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항상 그랬다.
아침에 봤던 귀여운 새끼 고양이 이야기도, 친구 고민도, 다 나에게 이야기했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학교에서 나만 보면 이야기해주기 바빴다.
정호석이 자기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기는 하지만, 왠지 나에게 이야기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며 조그맣고 도톰한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내게 너의 이야기를 해주는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에게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볼펜을 딸깍거리는 습관도 귀여웠고, 상대방의 눈이 아니라 아래쪽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그 모습도 귀여웠다.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건 부끄럽대나, 뭐래나.
하지만 넌 나를 친구 이상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나는 네게 정말 친한 친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지금 네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볼펜을 딸깍이며, 책상에 시선을 꽂고 이야기하는, 네가 좋아하는 그 아저씨인지 뭔지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없었다.
" 야, 야. 그래서 어제 아저씨가 나한테 처음으로 월드콘을 사줬다니까? 메로나가 아니라? 이거 정말 엄청난 발전 아니냐? "
" ... "
" 야, 김태형. 듣고 있냐? "
" ...어. "
" 뭐야, 대답 좀 해 줘. 아무튼 그리고 집 들어가기 전에 나보고 전화하라는 거 있지. 나 진짜 심장 폭발해버릴 뻔. "
" 아, 그래. "
" 와, 넌 어째 아저씨 얘기만 하면 그렇게 애가 무뚝뚝해지냐? 너무한다, 너무해. "
나는 네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지 못한다.
" 안되겠다. 걍 정호석이랑 얘기해야지. 호석아, 어디있니. 내 목소리 들리니. "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너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 뭐야, 어디가. "
" 화장실 좀. "
" 곧 담임 들어올걸? 빨리 와. "
" 어. "
둔해빠진 네게, 나한테 조금도 이성적인 감정은 없는 네게 나의 마음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서먹해질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 아저씨라는 존재가 날 짜증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완전 애를 홀려놓았네, 늙은이가.
기분 전환 겸 교실을 나가 잠깐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가는 도중, 낯선 얼굴이 보였다. 남자인 내가 봐도 꽤나 잘생긴, 요즘은 저런 얼굴을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무튼 훤칠하게 생긴 남학생이 담임과 지나갔다. 뭐지, 전학생인가. 난 고개를 갸웃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
" 자, 인사해라. 우리 반으로 전학 온 김석진이다. "
우리 반은 새로 온 전학생에 아침부터 열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잘생긴 외모에다가 서글서글한 인상까지. 여자아이들의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거였다.
존나 뭐같은 월요일에 이슬 같은 존재가 샤랄라 나타났는데.
흥, 그래도 우리 아저씨보다는 못하네. 많이많이 못해.
" 안녕, 새로 전학 온 김석진이야. 잘 부탁해. "
여자아이들의 환호성이 반을 가득 채웠다. 전학생은 부끄러운 듯 뒷목을 살짝 긁적이더니 살핏 웃었다.
그 모습에 몇몇 여학생들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렇게 잘생겼나.
" 자리가... 아, 저기 맨 오른쪽 끝에 여학생 보이지. "
네? 저요?
" 저 학생 옆에 가서 앉아라. 비었네. "
아니, 왜 하필 나에게... 애꿎게 비어있던 내 옆자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잘생긴 애가 옆에 앉는 거야 내가 피해볼 일 없지만, 저 따가운 여학생들의 시선 어떡할거냐고!
핫 뜨거 날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서어니...
" 네. "
전학생은 아까 그 미소를 다시 짓더니 내게로 걸어왔다.
짜식, 잘생겼네 그래.
" 안녕. "
" 어, 안녕. "
" 난 김석진이야. 잘 부탁해. "
" 아, 그래. "
" ...너는? "
" 아, 김탄소. "
석진이는 김탄소, 하고 조용히 되뇌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앞에 있는 담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음, 뭔가 찝찝한 건 기분 탓이겠지, 그래.
" 어디서 왔어? "
석진이는 담임의 조례를 듣다가 갑작스런 내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 아, 담임선생님께서 그걸 말 안해주셨네. 나 외국에서 왔어, 영국. "
" 진짜? 런던? "
" 아니, 옥스퍼드. "
" 엥? 대학에서 살았어? "
" ...도시...이름이야. 옥스퍼드 대학이 있긴 한데. "
...아, 쪽팔려라.
" 유학으로 간거야? 아님 어릴 때부터 거기서 살았어? "
" 어릴 때부터 살았었으면 한국말을 이렇게 못하지. 유학, 이라기 보단... 친척분이 거기 사시거든.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가 중학교부터 거기서 살았어. "
" 우와...영어 엄청 잘하겠네. "
" 아니, 뭐. 그래봤자 4년 좀 더 살았는데. "
그리고는 다시 웃는다.
" 그, 집이 혹시 좀 잘 사나...? "
" ...어? "
그 순간, 내 앞자리인 김태형이 뒤를 돌아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 니네, 조용히 좀 하지. "
갑자기 셋 사이의 공기가 싸해졌다. 아니 뭐 그렇게 크게 떠든 것도 아니고...
석진이는 그에 당황하지 않고 넉살 좋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 미안, 뭐 묻길래. "
" ... "
태형이는 나랑 김석진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보았다.
" 애가 오늘 조금 예민해 보이네. 원래 안 저래. "
" 아, 아냐. 우리 좀 떠들긴 했다, 그치? "
" 응...조용히 하자. "
멋쩍게 웃고 나는 담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이후에도 김석진이 날 쳐다보는 것 같이 느껴졌던 건, 기분 탓인가.
*
" 아저씨! 주말에 우리집 와서 영화봐요! "
- 뭐?
" 영화요! 요새 제일 인기 좋은 거로 다운받아놓았어요! "
- 설마 진짜 니네 집에서 놀 생각인 건 아니지?
" 네? 무슨 소리에요. 저번에 오기로 했잖아요. "
- 아니, 넌 도대체가...
" 왜요? "
- ...됐다. 알겠어. 연락할게.
" 일찍일찍이일찍 와요! 아침에 눈 딱 뜨자마자! "
- ...어, 끊어라.
" 네, 잘자요! "
히히, 밤에 심심하고 해서 받을까 싶어 전화해봤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다. 만세!
모레면 아저씨가 우리집에 놀러온다!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 아, 행복해. 베개를 꼭 안고서 하늘로 발을 마구 내저었다.
*
" 탄소야! "
"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
" 탄소야, 쟤는 이름 뭐야? "
아, 미치겠다. 얘는 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침부터 김석진이 시도때도 없이 나한테 말을 건다. 말 많은 나도 받아주기가 힘든데, 와 얘는 진짜...
" 김석진 쟤 왜 자꾸 너한테 껄쩍댐? "
" 몰라, 내가 마음에 드나봐. "
" 잘생겨가지고는 보는 눈이 너무 없네, 애가. "
"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마, 개새끼야. "
" 아, 죄송. "
정호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오길래 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해줬더니... 나쁜 놈.
" 쟤 존나 마음에 안 들어. "
" 누구. 김석진? "
갑작스러운 태형의 말에 정호석과 나는 동시에 김태형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김태형이 사람을 싫어한다고?
" ...김태형이 쟤가 싫대. 들었냐? "
" 어, 말이 돼? "
" 김스치면인연이 사람이 싫다고? "
" 빠밤. "
" 빠라바라바라밤. "
" 휘? "
" 파람. "
" 휘파람파람파람. "
" 휘빠라바라바라밤. "
" 역시 내 소울메이트. "
" 블랙핑크 노래 쩔지 않냐. "
" 인정. 여자인 내가 봐도 개예쁘구여. "
크, 역시 우린 코드가 잘 맞아. 맨날 싸우긴 해도. 정호석과 내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김태형은 또라이들을 보듯이 우리를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마음에 안 들어, 걍. 처음 보는 애한테 집적대기나 하고. "
" 그 처음 보는 애가 나니? "
" 어. 조온나 싫어. "
" 하긴 좀 부담스럽긴 함. "
" 아, 넌 진짜 왜 이렇게 파리가 꼬이냐. "
" 석진이가 파리보다는 낫다, 야. "
" 야야야 붐바야? "
" 야이야이야이야이야 오빠! "
" 크, 역시 김탄소. "
" 역시 블랙핑크. "
" 아오, 또라이들. "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했다. 김태형은 원래 모든 사람들한테 잘해주는 걸 넘어서 본인이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인데, 김석진이 처음 온 날부터 김석진과 말을 한 번도 섞지 않았다. 왜 그러지...
그 때 김석진이 나타났다.
" 어, 친구들이랑 있었네. 안녕, 난 김석진. 반가워. "
" 어, 안녕. 난... 정호석. "
" ... "
" 넌 이름이...? "
" ...태형. "
" 응? "
" 김태형이라고. "
" 아, 탄소 앞자리 애지? 친하게 지내자. "
김태형은 김석진을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슥 흘겨보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석진이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 같이 밥 먹을래, 김탄소? "
" 어, 어... ?"
갑자기 무슨, 우리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일주일도 안됐는데...
내가 당황한 사이 김태형이 빠르게 받아쳤다.
" 미안, 김탄소 밥 우리랑만 먹거든. "
" 아, "
" 보시다시피 사교성 제로의 여자인 친구 한 명도 없는 왕따라서. "
" ... "
" 낯가림이 심해요. 정호석이랑 나 말고는 낯을 가려. "
얘가 무슨 개소리야... 내가 짱친인 여자인 친구는 없어도 그래도 친한 애들 몇몇 있거든? 내가 얼마나 사교성 뿜뿜한 여잔데...
" 그러니까 얘 대답은, 싫어야. 내가 대신 말해줄게. "
김석진이 날 바라보았다. 진짜 싫다고 할 거냐는 듯한 표정으로.
" ...미, 미안해. 원래 내가 얘들이랑만 먹어서... 미안, 석진아. "
" 아, 아냐. 괜찮아! 혼자 먹지, 뭐. "
이상하게 얘랑 대화를 끝낼 때면 계속 찝찝함이 남는다. 기분 탓인가.
*
혼자 먹기는 개뿔, 김석진은 거의 무슨 여자애들에게 무더기로 둘러쌓여 밥을 먹고 있었다.
이상하게 자꾸 시선이 간단 말야. 김석진이 있는 쪽을 계속 흘깃흘깃 보다가 여자애들 말을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하나하나 대답해주고 있는
김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김석진은 웃으면서 손을 작게 흔들었다. 나는 슬핏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김태형은 내 옆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손을 흔드는 날 슥 보더니 내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날 날카롭게 불렀다.
" 야. "
" 어? "
" 밥 먹다 말고 뭐하냐. "
" 아, 저기 석진이 있길래. "
" 석진이? 지랄하네. 성은 어따 갖다 버렸냐? "
" 뭐, 그럼 김석진이라고 해주리? "
" 넌 나 김태형이라고 부르잖아. 석진아, 석진이, 석진이가. 어우. 다정킹이시네. "
" 어쩌라고. "
" 밥 쳐먹으라고. "
" ... "
아니, 진짜 왜 저래? 나한테 하는 말 하나하나 다 날이 선 말투다. 슬슬 짜증이 날려고 한다.
" 나 먼저 간다. "
" 어, 다 먹었냐? 설마 남겨? 우리의 영원한 돼지, 영돼 김탄소? "
" 닥쳐, 정호석. "
" 왜 먼저 가는데. "
차가운 표정으로 묻는 김태형에게 그냥, 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한 뒤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교실에 가니, 역시 오늘 밥을 빨리 먹고 (사실 다 남겼지만. 누구 때문에 입맛이 떨어져서.) 왔더니 몇몇 애들만 있었다. 양치질을 하고 나온 뒤, 내 자리에 풀썩 엎어졌다.
몇 분을 엎드려있었을까, 갑자기 나를 흔드는 손길에 살짝 들었던 잠이 깼다. 옆을 보니 김석진이 웃고 있었다.
" 원래 밥 빨리 먹어? 엄청 일찍 나왔네, 너. "
" 아, 아니. 오늘 입맛이 좀 없어서... "
하하, 하고 머쓱하게 웃은 뒤 주위를 슥 둘러보니 여전히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해서 자봤자 5분도 안 잤던가보다.
" 그, 김태형이랑은 친구야? "
" 어? "
" 당연히 친구겠지...? "
" 아, 당연하지. "
왜 다들 김태형이랑 내 관계를 묻지, 아저씨도 그랬는데.
" 너 남자친구 있어? "
" 아니, 왜... ?"
아저씨랑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건 아니라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기는 애매하지 않은가.
" 그렇구나... "
" ... "
잠깐의 정적이 오고 간 뒤, 김석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어디 살아? "
" 어? "
" 집! 집 어디야? "
말하면 알아듣니, 옥스퍼드 친구야?
" 아, 그... 학교 근처에 놀이터 옆쪽 주택... "
" 가깝구나. "
" 응, 걸어서 다녀. "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자, 정호석과 김태형이 들어왔다.
역시나 김태형은 김석진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탐탁치 않게 보고는 김석진 옆으로 와서 김석진에게 싸늘하게 말을 걸었다.
" 미안한데, 나와줄래. "
" 여기 내 자린데? "
" ...점심시간에는 내 자리거든. "
" 아. 그건 자리 주인 없을 때 얘기지. "
" ... "
김태형은 주먹을 한 번 꽉 쥐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니가 뭔데 계속 김탄소 옆에 있는데. "
" 짝이라 계속 붙어있을 수 밖에 없어서. "
" ... "
" 보시다시피 나는 사교성 제로에다가 전학 온지 얼마 안 돼서 왕따거든. 근데 탄소가 너무 잘해주네. "
" ...씨발. "
김태형은 낮게 욕을 읖조리더니 세게 내 팔목을 잡고 교실을 나왔다. 야,야! 어디가, 니네! 하면서 우리를 부르는 정호석의 부름 따위 무시하고.
화장실 앞까지 끌려가고 나서야 김태형은 날 놔주었다.
" 미쳤냐? 존나 아프네... "
" 그 새끼랑 계속 같이 있지 말라고. "
" 왜. "
" ... "
" 왜. 석진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너 왜 그래? 내가 다른 친구 만들어보겠다는데 왜 그렇게 못됐게 구냐고. "
" ...그냥, "
" 니가 내 남자친구야? "
" ...뭐? "
" 니가 내 남자친구라도 되냐고. 뭔데 니가 간섭하고 지랄이야. "
" ... "
" 걔가 나한테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
" ... "
김태형은 날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하늘을 보면서 앞머리를 털고 아무 말 없이 나를 지나쳐 교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 짜증나네.
*
그 날 이후로 김태형과 나는 계속 서먹했다. 이틀이 지난 지금, 금요일까지. 정호석은 어떻게 할지 속으로 무진장 고민했을거다. 하지만 정호석은 김태형과 다녔고, 나는 딱히 다닐만 한 아이가 없는지라 김석진과 다녔다. 내가 먼저 사과할쏘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김태형 개싫어!
아, 근데 불길하게 어제부터 몸이 으슬으슬 안 좋다. 설마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인가.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김석진이 말을 걸었다.
" 오늘 솔직히 급식 맛 없었다, 진짜. "
" 넌 여자애들 때문에 제대로 먹을 수는 있었냐...에취! "
" ...괜찮아? 너 아까부터 계속 기침하고 재채기하냐. 감기 걸린 거 아니야? "
" 그런가... "
" 병원 가봐. "
" 에이, 알아서 낫겠지 뭐. "
*
알아서 낫기는 개뿔, 엄마아빠가 이미 여행을 가버린 토요일 아침, 나는 지금 존나게 아프다.
엄마아빠도 없는데. 아저씨는 아침에 일이 있어서 점심 이후로 온다고 어제 연락해서 오지도 못할 거고.
정호석한테 전화해봐야지...
- 오잉. 니가 웬일로 전화를 다 하냐.
" 야... 우리 집 못 오냐... "
- 엥? 너 목소리 왜 그래. 감기임?
" 어, 그런 듯... 약만 좀 사와줄 수 있냐... "
- 어떡하냐. 나 가족여행 왔는데.
" ...안 가던 가족여행을 왜 하필 오늘, 에에취! "
- 목이 완전 나갔네. 왜, 김태형한테 전화해보...
" 장난하냐... "
- 아. 맞다. 니네 아직도 어색하냐?
" 말이라고. 알겠어. 잘 놀다와라. "
- 쏘리, 빨리 낫길 바란다...
" 어. 끊는다. "
- 뿅~
망할... 김태형한테 전화하라고? 난 못하오, 난 못해... 아저씨한테 전화해볼까... 무슨 중요한 약속이면 어떡해.
그래도 지금 이러고 있는 나는 어떡하라고. 아아악... 감기가 도통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 그, 내가 이따 전화할게.
" 아저씨이... "
- 뭐야, 목소리 왜 그래.
" 어디에요... "
- ...너 아프냐?
" ...음, 조금요. 언제 올 수 있어요...?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아아...
- ...기다려, 금방 갈게.
" 언제 오는... "
끊겼다.
뭐지, 진짜 금방 온다는 건지, 급해서 그냥 둘러댄 건지.
아, 몰라. 핸드폰을 협탁에 올려두고 다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그러나 여름은 여름인지라 날씨가 더워서 갑갑하다. 이불을 멀리 차버리고 덩그러니 누워있었더니 또 춥다. 짜증나!! 꾸물거리면서 일어나 침대 밑으로 떨어진 이불을 다시 주워 주섬주섬 덮었다. 물수건이라도 얹고 있을까 해서 누워있다가 화장실로 향했다. 수건을 적셔서 짜다가 무심코 거울을 보니, 세상에. 무슨 폐인도 폐인이 이렇게 생길 수가. 눈은 띵띵 붓고 얼굴은 안 씻어서 구질하다. 머리까지 한참 누워 있어서 그런지 엄청 부스스하고.
이러고 있는데 아저씨 오면...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왔다가 달아날 거 같다.
나는 이를 악 물고 적시던 수건을 널어놓고는 세수부터 했다. 머리도 대충대충 빗었더니 그나마 나아진 듯 하다. 화장하는 건 오바인 것 같아서 널어놓은 수건을 들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물수건을 이마에 얹지고 혼자 이불을 덮고 누워있으니, 덜컥 서러워졌다.
엄마아빠는 딸이 아픈데 여행가서는 연락도 없고, 아저씨는 온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하...
체념한 듯 누워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 것 같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 화들짝 일어났다. 뭐지, 택배인가?
" 누구세여어... "
눈을 부비며 인터폰을 확인하자, 기웃거리는 아저씨가 보였다.
" 헐, 아저씨? "
나는 후다닥 현관문으로 뛰쳐가 문을 활짝 열었다.
" 아저씨! "
" 하나도 안 아픈가보네. 누르자마자 쫓아오는 거 봐라."
" 에이, 아저씨니까요. "
" 에휴, 택배도 그렇게 덥석덥석 문 열어주다가 봉변당하는 거야, 임마. 나라고 뭐 안심하고 집에 들여보내도 되는 줄 아냐? 조심하고 좀 살어라. "
" 오자마자 잔소리는. 들어와요. "
총총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어, 뭐해야 되지. 아파서 불렀는데 난 누워있어야 하나? 그럼 아저씨는 뭐하지...?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 누워있어라. 약이랑 죽 들고 올게. "
" 헐? 죽 만들어주게요? "
" ...장난하냐? "
아저씨는 한 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흔들어보이더니 웃었다.
" 조미료맛 듬뿍 나는 편의점 인스턴트죽. "
" ...아... "
" 사온 것 만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먹어야지. "
" 그...왜 보통 남자친구들은 죽 전문점...이런 데서 사오지 않나. "
" ...누구? "
" 남자...친구... "
" 누가? "
" 넵. 죽...갖다주세요. 하하. "
아저씨는 피식 웃고는 나가더니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집까지 오면 남자친구 아닌가, 생각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몸에 열도 나서 노곤노곤한 게, 잠이 와서 정신을 깨려고 안간힘을 썼다. 신나는 생각. 무서운 생각... 잠들면 안돼...
*
" 뭐야, 잠들었나. "
그새 잠이 드냐. 입을 헤 벌리고 누워서 자고 있는 네 모습이 재미있어 한 손에는 물을, 한 손에는 죽을 들고서 네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침대 옆으로 끌고 와 앉았다.
턱을 괴고 자는 네 모습을 바라 보다 갑자기 코를 훌쩍이는 널 보고 무릎께까지 내려가있는 이불을 어깨까지 폭 덮어주었다. 잘 자네.
너는 아저씨이... 하고 우물거리며 이불을 작은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내 꿈 꾸나.
" 내가 그렇게 좋냐? "
" ...죽...조미료... "
" 참나. "
별 잠꼬대가 다 있네.
" 다음에는 본죽꺼 사올게. 미안하다. "
" ...야호... "
뭐야, 얘. 안 자?
한 손으로 네 얼굴 앞을 휘휘 내저어보지만 여전히 잘 자는 널 보고 신기해하다 시간을 봤다. 2시 40분... 아침도 안 먹었을 텐데, 배도 안 고픈가.
" 어이, 일어나. "
" 우웅...? 왜 일어나... 5분만 더... "
너를 일으켜주려고 팔을 잡았더니, 오히려 나를 잡아당겼다. 순간적으로 몸이 기울어져 네 얼굴 바로 앞에 내 얼굴이 보이게 되었다. 어정쩡한 자세에 민망해서 일어날려고 하다가, 눈을 부시시 뜨는 널 보고 순간 멈추었다.
" 아저씨... "
" 나 아저씨 진짜진짜 좋아해요... "
" 나도 처음 만난 사람 보고 이러는 거 철 없는 거 아는데... "
"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엄마보다도 더 좋아... "
" 엄마 미안... "
갑작스러운 고백에 일어난 거 맞냐? 잠꼬대야? 하고 너한테 물었더니 넌 헤, 웃으며 내 어깨를 붙잡고는 확 끌어안아 버려 아까보다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너는 내 목에 얼굴을 부비면서 파묻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간지러운 느낌에 너를 밀쳐내려다가 더 날 꼭 안는 너에게 당황해 가만히 있었다.
" 남자친구 해줘요, 네... ? "
" 뭐래, 잠이 덜 깼나. "
" 나 학생 아니구, 아저씨 여자친구하고 싶어요... "
" ... "
" 맨날 아저씨랑 이렇게 안고, 사랑한다고도 해주고, 뽀뽀도 하고... 흐히히. "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큼, 헛기침을 하고 서둘러 너를 밀어냈다. 너는 바보 같이 웃더니 다시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 나 좀만 더 잘게여어.. "
...잠꼬대 맞나?
' 아저씨 여자친구하고 싶어요... '
' 학생 아니구, 아저씨 여자친구하고 싶어요... '
계속 그 한 마디가 머리에서 맴돈다.
나는 고개를 기울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잠이 든 너를 한참 보다, 살짝 네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넘겨주면서 말했다.
" 나도, 아저씨 아니고 남자친구하고 싶다. "
" 아저씨가 뭐냐, 슬프게. "
" 나도 너 이렇게 매일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데. "
"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학생아. "
*
어떡하긴 뭘어떡해 사겨야지 답답이들아!!!!!!!!!!!!!!!!
그쵸?????????? / 함성유도
아니이게 구글에 함성유도라고 쳤더니 뜨더라구여
되게 유용해여 별의별 짤들이 검색만 하면 좌르르릉 신기방기
근데 내가 그렇게 안놔들거에요 하하 난 나쁜작가니까 ㅎ헣
제가 위에 이짤을 찾으려고 구글에 뭐라고 쳤게여 그거 맞추는 사람한테는 ....
음 ...........
뭐해드리지 ......................
특별출연할 기회를 드리겠슴미다 음 물ㄹ론 실명은 쓰시면 안되는 거겠져.. ? 인스티즈법에 어긋나는 거죠.. ?/ 잘모름
아무튼 원하시는 이름을 넣어드리겠습니다
필요없다구여?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 ㅠㅠㅠ현생에치여사느라흑흑 죄송해요
사랑하는 건 아실거라 믿어요 헤헷
더보기_ 안녕 학생. 오늘도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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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이 한줄늘때마다 쓰니의기분은 째집니다ㅠㅠㅠㅠㅠㅠ하사랑해요 아그리고 혹시 자신의 암호닉에 오타가있다면 꼭꼭말해주세요 고쳐드릴게요!! 저번에 오타가있더라구요 죄송합니다 ㅠ.ㅠ 오늘도 암호닉신청은 받아요 !
**특수문자없이 []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