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커플
07
01, 백허그
짧게 쓰여진 시나리오 아닌 시나리오를 손에 들고 쭉 읽어내렸다. 그러다가 힐끔 옆을 바라보자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민윤기 씨가 보인다. 다른 사람의 손에 머리 손질을 맡긴 채로 가만히 서있던 그는 별안간 힐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민윤기 씨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확 돌려 시선을 피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아예 몸까지 민윤기 씨가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틀었다. 왜 갑자기 쳐다보는 거야, 사람 놀라게….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옆에서 민윤기 씨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건 착각인 걸까.
시나리오를 옆에 내려두곤 노트북이 올려진 테이블 앞 나무 의자에 앉았다. 감독님의 "슛."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시나리오대로 노트북 위에 손을 올렸다. 글을 쓰는 척을 하다가, 옆에 놓여진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가, 기지개를 쭉 켜곤 다시 노트북 위로 손을 올렸다. 아무 자판이나 열심히 두드리는데 까만 노트북 화면에 내 뒤로 다가오는 민윤기 씨의 모습이 보인다. 조용히 내 뒤로 다가온 민윤기 씨는 시나리오대로 몸을 살며시 숙여 내 어깨에 팔을 감으며 백허그를 했다.
분명 상상하고 있었던 시나리오인데도 막상 민윤기 씨의 팔이 닿자마자 몸이 굳어버렸다. 더불어서 내 표정도 그대로 굳고. 덕분에 감독님은 기다렸다는 듯 "컷." 을 외치며 촬영을 중단하셨고, 나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하셨다.
"메리 씨. 표정이 그렇게 굳으면 어떡해요. 자, 다시 갈게요."
다시 한 번 촬영이 시작되고, 이번에도 조금 전과 같이 기지개를 켠 뒤 노트북 위로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내 어깨를 감싸안은 민윤기 씨가 내 어깨에 제 얼굴을 가볍게 부볐다. 원래 시나리오 대로라면 내가 웃으며 민윤기 씨의 볼을 쓰다듬어야 하는 건데… 이상하게도 민윤기 씨의 이런 행동에 심장이 떨려 미칠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해. 도무지 떨려서 손이 올라가지를 않는 걸!
결국 손을 덜덜 떨다가 또 NG를 냈다.
"하아…."
짧게 한숨 내쉬는데 민윤기 씨가 내 어깨에 부비느라 흐트러진 제 앞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 긴장했어?"
"…모르겠어요."
모르긴. 시치미 뚝 떼는 내 대답에 나를 잠깐 바라보던 민윤기 씨가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완전 쫄보네." 그 말이 꼭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장난을 치는 말로만 들려서 나도 평소처럼 그에게 "힝."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다시 갈게요." 하는 말과 함께 또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기지개를 쭉 켜고, 노트북에 손을 얹고, 이번에도 민윤기 씨가 뒤에서 내 어깨에 팔을 감아왔다. 여전히 떨리고 여전히 몸이 굳었지만 그래도 세 번째라 그런지 처음 보다는 나아진 거 같은 건 기분 탓이려나. 그리고 그 때, 내 어깨에 고개를 부비던 민윤기 씨가 갑작스레 다정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들릴 듯 말 듯 한 마디를 속삭였다.
"긴장 풀어, 애기야."
그 말에 민윤기 씨의 볼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올리려던 나는 또 굳어버렸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 모습은 굳이 거울을 안 봐도 뻔했다. 나는 잘 익은 홍당무처럼 귀가 빨개진 채로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어떡하지. 또 NG인가.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려는 그 때, 감독님께서 "오케이." 하는 말과 함께 촬영을 끝냈다. 의아한 표정으로 감독님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 감독님은 모니터를 바라보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쓰다듬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은 거 같네. 이야, 메리 씨 연기 잘 하는데?"
감독님의 칭찬에 어색하게 웃는데 한 번 열이 오른 귀와 볼이 후끈후끈 한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내 어깨에 감은 팔을 슬그머니 풀어낸 민윤기 씨는 숙인 몸을 일으켜 내 뒤에 선 채로 나의 양쪽 어깨에 제 손을 하나씩 올렸다. "역시 제 여자친구라." 하고 감독님을 향해 농담을 던지는 민윤기 씨의 목소리에 감독님이 웃었다. 나는 어깨에 올려진 민윤기 씨의 손이 신경쓰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민윤기 씨의 손이 너무나도 뜨겁게 느껴졌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민윤기 씨는 감독님과 계속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02, 손깍지
민윤기 씨와 내가 손을 잡고 긴 복도를 걸으며 힐끔, 힐끔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촬영은 간단하지만 나중에 편집할 때 뒤에 이것, 저것, 컴퓨터 편집으로 그림을 넣을 거라는 감독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복도의 끝에 민윤기 씨와 나란히 섰다. 나는 연한 하늘색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고 온 참이었고, 하늘색 줄무늬 티셔츠에 하얀 반바지로 옷을 갈아입고 온 민윤기 씨는 나와 꽤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안 그래도 하얀 사람이 더 하얘보이는 거 같기도 하구.
나란히 선 우리를 카메라로 담던 감독님이 웃으며 우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보니까 둘이 커플 화보도 하나 찍고 싶네." 그 말에 민윤기 씨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닿고, 나는 조금 전 민윤기 씨가 내게 "애기야." 하고 불렀던 것이 생각이 나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얼른 시선을 먼저 피했다.
"애기야."
…뭐, 애기야? 갑작스럽게 나를 또 애기야, 하고 불러온 민윤기 씨의 목소리에 놀란 내가 "네, 네?" 하고 더듬으며 놀란 표정으로 민윤기 씨를 바라보자 민윤기 씨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내게 제 손을 내밀며 "손." 하고 말해온다. 촬영장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잠깐 뜸을 들인 나는 강아지처럼 민윤기 씨의 손바닥 위로 내 손을 올렸다. 그러자 민윤기 씨가 내 손을 아프지 않게 꽉 쥐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카메라의 반대쪽 끝에서 카메라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데 감독님이 갑작스럽게 촬영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손을 조금 더 다정하게 잡아달라고 부탁하셨다. 그 말에 더 다정하게? 하고 고민을 하는 나와는 다르게 민윤기 씨는 잡은 손을 풀었다. 그리곤 곧바로 내 손에 깍지를 껴왔다. 깍지 낀 손을 들어 살짝 흔들어보인 민윤기 씨가 감독님께 물었다.
"이렇게요?"
"그래. 그렇게."
다시 촬영 할게요. 감독님의 말에 맞춰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민윤기 씨를 힐끔 바라보았다. 힐끔 바라보았다가, 금방 다시 고개를 돌렸다가. 그러고 보면 민윤기 씨랑 손 잡는 건 처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민윤기 씨와 잡고 있는 손이 아주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민윤기 씨의 손을 약간 느슨하게 잡는데, 그런 내 행동에 나를 바라본 민윤기 씨가 손을 아주 꽈악 잡아 온다. 약간 얼얼하다 싶을 정도로 꽈악. 그런 민윤기 씨의 행동에 깍지 낀 손을 바라봤다가, 민윤기 씨를 바라봤다가를 반복, 또 반복.
"오케이." 하는 감독님의 사인을 끝으로 이 장면의 촬영도 끝이 났다. 곧바로 손을 놓을 줄 알았는데 민윤기 씨는 촬영이 끝나고도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민윤기 씨와 잡지 않은 손으로 괜히 손부채질을 했다. 아, 정말, 이 놈의 여름은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애꿎은 여름 탓을 하면서.
03, 촬영 중 식사시간
쉴 틈 없이 촬영을 하다보니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식사 준비를 했다. 뭘 먹고 싶냐고 묻는 스태프 분의 질문에 "아무거나요." 하고 답하곤 거울 앞에 털썩 주저앉듯 몸을 앉혔다.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연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음악 방송을 6개 정도 연속으로 뛰고 온 기분이 딱 이런 기분이었다.
축 늘어져서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했던 도시락이 도착했다. 맛있는 냄새가 촬영장 안에 가득 풍기고, 음식 냄새를 맡자 내 배에서 기다렸다는 듯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화장실을 간 매니저 오빠를 대신해서 내 도시락을 챙기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데, 저 멀리서 "메리 껀 제가 가져갈게요." 하는 민윤기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일으키려던 것을 멈추고 물끄러미 그쪽을 바라보자 민윤기 씨가 도시락 두 개를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꼼꼼하게 수저까지 두 쌍.
그런 민윤기 씨의 행동에 옆에 있던 스태프 한 분이 민윤기 씨에게 말했다.
"이게 더 맛있는 건데 이걸로 가져가."
그러자 민윤기 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건 안 돼요."
"왜?"
"제 여자친구가 오이를 못 먹어서."
헐…. 어, 어떻게 알았지? 순간 놀란 내가 허, 하는 소리를 뱉었다. 실제로 나는 독특한 향 때문에 어릴 적부터 오이를 싫어했다. 어떻게 안 거지? 내가 말해준 적 있었나? 아닌데? 별별 생각을 다 하는데, 챙길 걸 다 챙긴 민윤기 씨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위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가슴이 쿵쾅대는 소리가 내 귀에서 들려왔다. 아, 뭐야. 이게 뭐라구… 설레잖아.
04, 신혼부부?
옷을 갈아 입은 뒤 나란히 세면대 앞에 섰다. 나는 분홍색 바탕에 곰이 그려진 파자마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올려 묶은 뒤 욕실 컨셉에 맞게 헤어밴드를 하고 왔다. 민윤기 씨는 나와 같은 디자인의 파자마에 배경 색만 파란색으로 다른 것을 입고 있었다. 그런 민윤기 씨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귀여워라."
"너도."
"생각보다 귀여운 게 잘 어울리네요?"
"뭔들 안 어울리겠어."
"나 참. 매번 이런 반응이니 칭찬을 못 해요, 정말로."
어이없어 하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본인이 생각해도 웃긴 건지 피실 피실 웃음을 흘렸다.
함께 양치하는 장면이라 둘 다 나란히 칫솔을 입에 물었다. 그리곤 시나리오대로 진짜 양치를 시작했다. 위로, 아래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거울을 통해 비춰졌다. 기분이 오묘했다. 민윤기 씨랑 같이 욕실에 이렇게 있는 것도 왠지 이상했고, 옷이 같은 것도 이상했고, 같이 양치를 하고 있으니 이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도 민윤기 씨의 키가 컸다. 그냥 마주볼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자 나와 꽤 차이가 나는 민윤기 씨의 키에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거울 속의 우리 모습에 시선을 두다보니 거품이 너무 왕성해졌다. 턱에 거품이 조금 흘러내렸고, 손으로 닦기 위해 손을 드는데 민윤기 씨의 손이 먼저 내 턱으로 닿았다. 망설임 없이 내 얼굴의 거품을 손으로 닦아낸 민윤기 씨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양치를 이어갔다.
같이 세수를 하는 장면도 시나리오 안에 포함이 되어 있었지만 화장이 지워지는 걸 고려해서 볼에 거품을 올리는 걸로만 합의를 봤다. 뮤직비디오가 다 그렇지 뭐. 손으로 열심히 거품을 낸 뒤 내 양 볼에, 그리고 민윤기 씨의 양 볼에 거품을 올렸다. 씻는 척 손으로 거품을 문지르는데, 갑작스레 민윤기 씨에게 장난이 치고 싶어서 거품 조금을 민윤기 씨의 이마에 콕 찍었다. 내 행동에 민윤기 씨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뭐 하냐."
촬영 중인데 민윤기 씨는 저도 모르게 현실 말투로 내게 말을 해온다. 민윤기 씨의 이마 한가운데 찍힌 거품의 모습이 왠지 웃겨서 피실피실 웃자 민윤기 씨가 "이게." 하는 말과 함께 날 뒤에서 확 안으며 말했다. "이리 와." 그리곤 내가 버둥대지 못하게 꽉 안은 채로 내 볼의 거품을 넓게 문질러왔다.
"아아아, 놔줘요! 이러지 마요!"
그리고 그 때, 감독님이 "컷!" 하는 말과 함께 촬영을 멈추었다. 그리곤 민윤기 씨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윤기 씨. 화장을 진짜로 다 지워버리면 어떡해?"
"그러니까요!"
그 말에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이자 민윤기 씨는 피실 웃으며 그저 어깨를 으쓱 했다.
결국 다시 메이크업을 수정한 뒤, 촬영에 쓰일 거품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비누를 만지작거렸다. 민윤기 씨는 열심히 거품을 만드는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리,"
"네?"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네? 하고 그를 바라보자, 그는 거울 속의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거울 속의 우리 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거울을 통해 나와 눈이 마주친 민윤기 씨가 웃으며 말했다.
"좀 신혼부부 같지 않아?"
05, 키스라고 쓰고 뽀뽀라고 읽습니다
쇼파에 딱 붙어 앉은 채로 민윤기 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내가 갑작스럽게 고개를 돌려 민윤기 씨를 바라본다. 그리곤 다정한 목소리로 민윤기 씨를 자…. 그래. 자기야. 자기야, 하고 부르면 민윤기 씨가 날 바라보고, 그런 민윤기 씨를 향해서 내가 입술을 톡톡….
다시 한 번 장면에 대한 설명이 적힌 글을 읽어내리던 내가 한숨을 짧게 폭 내쉬었다. 그리곤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놓은 뒤 쇼파로 걸음을 옮기는데, 꼭 시나리오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 시나리오대로 한 건 몇 개 없는 거 같은데… 하는 말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감독님은 우리가 진짜 연인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테니까, 이런 것 쯤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런 것 쯤은 일상이지 않나? 하는 그런 느낌. 아휴….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민윤기 씨가 먼저 앉아있는 쇼파에 도착한 뒤 잠깐 망설이다가 민윤기 씨와 조금 떨어진 곳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런 내 행동에 민윤기 씨가 빤히 나를 바라보더니 "뭐 해." 하는 무심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제 쪽으로 쭉 당겼다. 그 행동에 겨우 진정시킨 가슴이 다시 쿵쾅쿵쾅. 민윤기 씨와 마주닿은 팔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괜히 킁,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민윤기 씨를 바라보자 민윤기 씨가 내게 손을 뻗어온다. 그리곤 또 흘러내려온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이제는 이런 다정한 손짓이 적응이 되고 있는 건지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그런 민윤기 씨의 손길을 가만히 받고 있다가, 연습해 본다는 느낌으로 다시 한 번 목소리를 킁, 가다듬곤 말했다.
"저… 자기야."
내 목소리에 민윤기 씨가 순간 손을 움직이던 걸 멈추었다. 날 빤히 바라보더니 "뭐?" 하고 되묻는 그 표정이 오묘하다. 그의 알 수 없는 표정에 나는 나도 모르게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아니, 뭐…."
"……."
"연습 한 번 해본 거예요."
그러자 민윤기 씨가 머리 정리를 끝내곤 몸을 틀어서 나를 바라보고 앉았다.
"또 해봐."
"뭘요."
"방금 한 거."
"아, 왜요…."
"해보라니까."
"안 할 거에요."
"이러다 또 NG 내려고. 연습 더 해보라니까."
그 말에 입술을 삐죽 내밀곤 민윤기 씨를 바라보았다. 얼른 더 해보라고 재촉하는 듯한 그 표정에 잠깐 민윤기 씨를 바라보다가 다시 "…자기야." 하고 부르자 민윤기 씨는 또 나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왜 그렇게 봐요." 하고 웅얼거리는데 감독님께서 촬영을 시작하자는 말을 꺼내신다. 그 말에 내가 먼저 자세를 고쳐 앉았고, 민윤기 씨도 이어서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앉았다.
민윤기 씨의 어깨에 내가 기대어 있는 모습부터 시작되는 장면이라 조심스레 민윤기 씨의 어깨에 내 머리를 살짝 기댔다. 가슴이 콩닥콩닥 하는 게 느껴졌다. 귀에서 크게 들려오는 심장소리는 아무래도 내 심장 소리겠지?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퐁퐁 피어올랐다.
슛, 소리와 함께 잠깐 그대로 있던 내가 민윤기 씨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었다. 몸을 살짝 틀어서 민윤기 씨를 바라보자 민윤기 씨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민윤기 씨를 향해 "자기야." 하고 부르자 민윤기 씨가 "어?" 하고 대답해 온다. 그런 민윤기 씨를 향해 시나리오대로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민윤기 씨가 씩 웃으며 시나리오에 없는 대답을 해온다.
"뽀뽀 해달라고?"
흐름은 끊지 않는 민윤기 씨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다음엔….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시나리오. 이 다음엔, 민윤기 씨가 나한테 뽀뽀를 하려는 듯 다가오고, 내가 스르륵 눈을 감으면, 민윤기 씨가 다정하게 키스를 해오는…!
다음 장면을 상상하자 몸에 약간의 긴장이 들어갔다. 눈을 감지 않으려고 해도 절로 눈이 슬그머니 감겼다. 민윤기 씨가 내게 다가오는 게 느껴지고, 뽀뽀를 한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덜리는 마음이 배가 되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닿아온 건 민윤기 씨의 입술이 아니라 생소한 감촉이었다. 것도 입술이 아닌 이마에 느껴지는. 갑작스럽게 내 이마를 툭 치는 손길에 "아!" 하며 인상을 쓰곤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눈을 뜨자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는 민윤기 씨가 보인다.
순간 촬영 중이라는 것도 잊고 "뭐에요." 하는 현실 말투가 나와버렸다. 칭얼대듯 뭐에요, 하고 뱉은 내 말에 민윤기 씨는 그저 웃기만 했다. 갑작스러운 민윤기 씨의 이마 터치, 그리고 키스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대한 오묘한 느낌, 나를 보고 웃는 민윤기 씨에게서 느껴지는 간지러움. 여러가지 상황이 참 복합적으로 이상한 기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민윤기 씨가 갑자기 제 몸을 내게로 기울여 내 입술에 쪽, 하고 재빨리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순간 머엉. 얼굴이 확 달아올라 빨개진 내가 놀란 눈으로 민윤기 씨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번엔 민윤기 씨가 아예 나를 향해 몸을 틀었다. 쇼파 위에 양반다리를 한 채로 나와 마주보고 앉은 민윤기 씨는 양손을 뻗어 내 볼을 잡았다. 그리고는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그대로 쪽.
쪽.
쪽.
쪽.
"…!?"
네 번 더 이어진 민윤기 씨의 뽀뽀. 내 볼은 민윤기 씨가 한 번 닿을 때마다 배로 빨개지고 있었고, 뽀뽀를 다 마친 건지 민윤기 씨는 나와 몇 센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얼굴을 두고 나와 시선을 맞춰왔다. 답지 않게 다정한 눈길에 내 눈이 파르르 떨렸고, 꼭 맥주를 마시던 그 날, 나를 놀렸던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한 민윤기 씨가 내게 웃으며 다정하게 물어왔다.
"됐어?"
민윤기 씨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떨리는 눈으로 민윤기 씨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 "오케이."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나고, 나는 그제서야 우리가 촬영 중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보처럼 멍하니 민윤기 씨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웃으며 내게서 먼저 손을 뗐다. 그리곤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정신 차려."
나긋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고는 몸을 일으켜 감독님께 걸어간 민윤기 씨가 조금 전 촬영한 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했다. 감독님은 민윤기 씨에게 "시나리오대로 하는 게 없지, 아주." 하고 타박 아닌 타박을 했고, 민윤기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라면서요."
그런 민윤기 씨의 말에 감독님은 "사랑스러우니까 봐준다." 하는 말과 함께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메리 씨."
"네… 네?"
여전히 멍한 내가 더듬으며 대답을 하자, 감독님이 웃으며 말했다.
"메리 씨는 수줍은 연기를 참 잘하네. 소녀 같은 그런 매력이 있어."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이게 사실, 연기가 아닌 거 같아요, 감독님….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곤 어색하게 하하, 웃음을 흘리는데 민윤기 씨가 옆에서 나 대신 감독님께 대답을 해온다.
"아직 애라서 그래요."
짧게 대답을 마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시선이 나도 모르게 민윤기 씨에게로 닿았고, 눈이 마주치자 민윤기 씨가 씨익 웃었다. 아. 어떡하지. 나는 그 웃음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얼른 그 시선을 피했다. 흐앙. 나 어떡하면 좋지, 정말로?
안~녕~하~세~요! 커플링입니다
국보커플 07화가 드디어 왔네요! 뮤직 비디오 촬영장 이야기는 5장면으로 정의된다죠...! 백허그, 손깍지, 오이 편식, 신혼부부, 뽀..뽀!!!!
저는 윤기 뽀뽀 장면을 쓰며 피를 토했습니다
상상하면서 쓰다가 제가 먼저 죽겠어요........
민윤기에 빠지면 답이 없네요.. 네.. 그 답이 없는 사람이 접니다 저에요 엉엉엉
키스신은 아니네요 어쩌다보니
괜찮아요
아직 우리에겐 많은 날들이 있잖아요!!!
키스는!! 제가!!! 어!!!!! (비장)
꼭 넣어 오께요 I'll be back
암호닉 신청이 생각보다 많아서 정말 놀랐습니다!
정리하다 저는 또 피를 토할 거 같았어요 하지만 많이 신청해주신 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
근데 다들 참 짓궂으시지 엉엉
암호닉 신청에만 댓글이 수두룩하고 6화엔 아무도 달려와주지 않고 엉엉..
저 슬펐어요!! 슬펐다구요!! (찡찡)
하지만 6화 번외와 암호닉 신청이 함께 있었던 그 글이 초록글의 첫페이지에 오를 수 있었던 영광은 모두 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흐흫
결론은 감사하다구요....(하트)
여러분의 사소한 댓글도 관심도 저 뿐만 아니라 글잡의 모든 분들께 힘이 됩니다!
7화도 즐겁게 읽으시길 바라며 저는 자러 갈게요! 총총!
올빼미 제 사랑들 나와라!
혹시나 암호닉에서 빠졌으면 둥글게 말해주기...♥(하트)
암호닉은 암호닉 신청 글에서 부탁 드릴게요! (6화 번외+암호닉 신청 글 참고!)
민윤기 씨의 애기들 |
김러브/밍기적/배고프다/처갓집양념/단미/0213/메멘토/침침니/슙기력/ 유무민/사랑현/멜랑꼴리/메로나/츄로슈/우리사랑방탄/가위바위보/달보드레/ 짐절부절/민슉아/정글벙글/민윤기/복숭아꽃/찌개/꾸기/감자도리/복슝/미늉기/ kuky/야쓰야쓰/나침반/개나리/진진♥/꽥/쿵야/과즙/꾸기몬스터/호두마루/공주님93/ 융기태태쀼/쮸뀨/루팡/삐삐걸즈/니부인/꽃길만걸으새오/김태태형/메리 융기쓰마스/ 620309/푸롱리/요랑이/안목/다름/전정국 극성맘/굥기윤기/융기챱챱/망고스틴/곰지/ 더럽꾹럽/굥기굥디/chouchou/리이빅/슙슙이/¥마싯는몽자¥/라라/뿌꾸/띡똑/헹구리/ 됼됼/기지/레밍ㅇ/눈꽃ss/인연/베네/징징이/미키/즁이/뾰로롱♥/사과파이/침침럽/마망고/ 열원소/애플망고/라유/1234/서유윤/토깽/굥기/0912/띠리띠리/공규/국보2호/아이스/뀨기/ 꾸쮸뿌쮸/탱/민설탕수육/코코몽/맴매때찌/하늘고래/봄이든/알티스트/신뷔한닉넴/힌들이/ 망개지민/정꾸기/러블리별/대학갈래/연인마카롱/청보리청/연인/룬/민군주슈가/루이비/ 뷔밀병기/민네/세이쓰/제이/유화/아말카/유자청/영감/넴리/쫑냥/달고나/찌몬/안녕엔젤/ 쟈몽/달꾸/꾹봄/꽃소녀/추억/아침햇살/흰색/오윈/야하/꼬꼬진/772/꾸까/꾸꾹/미늉/매직핸드/고룡/ 입틀막/뷔뷔뷕/방다응/정쿠키런/후니/정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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