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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miss A - (mama) I'm Good 


 

 

[현성] 고래사냥 02 | 인스티즈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응?" 


 


 

  

 또 시작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레파토리에 이젠 다음 대사가 무엇일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귀를 틀어막으려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 온통 깜깜하던 공간에 환한 조명이 비춰지면서 순식간에 사방이 밝게 트인다. 갑작스레 자신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 때문에 눈썹을 찡그린 채로 눈을 깜빡거리자 바로 코 앞으로 진청색 청바지가 보인다. 뭐, 뭐야 이게?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우현과 성규의 집 사이 복도였다.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현이었고, 자신의 손은 우현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는게 아닌가! 당황한 성규가 황급히 손을 떼려고 했으나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게 당최 무슨 상황이냐고 우현에게 묻기 위해 고개를 들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찾아오지 말라했잖아요. 성규 씨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한 사람이었습니까?" 

"……." 

"이러면 그 여자들과 당신이 다른 게 뭐예요?" 

"자, 자기야!" 

  


 


 

 매정하게 자신의 손을 내치고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려는 뒷모습을 붙잡기 위해 소리를 질러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쾅 하고 닫히는 현관문 소리 뿐이다. 근데 내가 왜 남우현한테 자기야라고 부른거지? 그리고 내가 왜 남우현한테 매달리고 있는거야? 

  


 


 

 답은 하나다. 

 꿈이니까. 


 


 


 

[인피니트/현성] 고래사냥
 

  

  


 


 


 

  

 헉. 성규가 급하게 숨을 들이키며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가 축축하게 젖은 느낌에 손을 갖다대니 식은땀이 흥건하게 묻어나온다. 근래 꾸었던 악몽 중 최고의 악몽이었다. 현실이 아니라 악몽인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성규가 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애인 있어요?" 

"네?" 

  


 


 

 아니, 하도 애타게 ‘자기’ 를 찾길래. 애인한테 차이는 꿈이라도 꾸셨나? 핫핫핫! 냉수가 담긴 컵을 건네며 우현이 호탕하게 웃는다. 그 말을 듣던 성규는 벌컥벌컥 냉수를 들이키다 그만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우현이 제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알리가 만무했으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었다. 

  


 


 

"나와요. 해장국 끓여놨으니까." 

  


 


 

 기침이 잦아들고 등을 두드려주던 우현의 목소리가 발소리와 함께 멀어져갔다. 술값과 숙박 제공까지 모자라 해장국까지 책임져준다니. 이런 과한 친절은 부담스러운데. 성규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툴툴거리면서도 메슥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제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냈다. 두께가 얇아도 몸을 덮고 있던 것이 사라지니 저 아래서부터 으슬으슬 찬기운이 올라왔다. 마치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듯 허한 느낌이 온몸을 감는 것이 어쩐지 쌔-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은 뭐랄까… 어릴 적 이불에 지도를 그리고 아침에 발가벗겨진 채로 집 밖에 쫓겨났을 때와 매우 흡사했다. 

 그러니까….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 본 성규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허공을 배회한다. 

  


 


 

"남우혀어어어어언!!!!" 

  


 


 

 팬티 한 장도 걸치지 않은 몸은 고스란히 모든 것을 다 드러내놓고 있는, 나체 상태였다. 

  

  


 


 

  

*** 

  

  


 


 

  

 우현 씨! 

 반갑게 우현을 맞이하는 목소리에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던 성규의 손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오늘 남 선생 선약 있어서 못 온다하지 않았어요? 성규가 목을 최대한 밑으로 수그리며 옆에 앉아있는 정선생에게 속삭였다. 글쎄. 정선생 역시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현은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역시 평소 이미지를 좋게 굳혀놓은 덕분인지 누구 하나 뒤늦게 나타난 우현을 질책하는 이는 없었다. 빈정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혹여나 우현과 눈이 마주칠 새라 성규는 자라마냥 목을 꾸역꾸역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런 성규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정선생이 손을 번쩍 들어 우현을 부르는 게 아닌가. 우현 씨 여기 빈자리 있어요! 여기로 와요! 우렁찬 정선생의 목소리를 우현이 듣지 못했을 리 없다. 제 옆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자 성규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망할 정선생. 허구한날 남우현한테 자판기 커피를 조공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김 선생님도 있었네. 웬일이에요? 요즘에 회식자리는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주구장창 빠지더니." 

"……." 

"오늘은 김 선생님이 좋아하는 메뉴라서 온 거예요?" 

"……." 

"아니면, 오늘 내가 안 온다는 소식 듣고 온 건가?" 


 


 

  

 말을 건네는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확실히 말에 뼈가 있었다.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우현의 공격에 성규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쥐어잡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을 때 우현은 어울리지 않게 분홍색 앞치마를 둘러메고 한 손에는 국자를 든 채로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규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우현을 보니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려 성규는 다짜고짜 그 얼굴에 쥐고 있던 얇은 이불을 던져버리고 곱게 접힌 채로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옷을 아무렇게나 꿰어입고 그대로 우현의 집에서 나와버렸다. 

  


 


 

"김 선생님, 이거 통계 내는 것 좀 도와주세요. 혼자 하려니까 힘이 딸리네." 

"어, 어. 그래 지윤아 저번에 나한테 수학 문제 물어볼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 

"그래. 마침 너네반에 수학 교과서를 놓고 와서 가 봐야 했는데 얼른 가자." 

  


 


 

 우현이 있는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리벙벙한 학생을 데리고 부리나케 학년실을 빠져나갔다. 허, 성규가 나간 자리를 쳐다보던 우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수학 교과서는 떡하니 성규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었다. 

  


 


 

"성규 씨 좋은 아침!" 

  


 


 

 퉁퉁 부은 얼굴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성규에게 우현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밝은 목소리에 눈을 비비면서 나오던 성규가 눈에 띄게 몸을 움찔거리더니 야구잠바에 달린 후드를 급히 뒤집어쓰고 후다닥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헐. 우현은 여전히 손을 든 채 멍한 얼굴로 성규가 사라져버린 비상구 문을 쳐다봤다. 

  


 


 

 그렇게 성규는 근 일주일동안 반은 의도적으로, 반은 무의식적으로 우현을 피해다녔다. 하루아침에 저를 괴물 취급하며 도망다니는 성규에게 이유라도 물어볼라치면 쥐새끼처럼 빠져나가니, 우현은 속수무책이었다. 

  


 


 

"회식 끝나고 바로 집에 갈 거죠? 집에 가면서 나랑 얘기…." 

"어, 엄마! 뭐? 사촌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디 병원인데? 지금 바로 갈게!" 

  


 


 

 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어 귀에 갖다대었다.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을 내뱉은 성규가 말 없는 상대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규 씨 어디 가? 정선생의 물음에 왁자지껄 떠들던 20개의 눈동자가 모두 한곳으로 집중됐다. 머쓱한 미소를 지은 성규가 곤란한 표정으로 뒷통수를 매만졌다. 저, 급한 사정이 생겨서 지금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촌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해서요…. 저에게 집중된 시선들을 피해 허공을 쳐다보며 성규가 말끝을 흐렸다. 어이구! 그러면 어떡해. 빨리 가 봐. 걱정스러운 목소리들이 등을 떠밀었다. 외투를 집어든 성규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방금 전, 우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복잡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던 성규가 힐끔 우현이 있는 쪽을 곁눈질했다. 

 아뿔싸, 항상 입가에 달고 다니던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짐짓 화가 난 표정인 우현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통화는 거짓이었지만, 그 내용은 거짓이 아니었다. 실제로 성규의 사촌누나는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했고 비록 가벼운 타박상이었지만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태였으니, 절반은 사실이었다. 이번 기회에 누나한테 얼굴이나 한 번 내비춰야겠다. 발걸음을 돌려 집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를 향하려던 성규가 의도치 않게 자리에 멈춰섰다. 

  


 


 

"김성규 선생님." 

  


 


 

 언제 따라나왔는지 모를 우현의 손에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늘 '성규 씨' 아니면 '김 선생님' 하고 애살스럽게 부르던 사람이 갑자기 '김성규 선생님' 하고 딱딱하게 부르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붕 떠 있던 평소완 달리 착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가 괜히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왜요? 성규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난 쫄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하여 도도하게 되물었다. 

  


 


 

"어디 병원 가는데요? 추우니까 데려다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병원 가는 거 아니죠? 지금 나 피하는 거잖아요. 왜 자꾸 나 피해요? 내가 무슨 범죄자예요? 화난 거 있음 이유라도 말 해주던가!"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인지 입이 트인 우현이 봇물 터지듯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오히려 우현의 반응에 성규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지금 지가 뭘 잘했다고! 뒷덜미를 움켜잡고 있는 손을 떨쳐내고 성규가 씩씩거리며 등을 보이고 있던 몸을 돌려 우현과 마주했다. 

  


 


 

"일부러 나한테 술 마시자고 한 거죠? 그것도 그쪽 집에서!" 

"그게 무슨…." 

"맞잖아요! 제가 하나도 기억 못할 것 같았어요? 남 선생님이 제 수, 순결을…." 

"지금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시치미 떼지 마요." 

"그러니까 제가 김 선생님을 범했다, 이 말이에요?" 

  


 


 

 실은 전날 밤 기억 따위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냥, 왠지 그날따라 욱씬거리는 허리통증과 나체였던 자신의 상태를 근거로 우현이 고의로 자신을 취하게 만들어 제 첫경험을 빼앗았다고 기정사실화한 것이었다. 

 저를 파렴치한 놈으로 보는 듯한 성규의 시선에 우현이 허공을 향해 실소를 터뜨렸다. 

  


 


 

"골 때리네."
"뭐, 뭐요?"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여자예요.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김 선생님을 범합니까? 예?" 

"……." 

"김 선생님 그날 기억 하나도 안 나죠? 김 선생님 옷이며 바닥에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손님이니까 차마 바닥에 재울 순 없어서 침대로 옮긴 거고, 토 묻은 옷을 입히고 침대에 눕힐 순 없어서 옷 벗겨놓은 거예요." 

"패, 팬티는 왜 벗겼는데요?" 

"김 선생님 민망할까 봐 끝까지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쪽 자다가 오줌 지렸어요." 

"……." 

"유독 김 선생님이 저한테만 까칠하게 구는 것 같길래 같이 술이라도 마시면서 친해지려고 한 거였어요. 매번 밤잠 설치게 한 것도 미안하기도 했고. 근데 전 김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부끄러움이 타고 올라왔다.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처럼 후끈거리는 것이 느껴져 성규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말을 마칠 때 쯤엔 높낮이가 없던 음성엔 섭섭함이 깃들어 있었다. 미안함과 민망함 때문에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과라도 해야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목구멍 끝에서 말이 걸려 나오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아리고 있는 머리통을 보던 우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몸을 돌려 다시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남 선생,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 키보드를 바꿔서 특수문자 쓰는 게 매우매우 불편합니다. 흡... 

# 암호닉 신청해주신 ★테라규★ 님 고마워요 첫 암호닉 독자니까 뭔가 특별해보여야 될 것 같아서 별 달았어요 오타쿠 같고 좋네요 

#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고마워요 읽어주신 분들도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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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테라규 일빠에요!!
10년 전
독자2
우와 첫독자 신나요! 앜ㅋㅋ그대 귀여워욬ㅋㅋㅋ 진짴ㅋ 특별해보여야할것같아섴ㅋ별을달았드아닠ㅋㅋ 고마워요! ㅋㅋㅋ아 진짜 김성규 어떡햌ㅋㅋ오해한거죠?ㅋㅋㅋ 남우현진짴ㅋ 난감하겠다 아진짜 그대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10년 전
독자3
우와 테라규그대 일등축하드려요 그런데 다음편은 아마 내년쯤에 나올 것 같아요...왜냐면 전 이제 예비 수능생 모드로 돌입했기 때문이죠 부끄럽네요// 미리 알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ㅠㅠ 나결정을 사고 난 후에야 테라규님이 생각나서...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일 년 뒤에 보아요 우리!
10년 전
독자3
어머나 뭐지...!!
10년 전
독자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김성규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줌쌌데 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 ㅋㅋㅋㅋㅋㅋㅋ 둘사이가 앞으로 어떡게 될까요 너무 궁금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10년 전
독자5
앜ㅋㅋㅋㅋㅋㅋㅋ 이제어뜩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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