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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피코] 가까이 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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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훈, 나와라 술이나 먹자.”

 

 

 

 

 

전화기너머로 경쾌하게 들려오는 지호의 목소리는 꽤나 들떠 있는 듯 했다. 제 귀를 타고 넘어오는 그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즐거움이 느껴져 지훈도 왠지 입가에 미소가 살살 지어졌다. 오늘은 지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에 문득 궁금해진 지훈은 입을 떼고 물었다.

 

 

 

 

“형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나 오디션 2차까지 무사통과!”

“우와! 축하해요! 지금 나갈까요?”

 

 

 

 

 

-응, 그래. 지금 빨리나와. 오늘은 내가 쏜다. 라고 말하는 지호의 말에, ‘근데 어디서 만나게요?’ 지훈은 자신도 덩달아 잔뜩 들떠버린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 집과 엎어지면 코 닿을 사거리의 신호등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전화를 거는 우지호. 지호에게 기쁜 일이 생겼다는 것과, 그 일이 생기자마자 자신을 찾아주었다는 사실에 지훈은 기뻐서 미쳐 날뛸 듯 한 기분이었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금방이라도 침대를 박차고 나갈듯한 자신을 다잡았다. 그래그래, 일단은 우지호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옷매무새라도 정리하고. 하릴없이 침대위에서 애니팡을 붙잡고 빈둥대던 지훈이었건만, 나오라는 지호의 한마디에 침대에서 발딱 일어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다. 이렇게 하면 더 잘생겨보이지는 않을까싶어.

 

 

 

 

급한 마음에 평소에 아껴 신던 컨버스조차 구겨 신고 달려 나가 도착한곳은 골목길을 벗어나 사거리에 위치한 신호등 앞. 맞은편 신호등 옆엔 우지호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서있다. 저 아름다운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걸 테지. 지훈은 생각했다. 자꾸만 참을 수 없이 웃음이 실실 비집고 나온다. 행여 이러다 제 맘을 들켜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지훈은 괜히 미간에 힘을 주어 찌푸려보기도 하고, 입 꼬리를 아래로 당겨보기도 하다 왠지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볼세라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조심조심 천천히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는 여전한 나의 아름다운 우지호. 나의 우지호.

 

 

 

때마침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교차해 건너간다. 우지호는 여전히 신호등 옆에 멀뚱히 선채 핸드폰만 만지고 있다.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알아 채지조차 못하고서 핸드폰만 바라보는 게 꽤 얄궂어 괜히 놀래 켜고 싶어진 지훈은 무심결에 지나치는 척 지호의 등 뒤로 다가가 섰다. ‘어흥!’ 지호의 어깨를 두 손으로 밀치며 장난을 거는데, 우지호는 정말 놀란 모양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으악!’하는 소리는 한 박자 늦은 채로. 지호는 핸드폰을 지훈의 눈앞에 들이밀며 눈을 흘겼다. ‘표지훈! 너 때문에 죽었잖아! 잘 하고 있었는데…….’ 지호의 어린애 같은 투정에, ‘에이, 형. 애니팡이 그렇게 대수예요? 내가 조금 있다 점수 다 깨줄게요. 가요.’하며 지훈은 지호의 팔을 잡아끌며 씩- 웃어보였다.

 

 

 

 

 

 

 

.

 

.

 

.

 

 

 

 

 

“형, 많이 취했어요?”

“응? 아냐아냐-... 나 하나도 안취했으…….”

 

 

 

 

 

 

오늘의 지호는 평소보다 꽤 술이 약해진 것 같았다. 요즘 들어 안마시던 술을 마셔서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기분 좋은 날엔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걸까. 벌써부터 발음이 꼬이는 눈앞의 우지호를 보며 지훈은 왠지 귀엽다고 생각했다. ‘형은 그럼 안주만 먹어요, 이제.’ 지호의 입안에 새우깡을 넣어주며 달래듯이 말하자 우지호는 냉큼 그 새우깡을 입속으로 감춰버리곤 ‘야야- 됐거든? 하~나도, 한~개도 안취했다고오- 소주 한 병 더 시킬까아?’란다. 벌써부터 양 볼과 눈가가 취한 듯 붉게 달아올라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지호의 모습이 술집 조명아래서 조금은 선정적이게 비춰졌다. 지훈은 애써 지호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말했다. ‘에이- 됐어요, 됐어. 형 벌써 두 병 가까이 마셨거든요? 형 뻗으면 누가 업고 가는데 여기서 더 마시려고.’ 지호의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메뉴판을 뺏어드는데, 우지호는 또 지훈을 미치게 하는거다.

 

 

 

 

 

 

 

“땍! 형이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쏘는거라니까아- 이런 기회 흔치 않다아?”

 

 

 

 

불쑥,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지훈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지호는 검지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말을 하는데, 형이랍시고 강조하는 우지호가 귀엽고, 살짝 풀린 눈에 약간은 통통하게 부어있는 입술이 귀엽고, 또 눈앞에서 흔들리는 흰 손가락이 귀여워서 지훈은 그저 테이블 아래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아, 나는 몰라. 이거 뻗으면 난 제대로 집에 바래다 줄 자신이 없어. 우리 집으로 들고튈지도 몰라. 그런 지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지호는 손을 들고 소리쳤다. ‘여기요! 소주 한 병만 더어…….’ 아이고, 이사람아-……. 지훈은 벽에 이마를 붙이고 한숨만 쉬었다.

 

 

 

 

 

 

.

 

.

 

.

“형, 진짜 괜찮아요? 정 뭐하면 내가 업을까?”

“야! 돼써! 나 우지호다아?”

“응, 그래그래. 형이 우지호지.”

 

 

 

 

 

 

그래도 그렇게 비틀거릴 거면 그냥 좀 업혀요. 겨우겨우 서서 걸어가는 지호의 갈지(之)자 걸음을 보며 지훈은 생각했다. 그래도 자기도 남자라고 동생 등에 업히는 건 싫다며 혼자서 갈 수 있다고 우기는 지호를, 지훈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배웅하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형 혼자 잘 들어갈 수 있죠, 정말?’ 물가에 어린아이 혼자 내놓는 듯 걱정하는 지훈의 말에 지호는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답한다. ‘그러엄, 인마! 잘 들어가!’ 먼저 비틀거리는 한발자국을 뗀 지호는 등 뒤의 지훈을 향해 손을 힘차게 흔들고선 다시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훈도 역시 시간이 늦어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근데 어디보자, 지호형네 집까지 횡단보도가 두 개. 얼마 전에 불이 나가버린 골목길의 가로등.

 

 

 

 

 

 

 

 

 

 

 

 

“에이씨, 우지호!”

 

 

 

 

 

그리곤 몇 발자국도 못 가 뒤에서 휘청거릴 지호가 걱정 되어 이내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 내고 지호의 뒤를 따랐다. 뒤로 돌아 성큼성큼 다시 몇 발자국을 걷자 이내 그리 멀리 가지 못한 우지호의 동그란 뒤통수가 보인다. 몰래 뒤에서 그 뒤통수를 바라보며 서 있는데 우지호가 휘청거린다. 어어?! 뛰어나가 비틀거리는 몸을 받쳐주려고 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지호는 금방 중심을 잡고 잘 일어섰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불안해 보여 지훈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첫 번째 신호등에선 그나마 옆에 건너는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있었는데, 두 번째 신호등에는 우지호 혼자 서있다. 게다가 새벽이라서 차들도 도로위의 무법자가 되어 질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신호등에 기대 까딱거리는 가느다란 고개가 참 귀여워 보인다면, 그래 나는 변태다. 괜한 생각에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지호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불안하게 내딛어지고, 이내 중간쯤을 걸어가고 있는데 지호의 바로 앞에서 왠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쌩-하고 지나간다. 그 바람에 넘어질 뻔한 지호가 또 한번 휘청거렸다. 그저 움직이지 않고 신호등 뒤에 숨어있던 지훈은 그 모습에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그러나, 너무 가깝지 않게 지호의 바로 등 뒤에 서서. 지훈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지도 모르고 우지호는 그 자동차가 지나간 빈 길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야!! 초록불이야아! 초록부울!!!’ 아, 정말- 우지호. 사람 심장 좀 내려앉게 하지 마요. 지훈은 손바닥으로 탁 소리 나게 이마를 치곤 다시 총총거리며 걸어가는 지호의 뒤를 따랐다.

 

 

 

 

 

 

 

마침내 걱정했던 마지막 고비인 불 꺼진 골목 앞에 섰다. 그러나 지훈의 예상과는 달리 그 골목엔 희미하게나마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아아- 다행이다. 결국 우지호네 집까지 와버렸네.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3시가 다 되어간다. 지호보단 덜 취했다고는 하지만 지훈도 술을 마셨기에 취기가 올라와 잠이 오기 시작했다. 아마 우지호가 무사히 집 앞까지 당도했다는 그런 생각에 횡단보도에서 달아났던 잠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모양이다. 드디어 지호는 시멘트 계단을 올라 초록색 대문앞에 섰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도 이제 집에 돌아가야지. 하고 지훈은 뒤를 돌아 한걸음을 뗄 준비를 했다. 그 순간 갑작스레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표지훈.”

 

 

 

 

우지호였다.

 

 

 

 

 

 

 

 

지훈은 동그랗게 커진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위에 올라선 우지호는 풀린 눈이었지만, 확실히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가 뒤를 따라온걸 알았을까? 지훈은 괜히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고개만 푹 숙였다. ‘아, 저기...그니까, 그게요-’ 지훈은 무어라고 변명이라도 하려 입술을 떼었지만, 그것도 웃긴 놈이 될 것만 같아 그저 말만 더듬었다. 형이 걱정되어서 왔다니까요. 제 마음을 들킬세라 감히 그런 과감한 말은 할 생각도 못하고서 바닥을 향해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렸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데 갑자기 자박자박 발소리를 내며 지호가 다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훈과의 간격은 약 일곱 걸음. 지훈은 괜스레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이 마치 어렸을 적 불량식품을 훔쳐 먹다 엄마에게 걸렸을 적을 연상하게 해, 죄지은 아이마냥 고개를 숙이고 지호를 바라보지 못했다.

 

 

 

 

 

 

 

 

 

“가까이 와봐.”

 

 

 

 

 

 

 

꼬이는 지호의 발음이었지만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던 한마디. ‘가까이 와봐.’ 지훈은 눈만 크게 뜨고서 지호를 바라보았다. 우지호는 취기가 올라 어지러운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지호는 손을 까딱거리며 가까이 와보라고 말했다. 주춤주춤 자신에게 손짓하는 지호에게로 다가간 지훈은 괜히 긴장이 되어 침을 꼴깍-삼키며 이 소리가 지호에게 들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나 했더랬다.

 

 

 

 

 

 

 

 

 

 

“형....왜, 불렀...!”

 

 

 

 

 

 

 

 

 

지호에게 다가간 지훈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꺼냈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희미하게 깜박이던 가로등이 파직-!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갑작스런 어둠속에서 지호에게 간신히 눈을 맞춘 지훈의 볼에 지호의 통통한 빨간 입술이 닿았다 이내 떨어졌다. 촉촉하고 말캉한 그 느낌에 취기가 올랐던 지훈은 정신이 확 드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멍한 얼굴로 바보같이 입을 벌린 채 지호를 쳐다보자 지호는 ‘잘가아- 내 보디가드!’하고 손을 흔들며 계단으로 올라갔다. 결코 술에 취한 지호의 걸음이 빠른 속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지호를 붙잡지 못하고 멍하니 서서 지호를 바라볼 수밖엔 없었다.

 

 

지훈은 지금 무슨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우지호의 집 대문이 열리고 가느다란 고개와 동그란 뒤통수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쯤에, 어둠에 익숙해진 지훈의 눈에 골목의 길고양이가 들어왔다. 자신을 빤히 응시하는 고양이의 얼굴에 제 마음마저 들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지훈은 부끄러워져 괜히 뒤통수만 긁적였다. 우지호네 집 앞에서 보이는 하늘엔 그 날 참 새벽 별이 예쁘게도 빛났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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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이 잘 안써져요...그래서 쓰던걸 마저 써야 하는데 괜히 또 이런 단편이나 들고왔네요.

이번에는 블락비 피코입니다. (요즘 피코가 좋아요...)

저번에 추석기념 글잡 데뷔글에서 뒷이야기 원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뒷 이야기는 생각을 안 해봐서 오늘은 그냥 짧은 단편 하나 올리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쓴 주제가 속한 30제를 두고서 단편글도 가끔씩 써 보려고 하는데, 다음에 바라시는거 있으면 댓글에 한 표 부탁드릴게요.

 

1. 사랑해 2. 가까이와봐 3. 언제까지나 이대로 4. 항상 함께 있고싶어 5. 내 마음 모두 6. 함께 가자 7. 아름다운 감정 8. 어떻게 해야할지 9. 꿈을꿨어 10. 네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해서 11. 목이 메어서 12. 너에게로 가는 길 13. 혀의 감촉 14. 나를 잊어줘 15. 전화가 울려 16. 도와주고 싶어 17. 믿기지 않아 18. 품 안의 온도 19. 미안해 20.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거리 21.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도록 22. 거짓말 23. 하기 힘든말 24. 행복해 25. 슬픈 하루 26. 내 눈물까지 27. 너의 세계 28. 무리하지마 29. 차라리 30. 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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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꺜 꺜 꺜!!!! 으악!!!!ㅠㅠㅠㅠㅠㅠㅠㅠ헐 뭐야 너무 달달해여 첫사랑같이 풋풋함 돋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저 투표할래여 일단은 10번 5번이여!!!!!!!!!! 요 글 좋아요ㅠㅠ 글씨도 제가 조와하는 노란색이고 좋네여!!!!!!! 피코 행쇼 작가님은 금손S2
11년 전
독자2
16번도!!!!!!! 투표해옇!!!!!!!!!
11년 전
독자3
8번은 캠퍼스 로맨스로 투표해옇!!!!!!!!!
11년 전
초코땡
어머..첫댓글 감사해요ㅠㅠㅠㅠ!!격한 반응 스릉흡니드! 투표해주신 의견 고이 받아들여 나중에 글쓸때 참고할게요!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그런데 전 금손아녜요...ㅠㅠ과찬이심!ㅎㅎ
11년 전
독자4
발걸음이 가벼워지는거리!읽어보고싶네요ㅎ
11년 전
초코땡
감사합니다 적어주신의견 참고할게요!ㅎㅎ
11년 전
독자4
다른 말 필요없고요 사랑해요
11년 전
초코땡
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격하시네요 저도 사랑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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