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 이 비는 내 욕심
"흥민아.... 너 그..그럼... 혹시 ㄱ..게..게이..?"
"아니거든요!!!!!!"
식당이 떠날라가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형은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며 언제 그랬냐는듯 능청스레 연기를 했다.
아오 진짜 내가 저 식빵 형 때문에 제 명에 못 살지, 못 살아. 저 식빵 확 구워 먹어버리면 속이 편할려나.
정신 없었던 점심 시간 후 오후 훈련이 되자 형은 쭈삣쭈삣 다가와서는 미안하다고 했다. 내가 살면서 식빵 형 한테 사과를 받게될 줄이야.... 와 진짜.. 감격이다..
"근데 진짜 소개팅 한번만 나가주면 안되냐?"
는 개뿔 진짜 저 식빵 구워서 잼 발라먹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된다. 누가 식빵 형 좀 구워주세요..
"아니 그러니까 왜 안 나가는거야? 여친이 있는것도 아니고 게이도 아니잖아"
"아 진짜 형... 게이라는 말은 좀.."
"그래그래 게이 말이야, 게이"
훈련이 끝나고 훈련장을 나서는데 휴대폰을 두고 와 다시 다녀오느라 다른 선수들 보다 뒤쳐진 내게 꼭 붙어서 식빵 형은 날 또 괴롭히고 있다.
게이라는 말에 좀 조심히 말하라는 제스쳐를 했더니 더 하고 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니면 뭐 첫사랑이라도 못 잊었냐?"
"어?! 형 어떻게 알았어요?"
"애기네, 애기- 아직도 첫사랑 때문에 여자 하나도 못 만나고"
3살 밖에 나이 차이도 안나면서 맨날 애 취급이다. 우리 농민이 우리 농민이 이러면서 말이다. 장난만 치던 형은 짐짓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봤다.
그러려니 하면서 형에게 말 시키지 않고 기다려줬다. 형은 웃으면서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눈치를 보니 할 말이 있는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자기가 자주 오는 곳이라며 온 식당은 레스토랑이였다. 무슨 남자 둘이 금요일 저녁에 이런데를 오냐니까 여자 싫다는 놈이 말이 많단다.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가고 형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언제 사궜는데?"
"음... 고등학교 2학년 때요"
"예뻤냐?"
"완전 예뻤죠! 원더ㄱㅅ? 소녀ㅅㄷ? 비교도 안되요. 진짜 진짜 여신!!"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랑 왜 헤어졌어 인마"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형은 남자가 뭘 그런걸로 그러냐며 옆에 있던 물을 건냈다. 물끄러미 물을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이 둥둥 떠다니는것 같았다.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고 나는 멍한 정신을 바로 잡고 포크를 들어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형은 뭔가를 더 물어보고 싶어하는 눈치 였지만 묻지 않았다.
그냥 오늘 훈련에서 있었던 일, 선수들 뒷담화, 감독님 뒷담화를 하며 재밌는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냈다. 항상 괴롭히긴 해도 좋은 형이라는걸 아니까.
저녁 식사도, 재밌는 이야기도 마무리가 되어갈 쯤 해서 우리에게는 짧막한 정적이 찾아왔다. 이 때다 싶어 입을 열었다.
"말해줄까요? 여자친구 얘기"
"힘들면 안해도 돼"
"형이라면 괜찮은데"
"너 사람 볼 줄 아는 구나?"
"에이 그럼 됐어요"
"아 미안 미안 말해봐"
형은 웃음기를 싹 걷어내고 경청하겠다는 자세로 내게 눈을 맞춰 왔다. 영국 물 좀 먹더니 아주 아이컨택을 제대로 한다.
그녀의 얘기를 누구 앞에서 하는건 처음이라 어디서 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짧은 정적 속에서 난 물을 마셨다.
디저트를 준비할까냐는 종업원의 물음에 형은 괜찮다며 종업원을 돌려 보냈다. 그리고 곧 시작된 내 이야기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되게 나쁜 남자친구였어요. 데이트 하자고 약속 해 놓고 감독님의 집합하라는 말에 쪼르르 훈련장에 갔으니까요.
사실 그렇게 여자친구 한테 못해줄거면 아예 만나면 안되는거잖아요. 근데 난 내 욕심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지도 않았어요. 붙잡고 싶었으니까.
영화 보자는 내 말에 되게 기분 좋아하고 신나 했거든요? 그리고 약속 시간 5분 전에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교체 선수 명단에 있다고 하기도 하고
아프다고 칭얼 대서 이마에 손 얹어 봤더니 열이 있는거예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일어났는데 집합하라는 문자가 와서 병원도 혼자 보냈었어요.
형 진짜 저 너무 나쁘죠? 그거 때문에 되게 힘들어 했는데 내색도 안하고 나 진짜 사랑해줬거든요. 그리고 나한테 국가대표 꼭 되라고 했어요.
내가 국가대표 되면 너무 좋을것 같다고, 지금 나한테 못 해주는거 국가대표 되서 다 해달라고 그랬어요. 지금은 국가대표인데 이제 볼 수도 없어요.
생긴건 되게 이국적이고 깔끔하고 차갑고 부잣집 딸래미 같고 집안 일은 하나도 못할것 같고 그런데 그거 진짜 첫인상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깔끔하기는 무슨.. 엄청 털털하구요 배려도 많고 소심하고 그랬어요. 아스팔트까지 꽁꽁 언 날에는 스키 타야될것 같은 비탈길 오르고 내리는 동네에서 살았구요
철부지 남동생 챙기면서도 제 할 일 다 하는 애더라구요. 진짜 부잣집 딸래미에 그렇게 예쁘기 까지 했으면 난 그 아이 별로 안좋아했을거야.
나한테 맨날 피아노도 알려줬는데 내가 음악 쪽에는 영 재능이 없는지 맨날 못 쳤어요. 그래서 맨날 도레미파솔라시도 8음계만 주구창창 쳤죠.
좋은 노래 많이 쳐 줬어요. 그럼 나는 옆에 앉아서 노래 부르고.. 음치라고 놀리고 장난치고 그러다가 뽀뽀도 하고 키스도 하고. 우리 되게 잘 지냈거든요.
내가 이렇게 말해도 형은 내 마음 절대 모를걸요? 형은 지금까지 맨날 글래머스 하고 섹시한 여ㅈ..
아냐 임마!!! 계속 말이나 해봐 짜샤
아니면 아니지 왜 화를 내고 그래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데. 알았으니까 째려보지 마세요... 형이 째려보면 진짜 무섭단 말이예요.
어쨌든 우리 진짜 사랑했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정말 사랑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형은 되게 웃길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그랬어요.
국가대표 되면 청혼할거라고 다른 남자 쳐다보지도 말라고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맨날 약속 깨기 쉽상이였고 잘 해준것도 없어요.
다른 남자친구들 처럼 꽃다발 한번도 안 사줘봤고 커플링도, 목걸이도, 그 흔한 편지도 한번도 못 줘봤어요. 형도 알잖아요. 축구부가 다 그렇죠 뭐.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와 왜 헤어졌냐면요..
야 잠깐만 형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아 형!! 진짜 분위기 없게..
내일 부터는 제가 수학여행을 가서 금요일까지 못 와요ㅠㅠㅠㅠ
슬프지만 기다려주실거죠? ㅎㅎ 짐 싸다 보니 조금 늦게 왔네요.. 도대체 뭘 싸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 그래도 대충 싼것 같아요!
이번 망상은 6편이나 7편 정도면 끝날것 같네요ㅎㅎ 짧죠? 이번 망상은 뭔가... 이상해요.....;; 다음 망상은 진짜 제대로 가져올게요ㅠㅠ
수학여행 동안 우리 독자님들이 카톡 많이 해주시면 기쁠것 같아요!! 그냥... 그럴것 같다구요....헣..
그럼 저 수학여행 잘 다녀올게요!
p.s. 저 오늘 축구 보고 수학여행 갈거예요!! 혹시 소심소심하시고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지 모르시겠는 독자님들은 축구얘기 하시면 되요ㅋㅋㅋㅋ
Thanks to.
기성용하투뿅님
깡통남
koogle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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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