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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팬픽/쿱지] 꽃잎이 펑




W. 우리 지훈이








"..아!"


"...."


"..훈아!"


"...."


"이지훈!"


"어, 어엉?"




뭐해, 점심시간인데! 지훈이 자신의 어깨를 세게 잡아오는 원우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 벌써 점심시간이었어? 눈동자를 돌려 급식줄을 바라보니 이미 아이들이 점령하고 난 뒤였다. 으으, 오늘은 너무 배고팠는데.. 원우가 자기만 믿으라며 가슴을 탕탕치고 호기롭게 밖으로 나갔지만 얼마 안 있어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저 새끼들은, 또라이야. 밥에 미친 또라이들.




"뭘 그리 보길래 급식도 마다하냐? 너 때문에 나도 늦게 먹게 생겼잖아!"
 

"아, 미안미안. 잠깐 볼 게 있어서."
 

"여자도 없는 칙칙한 남고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설마,"
 

"설마 뭐?"




갑자기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을 훑어보는 원우에 지훈이 덩달아 긴장을 했다. 뭐야, 왜. 뭔데 그래! 지훈이 열심히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지금 원우가 하고 있을 생각을 맞추려 애를 썼다. 얘가 그렇게 똑똑하고 눈치 빠른 애는 아니어서 승철선배 좋아하는 거 모를 줄 알았는데..? 지훈이 다리를 달달 떨었다.




"야동 보냐?"


"야 이 미친새끼가, 어떤 놈이 지나가면서 야동을 봐!"


"그럴수도 있지! 어차피 같은 거 달린 새끼들밖에 없는데 뭐가 어때서."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새치기를 시도하는 원우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얇은 몸을 이용해 스리슬쩍 새치기에 성공한 원우가 아직도 한참 뒤에 있는 지훈을 바라보며 가슴을 탕탕 치다, 결국 뒤에 있는 남자애한테 세게 밀려 넘어졌다. 차가운 바닥 위에 넘어진 원우가 지훈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지만 지훈은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다 지 팔자지, 뭐.








#








"헐, 야. 밖에서 꽃잎 터졌대!"
 

"누구누구?"
 

"몰라. 우리 학교 애인데 옆 학교 애한테 고백하다가 터졌다는데?"




똑같은 무채색의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우르르 학교 정문으로 몰려갔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 운동은 지지리도 못하지만 꼭 하겠다고 나대는 - 원우를 구경하러 왔다가 우연치 않게 좋은 볼거리가 생겨 하던 걸 내팽겨치고 시커먼 남자애들을 작은 키를 이용해 제친 지훈이 보면 안되는 걸 본 듯이 숨을 헉, 들이마시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와아.."




꽃잎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있었다. 남자아이의 옷에 미처 다 떨어지지 못한 핑크색 꽃잎이 붙어있었다. 아마도 꽃잎이 터진 부분으로 추정되는 듯한 곳의 와이셔츠가 뚫려있었다. 남자아이의 맞은 편에 있는 여자아이는 넋을 놓은 채 그 남자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기류에 지켜보던 구경꾼들또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조용한 상황에서 하얀 나비가 날아들어왔다. 여리여리한 날개를 펄럭거리다 꽃잎 위에 사뿐히 앉은 나비를 보다, 지훈이 조용히 구경꾼 대열에서 빠졌다. 지훈이 두 손을 심장 위로 갖다대었다. 나도 승철 선배 만나다 저렇게 꽃잎 터지면 어떡하지? 세상에, 그것보다 더 창피한 일은 없을거야. 지훈이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갔다. 왠지 자신이 있었던 대열에서 승철 선배를 본 것만 같아서. 눈이라도 마주쳤다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펑,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어, 야. 어디 가냐?"


"교실."
 

"야, 야!"




뒤에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원우의 목소리가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고개를 틀 수가 없었다. 괜히 꽃잎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덌다.








#








"오늘 방송부 모이라니까, 방송부는 끝나자마자 방송실로 가고."


"넵!"
 

"자, 반장. 인사."
 

"안녕히 계세요!"




지훈이 뿌우-, 입술을 내밀며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하필이면 이렇게 일찍 끝난 날 우리를 부르냐-. 옆에 있던 원우도 덩달아 기분이 시무룩해져 실내화 주머니를 발로 툭툭 차며 걸었다. 지훈이 옆에 있는 원우를 올려다보았다. 집 방향이 같아 하교를 함께하긴 하지만, 동아리가 언제 끝날 지도 모르고 더군다나 뒤에 학원이 있는 애를 오래 붙잡아두기엔 양심에 찔렸다. 오늘만 혼자 가지 뭐. 어렵사리 결정을 내린 지훈이 원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야, 너 오늘은 먼저 가라."
 

"응? 왜?"


"내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널 잡아두기엔 양심에 찔려."
 

"네가 양심이라는 게 있었어?"
 

"너 혹시 사후세계라는 걸 체험해보고 싶니?"




아-니. 원우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해맑게 웃었다. 지훈이 들었던 주먹을 슬며시 내렸다. 아이, 장난 치지 말고. 진짜, 진심으로. 지훈이 원우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원우는 아직도 초승달같은 눈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맞잡은 손을 흔들거렸다.




"너 혼자 가는 거 싫어하잖아."
 

"에이, 한 번은 괜찮아."


"어엄청 싫어하던데?"


"너랑 전화하면서 가면 되지."

"그 떄 내가 학원에 있으면 어떡할건데?"


"으음, 다른 애한테 전화하면 되지."


"근데 그 다른 애도 전화 안 받으면?"


"어어.."


"모르겠지? 모르겠으니까 내가 기다려줄게."
 

"너 학원 숙제도 안했다면서! 나 진짜 괜찮아. 방송부 모임은 늘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그래. 할 게 많아. 네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거 같아서 그래. 응? 내 말 들어, 원우야."




지훈이 환하게 웃곤 잡고 있던 손을 확, 빼 학교 밖으로 나가는 문 쪽으로 등을 떠밀었다. 몇 걸음 휘청거리다 금세 멈춰서 뒤에 있는 지훈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원우에 지훈이 한숨을 후욱, 내쉬며 다시 한 번 원우의 등을 떠밀었다. 아, 쫌. 가라고!




"막 혼자 울면서 가면 안된다?"
 

"내가 왜 혼자 가면서 울어."
 

"나쁜 놈이 치근덕대면 바로 고추 차버리고."
 

"응응."

"끝나면 바로 문자 남기고."

"알겠으니까, 좀 가세요!"


"전화해!"




원우가 귀 옆에 전화기 손 모양을 만들곤 흔들거렸다. 지훈이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곤 다시 방송실 앞으로 돌아왔다. 오늘 왜 저렇게 나랑 안 떨어지려고 그러지? 기분이 이상한데.. 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몇 십번은 열었을 법한 문을 열었다. 그리곤, 숨을 멈추었다.




"어, 지훈이네?"


"아.."




승철선배. 지훈이 멍청하게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탄식과도 비슷한 소리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지훈이 다급하게 방송실 안과 밖을 둘러보았다. 불행하게도 방송실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둘이 있으면 진짜 심장 떨려 죽을 거 같은데? 지훈이 애써 승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의자로 향했다.




"우리 같은 방송부원인데 같이 있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지?"
 

"아, 네.."


"하는 일이 정반대라서 그런가? 마주친 적도 별로 없구."
 

"하하, 그렇네요.."
 

"누가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인 줄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환히 웃는 승철의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윽윽, 심장 떨려. 두근두근 뛰어대. 지훈이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억지로 웃었다. 어떡해, 너무 어색한데 설레 미쳐버릴 것만 같아! 지훈이 정직하게 하하,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방송실 창문에 비추어진 승철의 모습이 보였다. 대놓고 승철을 쳐다볼 용기가 없었던 지훈이 창문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승철을 쳐다보았다.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얼굴선이 너무 딱 떨어져 신기할 정도였다. 이마에서 콧대, 그리고 입술까지. 지훈이 입까지 벌리고 쳐다보다, 갑자기 고개를 든 승철과 창문에서 눈이 마주쳐 급히 고개를 내렸다. 내리자마자 옆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에 지훈의 볼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너무 티났나? 좋아하는게?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봐.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


"아, 죄송해요. 아니, 그냥. 음, 어.."


"네가 뭐가 죄송해. 내 얼굴 본 거?"




승철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두었다. 지훈이 승철의 동선을 눈으로 따라갔다. 뭐하려는거지? 지훈이 눈에 의심을 그득 담은 채로 승철과 눈을 맞추었다. 승철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였다.




"가까이 본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너 되게 귀엽다."
 

"네?"


"맨날 방송부원들이 이지훈 귀엽다고 했었는데, 걔가 누군지 몰라서 장단을 못 맞춰줬거든."


"아.."


"근데 왜 맨날 너 귀엽다 그러는지 이제 알겠다. 볼이 완전 말랑말랑하게 생겼어."




승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미처 다 이해하지도 못한 지훈이 어버버거리고 있을 때, 승철의 손이 지훈의 볼로 향했다. 와, 진짜 말랑말랑해! 처음엔 한 손으로 볼을 꼬집던 것이, 이제는 남은 한 손마저 가지고 와 두 볼을 조물딱조물딱거리기 시작한 승철에 지훈의 심장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누가 툭, 치면 바로 입술이 닿을만한 거리에서 눈까지 휘어가며 환하게 웃고 있는 승철의 얼굴은 술 없이도 사람을 만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온 몸이 쿵쿵, 울렸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펑-




삭막한 방송부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꽃잎이 나풀나풀 날아다녔다. 단추로 꼭꼭 채워잠궈놓은 한 부분이 뜯겨져 나갔다. 나른한 냄새가 풍겨져나왔다. 그럴 줄 알았어. 승철선배가 이렇게 나한테 다가올 때부터 난 알아봤다고. 그냥 원우보고 기다려달라고 할 걸. 이번 한 번만 염치 없어져볼 걸. 승철은 놀란 눈으로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이 두 손으로 가슴을 막아봤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승철의 교복 바지 위에 지훈이 토해낸 꽃잎이 안착해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지훈이 먼저 정신을 차리곤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채 일어났다.




"어, 저, 음, 그러니까,"


"...."


"왜 이렇게 다들 안 오죠? 음, 이게 어디서 나온 건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누가 오기 전에 먼저 치우고,"
 

"...."


"음, 냄새는 어떡하지? 페브리즈 뿌렸다고 둘러대면 되려나?"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혼잣말을 해대던 지훈이 갑자기 제 옆으로 다가온 승철의 인기척에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모두 멈추었다. 숨소리만 들리는 방송실을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방금 전까지 잘만 쉬던 숨도 갑자기 타이밍을 놓쳐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뭐야, 꽃잎 또 빵- 안 터지네?"
 

"네?"

"나는 이렇게 하면 또 터질 줄 알았지."
 

"꽃잎이요?"


"또 안 터져? 나 또 보고 싶은데!"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구멍 뚫린 부분을 콕콕 찌르는 승철에 지훈이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예상반응과 너무나도 다른 탓이었다. 보통 남자가 남자한테 설레서 꽃잎을 터뜨린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것도 이해해줄만한 반응인데. 지훈이 자신의 밑에서 환히 웃는 승철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터질 수 있어? 나 궁금해!"
 

"선배가 설레게 하시면 되죠."

"어떻게 하면 설레는데? 나 또 꽃잎 빵 터지는 거 보고 싶어!"




지금 이미 설레게 하고 있잖아요. 지훈이 피식, 웃음과 동시에 펑하고 꽃잎이 흩날렸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나풀나풀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승철이 아이처럼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요? 내가 형한테 설레서 꽃잎 터뜨리는 게?




"당연하지!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엄청난 일인걸!"


"그럼 지금도, 엄청난 일에 해당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리고 그 주인공이 너면, 더더욱."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승철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훈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우리 방송부원들이야, 부원들! 이거 들키면 삽시간에 소문 퍼질 게 분명해. 지훈이 불안한 눈으로 승철을 바라보았다. 승철이 대충 발로 서랍장 밑에다가 꽃잎을 욱여넣은 후, 방송부실에 딱 하나 있는 큰 창문을 열었다. 여기로 나가자고요?




"꽃잎은 어떻게든 숨길 수 있어도, 이 냄새는 못 숨겨. 빨리 나가, 빨리!"




승철이 먼저 창문으로 건너가, 뒤이어 들어오는 지훈의 손을 잡아주었다. 지훈이 폴짝, 뛰어 창문틀을 넘은 다음 창문을 닫았다.




"아우, 이게 뭔 냄새야? 냄새가 너무 달달한데?"


"어, 이거 그 냄새 아니야? 그 꽃잎 냄새?"


"가슴에서 꽃잎 빵 터지는거?"


"어, 그래그래! 근데 남고에서 웬 꽃잎 냄새가.."




방송부실 안에서 여러가지 추리를 벌이는 부원들의 얘기를 들으며 지훈과 승철이 두 눈을 마주치곤 활짝 웃었다. 승철의 머리 위에는 아직도 지훈이 터뜨린 꽃잎이 살포시 올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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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왜 댓글이 없는지 1도 모르ㄹ지경...! 쿱지에다가 아나버스라니 미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쿱지 사기나여?? 사기나야ㅕ? 네????????????
7년 전
훈2
헉 세상에 사귀죠!!!!!!! 사귀죠!!!!!! 당연히!!!!!!!!!!!!!!! (발악
7년 전
독자2
아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 데이터가ㅠ아깝지 않습니다ㅠㅠㅠㅠㅠ 방송부 선후배 쿱지라니ㅜㅜㅠㅠㅠ승행설하고 쑥맥 이지훈 조합 너무 좋아요ㅜㅠㅠ
7년 전
훈2
그래도 독자님의 데이터는.. 소중해요..
7년 전
비회원68.203
헐 슨처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쿱지 진짜ㅠㅜㅠㅠ그래서 얘네 사귀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훈2
사귑니다ㅜㅜㅜㅜㅜ사귀죠ㅜㅜㅜㅜㅜㅜㅜ 안 사귀면 안되죠ㅜㅜㅜㅜㅜ 저렇게 둘이 사랑의 도피까지 떠났는데ㅜㅜㅜ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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