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잉.
눈을 살짝 떠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있고, 아저씨는 옆에 앉아 내가 눈을 뜬 줄도 모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 ...으응... "
" 깼냐? "
" 얼마나 잔거에요... "
" 음, 한 시간 반? "
" ... "
그렇게나 오래...? 시계를 보니 과연, 아저씨가 온 시간에서 한참이 지나있었다. 벌써 5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 깨우지 그랬어요... 계속 그러고 있었어요? "
" 아, 뭐. 너 자는 모습이 웃겨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 "
" ...나 막 잠꼬대하고... 그랬던 거 아니죠...? "
잠만, 헛소리한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원래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는데...
잠깐만...
' 아저씨 여자친구하고 싶어요... '
' 학생 아니구, 아저씨 여자친구하고 싶어요... '
" 잠꼬대하고... 그랬어요... ? "
" 잠꼬대였냐? 다? "
" 네! "
"넌 잠꼬대도 기억을 해? "
" ...아. "
" ... "
" 그냥 코 좀 골던데. "
아나... 목구멍 수술을 하던가 해야지... 아무튼 앙탈부리던 건 꿈이였나 보다. 다행이야...
" 그래서 죽은, 먹을 생각 없고? "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아저씨를 쳐다보다가 그새 허기진 게 느껴져 협탁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약과 죽이 눈에 들어왔다.
" 다 식었겠다... "
" 어. 다 식었어. 근데 조미료가 많아서 맛은 있을걸? "
" ...데워서 갖다주면... "
" 안 돼. "
" 힝.. "
" 귀찮아. "
" 저 환자인데요오... "
" ...전자레인지 어디있는데. "
" 헤헤. "
나가면 부엌 구석에 있어요, 하고 말하니 아저씨는 실눈을 뜨며 나를 보고 한숨을 크게 쉬고는 죽을 들고 나갔다. 잠시 뒤 터덜거리며 죽을 들고 오는 아저씨를 보고 역시 착한 우리 아저씨! 하고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어보였다.
죽을 다 먹고 난 뒤에, 약을 물과 함께 홀짝 삼키고 난 뒤에 캬 하며 물컵을 내려놓았다.
" 다 나았냐? "
" 그런 거 같아요! 이제 놀까? "
" 말 막 놓네? "
" 헤헤, 뭐하고 놀까요! "
" 음. "
" 영화 결제해놓은 거 볼까요? "
" 멜로, 이런 거 아니지. "
" 에이 아직 우리가 그런 거 같이 볼 사인 아니잖아요, 아저씨... 부끄럽게... "
" 시끄럽다. "
" 네에. "
*
집에 있는 과자를 주섬주섬 몇 개 들고 와 텔레비전 앞의 상에 올려두고, 오렌지주스와 컵 두 잔을 쫄래쫄래 들고 왔다.
" 나이가 몇 갠데, 내가 오렌지주스를... "
" 왜요, 그럼 맥주 줄까요? 미자 옆에서 술 마시면 안되지... "
" 그렇지... 그냥 줘라. "
" 아, 잠깐만요! 저 뭐 좀 들고 올게요. "
헤헤, 내 방에 들어가 큼지막한 이불을 들고 나왔다.
" 뭐야, 에어컨 틀어놓고 이불 덮는 건 무슨 심리냐? "
" 공포영화 보는데, 이불은 필수니까! "
" ...공포? "
아저씨는 순간적으로 눈동자가 흔들리는 듯 하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 꼭... 봐야 되냐. "
" 왜요, 무서워요? "
" 아니, 뭐... "
" 이런 거 못 봐요? "
" ...됐다. 틀어라. "
에엥, 하고 리모컨을 집어들고 영화를 재생시켰다. 시작하자마자 스산한 배경음악이 나왔다. 아저씨를 흘긋 보니 금방이라도 감아버릴 듯이 실눈을 뜨고는 보고 있었다.
난 원래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별로 무서워하는 유형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물론 이불은 나 혼자 싸매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왠지 탐내하는 듯한 느낌이 든 것 같기도.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듯한 장면에서 또 다시 아저씨를 보니 오만상을 하고 있어서 장난기가 돌아 아저씨의 반대쪽 어깨에 살짝 팔을 두르는 척하며 손으로 어깨를 확 잡았다. 아저씨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아, 깜짝이야! 하고 내 손을 쳐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아저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두르고 있던 이불을 풀고 아저씨를 가오나시처럼 머리부터 상체 모두를 이불로 꽁꽁 싸매어 주었다.
뭐하냐. 아저씨 무서워해서, 이렇게 해주려구요!
얼굴만 빼꼼히 나와있는 게, 망태기에 싸인 꼬마 같았다. 귀여워... 뿌듯하게 웃어보이고는 이제 봐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둘이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날카로운 효과음과 함께 정말 역겹게 생긴 귀신이 화면을 꽉 채웠다. 아저씨는 아까보다 더 기겁하면서 내 팔짱을 끼면서 홱 얼굴을 돌렸다.
" 우와아악! "
" 어우... "
" 저건 뭐 저렇게 생겨먹었냐. 아오, 진짜... "
" 좀 징그럽다... "
" 그게 다냐? 완전 혐오스럽구만... "
덜덜 떨고 있는 아저씨가 나에게 더 붙자, 나는 이때다 싶어 아저씨를 안았다. 그리고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저씨는 움찔하더니, 이내 곱게 안겼다. 설핏 본 아저씨의 귀 끝이 살짝 붉었던 것 같기도.
" 어유, 우리 윤기 무서웠어요? "
" ...너무 싫어... 귀신... "
" 흐흐흥, 아기 같아요. "
" ...뭐래... "
" 이렇게 싸매서 우리 집에서 둥가둥가 키우고 싶다! "
내가 안아도 버겁지 않을 정도로 아저씨는 꽤 작은 체구였다. 하긴, 처음 봤을 때부터 키가 작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마르기까지 해서 더한 것 같았다.
" 끄면... 안 되겠냐... "
" 싫어요. 내가 내 돈 주고 샀는데! "
아저씨는 한숨을 쉬면서도 계속 나한테 안겨있었다. 어지간히 무섭긴 한가 보다. 귀신을 봐도 아무 표정도 안 지을 것 같이 생겨서는... 하는 짓이 너무 귀엽잖아! 사실 아저씨의 이런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 계속 보자고 한 거긴 하다.
그렇게 끝까지 내게 안겨서 아저씨는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아저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왠지 허전해진 느낌에 팔을 두어번 휘저어 보고는 아저씨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 많이 무서웠어요? "
" 뭐, 조금... "
" 조금 아닌 것 같은데. "
아저씨는 나와 눈을 맞추려하지 않고 계속 얼굴을 피했다. 여전히 붉은 귀 끝이 귀여워 살짝 꼬집어보고는 뜯지도 않은 과자봉지들을 들고 일어났다. 아저씨는 뒤따라 역시 입도 안 댄 주스 두 잔을 들고 나를 따라왔다.
" 이거 주스 버리냐? "
" 음... 아깝죠. "
" 그러게. "
" 아! 아저씨, 그럼 우리 옥상 갈까요? "
아저씨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옥상? 니네 집 옥상? 이라고 되물어 왔다. 나는 네, 가서 과자랑 주스 먹어요! 하고 웃었다. 아저씨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고는 고개를 끄덕해보였다.
*
마침 우리 집 옥상에는 평상이 있어서, 앉아있기 딱 좋았다. 나는 과자들을 품에 안고서 신발을 벗어던지고 평상 위에 앉았다. 아저씨도 따라 오더니 주스를 조심스럽게 내 앞에 두고서 내 옆에 앉았다. 잠깐의 정적 뒤에, 아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앞으로는, 그런 거 보자고 하지 마라. "
" 알겠어요, 그럼 다음 번에는 멜로로 할게요. "
나는 과자봉지를 하나둘 뜯으면서 아저씨를 보고 웃었다. 아저씨는 주스를 홀짝이고는 크게 숨을 내쉬며 두 팔을 뒤로 기대고서는 별이 보일 듯 말 듯 한 하늘을 바라봤다.
" 별이 안 보이네. "
" 그러게요. "
나는 새우깡 하나를 입에 쏙 넣고서 말했다. 새우깡 하나를 더 집어 아저씨의 입에 가져다 대자, 아저씨는 처음엔 뒤로 내빼더니 아, 하고 받아 먹었다. 헤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담.
" 난 이런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아저씨. "
" 뭐가. "
" 음, 그냥. 꼭 아저씨랑 사귑니다! 할 건 없는 거 같아서요. 이렇게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고 영화도 보면서 노는 거. 그거도 괜찮은 거 같아요. "
" ... "
" 사귄다고 말해야 사귀는 건 아닌 것처럼요! "
" 난 싫은데. "
" 네? "
주스를 마시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날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아저씨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 난 싫다고. 이런 거. "
" ... "
" 애매하게, 이도 저도 아닌 사이인 거잖냐. "
" ... "
" 너, 내 여자친구하고 싶다며. "
" ...네? "
" 아까 잠결에, 그랬어. 학생 아니고, 여자친구 하고 싶다고. "
" ... "
" 생각해봤는데, 뭐. 굳이 못 만날 건 없는 거 같아서. "
" ... "
난 순간 아저씨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멍하니 있었다.
" ...아저씨...? "
" 뭐. "
" 그 말 설마... "
" 어. "
" 사귀자는... "
아저씨는 내 입술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톡톡 치고는 아저씨 특유의 미소를 짓고 속삭이듯 말했다.
" 사귀자. "
" 좋아해, 김탄소. "
*
이치카가 왔슴미다 여러분 지난번에 안 사귀게 할거라고 해놓고 이게 뭐냐구요?
작가의 농락이죠 낄낄낄~~~~~~~~~~~~~~~~
죄송합니다
이번에 분량이 너무 적죠ㅠ.ㅠ 그래도 좋아해주셨음 합니다
사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분량에 너무 부담을 가졌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한 화마다 텀이 너무 길었구요 그때마다 너무너무 죄송했어요ㅠㅠ
그래서 이제 분량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자주자주 내보려구요 / 말로만 하하...
암튼 오늘은 귀여운윤기버전임미다 핫핫 좀 귀엽죠? 헤헤 진짜이러면 너무 귀여울거 같아여 슙슙ㅜㅠ / 는 망상
어서 빨리 다음화를 들고오겠습니다
아 참 지난번에 퀴즈 있죠?????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후~~~~~~~~두구두구두구ㅜ두구두구두구둗구ㅜ구구두욷웅
답은 '놉' 이였어요! 그래서 정답자분은!
둥둥이 님과 몽글이 님 입니다!!!!!
이런 닉네임도 귀여운 울 독자님덜~~~~~~~ 워더
죄송합니다
위 두분은 원하시는 에쁜이름! 을 댓글에 함께 적어주시면 특별출연시켜드릴거에요 언제해드릴진 난 몰라난몰라 아직난몰라
암호닉은 오늘도 받죠 .... ㅎ. ...ㅎㅎㅎ.. .... 언제까지 받을 건지 난 몰라난몰라 아직난몰라
****특수문자없이 [] 안에****
사담이 길었네요 다음화 쓰러 얼른 썩 꺼지겠습니다~~!!!!!!! 안녕 사랑해요 뿅뿅
아참!
더보기_ 울학생덜~ 워더해~~~ 오늘은 아저씨니구 작가에요~~~홍홍~~~ 미안해요... 쿨짝 ㅠ |
민아재 / 덮빱 / 개나리 / 지민이바보 / 고룡 / 양치 / 힌드리 / 학생 / 뜌 / 현구 / 본시걸 / 공기 / 매카 아날로그 / 유자청 / 모니 / 바이달 /룬 / 빠나뿡가리 / 현 / 달콤이 / 무네큥 / 애니멀 / 침치미 슈가형 / 유자차 / 긍응이 / 핑크공주지니 / 0831 / 복숭아꽃 / 비글 / 베개 / 잘자네아무것도모르고 융기의 흉기 / 방소 / 밍가적 / 배고프다 / 수니 / 나의 별 / 매직레인 / 모찌숭아 / 빡찌 / 밍밍 망개손 / 민윤기 / 융융디 / 갓찌민디바 /서영 / 줍줍 / 정국오빠애인 / 윤기야 / 망개똥 / 고고싱 / 수수태태 슈가나라 / 비글워터 / 비비빅 / 플로라 / 환타 / 안녕엔젤 / 윤기야 나랑 살자 / 2133 / 몽글 / 마이크로칩쿠키 / 민윤기지정석 / 오리 붐바야 / 공주님93 / 둥둥이 / 새을 / 늉기 / 율무차 / chouc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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