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반 친구들~ 합죽이가 됩시다! "
" 합! "
합! 함과 동시에 놀이터를 보고 마구 흥분하기 시작한 와중에도 나에게 집중하는 드림반 애기들! 합죽이는 아이들은 집중시키기에 딱이다(합. 할때 앙 다물어지는 입술이 귀여워서 하는건 절대 아니다.. 아닐거야 아마..)
" 친구들~ 철봉이나 미끄럼틀에는 함부로 매달리면 될까요~ 안될까요~? "
" 안대요오-!! "
안대안대! 고개를 열심히 젓는 해찬이에게 머리 한번 쓰담쓰담 해주니 발을 동동구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이 내가 지금 하늘에서 봐야할 천사를 지상에서 보는 듯한 기분이다. 후.. 릴렉스하자 심장아 벌써부터 나대지마렴
" 그러면 친구랑 미끄럼틀 위에서 서로 밀고 당기고 놀면 될까요~ 안될까요? "
" 안대요~!! "
" 오케이! 가서 놀자 얘들아! "
" 우와아아!!! "
" 잠깐~! 런줜이랑 천러는 잠시만! "
내 주의사항을 못 알아들었을 것 같아 런쥔과 천러를 따로 남기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를 멀뚱멀뚱 보는 이 귀요미들!
" 크흠.. 자, 뤈쥔? 천러? "
항상 이 두 애기를 이해시킬땐 괜스레 목소리가 떨린다. 못알아듣고 사고라도 나면 이 둘에겐 더 큰 사고가 날 것 같기에 그렇다.. 흑흑 수능 때 중국어 공부할걸...
" 미끄럼틀! 저기!! 친구랑.. 이렇게이렇게! 안돼!! 응? 노노! "
내가 할 수 있는 랭귀지라곤 한국어와 약간의 구린 영어... 그리고 바디랭귀지다! 열심히 온몸을 사용해서 놀이기구에서 친구랑 위험하게 장난치면 안된다는걸 설명을 하고 나니 등에서 땀이났다. 이 둘은 알아들은건지.. 그렇게 호수를 담은 눈으로 쳐다보기만 하면 겨우 잠잠해진 내 심장이 나대잖니...
" 아... 알겠어? "
" 우웅! 런쥔가아 천러 지켜주! "
어라? 런쥔이는 한국말을 조금 하는구나! 감격에 겨운 와중에 잠시 놓던 천러 손을 다시 꼭 두손으로 감싸쥐던 런쥔이가 웃었다. 마치 나에게 안심하라는 표정같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것이..아 왜 궁상맞게 눈물이 나려고하지!? 아기들은 정말 날개없는 천사가 맞아...하..... 그렇게 혼자 우수에 젖어들때. 해찬이가 쫄래쫄래 다가왔다.
" 응? 해찬아, 왜? "
" 해차니랑 노라~ "
" 그럴까~? 뭐하고 놀까 우리? "
" 띠도! 띠도타구 "
아직 시옷발음이 제대로 되질 않아 시소를 띠도라고 발음하는 해찬이. 너덕에 내 고막이 너무 행복하다... 그렇게 해찬이 손에 이끌려 시소로 오긴 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내 궁뎅이 사이즈는 시소 안장에 도저히 맞질 않을거 같아 보인다....
" 띠도! 응? "
" 해.. 해찬아. 선생님은 너무 무거워서 못타 "
내 말에 말없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해찬이가 흐음- 하고 고민에 잠겼다. 이자식, 부정은 안하는구나...!!! 뚜쉬!
어쩌지?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리다가 화단쪽에서 혼자 등을 돌리고 쭈그려앉아있는 마크가 보였다.
" 해찬아! 기다려봐~? "
해찬이를 잠시 두고 마크에게 다가가는데.. 어째 얘 행동이 좀 수상쩍다? 일부러 발소리를 줄이고 마크의 작은 등 뒤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그림자 때문에 마크가 휙 뒤를 바라보았다. 아놔
" 으! "
" 마크! 뭐야~ 선생님도 보여줘~ "
" 아... 안대애~ "
꾸물꾸물 자신의 품 속으로 무언갈 폭 숨겨버리는 마크.. 표정도 약간 입꼬리가 씰룩씰룩하는게 참 궁금하단 말이지?
" 선생님도 보여주세요~ 우리 마크! "
" 으으응! "
이런. 단호박죽 10그릇 먹었니 우리 마크? 완강히 도리도리를 하는 마크덕에 나는 아쉽지만 백기를 들었다.
" 쌤 조리가아~ "
" 저...저리가? "
" 저리가아~ 마크만 볼꾸야 "
너.. 마크 이자식.... 마크는 나에게 의문의 배신감을 안겨주고 다시 등을 돌려 집중하기 시작했다. 흥칫뿡! 궁금하지만..! 흥이다! 마크!
6살짜리 애기에게 상처를 받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이 잘 놀고있는지 한 명 한 명 구경(?)을 해보기로했다. 어디보자.. 우리 재민이랑 제노는 모래성을 짓고있구나!
" 재민이~ 제노! 지금 뭐해요? "
" 두꺼비집이야아~ "
" 우와~ 너무 멋있다! "
으헤헹- 제노는 웃음이 많고 너무 귀엽다.. 어떻게 눈이 저렇게 이쁘게 휘어지지.... 어디.. 우리 재민이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구나! 모래에 레이저를 쏘는 것같네 재민이는!
" 재민아, 재밌어? "
" ...으응- "
가뜩이나 큰 두 눈이 떼구르르 굴러갈정도로 모래에 집중한 눈을 보니... 그래 내가 조용히 사라져줘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뒤를 돌자마자! 아슬아슬하게 뛰어오던 지성이를 향해 지성아 뛰지마세요-! 라고 말하려고 하는 그 때!! 아니나 다를까.. 꽈당 하고 스펀지 바닥에 넘어진 지성이! 놀란 가슴을 안고 지성이에게 한걸음에 달려갔다.
" 지성아, 괜찮아요? "
최대한 침착하게 지성이를 들어올려 무릎과 팔꿈치, 턱을 확인했다. 다행히 놀이터 바닥이 스펀지라 크게 다친곳은 없었는데.. 근데... 지성아 너 안아프니? 왜때문에 나보다 평온한 얼굴이니..?
" ...지, 지성아. 괜찮아? 안 아야해? "
" 안아야- "
특유의 뾰로통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슥슥 문지르던 지성이가 이젠 좀 놓아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아 바로 놓아주자 미끄럼틀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다.. 다행이다 안울어서.. 그 때 작은 손이 내 등을 콕콕 찔러왔다.
" 응? 어! 마크! "
" 쌤- 요기.. "
" 응.. 응? 마크! 이게 뭐야! "
수줍은 미소를 달고 나에게 꼭 숨기려고 쥐고 있던 조그마한 두 손을 펼치자, 엉성하지만 열심히 만든것 같은 마크표 꽃반지가 들어있었다!! 마크야...
" 마크가 해주께? "
하더니 쭈그려 앉아있던 내 앞에 무릎을 굽혀 앉고 자기 손보다도 큰 내 손가락 하나를 골라 반지를 넣어주었다. 여러개 풀로 열심히 엮은것 같은 하나뿐인 이 꽃반지를 나에게 주는거야..? 마크....? 그런거야....?
" 마크.. 이거 선생님꺼야? "
" 응! "
헤헤. 머리를 긁적이던 마크는 부끄러운건지 벌떡일어나 아이들에게 뛰어갔다.
오른쪽 검지손가락에 서툴게 끼워진 꽃과 풀줄기를 보니 코가 시큰해져왔다.. 마크... 나 진짜 잘우는데 날 이렇게 울리는거니..? 나 정말 유치원 교사하길 잘한것같다....
(암호닉)
이야기님
맠맠님