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을 보니, 아저씨가 한 손에는 껍질을 깐 메로나와 한 손에는 아직 까지 않은 메로나를 들고 있었다.
" 얼씨구. "
" 아저씨이... "
"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냐. "
" ... "
" 진짜 기다릴 줄은 몰랐네. 금방 포기할 줄 알았더니. "
" ...진짜 못됐다, 아저씨... "
" 못된 건 내가 아니지, 임마. 너가 미련한 거지. "
" ... "
" 전화를 하던가, 문자를 하던가 하면 되지. 더운 여름에 뭐하러 이렇게 나와서 홍냐홍냐 기다리냐. "
" ... "
" 뭐, 전화했어도 안 받아줬겠지만. "
" ...무서워서... "
" 뭐? "
" 문자도 씹고, 전화도 씹고 하면... 아저씨가 진짜 나한테 마음 없구나, 단정지어질 거 같아서 무서웠어요. "
" ... "
" 그래서, 그래서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
" 미련하네. 고딩이 공부는 안하고. "
" 너무해요, 진짜. "
나는 울먹울먹 거리다가 흐어엉, 아저씨이- 하면서 그네에서 일어나 팔을 벌려 안아달라는 듯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는 워, 학생. 하면서 뒤로 화들짝 물러났다. 나는 더 서러운 마음에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 진짜로 영영 안 오면 어떡하나 했단 말이에요... "
" 영영 너가 기다렸을까봐? "
" 나 그렇게 쉽게 마음 버리는 사람 아니거든요. 할머니 될 때까지 매일 여기서 기다렸을 수도 있을 걸요! "
" 허. 그럼 마음을 쉽게 주기는 주나 보네.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그렇게 기다리고. '
" ...진짜 말 나쁘게 한다, 아저씨. "
난 훌쩍거리면서 아저씨를 노려봤다.
" 뭐, 한 대 치겠다? "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쳐요! "
" 부담스럽게. "
아저씨는 코를 살짝 킁거리더니 다른 곳을 보면서 내게 아까 까지 않고 들고 있던 메로나를 내밀었다.
" 뭔데요. "
" 먹으라고, 임마. 덥잖아. 이 열대야에. "
" 진짜 주는 거에요? 나한테? "
" 어, 왜. "
" 아싸! "
난 엄청 좋아하면서 핸드폰에 있는 카메라 어플을 열어 사진을 찍었다. 이쪽 각도에서도, 저쪽 각도에서도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는 까져 있던 아이스크림을 물고선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 뭐하는데. "
" 아저씨가 나한테 처음 준 선물! "
" 참나, 그게 선물이냐. "
" 선물이죠, 그럼! 히- "
" 좋댄다. "
" 완전 좋은데요! 아저씨 여기 앉아요. "
난 내 옆에 빈 그네를 손으로 흔들며 말했다. 아저씨는 피식 웃더니 그제서야 내 옆 그네에 앉아 바닥을 발로 구르며 살살 그네를 탔다.
" 집은, 바로 요 근처고? "
" 네. 저어기. 저쪽 저기 주택. "
" 아. "
그리고 정적.
끼그득 끼그득 그네 왔다갔다 하는 소리만 울린다.
" 아저씨. "
" 왜. "
" 왜 이때까지 안 오다가 오늘은 왔어요? "
" 아. "
" 뭐, 갑자기 내가 좋아지기라도 하셨나? "
" 못하는 말이 없네, 여고생이. "
" 아, 왜요. 이유가 있을 거 아녜요. "
" 그냥. 아이스크림 사가는 길에 그네에 뚱하게 앉아있는게 너 같길래. "
" 엥? 아저씨도 이쪽 살아요? "
" 어...아마. "
" 아마는 뭐에요. "
" 몰라, 임마. 묻지마. 아이스크림 사가는데 너 있어서 한 번 와본거야, 그냥. "
난 흥, 하면서 고개를 끄덕하곤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 조심해라, 괜히 입에 물고 타다가 떨어져서 머리 박지 말고. "
" 으브브바브베, 으츠그으... "
아 미친, 이 시려워.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고, 아이스크림 그대로 흙바닥에 고꾸라져 처박혔다.
" 헐! "
" 그거 봐라. 에휴. "
" 안돼... 아저씨가 나한테 준 건데... "
" 700원이 흙에 박혀버렸네."
" 흐어어엉..."
난 울상을 지으며 애처롭게 아이스크림을 계속 바라봤다. 아저씨는 또 킁거리더니 김탄소, 하고 불렀다.
" ... "
" 야, 부르잖아. "
" 아저씨가... "
" 뭐. "
" 내 이름 불러줬어요... "
" ... "
" 기억하고 있었구나... "
나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벅차오르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
" 실연당한 표정 짓고 있길래 아이스크림 새로 사준다고 가자 할려했는데. "
" 네? "
" 뭐, 기분 좋아보이네, 다시. "
" 아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가요! "
아저씨는 왜, 다시 기분 안 좋아졌냐 하고 툭 던지듯 물었다. 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 가자. "
" 엄마가 낯선 사람이 먹을 거 사준다고 가자하면 따라가지 말랬는데. "
" 어쭈. "
" 아저씨니까 갈게요! "
아저씨는 날 보면서 슬쩍 웃더니 먼저 앞서 나갔다.
난 다시 카메라 어플을 열어 동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아저씨가 주는 두번째 선물 사러가는 길인데, 남겨놔야지.
*
" ...그건 너무 비싼 거 아니냐."
" 그런가... 갖다놓을까요, 다시? "
" 아니, 아냐 임마. 그럼 내가 너무 능력 없어보이잖아. 사줄게. "
" 헤헤- "
난 마냥 좋다는 듯 아저씨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 어이, 내가 자꾸 부담스럽게 좋아하는 티 그렇게 내지 말랬지. "
" 좋은 걸 어떡해요! "
"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다, 누가 보면~ "
" ... "
' 사귄다 ' 라는 말만 했을 분인데, 내 얼굴을 금방 화륵 붉어졌다.
" 어이, 누가 사귄대? 얼굴이 왜 그래. "
" 뭐, 뭐가요... "
" 새빨간데? "
아저씨는 아까 그랬던 것처럼 계산하고 난 콘 아이스크림을 내 볼에 갖다대며 내 머리를 헝클었다.
" 푼수 같기는. "
" ... "
" 순진해서. "
" 아니거든요! "
" 누가 잡아가도 넌 아무 말도 못하겠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쫄래쫄래 따라갈거지? "
" 흥... "
" 진짜 누가 잡아가면 어떡하냐. "
" 무슨 의민데요, 그 말은. "
" 아니다. "
애매한 인간이야. 두부 같은 인간!!!
" 아이스크림 빨리 먹어라. 녹겠다. "
" 네에. "
아, 이 정적 너무 싫다고! 물론 아저씨와 있는 것 만으로 충분히 좋고 그 무엇이 싫으랴, 그런데 아저씨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야지...
오물오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가 아저씨를 쳐다보니, 아저씨가 날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 맛있냐. "
" 네! 아저씨가 사줘서 훠어어얼씬 더 맛있, "
" 부담스럽댔지. "
" 네엡... "
" 하여튼간에, 말은 잘 들어요. "
" 아저씨 말만 잘 듣는 거에요. "
" 자랑이시다. "
" 히이. "
" 앞으로도 사줄게. "
" 잘 먹네. "
사실 윤기는 탄소 7일째까지 기다릴 때마다 매일 뒤에서 숨어서 몰래 보다가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갔다죠...!
*
안녕하세요 이치카입니당
분량을 더뽑았어야됐는데ㅠㅠㅠ독자분들이 기다리실거같아서 ㅠㅠㅠㅠ
죄송해요 앞으로는 분량 쭉쭉 많이 뽑아올게요 헝헝헝 ㅠㅠㅠ
윤기랑 탄소의 만남이 점점 시작되는 조짐이 보이죠 하하
사실제가 좀 빙빙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해요 이해해주시길 헤헷..!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ㅎㅇ핳ㅇ항
++ 아이코 그리고 깜박하고 암호닉을 안 적어올렸네요 ㅠㅠㅠ 죄송합니다 지난화에 신청해주신 분들이랑 요번에 해주신분들 다 합쳐서
다음 화에 올려드릴게요! 해주셨던 분은 신청안해주셔도 되구여 새로하시는 분들은 [] 요 괄호 안에 적어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암호닉에 특수문자는 넣지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