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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똑바로 전해라. 나.이제.군대 안 간다고. 지긋지긋한 군대 이제 빠빠이라 이거야. 김원식 잘가! 군대에서 잘 썩어!"


김원식의 어꺠를 툭툭 쳐보이고는 해맑게 손을 붕붕 흔들며 내가 먼저 공항을 빠져 나왔다. 주머니를 툭툭 더듬어보다 비행기를 탈 때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던 구겨진 담뱃갑과 라이터가 생각났다. 당장 아무 편의점이나 보이는 곳에 들어가 군대에 들어간 이후로 한번도 물지 않았던 담배를 잡아 물었다. 필터를 씹으면서도 영어로 뭐라뭐라 씨부리던 의사의 입에서 들려온 no smoking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아 피식 웃어보였다.

니미 조까.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냥, 담배도 필 겸. 경치구경도 할 겸. 이제 백수 된 기념으로다가 한번 정처없이 걸어보기로 했다.

작전 도중 내상을 입었다. 외상이었으면 그냥 그대로 폭탄안고 죽을 각오였다. 이러나 저러나 차학연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에 상처라곤 하나도 없이 속 안에 잔뜩 상처를 입고 돌아온 터라 여기서 정말, 정말 몇만분의 일로 차학연을 마주쳐도 나는 당당한 척을 할 수 있었다. 그 일념 하나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도 무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바라는 건 몇 개 없었다. 그저 차학연과 같은 하늘을 보고 싶었고, 같은 땅을 밟고 있고 싶었다.

어차피 차학연은 나를 보러 제발로 걸어오지 못 할 것이다. 그의 자존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돌아왔다. 내 발이 아니면 그를 마주칠 확률은 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짧아져가는 가느다란 담배를 보면서, 그 무시해도 괜찮을 몇만분의 확률을 믿고싶어졌다.

"씨발 하늘이 왜 이렇게 이쁘냐. 차학연같게."

기분 좆같게.. 가느다란 담배는 어느새 작은 필터만을 남겼다. 망설임 없이 바닥에 꽁초를 버리고 새 필터를 물었다. 생각없이 걷기에는 담배 만한게 없지.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에 왜 자꾸 차학연이 섞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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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어요 다들? 늦게와서 미안해요, 앞으로 자주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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