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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국보커플 05 | 인스티즈

 

 

 

 

국보커플

05

 

 

 

 

어딜 가든 뭘 하든 온통 민윤기 씨 얘기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윤기 씨가 지금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달의 후예' 얘기로 시끄러웠다. 가는 곳마다 민윤기 씨가 찍은 드라마 얘기를 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고, 또 가는 곳마다 민윤기 씨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OST가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정도면 거의 신드롬 수준 아닌가. 가끔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화면 속 민윤기 씨를 볼 때면 신기했다. 화면 속의 저 사람은 아주 유명한 연예인이면서 동시에 내 남자친구라니. 왠지 모르게 으쓱 하는 기분도 좀 들고, 뭐 그랬다.

물론 가짜긴 하지만.

 

하지만 가짜인 걸 알리 없는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내게 호들갑을 떨며 몇 마디씩 하기 바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 엄마는 분명 몇 년 전부터 드라마같은 거 이제 안 본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달의 후예'에 빠지신 건지 아주 열렬 팬의 모습으로 툭 하면 연락이 왔다.

 

「딸~ 남자친구 언제 집에 데려올 거야?」

「아이 참 데려가긴 뭘 데려가요」

「민서방은 뭘 좋아하나?」

「민서방이라니!!!」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 얼른 답을 치곤 휴대폰 화면을 잠궜다. 그리고도 누가 혹시나 볼까 싶어서 좌우를 한 번씩 살피곤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엄마 뿐만이 아니었다. 생전 연락이라곤 죽어도 잘 안 하던 단 하나뿐인 남동생 태형이도 웬일로 「누나」하고 호칭에 맞춰 나를 불러왔다.

 

「엥? 왜?」

「나 급함」

「? 왜 무슨 일인데?」

「매형한테 마지막 화 스포 좀 받아와봐 궁금해서 미칠 거 같아」

「....」

「그래서 둘이 결혼한대? 여주 안 죽지?」

「공부나 해 고삼 놈아」

 

쓸데 없는 소리 하는 거 봐라. 심드렁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던 나는 인상을 팍 쓰곤 휴대폰을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요즘 들어 휴대폰이 험한 취급을 자주 당하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이려나. 입술을 삐죽 내밀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매형은 누가 매형이야. 나 참."

 

 

 

그렇게 마치 신드롬 마냥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민윤기 씨의 드라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드라마 속 민윤기 씨는 빛이 났고 덕분에 민윤기 씨의 인기는 하루가 멀다하고 상승 또 상승 중이었다. 그런 민윤기 씨를 찾는 곳이 많다보니 민윤기 씨 얼굴을 보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공식적 여자친구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좀 친해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티비 속의 연예인 민윤기 씨로 느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민윤기 씨는 멀어져만 갔다. 아아. 멀어지는 사람아. 킁.

 

긴 머리를 다 말리곤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휴대폰을 들었다. 메신저 속 당연한 듯 위치한 민윤기 씨의 저장명 '선배님' 이라는 이름을 보자 그가 생각났다. 예전에 공원에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한 이후로 서로 바쁘지만 그래도 우린 그나마 전보다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 말하자면 서로의 스케줄 정도는 알려주는 정도? 민윤기 씨는 오늘 드라마 종방연이랬고…. 뭘 하나 잠깐 고민을 하던 나는 침대 위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바로 옆의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켰다.

 

티비 속에서는 마침 또 우연히도 민윤기 씨의 드라마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나. 그래도 나름 남자친구가 나오는 드라마인데 스케줄이 바빠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이거나 볼까 싶어서 티비 보기 편한 자세로 고쳐 눕는데, 갑작스럽게 휴대폰이 울렸다. 매너모드가 언제 풀린 건지 오랜만에 듣는 내 벨소리에 화들짝 놀란 내가 "엄마야!" 하고 혼자 비명을 질렀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엥? 민윤기 씨?

'선배님'하고 적힌 이름에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통화 버튼을 누르곤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휴대폰 너머에서는 노래 소리와 말소리 등이 뒤섞여 어마어마한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 쪽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네에."

-아. 받았다. 여보세요?

"…민윤기 씨?"

-제수씨. 저 김남준 입니다.

"…엥? 누구요?"

-김남준이요. 윤기랑 같이 달의 후예 나오는.

"아! 죄송해요, 잘 안 들려서. 안녕하세요!"

-네. 저도 안녕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서 죄송하네요. 혹시 바빠요?

"아뇨."

-뭐 하고 있었어요?

 

김남준 씨의 물음에 잠깐 망설였다가 답했다.

 

"자려고 누워 있었는데…."

-그랬구나. 잠 깨워서 정말로 미안해요. 윤기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네?"

-민윤기 취했다고요. 몸도 제대로 못 가눠요.

"아…."

 

뜬금 없는 말이었다. 민윤기 씨가 취했다고? 순간적으로 '그런데 왜 나한테 연락을 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 얼른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아, 여자친구라 말해주는 건가. 짧은 찰나에도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 민윤기 씨 매니저분은요?"

-같이 취했어요. 윤기는 의식이라도 있는데 그 사람은 의식도 없어. 죽었다고 봐야지.

 

참 당황스러운 말들이었다. 어… 그러니까… 어떡해야 하는 거지.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우물쭈물 망설이는 나를 알았는지 김남준 씨가 이어서 말을 했다.

 

-웬만하면 내가 윤기 챙겨서 집에 보내겠는데, 지금 여기 취해서 쓰러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 혼자 다 챙기긴 벅찰 거 같아서요. 이 시간에 제수씨한테 전화하기 좀 그랬는데 그래도 마땅히 전화할 곳이 없었어요. 윤기 챙길만한 사람들이 다 여기 지금 술 먹고 떡이 돼 있어서.

"아…."

-이 시간에 나오긴 좀… 어려우려나?

 

묻는 쪽에서도 곤란하고도 미안한 목소리를 담아 물어왔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시계를 향했고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잠깐 망설이다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어쨌든 지금 그 곳은 민윤기 씨를 챙길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그 사람을 그대로 방치해둘 순 없었다. 조심스레 휴대폰 너머의 김남준 씨를 향해 물었다.

 

"어디 계세요, 지금?"

 

장소는 다행히도 숙소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 갈게요, 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금방 전화가 끊겼다.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나 봐. 입술을 삐죽 내밀곤 갈아입은지 얼마 되지 않은 잠옷을 다시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전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곤 숙소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한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정말 여긴 말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뻗은 사람이 대체 몇 명인 거야. 하나, 둘, 셋, 넷… 셀 수도 없을 정도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꾹 다물곤 안으로 들어갔다. 이 분들은 내일 스케줄도 없으신가. 이렇게 마셔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걱정스러운 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민윤기 씨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내 시선이 한 곳에 딱 멈추었다. 아. 민윤기 씨다.

민윤기 씨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민윤기 씨 옆에 있던 김남준 씨가 날 먼저 발견하곤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제수씨 왔다. 정신 차리고 가라."

짧은 말과 함께 민윤기 씨의 곁에서 걸음을 옮기는 김남준 씨를 향해 살짝 인사를 하곤 얼른 민윤기 씨 옆으로 가서 섰다. 힘 없이 축 늘어진 모양새가 한여름 더위에 녹은 아이스크림 같다.

 

"저기…."

"……."

"민윤기 씨!"

 

저기, 하는 내 목소리엔 반응이 없다가 민윤기 씨! 하고 부르는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드는 그다. 느리게 눈을 떠 날 발견한 그가 "어." 하는 낮은 목소리와 함께 제 입꼬리를 씩 올려 웃어왔다. 순간적으로 나는 심장이 쿵. 그의 미소를 나도 모르게 잠깐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곤 당황함이 그대로 묻은 목소리로 그를 향해 물었다.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내가 마신 거 아냐. 먹였어."

 

나 참. 주는대로 다 받아먹는 건 뭐 잘한 일이라고.

 

"좀 일어나 봐요."

 

일어나란 말과 함께 그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의 팔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런 내 말에도 그는 못들은 척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그렇게 보지만 말구…." 하며 말을 잇는데 그가 일어나기는 커녕 갑작스럽게 또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하아.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원래 드라마 종방연은 이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막 마시고 그러나? 답이 없는 상황에 어쩌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또 다시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여기엔 도움을 청할만한 곳이 정말로 없었다. 혼자 다 챙기기에 벅찰 거 같다고 말했던 김남준 씨는 정말로 벅찬 일을 수행 중이었다. 한 번에 여러명을 챙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김남준 씨가 챙기는 사람 중에 익숙한 얼굴, 민윤기 씨의 매니저 분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원망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쩌자는 거예요. 매니저라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마시고 의식을 잃으면 쓰나! 원망이 잔뜩 담긴 시선을 열심히 보내며 다시 한 번 세 번째 한숨을 내쉬던 그 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덥석 내 손목을 잡아왔다.

 

"엄마야!"

 

놀란 내가 짧게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돌려 손목을 바라보자 민윤기 씨의 손이 내 손목을 꼭 잡고 있다.

 

"…저기요. 민윤기 씨이."

 

내 부름에 민윤기 씨가 "…아…." 하는 낮은 신음을 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들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속 안 좋아."

"많이 안 좋아요?"

"집에 가고 싶어."

"알겠어요. 집에 데려다 줄테니까 좀 일어나 봐요. 네?"

 

가고 싶다는 집에 데려다 준단 얘길 했더니 그제야 순순히 몸을 일으키는 그다. 그래도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 해 거의 내게 몸을 다 기대다시피 한 그를 겨우 부축해서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데, 입구 쪽에 앉아있던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민윤기 씨와 같이 달의 후예 주인공을 맡았던 차유진 씨. 저번에 봤던 민윤기 씨의 키스신 속 여자 주인공. 그녀도 취한 건지 약간은 풀린 눈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아. 예쁜 여자는 눈이 풀려도 예쁘구나. 아. 저 사람 예쁘다. 아,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왠지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뭐, 이런 생각들.

물론 그런 생각들은 아주 짧은 찰나였다. 내 시선은 금방 그녀에게서 떨어졌고 나는 지금 내게 제 무게를 다 넘긴 민윤기 씨를 부축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겨우 밖으로 나와 김남준 씨가 미리 잡아놓은 택시에 얼른 탔다. 따로 콜택시를 부른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택시를 잡은 듯 했고, 기사 아저씨는 아저씨라기보단 할아버지가 맞을 것 같았다. 우리에겐 전혀 관심이 없어보이는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서야 겨우 한시름 놓이는 기분이었다.

내 어깨를 베고 눈을 감은 민윤기 씨의 표정이 평온하다. 이 사람은 아직까지도 내 손목을 그대로 꽉 잡고 있었다. 이러다 손목에 상처 생기겠네. 살짝 빼내어 볼까 하던 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편안해보여서 움직임을 멈추곤 그냥 손목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오피스텔에 오는 길이 이렇게나 가까웠나. 빠르게 도착한 오피스텔 앞에서 택시비를 내곤 다시 한 번 민윤기 씨를 부축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올라와서,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꾹꾹 누르고, 방 안으로 들어와 민윤기 씨를 침대에 눕히고. 침대 앞에서 힘이 빠져버린 내가 민윤기 씨를 거의 던지다시피 침대에 내려놓자 민윤기 씨가 아픈 건지 "아, 씁." 하는 소리와 함께 인상을 썼다. 그리곤 찡그린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내 모습에 민윤기 씨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뭐냐, 너."

"네?"

"너 왜 여기 있어?"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없어요. 참 나.

 

"민윤기 씨가 술 왕창 마시고 취해서 제가 집으로 데리고 온 거잖아요."

"아. 나 술 마셨지."

 

내 말에 민윤기 씨는 참 순순히도 제 음주를 인정했다. 나른한 목소리로 "아아." 하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찡그린 얼굴을 풀고 몸을 돌려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황당한 그의 모습에 기가 차서 잠깐동안 그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짧게 내쉬곤 몸을 돌렸다. 됐어.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줬으니 이제 가야지. 집에 가기 위해 방문을 열고 문 밖을 나서려는데 갑작스럽게 뒤에서 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무슨 소리지?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민윤기 씨를 바라보자 민윤기 씨는 누가 봐도 뭔가가 불편하다는 듯한 찡그린 표정을 하곤 제가 입고 있던 하얀 셔츠를 힘으로 당기고 있다. 목 부분을 당기는 걸로 봐선 목을 죄어오는 느낌이 갑갑한 듯 했다.

 

"하아…."

 

오늘 한숨만 몇 번 째인지 모르겠다. 다시 몸을 돌려 민윤기 씨의 곁으로 간 나는 "잠깐만 있어봐요." 하는 말과 함께 셔츠의 목덜미를 잡은 민윤기 씨의 손을 천천히 뗐다. 그리곤 잠깐 망설였다가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세 개 열어주었다. 내가 봐도 소심한 갯수다, 싶었는데 이걸로도 괜찮아진 건지 민윤기 씨의 표정이 차츰 풀려갔다.

이제 정말로 가야지. 이러다 한 숨도 못 자겠어. 입술을 꾹 다물곤 진짜로 집에 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조금 전 가게에서처럼 갑작스럽게 내 손목이 또 누군가에 의해 잡혔다. 그리고 또 놀란 나는 이번엔 비명 대신 몸을 움찔, 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내 손목을 잡은 사람은 민윤기 씨였다.

 

"아, 놀랐잖아요!"

 

심장 떨어지겠다, 정말로. 속삭이듯 타이르는 내 말에 민윤기 씨는 나를 잡지 않은 팔로 제 눈 위를 덮으며 말했다.

 

"야."

"네?"

"자고 가."

"네에!?"

 

지금 여기서요? 민윤기 씨랑 저랑 단 둘이요? 미쳤나 봐! 놀란 나머지 속사포 처럼 쏟아지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인상을 썼다.

 

"뭐라는 거야. 옆방 비었으니까 거기서 자고 가."

"아… 놀래라. 아뇨. 괜찮아요. 가서 잘게요."

"여자애가 이 시간에 혼자 어떻게 가."

"그야 택시…."

"겁도 없지."

"……."

"매니저는."

"제 매니저요?"

"어."

"자겠죠, 지금 이 시간엔…."

"그러니까."

"……."

"매니저가 너 데리러 올 거 아니면 자고 가."

 

취한 게 맞는 건가. 취해서 꼬인 것 없이 꽤나 정확한 발음에 놀라면서도 민윤기 씨의 자고 가라는 말에 끙,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은 잡힌 손목이라도 빼자, 싶어서 손목을 슬쩍 당기는데 민윤기 씨의 손이 내 손목을 놓을 생각을 않는다.

 

"저기…."

"……."

"우선 이 손목이라도 좀 놓고…."

 

내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여전히 내 손목을 꼭 쥔 채로 민윤기 씨는 움직임이 없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가만히,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데 불규칙하던 민윤기 씨의 숨소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으로 변했다. 아기가 잠든 때의 숨소리처럼 쌕쌕 소리가 조용하게 방 안에 울렸고 잠깐 망설이던 내가 손목을 다시 당기자 이번엔 민윤기 씨의 손이 내 손목을 스르르 놓았다.

그제서야 방 밖으로 나온 나는 민윤기 씨의 쇼파에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아.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앉자마자 갑작스럽게 피로가 밀려들었다. 저번에 민윤기 씨가 품에 안았던 그 쿠션을 나도 똑같은 자세로 품에 안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숙소에 가야할 거 같은데. 때 마침 떠오르는 택시 괴담은 내게 엄청난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아아.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끙. 피곤한 와중에 머리를 썼더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서 그대로 쿠션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눈이 절로 번쩍 떠졌다. 숙인 고개를 들자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어서 그런지 어깨와 목이 뻐근한 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하던 그 자세 그대로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듯 했다. 망했다, 하는 생각과 함께 얼른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확인하자 시간은 오전 8시 반을 조금 넘기고 있었다. 아침 스케줄이 없었던 걸 기억해낸 내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제서야 잠금 화면에 찍힌 매니저 오빠에게서 온 25통의 부재중 전화가 눈에 띄었다.

 

뭐야. 뭘 이렇게 전화를 많이 했지.

민윤기 씨는 아직 자고 있는 건가? 민윤기 씨를 확인하기 위해 앉은 몸을 일으켰다. 시선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한 채로 민윤기 씨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긴 진동과 함께 나를 애타게 찾던 매니저 오빠의 전화가 왔다. 얼른 통화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자 다급하고도 화를 꾹 누른 듯한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

-야! 너 어디야!!

"어? 아, 나 지금 민윤기 씨 오피스텔에 있…."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매니저 오빠의 한숨이 내 말을 끊고 들려왔다.

 

-하…. 당장 와. 아니다. 거기 있어라. 데리러 갈게.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내곤 뚝 끊겨버린 전화. 잠깐 벙찐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휴대폰을 귀에서 뗐다. 휴대폰 화면을 잠그려다 말고 전날 켜놓았던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 '민윤기' 라는 글자가 보여 나도 모르게 손을 멈추었다. 현재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 민윤기, 그리고 2위는 메리… 나?

갑자기 우리가 왜 인기 검색어에 있지. 뭔가 싶어서 민윤기 씨의 이름을 검색해본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곳에는 다시 한 번 나와 민윤기 씨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취한 민윤기 씨를 부축하는 내 모습, 모자를 푹 눌러쓴 나, 자연스럽게 민윤기 씨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나, 그리고 날이 밝을 때까지 나오지 않은 여자. 기사 제목은 참 자극적이었다. '의문의 여인, 함께 오피스텔에 입장했지만 퇴장은 아직?' '의문의 여인, 과연 메리인가? 네티즌 의견 분분해' '톱스타 민윤기와 메리의 공개적인 하룻밤' '공개커플의 하룻밤'

 

제목을 읽은 내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제목들은 도대체…. 민윤기 씨의 방문을 열려던 나는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뿔싸.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카메라를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그리고 때 마침 민윤기 씨의 방문이 열렸다. 인상을 쓴 민윤기 씨는 "아, 시끄러워." 하고 낮게 읊조리며 방문을 열었고, 방 문 앞에 주저앉아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저를 올려다보는 나를 향해 "너 뭐 하냐?" 하고 묻는 그를 바라보던 나는 입꼬리를 쭉 내리곤 작게 말했다.

 

"큰일났어요…."

 

 

 

 

 

안녕 탄들! 쓰다보니 분량 조절 실패.. 5화가 매우 긴 것 같은 건 저만의 착각인가요? (절레절레)

★감격★ 스럽게도 ★국보커플 4화★도 초록글에 올랐어요!

이게 다 여러분의 풍만한 사랑 덕분이라죠 아마!

감사해요 매우매우 많이요 쎼쎼 아이시테루 땡큐 매우매우! 아주아주!

 

눈치 빠른 탄들은 아셨을지 모르겠지만 달의 후예는 태양의 후예 짝퉁 맞습니다

최근 신드롬 하면 태양의 후예지 말입니다 (두근)

우리 융기가 뭐 유대위 같고 뭐 그런.. 하여튼 그런 걸 찍었다고 상상해 주세여 (두근두근)

윤기가 막 정색하고 "목표물이 너무 예쁩니다." 뭐 이런 거 하면 저는 발려요.. (두근두근두근)

아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지금..

아무튼 뭐 우리 국보 커플을 가만히 냅두질 않는 기자들..!

그 와중에 윤기 발림 포인트는 취했지만 메리를 위한다.. 나는 취했지만 너를 생각한다.. 취했지만 혀는 꼬이지 않는다.. 또박또박 말하는데 생각만 취했다..

상상하면 섹시하지 않아요?

근데 또 입꼬리 올려서 웃으면 귀여워서 발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저는 상상의 나래 펼치며 자러 갑니다

새벽 세 시에 올리게 되네요 아마 올리자마자 달려오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아련)

 

아 사담 넘 길어졌다

5화에서 암호닉은 받지 않습니다!

암호닉 받는 건 곧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 사랑...♥(하트)

 

<민윤기 씨의 애기들>

김러브 밍기적 배고프다 처갓집양념

단미 0213 메멘토 침침니 슙기력 유무민

사랑현 멜랑꼴리 메로나 츄로슈 우리사랑방탄 가위바위보

달보드레 짐절부절 민슉아 정글벙글 민윤기 복숭아꽃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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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슙기력
내가 달려왔는데여??? 난 새벽을 달리는 독자니까!!!! 오늘은 1등!!!!!!!!! 맨날 일상에 치여서 제정신에 읽지못했는데 새벽에 올리면ㅠㅠㅠㅠ 나 말짱한 정신으로 읽자나여ㅠㅠㅠ

7년 전
커플링
윤기와 함께 제 마음을 폭행한 제 사랑.. 슙기력님..♥ 말짱한 정신이라니!!! 그럼 윤기의 다정보스에 취해버리세요!!! 오늘 새벽은 취한 윤기와 함께!!!! 우리 국보 윤기!!!!!
7년 전
독자2
으아아아아아앙!!! 달의 후예를 찍은 윤기도 멋있고 자고가라고 붙잡는 윤기에 괜히 설레고!! 글이 아주 찰져요 자까님 ㅠㅠㅠ 사랑합니다 오눌도 편안히 잠들겠어요~~
7년 전
비회원126.162
아너무재미쒀요 ♡♥♡♥ 분량도 낭낭! 행복한 새벽이애오 후후 //∇//
7년 전
비회원57.139
사랑현
작가님이러케또 빨리오기있어요?ㅠㅠㅠㅠ진짜제가너무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늦은시간까지 글쓰시느라 고생해써여 담에도 빨리와주는걸루?헿 너무좋아죽겟아요......윤기야 자꾸취하면안대.......

7년 전
독자3
김러브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읽는 국보커플이라니 좋습니다 ㅠㅠ 작가님 사랑해요 ㅠㅠㅠ

7년 전
독자4
꾸엥 너므재밌어요..하 사랑해요❤
7년 전
독자5
민슉아입니다ㅠㅠㅠ작가님 빨리오셔서 너무조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너무너무재밋고 진짜 빨ㄹ 다음꺼보고싶어요ㅠㅠㅠ♡♡♡♡♡♡♡♡♡♡♡♡♡♡♡♡♡♡♡♡윤기 메리 별일없기를...
7년 전
독자6
헝헝 재밋어요ㅠㅠㅠㅠㅠ둘다왤케귀야워ㅠㅠ
7년 전
독자7
단미에요....헐....너무좋아요..윤기술취한것도 섹시하고ㅜㅜㅜㅜㅜ 둘다 귀엽거 난리ㅜㅜㅜㅜㅜ납치하고 싶게ㅜㅜㅜ
7년 전
독자8
짐절부절
윤기 술 취한 거 귀여워요ㅠㅠㅠ 둘 다 귀엽다ㅠ퓨ㅠ

7년 전
독자9
[쟈몽] 으로암호닉신청합니다 ㅜㅠㅠㅠㅠ
7년 전
커플링
4화와 5화에선 암호닉을 받지 않아요 제 사랑...❤ 다음 편이나 다다음 편에 암호닉 모집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어요 제 사랑....❤
7년 전
독자10
와 정주행하고 왔는데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 읽고 갑니당❤
7년 전
비회원110.155
메멘토입니다 윤기 참으로 귀엽네요ㅠㅠㅠ 근데 몹쓸 기자들이 웬수죠 진짜 멋대로 생각하고ㅠㅠㅠ 잘 읽었어요!!! 다음화기대돼요 윤기

가 어떻게 반응할지가ㅠㅠ

7년 전
비회원110.155
메멘토입니다 윤기 참으로 귀엽네요ㅠㅠㅠ 근데 몹쓸 기자들이 웬수죠 진짜 멋대로 생각하고ㅠㅠㅠ 잘 읽었어요!!! 다음화기대돼요 윤기가 어떻게 반응할지가ㅠㅠ
7년 전
비회원23.239
밍기적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융기ㅠㅠㅜㅜㅜ자고가라니..그나저나 취한 윤기라뇨ㅠㅠㅠㅜ취저 탕탕

7년 전
독자11
워후~ 기사 제목이 화끈하네여 윤기와 하룻밤 보낸건 맞죠 정말 잠만 잤져..(아쉽..)ㅋㅋㅋㅋ윤기 넘나 설레는 것ㅠㅠ ♥
7년 전
독자12
달보드레에요. 호우 기사가 호우! 제목이 아주! 대박이네요ㅋㅋㅋㅋ
7년 전
독자13
와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이 말한대로 상상하니까 ㅠㅠㅠㅠㅠㅠㅠ 대박 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25.253
역시....넘 설레고....설레고....귀엽고....막 간질간질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아여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4
아ㅠㅠㅠㅠ작가님ㅠㅠ얼른 암호닉 받아주세여ㅠㅠ이렇게 재밌는데...
7년 전
독자15
유무민
아ㅜㅜ 윤기 술 취한 거 진짜 보고 싶어요ㅠㅠㅠ 너무 귀엽고 이래서 진찌 민빠답인가 봐요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4.54
침침니입니다! 다음화무기대되요ㅠㅠ
7년 전
독자16
아ㅠㅠㅠ진짜 너무 좋아여ㅠㅠ허엉엉엉ㅠㅠㅠ융기ㅠㅠ융기야아앙악ㅠㅠ
7년 전
독자17
어떻게...윤기는 왜 자고가라그래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8
와 이건 정말.... 결혼까지 해야겠네요
7년 전
독자19
껴하하하ㅏ하항 진짜 차유진......이 뭔가 나중에 일 저지를거같다...ㅂㄷㅂㄱ
7년 전
독자20
와 진짜 대박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ㅠㅠㅠㅠㅠㅠㅠ술주정하는 윤기 귀여워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1
으이 ㅠㅠㅠㅠㅠ ㅇ술에 취한 윤기는 너무나도 구이ㅕㅂ지만 기사난 건 어쩌조 ㅠㅠㅠㅠㅠ 큰 일이 날 거 같은 느낌...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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