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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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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는 오후 내내 양호실에 있을거라고 했다.

유권은 소식을 전해준 경이에게 고맙다고 중얼거리고서는 의미없이 손톱만 뜯었다.





"저 놈은 니 말을 왜 그렇게 잘들어?"




유권은 방금 전 끌려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넋이 나가 있는 녀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안 그래도 민혁이 형이 쟤 엄청 싫어해. 족칠 기회만 엿보고 있는데 내가 샤바샤바해서."


"왜?"



경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유용하니까."





그렇구나. 똑똑한 자식. 




"아까 왜 막았어?"



싱글벙글하던 경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몰라서 물어?라는 표정이다.






"너 중학교 때도 한번 눈돌아갔었잖아. 

그 때처럼 될까봐 이 형이 막아준거지. 

고맙다고도 안하네."







유권은 기억을 더듬었다.

어렴풋이 잊고 살았던 흑역사가 떠오르는 듯 했다.





"그건.. 진짜 걔가 잘못했던 거지."


"알아 알아. 

패드립치는 새x한테는 매가 약이지. 

그래도 학교에서 큰일 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치?"





경은 유권을 어르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픽- 유권도 무안하게 웃었다.




"고맙다 자식아."



그나저나 양호실에 한 번 가봐야하나.

종례할 때쯤이면 화는 가라앉았을라나.

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네가 뭐라고 난 네 생각으로 머리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릴까.








지루하던 시간도 결국 지나가버렸다.

급하게 가방을 챙겨 뛰쳐나가는 유권의 뒷통수에 경이 소리쳤다.




"야!! 피시방 가자고!!"




유권은 계단을 두 번에 나눠 뛰어 내려갔다.

그렇게 2층을 내려오고 나니 눈 앞이 아득했다.

양호실 문 앞에 다가가 숨을 고르는데 문에 걸린 자물쇠가 보였다.





집에 벌써 간걸까.

오늘 같은 하루였다면 나라도 집에 빨리 가고 싶었겠지.





한숨을 푹 쉬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가다 문득 생각을 고쳐 먹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5층 복도는 오늘도 조용하다.

미술실 문도 오늘따라 쓸쓸해보였다.



살금살금 다가가 교실을 들여다보는 순간 유권은 멍해졌다.





이젤 앞 의자는 쓰러져 있었다.






길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문을 거칠게 밀어 열고 교실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호의 머리를 받쳐 들었다.






"야, 우지호. 정신차려. 우지호, 우지호!"







유권은 지호의 뺨을 세게 때리며 연신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자 유권은 지호를 들쳐메고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가까운 병원이 어디더라. 근데 무슨 병원에 가야 하나.


이 미련한 새x. 아프면 집에 가던가.



화가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걱정이 앞선 나머지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한참을 뛰고 있는데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깼어? 우지호, 깼으면 대답해."





숨이 목까지 차 올랐지만 유권은 계속 뛰면서 물었다.





"권아.."

"어."


"집에 좀 데려다 주라.."






이 뻔뻔한 놈 봐라. 

방금 전까지만해도 세상에서 가장 미웠던 놈이었는데, 

입을 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내가 니 전용대리냐?"

".."


"어딘데."

"골목 돌면 바로야.. 근데 안 뛰면 안돼? 
나 토할 것 같아.."





가지가지한다. 

유권은 당장에라도 지호를 내동댕이치고 싶었지만 이를 꽉 다물며 참을 뿐이었다.

아픈 애 상대로 뭘해. 내가 참아야지.







"집도 가까우면서 저번엔 왜 버스 기다렸냐?"

".."

"안 자는 거 다 안다."

"..버스 기다린 거 아닌데.."





뭐래 또. 아직 제정신 아니구만.





유권은 비밀번호를 물어 문까지 열고서는 침대에 가차없이 던져버렸다.





"아.. 진짜.. 우지호.. 너 이거 꼭 갚아."





아야야 소리를 내며 이마를 문지르던 우지호는 별안간 이불에 고개를 묻더니 쿡쿡 웃기 시작했다.





"웃냐?"

"아니.. 미안.."





그때서야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유권은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드러누웠다.








"..안가?"

"야. 너 업고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개고생했는데 좀 쉬자."





지호는 잠깐 입을 우물거리고는 그만이었다.

등을 보이며 옆으로 누워있는 지호 옆에 유권이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문득 벽에 걸린 그림 몇 점이 눈에 띄었다.





"우지호."

"..왜."

"너가 그린거야?"






유권이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지만 지호는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체적으로 청량한 느낌을 주는 풍경화였다.

일본의 골목이나 공원이 대부분이었다.





"오.. 자식. 그림 좀 그리네."


또 다시 쿡쿡, 웃는 지호를 돌아 보며 유권도 피식 웃었다.



지금 우지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저런 색감은 어떻게 내냐 진짜. 신기한 놈."



괜히 퉁명스러운 말투로 툭 던진 말에 지호는 한참동안이나 대답이 없었다.




"보여."

"어?"




"색이 보여."

"그런 당연한 말을.."




"..소리를 들으면."




유권은 지호의 말을 곱씹으며 천장을 바라봤다.

그 순간 지호가 등을 돌려 유권을 똑바로 쳐다봤다.

유권도 몸을 돌려 지호를 마주봤다.





"무슨 뜻이야?"

"머릿속에 색이 스멀스멀 밀려들어와. 해파리처럼."

"..해파리?"






 얘가 아까 떨어질 때 머리를 다쳤나?





"소리마다 색이 달라?"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유권은 말없이 지호를 바라보았다.

지호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사람 목소리도.. 그래?"




유권의 질문에 지호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초록색."

"어?"

"엄청엄청 푸른색. 너 목소리"






그리고 나서는 살짝 웃어보였다.

유권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그르냐.."




"내가 좋아하는 색인데"





덧붙이는 말에 유권의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빙긋이 웃는 지호의 얼굴에 손을 얹어 장난스럽게 쓸어내리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나 간다. 내일 또 이러면 죽어"




유권은 짐짓 화난 목소리로 윽박지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방문을 쾅 닫았다.

지호는 유권이 누워있던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웃으며 중얼거렸다.







"잘가, 권아."

-






돌아오자마자 유권은 가방을 던져 놓고 '색이 보이는 병' '소리가 보여요' 같은 것들을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검색한 끝에 찾은 증상의 이름은 '색청'.


유권은 모니터에 바짝 얼굴을 대고 관련 정보를 무작정 읽어댔다.





'색청의 원인은 감각 경로가 미분화된 신경유세포의 가지치기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론과,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서의 혼선으로 간주하는 이론으로 나뉜다..'



생물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유권은 바짝 마른 입에 물을 한 모금 머금고는 계속 읽어나갔다. 






'색청의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는 특정 소리를 듣고 특정 색이나 형태, 

혹은 그 이상의 감각과 연계할 수 있는 능력이 발견된다.'




소리마다 다른 모양이 보인다는 건가.

이게 진짜라면 보통 힘든게 아닐 것 같은데.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리던 도중 한 문단에 멈췄다.





'색청을 경험하는 이들은 감각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에 소리를 제한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귀에 편한 소리만 듣는다 이거지.

실제로 인터넷에서 본인이 색청이라고 밝힌 글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색의 노래만 듣는다고 말했다.


내가 들려줬던 노래는, 지호가 좋아하는 색이었을까.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진다.

미술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것도, 아이들의 괴롭힘에도 입을 열지 않았던 것도, 오늘 쓰러진 것도.

새롭게 밀려드는 색에 적응하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일까.






내가 지호였다면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버틸 수 있었을까.





유권은 마음이 아려왔다.

우지호 병x.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하긴, 말을 했더라도 그 누가 믿어줬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경이는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한테만 알려준 거라면.







문득 지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버스를 기다렸던 게 아니라는 말.









그럼 날 기다렸다는 거야?

유권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색이라니. 내 목소리가.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눈 하나 깜빡임 없이-






유권은 달아오르는 얼굴을 손에 묻고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나 진짜 미쳐가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거야. 대체 뭐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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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 몽글몽글해요❤ 지호 좋아해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ㅜㅠㅜㅠ
7년 전
카모
몽글몽글 우래들...❤️ 과연 어떻게 될지..!
7년 전
독자2
흐아앙ㅠㅠ 지호야ㅠㅠ 그렇게 대놓고 (목소리) 좋어한다고 하면 궈니가 두근두근해지자낭*♡*
7년 전
카모
심장아프겟ㅠㅠㅠㅠ대놓구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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