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사귀자."
"싫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껄렁껄렁하게 서서 나에게 고백하는 권지용과 시선을 마주치다가 휙 등을 돌려 교실로 들어왔다.
권지용은 나에게 벌써 다섯번째 고백을 했고, 나는 권지용을 다섯번이나 찼다.
그럼 그렇지, 받아주면 ㅇㅇㅇ이 아니지. 내일 또 올게.
채념한 듯 휘적휘적 손을 흔들다가 등을 돌려 멀어지는 권지용의 뒷통수를 바라봤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권지용의 금발이 반짝 거렸다.
친구 소개로 알게 된 권지용은 우리 학교에서 쪽팔리지만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이였다.
처음엔 고쓰리에 무슨 유치하게 일진 노릇이야 대학도 못 가겠네 쯧쯧 혀를 차며 안타까워 했지만
권지용이 왜 그래 나 공부 잘 해 하며 보여준 성적표에 입을 쩍 벌리고 권지용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ALL 1등급에 1학년 때 부터 3학년이 되도록 1등 자리를 한 번도 뺏겨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거기다가 집안도 빵빵했다. 딱히 말은 안 했지만 평소 사복을 입을 때 옷이나, 들고다니는 가방, 악세사리, 씀씀이 등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권지용이 뭐가 아쉽다고 차일 거 뻔히 알면서도 나한테 고백을 하는 지 그 이유는 권지용 본인을 제외한 아무도 모른다.
내가 권지용을 매일 차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권지용이 양아치짓 하면서 공부 잘 하는 게 싫었다.
"또야?"
"응. 독서실 갈래?"
"나 약속있어, 미안."
"그럼 나 혼자 가지, 뭐."
미안해 하며 사과하는 친구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말 한 후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시험이 코 앞이다. 성적이 예상 외로 많이 떨어져서 하루하루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
독서실에 자리를 잡고 한창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옆에서 끼익하고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거슬려 슬쩍 위를 바라보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내게 인사하는 권지용의 웃는 낯짝이 보였다.
그리곤 제 가방에서 교과서 한 권을 꺼내놓곤 자기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권지용은 공부를 했고, 난 도저히 공부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권지용이 내가 매일 차서 그거에 대한 복수로 내가 다니는 독서실 까지 따라와서 복수를 하나 싶었다.
[여기에는 왜 왔어요?]
슥슥 종이에 할 말을 적어 툭 하고 권지용에게 던져주니 권지용도 슥슥 무언가를 적고는 내게 던져줬다.
[공부하러 왔어. 나랑 사귈래?]
[싫어요. 나 방해하러 온 거 맞죠?]
[어떻게 알았지. 매일 나 안 받아주는 네가 괘씸해서.]
권지용의 쪽지를 받고 가방을 챙겨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권지용도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그대로 나를 따라 독서실 밖으로 달려 나왔다.
여전히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권지용을 보다가 짜증이 확 솟구쳤다. 대체 네가 뭔데 날 방해햐나고 쏘아주고 싶었다.
"난 너 같은 스타일 진짜 질색이야. 알아들어? 양아치짓은 다 하고 다니는 주제에 공부도 잘 해. 근데 공부를 못 해도 넌 아무 상관 없잖아.
왜냐하면 뒷 배경이 빵빵하니까. 그러면 겸손하기라도 해야지. 떼먹을 것도 없는 나한테 와서 뻔뻔하게 굴 정도로 네가 그렇게 큰 인물이야?
내가 왜 네 고백을 안 받아주냐 물었지? 이게 이유야. 네 금색 머리도 싫고, 교복 그렇게 입는 것도 싫어. 공부 잘 하는 것도 싫고. 돈 많은 것도. 전부 다."
투다닥 쏘아대는 나의 말에 권지용의 표정이 찡그려 졌다, 펴졌다, 울상이였다 마구 변했다.
권지용에 대한 열등감이라면 열등감이였다.
씩씩 대며 우뚝 서 있는 권지용을 치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심한 말을 한 건 사실이였다. 더 이상 권지용의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험을 보는 며칠 간 권지용은 날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이 끝 난 그날 권지용은 날 찾아왔다.
금빛 머리를 까맣게 물들이고 교복을 단정하게 조끼까지 챙겨입고 그렇게 날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제 손에 있던 종이까지 쥐어줬다.
"머리도 염색했고, 옷도 단정하게 입었어. 공부도 못 해봤어."
손에 쥐어 준 종이를 폈다. 권지용의 성적표 였다.
성적표를 보다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세어나왔다.
항상 1등이였던 권지용의 전교 등수가 2등으로 내려가 있었다.
"돈 많은 건 어쩔 수 없잖아…. 야, 그리고 내 돈이 아니라 부모님 돈이야."
"……."
"네가 말 한 거 다 했어. 이젠 좀 마음에 들어?"
"……."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
진짜… 미워할래야 미워 할 수가 없었다.
그 동안 권지용한테 쌀쌀맞게 군 내 행동이 미안해져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고 말았다.
나의 눈물에 당황한 건 권지용이였다.
야, 왜 울어…. 하며 서툰 손으로 볼을 쓸어 눈물을 닦아주는 그 손길을 그대로 느꼈다.
이태까지 너무 미안했어, 권지용. 이젠 심술 안 부릴게.
* * *
사귀는지 안 사귀는지 뒷 내용은 상상에 맡김
양아치+공부 잘 함+부자인데 나한테 매달리는 권지용과 그런 권지용이 질투나서 항상 삐딱하게 대하는 나임
원래 다른 내용이였는데 도저히 뒷 부분이 생각 안 나서.. 이거로 바꿨는데 이거도 똑같네요..
진짜 요즘에 소재가 생각이 너무 안 남..ㅠ.ㅠ... 집착은 써놓긴 써놨는데 풀 자신이 없고
퓨퓨퓨퓨퓨퓨ㅠㅠㅠㅠㅠㅠ 이러다가 조용히 글잡을 떠나겠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