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소녀
上
동경(憧憬);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호불호가 갈리는 글입니다. 다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 보면서 껄끄러우시면 그 이상 보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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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버지의 발칙한 성적 취향을 알게 되었다. 7살의 순진무구한 소년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존경의 대상이자 가장 자랑스러운 어른이었다. 적어도, 아버지의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진. 나에겐 어머니가 없었지만 딱히 그 빈자리가 엄청 크진 않았다. 사실 어머니의 얼굴도 모른다. 아버지의 말로는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다고 하는데 나에겐 어머니란 존재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였기에 굳이 속내를 알고 싶진 않았다. 아버지의 어마어마한 재력이, 아버지가 고용한 사람들이 어머니의 부재를 채워줬다. 어마어마한 저택 안에서, 모든 건 소년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단 한 곳을 빼고.
아버지의 작업실과 이어지는
이 저택의 지하실.
아버지의 지하실은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은 오로지 아버지만의 공간이었다. 아버지만의 아주 은밀한 공간. 그 곳은 호기심이 가득한 7살의 나의 무언가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강력히 이끌어내었다. 그래서 그날, 난 그 곳의 정체를 알아내기로 다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꽤나 머리는 좋았기에 이리저리 혼자 계산을 해보았다. 우선 지하로 가는 길은 하나. 아버지의 작업실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작업실까지는 내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곳'은 밖에서 잠구는 형태라 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자물쇠의 열쇠는 아버지만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물쇠가 열려있는 순간이 있다. 아버지가 '그곳'에 들어가 있을 때. '그곳'의 입구는 열려있다.
일부러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책을 읽었다. 아버지는 내가 그저 '책'만 읽는 줄 알고 나를 흐뭇해하셨다. 나는 아버지가 저 지하실로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의미없는 종이를 사락 사락 넘겼다. 어느새 캄캄한 밤이 찾아오고 아버지는 내게 다가와 나의 동그란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남준아, 이제 들어가서 자야지?"
"네"
"어린이는 이제 잘 시간이에요"
"네, 아버지"
아버지의 볼에 가볍게 굿나잇 키스를 한 뒤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업실 문 앞에서 아버지가 '그곳'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고 내가 점점 지칠 때 즈음에 철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저택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 아버지만의 공간이 열렸다. 나는 조용히 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작업실의 불은 꺼져있었다.
지하로 가는 문 사이로 빛이 새어나왔다.
자물쇠는 잠겨있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빛이 나오는 곳으로 귀를 기댔다.
틈 사이로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서 외로웠지"
"늦게 와서 미안. 아들놈이 책을 읽는데 차마 나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오늘도 많이 사랑해줄게"
사랑해준다는 아버지의 말에 온 몸의 털이 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어린 나는 문을 열고 아주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내려갔다. 기둥 뒤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다소 멀어 아버지 앞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니, 거리가 먼 것보다는 그 몸집이 아주 작아서였나?
놀랍게도 아버지의 등 뒤로 보이는 사람은 아주 어린 여자아이였다. 기껏 해봐야 내 또래처럼 보였다. 창백하도록 하얗고 뽀얀 피부에 불그스름한 볼이 인상깊었다. 내가 로리콤을 가진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왜 나의 어머니라는 사람이 나와 아버지를 떠났는지 스스로 납득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발칙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비밀스럽고 은밀한 공간 처럼. 아버지는 그런 취미를 갖고 있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양반이 로리콤이라니.
아버지가 그 둔탁한 손길로 그 소녀의 새하얀 뒷목을 쓸었다. 소녀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아버지의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아버지가 그 조그마한 입술에 입을 맞추려고 허리를 숙였을 때. 그 소녀는 몰래 숨어있던 나를 발견했다. 소녀의 눈이 조금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그 시선을 거뒀다. 소녀는 그렇게 나를 모른 척 했다. 만약에 그때 소녀가 나를 모른 척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발견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소녀의 '모른 척'이 나를 향한 배려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린 소녀는 어쩌면 여느 아이들보다 더욱 성숙했던 나보다 더욱 성숙한 아이였을 수도 있다.
나는 아버지가 소녀에게 했던 모든 발칙한 행동을 두 눈과 두 귀로 담았다. 아버지는 그 여리고 여린 소녀를 품었다. 소녀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발버둥치는 소녀의 눈은 이미 붉어진지 오래였다. 그 물기 가득한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려달라는 듯이. 마치 이 곳에서 구해달라는 듯이. 그 소녀는 그날 밤 모든 걸 눈으로 말했다. 아버지는 그 어린 소녀의 여린 살을 비집고 들어갔다. 여린 소녀의 살은 아버지에 의해 힘없이 뚫릴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고통이 내 두 눈과 두 귀, 온 몸에 담겼다.
그날 밤부터 거의 매일 밤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은밀히 찾았다.
나는 매일 소녀와 눈을 마주쳤고 소녀의 입에선 고통스러운 신음이, 아버지의 입에선 욕망에 가득찬 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시기가 될 때까지. 소녀와 나는 눈으로 대화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잠깐의 방학을 맞았을 때. 낮에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아버지의 작업실을 뒤졌다. 내게 필요한 것은 작은 열쇠. 굳게 잠긴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쇳덩어리였다. 최대한 흔적이 남지 않게 찬찬히 하나하나 다 뒤져보았다. 서랍 하나하나를 다 뒤져보고 책 사이를 다 뒤져보았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열쇠는 어딨지. 포기하고 아버지의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때, 책상에 있던 아버지와 내가 담긴 액자 아래로 무언가 낑겨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추스른 채 액자 밑에 깔려 있는 쇳덩이를 집어들었다. 찾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만약에 아버지에게 들키면 나는 그렇다 치고 저 여자애는 어떻게 되는 거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버지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작업실은 유일하게 나에게만 허락된 공간이기에 방해할 사람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자물쇠 구멍에 집어넣었다. 달칵-하는 그 익숙한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렸다. 자물쇠와 열쇠를 양 손에 꼭 쥐고 그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내려간 그곳에는 새하얀 침대 위에 힘 없이 누워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소녀의 멍든 허벅지가 눈에 띄었다.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푸르고 벌건 멍들이 더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안타깝기보다는
예뻐보였다.
"....아저씨?"
"...."
소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오늘도 역시 소녀의 두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녀의 긴 속눈썹이 깜빡거릴 때마다 가슴이 울렁였다. 나는 소녀를 향해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나의 어색한 인사가 웃기게 느껴졌는지 붉은 입술 사이에서 피식- 바람이 새어 나왔다. 정말 만나고 싶었지만 막상 마주치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냥 아버지가 곁에 있지 않은 소녀를 보는 게 어색하면서도 신기했다.
"네가 남준?"
"으응? 아, 응"
"나도 이름을 알려주고 싶은데. 이름이 없네"
"....아"
"멍하니 서있지 말고 여기 옆에 앉아"
소녀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자신의 옆을 팡팡 쳤다. 소녀의 옆자리에 살포시 앉자 귀가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소녀는 내 얼굴을 찬찬히 그리고 멍하니 뜯어보았다. 소녀의 눈동자가 내 얼굴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하 소녀의 얼굴은 순수하고 예뻤다. 열세살의 소년이 반하기에 충분한 외모였다. 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자 소녀의 붉은 입술이 먼저 떼어졌다.
"아저씨가 너랑 나랑 나이가 똑같대"
"....그럼"
"....."
"친구할래?"
"아저씨가 허락 안할 거야"
"비밀 친구하자 우리"
"비밀 친구?"
"응, 우리 아버지 몰래"
소녀와 나는 그날부터 비밀 친구가 되었다. 나는 아버지 몰래 매일 소녀를 찾아갔다. 소녀에게 학교에서 배운 공부를 가르치며 내가 좋아하는 책도 함께 읽고 소녀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가져가서 같이 먹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버지 몰래 밤마다 아버지와 소녀를 훔쳐보는 짓은 그만 뒀다. 어느 순간 소녀와 아버지의 그 순간들을 볼 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소녀와 교감하는 아버지가 나이길 바랬다. 이 감정이 커지면 비밀 친구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기에 나는 낮에만 소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있잖아 준아. 나 예뻐? 네가 보기엔 어때?"
"예뻐"
"정말?"
"다행이다"
"왜?"
"요즘 아저씨가 잘 안찾아오거든"
"...."
"이젠 안예뻐서 그런가 하고"
"너 지금 예뻐"
"예전에는 아저씨가 예쁘다는 말도 많이 해줬는데"
"...."
"지금은 별로 해주지도 않아"
"....아냐, 넌 지금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예뻐"
난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소녀의 몸이 자라면 자랄 수록 소녀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했다. 아니, 욕망이 식었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 그런 아버지와는 반대로 나는 소녀가 자라면 자랄 수록 마음 속에 있던 소녀를 갈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전교 1등을 했을 때, 아버지는 내게 나는 자신을 빼다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왠지 기분이 나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소녀를 가진 아버지가 질투나서인가. 소녀에 대한 감정이 커질 수록 아버지에 대한 반감도 함께 정비례로 커졌다.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아버지는 점점 소녀를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소녀의 몸엔 아버지에 의해 새겨진 생채기들로 점점 가득해졌다. 아버지는 제법 자란 소녀를 더 이상 예전처럼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다. 훌쩍 커버린 소녀의 몸은 이젠 아버지의 추잡한 욕망을 끄집어내지 못했다.
"왔어?"
"...."
"헤헤... 많이 추하지?"
"이리와. 약 발라줄게"
"고마워 준아"
붉은 딱지가 엉겨붙은 소녀의 입가에 약을 조심스럽게 발랐다. 소녀의 미간이 찌뿌려졌지만 최대한 많은 양의 약을 그녀의 상처에 발랐다. 퍼렇게 멍이 든 소녀의 눈가와 실핏줄이 터진 눈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이건 소녀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아버지에 대한 분노도 컸지만, 이런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것도 못하는, 심지어 설레어하는 제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아, 준아 나 아프다"
"어, 아파? 미안"
"난 너가 이래서 좋아"
"뭐가?"
"아저씨는 내가 아프다고 하면 더 아프게 하거든"
"...."
"그런데 너는 멈추잖아"
"있잖아"
"응"
"내가 어른이 되는 날에"
"...."
"같이 도망칠래?"
나를 바라보는 소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면 말고. 민망해진 나는 코를 슥 닦으며 괜히 손톱을 뜯었다. 소녀는 손톱을 뜯는 내 손을 작은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은 생기가 없었다. 소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은 두 손에 힘을 더욱 주었다.
"준아"
"...."
"그런데 난 그 전에 버려질 것같아"
"....뭐?"
"아저씨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거든"
"...."
"내가 왜 이렇게 아저씨한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지 알아?"
"...."
"난 그 누구에게도 버려지는 게 싫어"
"...."
"버려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나는 너 안버려"
"...."
열여섯의 나는 내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소녀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소녀는 놀라지도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그저, 생기 없는 눈동자로 서툴게 입술을 맞대는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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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에 묵혀있던 거 일부 가져왔어유
이미 다 쓴 글이랍니당ㅎㅎㅎㅎ
상,하 혹은 상,중,하로 나뉩니다.
암호닉 여러분 기대해도 좋아요 (음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