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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그곳엔 언제나 서열이 정해져 있다.

겉으로 보기엔 잘 보이지 않는 관계 구조

그 중, 가장 과격하고 난폭하며 감정 조절이 힘든 우리 세대 즉, 

10대의 정점은 그런 사회구조의 원초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 곳이 바로 학교다.




1




학기초에 나와 친했던 이들은 두명 이였다.


20311도경수 20312박찬열 20313변백현


작년에 나와 같은 반이 였던 도경수는, 우리 아파트 옆 라인에 살았던 이웃이였다. 그 땐 서로 다른 무리로 다녀서 친하진 않았는데

올해 유난히 친구들과 전부 떨어져 버린 나는 붙힘성 좋은 성격으로 도경수에게 친한 척을 했다. 

그리고, 남에게 거절을 잘 못하는 도경수는 어느새 나와 꽤 친해져 서로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다.


반면에 박찬열과는 같은 학원에 다녔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겨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그만큼 들은거 없고

겉멋 부리기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날라리같은 놈이였다. 그놈의 폼생폼사, 가오, 간지를 입에 늘 달고 살며 담배도 못피우면서 늘 기타케이스에 한갑씩 숨겨놓고 다녔다. 

은근한 분위기 메이커인 나는, 반의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박찬열과도 마음이 맞아 학원에 다닐 때면 늘 함께 했다. 놈은 그와 같은 양아치친구들에게나를 소울메이트라고 설명하고 다녔는데 얼마나 창피하던지 손발이 오글거렸다. 그래도 싫진 않았다.


하지만 2학기가 시작 돼고 나서부터 박찬열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도경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유는 몰랐다. 그 전에 박찬열과 도경수의 접점은 전혀 없었다. 굳이 있다면 박찬열이 도경수의 뒷번호라는 것? 그리고 도경수의 성격 상 박찬열을 전혀 거슬리게 했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찬열이 도경수를 괴롭히는 것에 이유를 둔 다면 아마 박찬열의 허세가 정점을 달려 반에서 가장 작은 도경수를 모토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다시 무의미하고, 이유없는 혹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허세가 반에 가득 울려퍼졌다.



"이씨-발, 도경수 보는 사람 좆나 답답하게 하지 말고 쳐 일어나라고"


"낄낄, 야 찬열아 쟤 피난다."


"아, 존나 창피한새끼.. 나같으면 쪽팔려서 자살한다"


쓰러진 채로 입가에 흐르는 피만 슬쩍 소매로 닦는 도경수의 표정의 의외로 담담했다. 그 모습에 빡돈 박찬열이 다시한번 도경수의 배에 발길질을 해댄다.

소리한번 내지 않는 독한 도경수를 나는 오늘도 턱을 괸채 쳐다만 봤다. 하지만 속에선 뭔가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것이 참을수 없어 져서 반을 나가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식수대 앞에 서있었다.




"어, 백현이 형"


요즘, 나는 이 녀석을 볼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어, 안녕"

"경수형은, 잘 있어요?"


"그럼, 잘 있지 아주 바닥에 편하게 누워있어." 하고 미운 입이 잔뜩 비꼬인 말을 내뱉을 거 같아서 물을 마시는 척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 때문에 죄책감이 더욱 더 커져만 갔다. 


"그냥, 뭐 그렇지"

"형들, 이젠 고3된다고 엄마도 못 놀러가게 하는데 아- 옛날이 그립다." 


사실, 도경수와 나는 초등학교 때와 유치원 때 친했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녀석이 자주 놀러왔었는데 나와, 김종인, 도경수, 김종인네 형인 김민석 이렇게 넷이서 놀았다. 유난히 민석이 형과 친했던 도경수는 형을 잘 믿고 따르며 친동생인 김종인 보다 더 붙어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중학교에 들어서 도경수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사립중에 들어 갔고 고등학교는 지금 나와 같은 국립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음에, 시험 끝나고 경수형하고 놀러와요. 우리 형도 수능 끝나서 이제 보고싶어 할테니깐.."

"아,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네"


이래서, 어린 놈들은 안된다. 뭣도 모르고 태평하게 우리집에 놀러와요~ 이소리나 하고 앉아있으니.. 또 반에 들어가서 도경수가 쳐맞는 꼴을 볼 생각에 기분이 꿀꿀해졌다.

그래서, 더 늦은 걸음으로 교실을 향했다.


"야, 수업시간인데 누가 돌아다녀? 중학생이야?"


어느새, 수업이 시작했는지 작은 키의 국어선생이 들어와 훈계를 늘어 놓는다.

조용히 문을 닫고 자리에 앉는데 도경수는 전과같이 담담한 표정이였고, 약간 더러워진 교복과 입술이 터진것만 빼면 멀쩡해보였다. 

애들의 이름을 부르던 선생은 슬쩍 도경수- 하고 부르곤 얼굴을 살피는데 그것도 잠깐이고 다시 박찬열의 이름을 부른다.


"야, 누가 수업시간에 자고 있어? 낮잠시간이야?"

밍기적 밍기적 거리던 박찬열은 하품을 하며, 아 쌔엠- 너무 졸려요 십분만 자요. 이따위의 말도 안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저 소리가 뭐가 웃긴지 모르겠는데 하하호호 하며 쳐웃는 애들이 전부 싫었다. 사실 그 중심에 있는 박찬열의 웃음이 제일 싫었다. 가증스러웠다. 도경수는 너때문에 저렇게 

무뚝뚝해져있고 입술이나 터져는데 정작 피를 낸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만 있다.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애꿎은 볼펜만 꾹 쥐었다.


슬쩍 살펴본 도경수의 얼굴이 씁쓸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볼펜을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오늘도 여전히 우울하고 의미없이 시간은 지나간다 .







"야, 변백현"


드디어 학교가 끝났다. 그런데 왠일로 박찬열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꼴도 보기 싫은 박찬열을 무시한 채 애꿋은 책가방만 만지작 거리며 대답했다. 


"왜"


"너 학원 끊었냐?"


"어, 집중안돼서"


"갑자기? 그동안 잘 나왔잖아."


"시간낭비인거 같아서, 독서실로 옮겼어."


"어디 독서실?"


"N독"


"거기 좋냐?"


"애들 많이 없어서 신경 안쓰이고 좋긴해"


"나도 갈까?"


"니가 왜와"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오려는 말을 참고 어색하게 침묵을 이었다.

박찬열은 내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그런 반응에 더 무안해져서 그냥 입다물고 박찬열의 시선을 무시했다.


"너 혼자서 공부할수 있어? 학원에서 집중도 못하잖아."


"아 그냥, 니말이 맞는거 같에 학원 집중안돼 돈낭비야. 독서실이 훨씬 싸잖아."


" 니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안듣잖아. 독서실 가도 별 의미 없을껄. 거긴 자율학습하는데니까 성적올리고 싶으면 그냥 돈 좀 더 들여서 과외라도 해"


박찬열이 따라온다는게 싫어서 핑계를 댔다. 누가 들어도 이건 핑계다.

괜히 두볼이 화끈거린다.


 "......"


"나, 버스시간 때문에 간다."


어색하게 가방을 들쳐매고 나왔는데 박찬열의 양아치 친구들이 저새끼 뭔데 저렇게 싸가지없냐며 내욕을 해댄다.

그소리가 다 들리는데 멍청하게 그자리에 서있는 박찬열이 왠지모르게 불쌍해지려고 해서 더 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멍하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경수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


박찬열 때문에 어색해진 도경수와의 거리가 멀기만하다.

나는 멍청하게 서서 그를 지켜봤는데 예전에 도경수와 짝꿍을 했을 때,  같아서 왠지 그리워졌다.

도경수도 고개를 들어서 나를 마주봤다. 쓸쓸하게 퍼지는 늦가을의 바람이 시리다.

눈알이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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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헐 ㅠㅠㅠ 뭐야 박찬여류ㅠㅠㅠ 왜 경수를 그르케 괴롭히니ㅠㅠㅠㅠ 배큥이 너도 좀 ㅠㅠㅠㅠㅠ 신알신하구 가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이 글 경수시점이라든지 그 뒷내용으로 번외오면 좋을텐데...♥는 저의 소망이자바램이빈다유ㅠㅠ
10년 전
독자3
찬열이가 백현이를 좋아하는 걸까여.. ㅜ.ㅜ 우으 경수 괴롭히지 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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