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kerBell
- 안녕하세요, 세븐틴 호시입니다!
너는 꼭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대로 너는 지금 꽤나 인기 많은 가수가 되었다.
너의 가장 오래된 팬이자 친구로서 니가 멀리 날아간 모습을 보니까 기뻤다.
-
가끔씩 진지해지는 나 때문에 순영이와 나는 나이에 맞지 않는 깊은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
- 야. 순영아.
- 왜불러.
- 나는 너가 팅커벨처럼 됐으면 좋겠다, 꼭.
- 성이름, 또 팅커벨 타령이야? 그새 또 봤어?
- 뭐, 이런 저런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 야, 근데 팅커벨은 불쌍한 거 아니냐?
- 왜? 난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 계속 피터팬만 쫓아다니잖아. 더군다나 영원히 시간이 가지 않는 네버랜드에서,
하염없이.
-
나 또한, 열심히 노력했다. 권순영이 떠난 자리에 우두커니 혼자 멈춰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권순영만 없는 그 공간을 애써 벗어나기 위해서.
책이란 책은 다 좋아했던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원하는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진학했고,
나도 나대로 그렇게 내 하늘로 날아갈 준비를 했다.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맞는 선택이었는지,
그렇게 나는 오랜 나의 꿈이었던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로 했다.
-
- 야, 성이름. 너 진짜 방송 작가 되고 나 가수 되면 우리 만날 수도 있겠다. 그치, 크으-
- 그게 말이 쉽지, 바보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이 넓은 세상에서, 설마.
- 그런가? 그래도 만나면 인사정도는 해주지, 뭐.
- ㅋㅋㅋ그러던가. 까먹지나 말고.
- 너도 꼭 해라, 성이름. 쌩까지 말고ㅋㅋㅋ
-
그래,
그 땐 몰랐다, 설마 그 넓디 넓은 하늘로 멀리 날아갔던 너와 하필 마주치게 될 줄은.
허무하게 떠났던 너를 이렇게 허무하게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
나는 라디오 쪽 작가로 지원했고, 글을 쓰는 일은 아직 하지 못했다.
대신, 이 팀의 막내 작가로서 모든 잡일의 99%가 내 몫이었다.
- 이름씨, 오늘 게스트들 인원이 좀 많아서 의자 많이 날라야 될 거에요.
힘들어도 수고 좀 해줘요.
- 아, 네. 몇 개 준비해야 될까요?
- 13개 준비하면 될 거에요. 혹시 모르니까 여분 2개 정도 준비해주고 마이크도 다 확인해줄래요?
그러고 시간 남으면 물도 한 병씩 책상 위에 준비해주고.
지금까지 이 라디오 담당하면서 게스트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힘을 쓰는 탓에 다리와 팔이 후들거렸다.
작은 키로 몸뚱아리만 한 의자를 옮기고 있어 불쌍해보였는지
다 옮겨갈 때쯤, 주위를 확인하려 뒤늦게 고개를 드니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자가 그저 팀의 막내 작가일뿐인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여기선 모두 바쁘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누군지 모르지만 너무 고마운 나머지 감사인사라도 드려야 될 것 같아 말을 건넸다.
- 아, 저기. 정말 괜찮습니다. 제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어서 굳이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
원래 다들 바쁘셔서 도와주는 분은 별로 없거든요.
이렇게 도와주셔서 진짜 너무 감사합니ㄷ...
고마운 나머지 혼자 이것 저것 조잘대다 고개를 든 나는,
- ....오랜만이야, 성이름.
안녕.
가수 권순영으로 내 앞에 서 있는
너를 보고 꽃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꽃잎이며 꽃향기며 넓게 퍼져버리며,
내 안의 꽃이 또 한 번 그렇게.
- 야. 성이름, 서운하게 이러기냐. 인사 해줘야지, 약속 했었잖아.
정말 똑같다. 떠나기 전 권순영이랑.
너는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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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0% 제 머릿속에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방송 작가 쪽 분야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