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좋아해, 김탄소. "
그러고는 한참동안 서로 말 없이 쳐다보다가, 내가 먼저 아저씨를 와락 끌어안았다.
" ... "
" 어이. "
" 고마워요, 고마워요... 진짜... "
" ... "
" 나 얼마든지 기다릴 자신 있었어요, 사실 아까 이렇게 지내도 좋다는 거 거짓말이였어요. "
" ... "
" 아저씨가 부담느낄까봐, 그런 거 싫어할까봐... "
" ... "
" 나 착하게 살았나봐요, 그쵸. 아저씨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죠... "
" 울겠네. "
" 안 울어요, 왜 울어요! "
이렇게 좋은데, 울면 얼굴 망가지잖아.
"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질라. "
" 너무해요! "
*
" 잘가요! "
" 내일 보자. "
"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바로 놀러가자니깐. "
" 안돼. "
" 왜-요! "
" 고딩 정도 됐으면 왜 안되는지 알텐데. "
" 헤. "
" 헤 같은 소리하네. 늦었다, 몸도 다 안 나았을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
" 네! "
" ...내일 예쁘게 하고 오고. "
" 그게 여자친구에게 할 소린가. 항상 예쁜 거죠! "
" 여자친구니까 하는 소리지, 임마. 여자친구 예쁜 거 싫어하는 남자가 있냐. "
내일 놀이공원을 가기로 한 대가로, 원래 아저씨를 보내주려던 시간보다 일찍 보내주기로 했다. 솔직히 그냥 자고 가라 하고 싶었는데.
밤늦게까지 여자집에 함부로 남자 들여놓으면 안된다나, 뭐라나.
굿바이 뽀뽀? 하면서 장난스럽게 아저씨에게 볼을 들이밀자, 아저씨는 무표정하게 검지로 내 볼을 찔러 밀어내었다. 치, 이것도 못해주나!
삐친 듯이 내일 봐요, 하고 뒤돌아서자 아저씨가 다시 날 불러세우고 말했다.
" 김탄소. "
" 네? "
쪽.
*
사실 진짜 입이랑 입을 맞댄 그런 뽀뽀는 아니였다. 아저씨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뽀뽀하는 체 하면서 손으로 입술 사이를 막아 내가 아저씨 손바닥에 뽀뽀를 한 것 같이 되었던 거지.
아저씨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슥 보고는 시선은 내게 고정한 채 내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고 씨익 웃어보였다.
" 잘 자. "
" ... "
아저씨는 그 미소를 띤 채로 뒤를 돌아 갔다. 나는 한참 동안 붉어진 얼굴로 입술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었다.
아저씨가 나 얼굴 빨개진 거 봤을까?
봤겠지, 그럼.
*
" 놀이공원 오랜만에 오네. "
" 언제 마지막으로 와봤는데요? "
" 어... 한 3년 됐을려나. "
" 에, 왜 그렇게 안 왔는데요? "
" 그냥, 뭐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
그리고는 킁, 하며 뒤통수를 긁적인다.
하긴, 아저씨는 그냥 집에 꽁 박혀있는 거 좋아할 거 같아요.
*
참나,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셨다고?
신이 나서는 아저씨 특유의 발음인 뚜와 두의 사이의 발음으로 '저기두, 여기두' 하며 총총 걸어다니는 게, 왠지 아저씨랑 내가 바뀐 느낌이다. 바이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날 보면서 해맑게 웃어보이는 아저씨를 보고 나는 피식 웃고는 '알겠어요, 천천히 좀 가요.' 말하며 아저씨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아니 근데, 이제 지칠 때가 되지 않았나... 사람 적을 때 온다고 일부러 아침 일찍부터 왔는데, 벌써 3시다. 거의 한 나절을 있었잖아...
속을 몇 번을 뒤집어 놓는 롤러코스터를 계속 탔더니 체한 듯 컨디션이 별로다. 나 어제까지 환자였는데... 아저씨, 나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녜요?
예쁘게 하고 오래서 예쁘게 하고 왔더니, 그건 신경도 안 쓰는 거 같고. 어린애다, 어린애. 누가 봐도 신난 어린 대학 새내기다. 나보다 어리다고 해도 믿을 정도네. 하얀 두부 같이 생겨서는...
그렇게 한 두개를 더 타고 나니, 아저씨도 힘이 들던지 이제 갈까, 하고 내게 물어왔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요, 제발. 하며 아련하게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 그럼 이제 영화 보러 가자. "
" ... "
그래요, 아저씨라면 뭔들. 내가.
*
요새 한창 유행한다는 달달한 영화가 있길래, 아저씨가 괜히 딴소리하기 전에 얼른 예매했다.
" 저 영화로 할게요! "
" 뭔데, 저거는. "
" 있어요. 아저씨도 좋아할 거에요. "
" 공포영화면 안 봐. "
" 아니네요- "
여기 표 두 장이요, 하면서 티켓을 건네는 점원에게 티켓을 받고 아저씨에게 웃어보였다.
" 시간 남았으니까 팝콘 사러가요! "
" 놀이공원에서 실컷 먹었잖아. "
" 여기서 먹는 건 또 다르죠. 팝콘 먹을 거에요. "
" 사와. "
" 같이 가지. "
" 귀찮아, 줄 서기. "
" 너무해... "
그럼 저기 앉아있어요, 갔다 올게요 하고 시무룩하게 이야기한 뒤 팝콘을 사러 쫄래쫄래 걸어갔다. 줄을 서고 있는데 이게 무슨 장난인지, 내 뒤에도 커플, 앞에도 커플. 두 커플 다 서로 꼭 붙어 좋아죽는 티가 팍팍 나는 게, 누구는 귀찮아서 줄도 안 서는 남자친구 같지도 않은 남자친구 때문에 혼자 줄 서고 있는 데 얼마나 풀이 죽던지. 에휴...
어느새 내 차례가 와서 러브콤보를 시키려다가 이상하게 짜증이 나서 그냥 버터맛 하나랑 사이다 하나요, 하고 힘없이 말했다. 아저씨는 놀이공원에서 실컷 드셨으니까 나 혼자 먹으련다.
그렇게 한 손에 팝콘, 한 손에 사이다를 들고서 아저씨에게 가자 핸드폰에 박혀 있던 얼굴을 들고 그제서야 나를 올려다본다.
" 왔어? "
" 네에. "
" 뭐야, 왜 음료수가 하나야. "
" 왜요. "
" 팝콘도 뭐 그리 적냐, 나 버터맛 싫은데. 팝콘은 카라멜이지. "
" ... "
내 맘도 몰라주고 이상한 투정이나 부리는 아저씨 때문에 점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 됐다, 니가 그렇지 뭐. "
" ...네? "
" 들어가자. "
인상을 슬쩍 찌푸리고는 앞장서서 상영관으로 걸어가는데, 솔직히 많이, 많이 속상했다. 첫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건데. 너무 쌀쌀하잖아.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가 나오는 중에도 둘 중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아저씨는 한참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났는지 일부러 말을 걸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한 나는 그냥 딱딱하게 네,네 하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커다란 스크린에 눈을 고정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지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점점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자 아저씨는 내 손을 은근슬쩍 잡아왔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커다란 손에 마음이 흔들릴 뻔 했지만 아까 말했 듯이 난 많이 속상한 상태여서 뚱하게 있었다. 조금 풀린 건 안 비밀.
" 손, 답답한데... "
" 좋으면서. "
튕기는 척 얘기하자 아저씨는 무심하게 영화를 보면서 나즈막히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손을 더 세게 맞잡았다.
한 손은 여전히 아저씨 손과 꼭 잡고 있으면서 혼자 열심히 다른 손으로 팝콘을 집어 먹고 있었더니, 아저씨가 내 어깨를 톡톡 치고는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 자기 입술을 검지로 두드렸다. 먹여달라고?
나는 못 이기는 척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고 팝콘 두어 개를 집어 입에 넣어주었다. 손가락을 빼려 하니, 왠지 무언가가 무는 게 느껴졌다. 아저씨를 쳐다보니, 아저씨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자신에게 팝콘을 먹여준 내 손가락을 앙, 하고 살짝이 물고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얼굴이 더워지는 게 느껴져 가만히 있었다. 괜히 시선을 피하니, 아저씨가 내 귓가에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 맛있다. "
" 팝콘. "
이런 아저씨를 싫어할 수 있을까, 내가.
*
" 재밌었다, 그치. "
" 네에, 뭐... "
자꾸 내 손가락에 닿았던 그 감촉이 떠올라 그 뒤에 영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 ... "
" 왜 말이 없어. 너 안 같아. "
" ...아닌-데요. "
완전히 삐친 게 풀린 거도 아니긴 하지만 그것보다 아직 그 왠지 모르게 강도가 쎘던 스킨십 때문에 멍하긴 하다.
" 그렇게 뾰로통해있으면. "
" ... "
" 내가 풀어줄꺼 같냐. "
진짜 끝까지 말투 봐! 뾰로통 안하거든요, 하고 받아치려다가 갑자기 날 끌어안는 아저씨 때문에 살짝 휘청거렸다. 세게 안는 듯 조심스레 안아오는 손길에 심장소리가 점점 커지는 느낌이었다.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더 세게 안아오며 큰 손으로 내 뒤통수를 마구 헝클었다.
" 사람들 많은데... "
" 근데, 뭐. "
" ... "
" 여자친구잖아. "
" ... "
" 허리에 손 감아. "
주춤거리다가 두 팔로 아저씨 허리를 꼭 안았다. 아저씨는 미소 짓고는 내게서 손을 떼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찬찬히 살펴보듯 바라보았다. 나는 창피해서 계속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내 얼굴이 자신을 마주보게끔 조금은 세게 잡아오는 아저씨의 손길에 결국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 한 번만 더 그렇게 입 삐죽해있어라. "
" ... "
" 그 땐 안는 걸로 안 끝나. "
*
오랜만이에요 둥가둥ㅇ가 안녕안녕!
역시 글을 막 쓰는 재미죠 하하...! 그래서 오늘도 막글입니다
에구 갑자기 글분위기가 되게 바뀐 느낌이죠! 약간 달달한 느낌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문체같은거도! 어떠실런지 ㅎㅎㅎ.....
아 그리고
초록글이라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페이지에 오르기는 했지만저진짜독자님들 뽀뽀해버려도 되요>????? 사랑해요진짜
제목표였거든요ㅠㅠㅠㅠ너무기뻤어요 알림떴을때 감사하고 사랑해요 정말정말 앞으로 오래봐요
왠지 완결을 향해 달리는 것같죠..!!!
아니에요.
절대.
ㅎ.
그니까 앞으로두 많이 사랑해주시떼.....ㅎㅎㅎㅎㅎ사랑합니닷
암호닉신청은 늘 가장 최신글에 해주세용 역시나 특수문자없이 []안에!!!!!!!!!
살앙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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