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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뷔민] 스파클링(Sparkling) 3 | 인스티즈





“어젠 잘 놀았어요?”





전정국의 말에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내 표정을 한 번 확인한 전정국이 그제야 들고있던 음료수를 내 책상 위에 올려뒀다. 형 거에요. 그 말에 내가 귀를 후비며 음료수 뚜껑을 열었다. 





“나 진짜 마신다?”

“형 마시라고 사온 거에요.”

“아. 덥다. 진짜. 속 터져.”

“왜요.”





전정국이 내 앞에 앉아서 물끄러미 날 쳐다봤다. 어, 그냥. 그런 일이 좀 있어. 안 알려줄거야. 내 말에 전정국이 음료수를 휙 가져가고는 절반 넘게 다 마셔버렸다. 





“와. 목 안 아프냐?”

“안 알려준대서 다 마셔버린 거에요.”





어느새 빈 소리를 내는 음료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전정국이 일어섰다. 그리고는 '이따 점심시간에 올게요.'라고 말하며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야. 쟤도 제정신은 아니야.





“지~ 민~ 아~”





그리고 쟤가 제일 제정신이 아니다. 뒷문으로 전정국이 나가자마자 앞문으로 김태형이 쳐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하는 짓이 책상 위에 음료수 병을 툭 건들여보는 거였다. 에이. 없네. 다 마셨으면 좀 버려라. 그렇게 말한 김태형이 웃으며 내 앞 자리에 앉았다. 누가 보면 자기 음료수 나한테 맡겨놓은 줄…….





“왜.”

“그냥. 내가 너 보러 오지도 못 하냐. 요즘 왜 이렇게 까칠하실까.”

“닥쳐. 난 늘 이러니까.”

“오... 더 예민해졌어.”

“닥쳐.”





내 말에 김태형이 힝, 하며 음료수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쓰레기 통으로 던져버렸다. 골~ 인~ 병이 들어갔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참 천진난만해 보였다. 물어보고 싶다. 얼굴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 여자들이랑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고 싶은데. 괜히 물어봤다가는 오해를 살 것 같기도 하고. 





“아. 맞다.”

“엉.”

“나, 그 여자애랑 연락해.”





귀신이다. 진짜. 어떻게 내 속 마음을 다 알아차린 건지 바로 자기가 먼저 말해버렸다. 선수쳐버린 김태형이 밉지 않았다. 김태형이 말하는 여자애가 그 여중 애들일까 아니면 버스비를 내준 그 버스녀일까. 혼자 한참 그 둘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여중 애들은 너무 애같고, 약간 여동생 같은 느낌이 쎄서 아닐 거 같고. 아무래도 버스비 내준 애가 기럭지도 길고 분위기도 시크해보이고 그러니까 버스녀이지 않을까. 그러다가도 혹시 그 둘 다 아니고 예전에 번호 따였었던 여자애거나 이러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도 했다. 





“누군데?”

“아. 그, 버스비.”

“아.”





수긍이 갔다. 그래. 조금 쎄게 생기긴 했어도 약간 멋진 여자의 분위기가 났으니까. 내가 김태형이었어도 그 여자랑 연락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김태형을 무미건조한 척 쳐다보니,





“근데. 우리 학교더라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했다. 심지어 우리 학교야? 안 봐도 눈에 훤한 그림에 속 한 켠이 답답해졌다. 언젠가 김태형이 1학년 때 졸업을 직전에 앞 둔 여자 선배랑 썸을 탔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내 앞에서 깍지끼고 포옹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김태형은 별 관심 없어보였지만 여자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니까 김태형도 그닥 거절할 의지는 없어보였다. 그 선배가 졸업함과 동시에 연락이 끊기고, 나중에 그 선배 페북을 몰래 훔쳐보는데, 대학 가서 웬 남자랑 아주 잘 만나고 있더라. 


 사실 그냥 그랬으면 상관이 없는데, 그 뒤에 김태형이 더 웃겼다. 진짜. 그렇게 별 관심 없는 것 처럼 굴다가 나중에 그 선배 페북을 보고 나서는 혼자 상처 받은 척을 하며 일주일을 돌아다녔다. 병든 닭마냥 골골거리며. 그래도 좋아했다면서 궁시렁 거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걸 다 듣는 건 내 몫이었다. 내가 아무 감정이 없다면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텐데. 김태형이 한 번 이렇게 우회적으로 차일 때마다 나도 옆에서 같이 차이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렇고 김태형도 그렇고 그 상대도 그렇고. 같은 학교면 감정 소모가 클테니까. 

아니 사실 그 둘은 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김태형이랑 그 상대는 내 알바 아닌데, 내가 감정 소모하는 게 너무 클테니까 그걸 막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다. 이번에도 그렇네.





“몇 살이래.”

“갑이야. 이과반이던데? 뭔가 멋있지 않냐.”





이과반이라는 소리에 문과인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랑 김태형 둘 다 문과라서 그런가, 약간 이과 하면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어려워 과학. 수학 때려쳐. 그렇게 생각하며 '음~ 그렇구나~'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나랑 집 방향도 같더라. 걔가 먼저 내리더라. 그리고 키도 크더라. 나 진짜 놀람. 딱 내려서 같이 집에 가는데 다리 길이가. 후덜덜.”





김태형이 그 날 일을 회상하는 듯 눈을 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럭지는 쩔더라. 진짜. 쩔어. 이러는데 그래, 부럽다. 정말. 아주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누구는 키 겁나 작고~ 하고 후배한테 디스도 당하는데 누구는 키 크고 다리 길다고 뒤에서 칭찬 받고 있네. 


그냥 괜히 심통이 났다. 김태형이 여자한테 저렇게 칭찬하는 건 난생 처음보고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좋겠네.”

“그치. 취향도 좀 비슷하더라고. 너랑 같이 샀던 그 옷, 걔도 있다더라. 내가 너 골라준 거랑 같은 색이더라. 우리 셋이 커플?”





X병. 셋이 커플은 무슨. 니네 둘이 다 해먹어라. 그 옷 진짜 방걸레로 쓸거야. 그거로 박지현 발 닦으라고 해야지. 

괜한 심통이었다. 그래. 심통 맞아. 아니. 니네 둘이 얼마나 만났다고 벌써 커플티를 하고 난리니? 고의로 한 건 아닐테지만. 속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아. 그래. 부러운 거 맞아. 나 그 여자애가 부러운 거 맞다. 부러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아. 부러워. 너무 부럽다.










* * *










“형들도 사연 써요.”





방송부 신입부원이었던 전정국이 엽서를 한 장씩 우리에게 건넸다. 김태형은 이게 뭐냐면서 이를 보이고는 웃었다. 엽서요. 단호한 전정국 목소리에도 김태형이 장난 스럽게 대답했다.





“여기다 낙서해도 돼?”

“마음대로 해요. 종이 많으니까.”

“나 여기다가 미적 풀면 되는 거지?”

“그럴 거면 나 줘.”





장난스럽게 대하는 김태형에 내가 전정국의 눈치를 슥 보고는 말했다. 김태형의 손에서 엽서를 빼앗아오니, 김태형이 눈썹을 움찔하며 나를 쳐다봤다. 전정국이 입술을 한 번 혀로 축이고는 말했다.





“아무튼, 이번 주는 점심시간에 라디오 하니까 그거 신청해줘요. 사연 별로 없을 거 같다고 선배들이 걱정하더라구요.”

“아. 그래?”

“사실 제가 아이디어 낸 건데 사연 별로 없으면 창피하잖아요. 1학년이라고 무시하길래 계속 이거 하자고 고집 부렸는데.”

“아. 알았어. 사연 한 3개 정도 쓰면 되나.”

“장난이에요. 그냥 짧게라도 써서 보내줘요. 갯수만 많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한 전정국이 웃으며 방송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태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내 손에 들린 엽서를 가져갔다.





“나도 쓸건데 왜 가져가냐.”

“그러던가.”

“음. 우리 지민이한테 쓸까.”

“버스한테나 쓰지?”

“버스? 최지혜?

“이름도 알아왔네. 얼씨구.”

“흠. 그럴까.”





그 말에 순간 볼펜으로 김태형을 때릴 뻔 했다. 와. 진짜. 아무리 얘가 내 마음을 모른다고 해도 이렇게 눈치없이 굴 수가 있나.





“어. 그래.”





괜히 심통나서 김태형을 두고 계단으로 가니 김태형이 쫄래쫄래 쫓아왔다. 아. 왜~ 왜 두고 가냐. 치사해. 중얼중얼 거리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듣기 싫은 거 까지는 아닌데. 그냥 듣고 싶지 않다 지금은. 최자혜인가 지예인가 걔. 걔 얘기 나올 거면.











* * *










그래. 오늘은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한 여름에 스피커 장비를 옮겨야 된다며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린 전정국이 떠올라서 음료수나 하나 사줄까 하고 매점에 온 내가 바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아는 척 하는 낯선 여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낯선 건 아니었다. 구면이긴 하지.





“안녕? 너 김태형 친구 맞지.”

“……”

“나는 최지혜라고 해.”





인사하는 버스가 기분 나빠서 고개를 휙 돌리고는 다른 줄을 섰다. 그러자 한참 그 자리에 서있다가 다시 내 뒤에 섰다.





“인사 좀 받아주지?”





그 날카로운 목소리를 애써 듣지 못한 척 했다. 오늘은 참 듣기 싫은 소리들이 많다. 얘 목소리야 말로 진짜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이어폰이 있다면 핸드폰에 꽂아서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싶을 정도로 듣고 싶지 않았다.





“……”





내가 말없이 음료수를 사고는 최지혜를 지나쳐갔다. 최지혜도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 버스 니가 김태형이랑 연락하는 거지 나랑 연락하는 건 아니잖아.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더 말을 걸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괜히 힘빠진 걸음으로 방송실을 향했다. 방송실 앞 의자에 앉아서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전정국이 보였다. 전정국의 목덜미에 음료수를 가져다 대니 화들짝 놀라서 날 쳐다봤다.





“많이 덥지.

“이게 뭐에요.”

“너 노동한다길래. 스피커 많이 무겁냐?”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음료수를 건네 받은 전정국이 발칵발칵 들이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무거워서 죽을 거 같아요. 내가 대신 손 부채질을 해줬다. 전정국이 내 손목을 붙들고는 말렸다.





“됐어요. 교실 가봐요.”

“김태형은 못 봤어?”

“아. 아까 우리 일 도와주다가 어디 가던데.”





나는 어디론가 사라졌길래 칠렐레 팔렐레 놀러다니겠네 했는데, 그래도 도와주긴 했나 보다. 그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약간 내 아들래미가 선행한 걸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나를 한참 말없이 쳐다보던 전정국이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따 학교 끝나고 봐요.”

“응?”

“오늘 우리 도서관 가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알았어. 먼저 끝나면 우리 반 앞에 와 있어.”

“알았어요.”





전정국이 귀엽게 내게 손 인사를 하고는 방송실로 들어갔다. 말투도 무뚝뚝하고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이래도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애교가 묻어나오는 타입이었다. 방금 손 인사도 그래. 애기도 아니고 팔랑팔랑 흔들고는 들어간다. 귀여운 면이 없지않아 있다. 

교실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내 손에 들린 음료수를 확인했다. 아. 쟤 주려고 사온 건데. 다시 들어가서 주고 올까, 하다가 방송부 일이 고된 걸 알고 군기가 쎈 걸 아니까 관두기로 했다. 아까 음료수에 대한 복수라 생각하며 한참 들이켰다. 





“너 혼자 마시고!”





김태형이 얼굴이 시뻘겋게 된 채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얼마 남지 않은 음료수를 들이켰다. 





“어디 갔다 왔냐?”

“매점.”

“……”

“아. 매점에서 지혜 봤어.”





얘 친화력은 어디까지인지 진짜 궁금하다. 분명 버스비 내준 애에서부터 최지혜. 그리고 이제는 지혜다. 성까지 떼서 부르고. 아주 난리 났다. 결혼까지 하겠네, 내일이면.





“……근데.”

“엉? 그냥 그렇다구. 걔가 너 봤다더라.”

“안 봤는데.

“엥? 그래?”

“응. 나 먼저 들어 갈게.





괜히 퉁명스레 말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걔는 왜 얘한테 나 봤다고 얘기를 하고 그랬대.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참 나. 손에 들린 음료 병을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골~인~ 이 아니라 빗겨나갔다. 결국 쓰레기통 바로 밑에 떨어진 음료 병을 다시 주워 조심스레 넣었다. 몰라.



















사족


슬슬.... 지민이 속이 불타오르네.. 뽜이아..~!!.... (비트) (덩실)

태횽이는 아는 걸까요 모르는 걸까요... 흑....

다른 멤버들도 등장 시키고 싶은데 어느 역할로 넣을지 아직까지도 고민.....8-8...

그리고 등장한 여자애가 좋은 역할일지 나쁜 역할일지도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아서 아마 혼란스러우실거에여!!!!

그래여야만 해요...8-9........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회원 분들도 감사하고 비회원 분들도... 8-8 쓰차이신 건지 아니면 진짜 비회원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스파클링은 계속 구독료 없이 갈 것 같슴니다..! 구독료를 받을 만큼 잘쓰는 것도 아니구... 모.. 그거 받는다구 살림 살이가 나아지겠어여....?

늘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808.. 내사랑 받아가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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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진짜 꿀잼 ㅠㅠㅠ 뷔민ㅇ ㅜ ㅓ ㄷ er ....!
8년 전
비회원140.11
작가님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사랑한다구요 ㅠ♡ㅠ 오늘도 안타까운 우리 지민이 지민아 넌 지혜를 물리칠 수 있단다 암 그럼 너는 박지미니니까 껄껄 오늘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아 참참 저 저는 정말 비회원임다...! 그냥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
8년 전
독자2
재밌어여 흐엉.. 김태형 이 고구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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