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또는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사람에게
가슴이 다 터져버리도록, 열병을 앓아 눕도록 사랑한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마저 다 부치지 못한 말들을 사연들을
오늘 저 동DJ가 모두 전해드리려 합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간 우리 이야기.
코너 속의 코너 〈라디오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지금 그 사연을 추억을 전해드려요.
여러분이 보낸 사연은 정말 빠짐없이 모두 다 읽어 봤어요.
보면서 저까지도 눈물 펑펑나게 했던 사연도 있었고
가슴 찡해지는 마음 따뜻한 사연도 있었구요,
물론 화가 났던 사연도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가슴을 얼마나 내리쳤는지 몰라요.
다 너무 예쁘고 소중한 사연들이라 고르는게 힘들었지만
정말 고르고 또 골라서 딱 두 개만 골라봤어요.
특이하게도, 제가 고른 사연들은 사연으로 시작하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을 맺었어요.
두 개 다 편지라서 그런가. 뭔가 꼭 두 편지가 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첫 번째 라디오 사연. 읽어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동DJ! 저는 올해로 딱! 파릇파릇한 스무살이 된 여자입니다.
동DJ가 누군가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 전해준다고 해서
두 눈 딱, 감고. 용기 내서 제 마음 눌러 담아서 이렇게 보냅니다.
제가 고3 됐을 때, 제 모든 순간을 다 바쳐서 좋아했던 아이가 한 명 있었어요.
솔직히 그 애 학교에서 진짜 유명했던 아이였거든요.
잘생겼지, 키 크지 공부 잘하지 성격 친절하지! 저 같은 평범한 애는 다가가지도 못할, 그런 애였어요.
그냥 소문으로만 듣고 그런 애도 다 있구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3학년 때 덜컥 같은 반이 되버린거에요.
그 때 부터 제 지독한 짝사랑도, 음. 굳이 말하자면 첫 사랑도.
저도 모르는 새에 시작됐었어요.
처음엔 그냥 그저 호기심인줄 알았어요.
학교에서 들리는 흔한 가십거리의 주인공은 늘 그 애 였으니까.
그래서 그냥 계속 쳐다보게 되고 그러다 눈 마주치면 죄 지은 사람처럼 피하고.
저만 그런거 아니죠?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쯤은,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처음으로 그 애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된 계기가 뭐냐면요.
나한테서 보내진 일방적인 시선을, 누군가가 받아줬을 때. 아마도 그 때였을거에요.
처음에는 그냥 우연인 줄 알았어요. 저 혼자 그 애 쳐다보는게 익숙했었으니까.
근데, 자꾸만 자꾸만 시선이 맞닿는게 느껴지니까
우연이라고 생각했던게 착각이 되더라구요.
그 애는 그저 시선이 느껴지니까 저를 쳐다본걸텐데.
그 때부터였던거 같아요. 아, 내 생각보다 많이 더 그 애를 좋아하고 있구나, 생각한게.
자꾸만 얽히는 시선에 심장이 끝도 모르고 아래로 추락하고
그 애 웃는 모습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또, 그 애가 누군가한테 고백받는 날이면.
그런 날이면, 청승 맞게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 쓰고 울고.
그냥 그렇게 일방적인 짝사랑을, 지독한 첫 사랑을 이어가고
용기내서 말을 걸어야겠다, 할 때 즈음엔 졸업이 가까워져있었어요.
참 답답하죠. 저도 정말 아직도 후회돼요.
그 애 성격이면 짧게 건넨 인사라도 친절하게 받아준다는거 누구보다 잘 아는데
왜 그렇게 망설이고 숨고 그랬는지.
그런데 웃긴게,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전 똑같이 행동했을 거 같아요.
자꾸 마주치는 시선에 괜히 혼자 의미부여하고, 설레여하고.
인사 한 번 못하는 바보천지로 남았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차마 전하지 못한 말들을 전하려구요.
그 애 이름이 흔치 않은 이름이라, 같은 학교 나온 애들은 누군지 다 알 거 같아서 조금은 무섭기도 한데
그래도 용기내서 전하려구요.
그리고 그 애도 소식 전해듣고, 이 사연을 듣는다면
그 애를 좋아했던 애들 중 한 명이라고 웃어 넘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전해보려고 합니다.
*
있지 윤오야. 너 졸업하던 날. 아니, 우리 졸업하던 날.
나 참 많이도 망설였었다. 3학년 때 같은 반 되고 나서부터 너한테 말 한 번이라도 붙이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어.
왜, 넌 꼭 별 같았거든. 너무 반짝 거려서 바라만 봐도 눈이 멀 거 같았어.
네 궤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이다가, 네 단정한 뒷 모습 바라보는게 익숙해질 즈음에, 그렇게 1년이 지나더라.
너랑 말 한 마디도 못했는데 그 쉬운 인사 한 번도 못했는데.
졸업식날에 애들도 많고, 꽃다발도 많았는데 그 사이에서 너만 보였어. 이런 말 좀 웃기지.
근데 진짜야. 정말, 너만 보였어.
너 웃는거, 고개 끄덕이는거 친구들 말에 대답해주는거. 너 눈치 못채게 쳐다본다고 고생했는데.
마지막 즈음에야 애들이 너한테 우르르 가서 졸업 축하해 윤오야, 할 때 나도 껴서 축하해, 하고 말하고
아주 잠깐이지만 네 시선이 나한테 머물렀을 때, 살짝 웃으며 고마워하고 답해줬을 때.
정말이지 그 1년의 시간을 보상 받는 거 같더라.
나 진짜 수 없는 어둠을, 그 고독을. 네 존재 하나로 버텼어.
너랑 마주했던 시선이 착각일지라도. 매번 바라보는게 네 뒷모습일지라도 그 뒷모습 하나에 내 모든 숨을 걸었었어.
내가 너에게 그다지 무거운 존재가 아니었어도 네가 나에게 한없이 무거운 존재였으니 난 그걸로 됐어.
적어도, 네가 내게 물들여낸 색이 따뜻하고 찬란했음을 난 장담해.
노오란 교복 자켓 위 명찰에 정갈히 새겨졌던 정윤오 이 세글자.
어쩌면 나 평생 가슴 한 쪽에 쌓아두고 살아갈 것 같아.
존재만으로 고마웠던 사람아, 여름도 아닌데 매 순간 날 들끓게 했던 사람아.
행동 하나하나에 나를 함락시켰던 사람아.
내 첫 사랑이 너라서 고마워.'
"이 사연을 보면서, 저도 제 첫 사랑이 많이 생각이 났어요.
이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그 마음 시린 감정들이 있잖아요.
읽으면서 그 때가 자꾸 생각나서 저도 괜히 아련해지고, 그러네요.
어쩐지 눈물이 나려고 하지 않아요 여러분? 저만 그런가봐요.
읽는데 눈물 참느라 혼났어요.
아련하고, 먹먹해지는 그런 사연이었어요.
꼭 이 사연이 그 애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 사연도 첫 번째 사연 못지 않게 먹먹한 사연인데요,
아련한 마음 안고 두 번째 사연도 읽어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동DJ 저는 올해로 스무살이 된 대학생 남자입니다.
이 사연을 다 써놓고서도 보낼까 말까 몇 번이나 망설였는데
그동안, 그 애에게 많이 망설였으니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보내봅니다.
제가 고3일 때 매번 제 뒷 자리에 앉아서 저를 바라보던 애가 있었습니다.
사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오그라들고 부끄러운데
나름 학교에서 유명인사였거든요. 고백도 많이 받고, 뭐 그런.
그래서 처음에는 그 애가 저를 보는 시선이 그냥 제가 늘 받는 그런 시선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은 어쩌다 그 애랑 눈이 마주쳤거든요.
저랑 눈 마주치자 마자 얼굴 새빨개져가지고 눈 피하고 빨개진 귀 가린다고 손으로 붙잡는데,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속으로 귀엽다, 고 생각했었어요.
아마 그 때 부터였겠죠. 그 애 한테 점점 관심이 기운게.
처음엔 그냥 반응이 귀여워서 그랬던거 같아요.
눈 마주치면 하루도 안 빠지고 얼굴 빨개지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던게, 점점 관심이 가고
어느 순간에는 얼굴 빨개지는게 예쁘네, 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었어요.
그 애는 모르겠지만, 그 애가 저를 바라보는 것 보다 제가 그 애를 바라보는 횟수가 더 늘었을거에요.
성격이 덜렁대는 성격이라 계단 올라가다가도 휘청하고
웃음이 많아서 항상 웃는 모습이었어요. 한 번도 인상 찌푸리는 걸 본적이 없었으니까.
눈치가 없는건지 둔한건지. 오래동안 빤히 바라봐도 제가 쳐다보는 걸 모르더라구요.
답답하기도한데, 그것도 또 그것대로 귀엽고.
언제 한 번 먼저 인사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하려니까
용기가 안나서 이런 저런 변명을 대고 하루, 이틀 미루고 또 미루다가.
어느새 졸업식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저도 제 감정에 미숙하고 서툴러서,
그 때 그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이었다는 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어요.
알고 나니까, 너무 아픈거 있죠. 조금만 더 일찍 알았으면, 그랬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할 수 있었을까.
후회하기에는, 돌이키기에는
제가 그 애에게 다가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는 걸 알았죠.
그 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요.
차마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 한 켠에 수북히 쌓여서
뭐라도 걸린듯이 나오지 않았는데,
사연을 빌미로 전하지 못한 말들을 다 전해보려고 합니다.
*
안녕, 여주야. 내가 이렇게 너한테 편지를 쓸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어.
평생을 그 순간을 마음에 두고 살 줄만 알았는데, 네가 들을지 못 들을지는 알 수 없어도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내 어깨 너머로 느껴지던 네 시선, 내가 굳이 바라보지 않아도 따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그 시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너무 좋아했다. 정말, 좋아했었어.
내 눈 마주칠 때 마다 피하던 네 모습도, 학교에서 애들 틈에 섞여서 예쁘게 웃던 네 모습도
전부 다 내 눈에 담아내는게 벅찰만큼, 숨을 들이키면 몸 곳곳에 네가 퍼지는게 느껴질 만큼.
우리 졸업하던 날, 기억나? 여주 니가 나한테 건넸던 졸업 축하한다는 말.
그 많은 애들이 나한테 축하해, 졸업 축하해 건네는 와중에도 네 목소리만은 정말 뚜렷하게 들렸어.
꼭 그 순간에 너랑 나만 있는 거 처럼.
네 목소리 듣자마자 너랑 눈 마주치면서 웃어줬는데. 우리 그때 처음으로 둘 다 웃으면서 마주한거, 너는 알까.
있지, 여주야. 너 분명 나에게는 봄이었어.
그래서 네가 불어와 내 코 끝을 스칠 때 마다 작은 알러지가 일어.
너를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발음하게 되는 단어들이 참 많아.
흐드러지는 꽃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대로 잠겨 죽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딱 그만큼. 너를 좋아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여주야, 내가 어젯밤 널 생각하며 본 유성우가 네 머리 위로도 떨어지길 기도해.
매 순간 매 초마다 널 생각해. 나 널 정말 많이 좋아해.
그 때의 어리고 미숙했던 감정이, 지금은 이만큼이나 단단해졌어.
우리, 다시 만날까?
아니, 우리 다시 만나자.'
"정말 그런 순간이 있어요 여러분.
닿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진심이 상대방에게 닿는 날이, 꼭 있어요.
오늘 이렇게 청취자 두 분의 사연을 읽으며 실감하네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셨겠죠?
그 때, 그 시간으로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진심이 온전히 닿는 순간 만큼은
그 때의 감정, 그 때의 기분을 안고 처음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것만 같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한 걸음만 걸으면 그리워하는 그 사람의 손을 맞잡을 수 있어요.
여러분의 동DJ가, 응원하겠습니다.
지금의 그댄 내게 너무 멀어서 이렇게 닿을 수 없겠죠 하염없이 그리울 나의 그대.
그 시절, 기억하나요? 행복했었던 만큼 추억해볼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지만
그 때의 그대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사랑했었던 기억 내게 두고 무거워 보이는 마음의 짐들은 놓고 가세요.
전하지 못한 말만 쌓여만 가서 목소리 빌려 너에게 닿기를, 하염없이 사랑한 나의 그대.
다음엔 더 좋은 이야기로 만나요.
코너속의 코너 〈라디오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이만 안녕."
꼬망세(봐주세요) |
글잡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8ㅅ8 쓰다보니까 앞뒤 없는 글이 된거 같은데 서공예 졸업식 재현이만 보면 뻐렁차오는 첫사랑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이런 똥글을... 퍼질렀습니다;ㅅ; 그냥 재미로 많이 많이 봐주세요 들르시는김에 으쌰으쌰 힘내라고 댓글도 달아주시구...8ㅅ8 참 클리셰 가득한 글이죠 하지만 이런 글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당... 그럼 저는 이만 안녕... 궁금한게 있다면 댓글로 물어봐 주세용 ㅍㅅㅍ 아 그리고 브금 꼭 들어주세용 코너 오프닝, 클로징 멘트에 노래가사 들어가 이씀 데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