작업실을 나가버려서 혼자 지내기 외롭단 말이에요."







파트너를 찾는건지 룸메이트를 찾는건지.

지호는 눈을 굴려가며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고등학생인데요.."







이번엔 태일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어..네. 그렇게 안 보이나요.. 하하."



"얼굴이 앳되긴 했는데.. 얼굴은 나도 앳되고.

그 피지컬이 고등학생일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흠, 그렇구나."






태일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 다시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나도 마음만은 고딩인걸.

그럼, 갤러리 근처에서 학교 다녀요.

학교 끝나고 와서 배우고 작업하고 해요.

월급은 그대로 받는 걸로 하고. 어때요?"






지호의 표정이 풀어지지 않자 태일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부모님께는 형이 잘 말해볼게요.

같이 미술하는 고국의 동생이라서 거장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자신있다고 말씀드릴게.

아, 형이 밥도 매일 해줄게. 나 요리 완전 잘해.."






그러나 그걸로는 지호를 안심시킬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쫄래쫄래 따라가겠는가.

권이가 있었더라면 지금쯤 태일의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쳤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나올 것 같았다.







지호의 애매한 표정을 살피던 태일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이 소년이 그다지 순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가 미지수였다.








"저를 왜 그렇게까지.. 저랑 왜 그렇게까지 함께 작업해보고 싶으신거에요? 

제 작업물도 못 보셨잖아요."







사실 지호 마음 한켠에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자신을 희롱하던 고등학교 사내놈들, 알면서도 묵인했던 담임, 그리고 그 문자 사건까지.

게다가 자신의 유일한 오아시스였던 유권을 제 손으로 내쳤다.










태일은 순식간에 긴장이 풀리더니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냥 느낌이 좋네요. 확 감이 오는 거 있죠?



그래요 그럼, 작업물 보여주실래요?

어마무시하게 파렴치하지 않은 이상 내 결정은 그대로일건데, 

그렇게해야 그쪽이 마음 편하겠다면 그렇게 해요."




아, 그리고 연락처 좀. 이라고 덧붙이자 지호는 눈에 띄게 움찔했다.

태일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





"걱정하지마세요.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나 비행기 내리기 전까지 저 남자 어떻게 좀 해볼라니까 이만 실례."




태일의 턱이 가리킨 곳에는 수화물칸을 확인하고 있는 표지훈이 있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다행이야, 라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지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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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말벌이에요! 적극적인 태이리가 과연 무슨 짓을 벌일지ㅋㅋㅋㅋㅋㅋㅋ
7년 전
카모
ㅋㅋㅋㅋㅋㅋㅋ권코에 은근슬쩍 오일 뿌리기ㅋㅋㅋㅋㅋ기대해주세용! 두구두구
7년 전
독자2
꺄아아아앙 탤찡탤찡 마지막에 저 남자 어떻게 해볼라니까 라니!!!!
탤찡의 박력에 심쿵한 캐스터는 여기 눕습니다...꼬르르르륵

7년 전
카모
뭘 어떻게 해보려는걸까요(의심미) 촐싹쟁이 탤찡이 과연 잘 꼬셔낼 수 있을까요...?!?! 두근두근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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